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다. 사실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굉장히 불친절하고,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선사하는 영화니까. 그렇지만 이상하게 이 같은 상처가 마음에 위로로 다가온다. 불편하면서도 상처를 그대로 지켜보게 하는 영화다. 그 어디에도 위로를 받을 수 없는 세 주인공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함께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극에 등장을 하는 인물들의 경우 탈북자와 게이 등 어쩔 수 없이 사회적인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말 영화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불쌍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어떠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우리들은 잘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자신의 가슴 속에 있는 우울함을 털어낼 여유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괜찮다. 괜찮다. 이렇게 자신을 한없이 자위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위로가 되지는 않으니 말이다. 차라리 [줄탁동시]에 나오는 인물들이 더 자신을 위로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적어도 자신의 무제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바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인지를 하는 것이다. [줄탁동시]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을 수 없이 세상에 오롯이 혼자 떨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면 결국 누가 누구인지 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되기는 하지만 그들은 누구에게도 위로를 받지 못하는 존재다. 섹스를 하면서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가두려고 하면 거기에 다시 겁을 내고 뒤로 물러나곤 한다. 사실 이렇게 뒤로 물러나는 것은 그들의 사랑이 부담스러워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버림을 받을까봐 더 두려워하는 것이다. 사랑을 받고 그들에게 의지를 하다가 그들에게 버림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자신에게 큰 상처가 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동반자살을 꿈꾸다가도 결국 함께라고 믿고 서로에게 의지를 하려고 하는 두 주인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결국 서로, 그러니까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바울’이 맡은 ‘준’이라는 역할은 탈북 청소년이다. 요즘 들어서 북송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사는지를 자세하게 모른다. 게다가 북한의 삶이 어렵다는 것만을 겨우 알고 있을 뿐이지, 그들이 한국으로 온 이후에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사는 지에 대해서 모른다. 물론 그들을 무시해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문화와 우리들이 문화가 아직 제대로 섞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북한이라는 것은 공공의 적으로 간주가 되고, 아직까지도 북한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아니꼽게 생각하는 그런 속 좁은 분들이 참 많이도 계시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 자체가 북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들을 불쌍하게 생각을 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그들을 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에 갇혀 있으니 말이다. 그러한 결과로 우리 사회 속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그들 마저도 배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런 캐릭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말 영화만의 일이라고 생각이 되는가? 그 어디에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헤매는. 그리고 어디에도 매이지 못하는 그런 불쌍한 청춘은 사실 탈북 청소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 염현준. 이렇게 매력적인 소년 같으니라고. 게이 소년 ‘현’을 맡은 ‘염현준’은 나와 동갑내기더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아니, 쟤는 저렇게 멋지게 스크린 속에서 빛을 내고 있는데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아무튼 연기를 참 잘 한다.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그 속에 텅 빈 공허감을 느끼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서 헤매는 그런 모습을 참 잘 그리고 있다. 게다가 영화배우나 탤런트를 하는 또래의 연기자들이 비해서 근육이 없는 몸은 오히려 영화에서 더욱 어울리지 않나 생각이 된다. 언젠가 반드시 영상 문학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꼭 한 번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였다. ‘준’에 비해서‘ 비중이 많은 것은 아니었고, 무게감 역시 많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다. 그런데도 ’염현준‘은 느낌이 참 좋았다. 그 쓸쓸함과 무거움 등이 묻어났다. 게다가 흔히 동성애자 연기를 하면 싫어하는 것이 눈에 보이곤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그저 사랑만을 원하는 그런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거기에 담겨 있었으니까. ’준‘과는 또 다른 의미로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여기저기 방황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참 슬프면서도 안아주고 싶은 역할이고, 그 쓸쓸함이 배역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새벽’이 맡은 탈북 소녀는 1부에서만 나오기에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역시나 많은 것을 생각을 하게 한다. 그녀는 탈북자라는 형편에, 여자라는 성적인 차별까지 겹쳐지면서 ‘준’에 비해서 훨씬 더 멀리 사회에서 배척을 당하는 입장에 있다. 게다가 성적으로 괴로움까지 당하는 모습 등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괴로움을 더욱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서 괴로움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준’과 ‘현’은 자신이 있어야 하는 자리를 찾지 못해서 하는 방황의 무게가 조금 더 크다. 하지만 ‘순희’는 이미 그런 세상을 향한 단단한 껍질을 부술 생각도 하지 않고 이미 포기를 한 상태다. 거기에 약간 순응을 하는 듯 보여지기에 다소 아쉽다. 물론 그렇게 순응을 하기까지 더 많은 아픔이 묻어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영화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녀의 아픔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게이라는 것과 탈북 청소년들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도 많은 것을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앞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이것을 통해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그들만의 특징이지만, 현대인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치부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상처를 가진다. 이것이 남들의 눈에 보이는 상처일 수도 있고,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혼자서 끙끙 앓아야만 하는 상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들의 상처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치유를 할 수 있게 된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을 하게 하지 않는 것 역시 영화의 강점이다. 억지로 꼬아놓지 않은 느낌이다. 물론 결말에 가면 다소 모호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적어도 [줄탁동시]라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고 그 의미를 떠올릴 수 있으니까.
2008년 2009년 2010년 상/하반기 2011년 상/하반기 다음 우수블로거 + 2011년 다음 라이프 온 어워즈 영화부분 Top2 권순재 ksjdow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