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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허모(54)씨는 최근 출시된 서민대출상품 '햇살론'을 이용하기 위해 1주일 내내 농협과 신협을 오갔다. 농협 직원은 허씨에게 "아줌마, 온통빚이네"라고 면박을 주며 "대출받은 적이 있는 신협이나 가봐요"라고 말했다. 신협에선 "기존대출금 500만원을 갚으면 1000만원을 대출해주겠다"며 돈부터 갚으라고 했다. 허씨는 "500만원 제하고(빼고) 500만원만 대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신협은 거절했다.
허씨는 1년 전 남편을 병으로 잃은 뒤 담보대출 1억7100만원을 끼고 산 아파트를 처분하려 했으나 거래가 되지 않아 자금난에 시달렸다. 허씨는 저축은행에서 4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신협에서 사업자 대출을 500만원 받고 신용보증기금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이자 한 번 밀린 적 없었다.
두 금융사에서 거절당한 허씨는 "금융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항의했다. 놀란 신협은 "근로자는 대출 잔액이 있으면 햇살론 대출이 안 되고, 자영업자는 본인 대출한도까지 대출해줄 수 있는데 상담직원이 헷갈렸던 것 같다"고 해명하며 대출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허씨는 자신의 대출한도인 1000만원이 아닌 500만원만 대출받았다. 허씨는 "신협이 500만원만 대출받으라고 사정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신용등급이 5등급으로 높은 편인데도 햇살론 대출받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으로 내놓은 '햇살론'이 시행 초반부터 서민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다. 햇살론은 100% 정부 보증이 아니라, 해당 금융회사가 15%를 보증하는 부분보증상품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대출을 꺼리거나 실제 대출한도액보다 적은 금액을 대출해주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민모(45)씨는 "급여통장이 없다는 이유로 농협·신협·새마을금고 3곳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민씨는 택시손님이 부쩍 줄어들어 '햇살론' 대출을 받아 다섯 식구의 생활비 등으로 쓰려고 했다. 민씨는 "신용등급 6등급, 대출한도가 600만원인 나에게 금융회사들이 처음엔 3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다가 모두 거절했다"며 "저축은행에서는 햇살론을 취급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일용직 노동자 최모(45·경기도부천)씨는 "햇살론 대출을 신청하러 갔더니 서류를 10가지 이상 요구 하더라"며 "말로만 서민을 위하는 정책같다"고 했다.
☞햇살론
금융권 신용등급이 6~10등급(전체 1~10등급)인 저신용층이나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이 연 10%대 초반의 금리로 생활자금·창업자금 등을 빌릴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정부가 85%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편이다. 지난 7월 26일부터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 은행을 제외한 2금융회사에서 햇살론을 취급하고 있다. 햇살론은 창업자금지원만을 위한 미소금융과는 달리 기존 사업자금·생활자금·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대출상품이며 금리조건이 연 5% 이상 높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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