나무들의 결혼식/정호승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
축시 한번 낭송해보는 일이다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
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
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
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
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보는 일이다
===[정호승 시집-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신 한강 작가의 삶과 저서가 매스컴에 대서특필되고 있습니다.
참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어디를 가도 높고 낮은 산이 있습니다.
산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있습니다.
곧은 나무, 등이 굽은 나무, 굵은 나무,
잎이 풍성한 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
꽃을 달고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무......
눈보라가 심한 날이었지요.
나뭇가지가 꺾어졌습니다.
나무는 죽어도 살아나는 묘한 것.
의자로, 책상으로, 창문으로,
대문으로, 장롱으로, 주걱으로,
온갖 인형으로, 부처로, 십자가로...
종이가 되어 책으로 환생하는 나무!
공책도 나무요, 몽당연필도 나무였지요.
살아서도 죽어서도 좋은 일만 하는 나무!
착하디 착한 나무!
그때 메모하였던 글입니다.
나무/이장우
바람이 소리 내어 울었다.
나무가 어깨를 들썩였다.
눈보라에 눈을 감아버렸다.
하얀 종이가 되어
글을 가득 담아
살아서 돌아왔다.
[2020ㆍ02ㆍ17(월) 남해 아난티 서점에서]
즐겁고 행복하며 건강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