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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에서부터 화인봉, 북대, 향로봉, 종자산, 맨 왼쪽은 관인봉
游山如啖蔗 산에 노는 맛이 사탕수수 씹는 것 같아
最愛入佳境 가경에 들어감이 가장 사랑스럽네 1)
雲望共無心 구름을 바라보니 함께 무심해지고 2)
溪行獨携影 계곡 길엔 홀로 그림자와 짝하노니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0
―― 목은 이색(牧隱 李穡法頂, 1328~1396), 「보개산 지장사에서(寶蓋山地藏寺)」에서
주1) 진(晉)나라 때 고개지(顧愷之, 344~406?)가 사탕수수(甘蔗)를 먹을 때마다 꼬리부터 먹어 들어가므로,
어떤 이가 그것을 괴이하게 여기자, 고개지가 말하기를, “점차 가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이다.(漸入佳境)” 한 데
서 온 말이다.
주2) 도잠(陶潛, 365~427)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구름은 무심하게 산봉우리에서 나온다.(雲無心以出岫)”
한 데서 온 말이다.
▶ 산행일시 : 2021년 10월 3일(일), 맑음, 운무
▶ 산행시간 : 9시간 45분
▶ 산행거리 : 도상 17.5km(이정표 18.8km, 길 잘못 들어 헤맨 거리는 불포함)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동송 가는 시외버스 타고 관인에서 내려, 택시 타고 중리저수지
지장산 마을로 감
▶ 올 때 : 신탄리에서 버스 타고 동두천에 와서 전철 타고 서울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00 - 동서울터미널, 동송 가는 시외버스 출발
07 : 26 - 관인
07 : 43 - 중리저수지, 지장산 마을, 산행시작
08 : 15 - 향로봉 남동릉 진입
08 : 57 - 향로봉(香爐峯, 612.1m)
09 : 20 - 538.4m봉
09 : 30 - 안부, 문바위고개
10 : 16 - 북대(北臺, 삼형제봉, 710.1m)
11 : 00 - 동마네미고개, ┣자 갈림길 안부, 지장산 정상 1.4km
11 : 36 - 화인봉(花人峰, 805m)
12 : 02 ~ 12 : 25 - 지장산(地藏山, 보개산, 환희봉, △877.4m), 점심
13 : 00 - 임도, 안부
13 : 56 - 690m봉
14 : 48 - 752m봉
15 : 55 ~ 16 : 05 - 고대산(高臺山, △831.8m), 휴식
16 : 15 - 대광봉(810m), 고대정
16 : 34 - 칼바위
17 : 11 - 제2등산로 입구, 고대산 자연휴양림
17 : 28 - 신탄리, 산행종료
2-1. 산행지도(향로봉, 북대,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2-2. 산행지도(화인봉, 지장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2-3. 산행지도(고대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2-4. 산행지도(고대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1/25,000)
▶ 향로봉(香爐峯, 612.1m)
나는 떠나고 싶다
이름 모를 머나먼 곳에
아무런 약속 없이
떠나고픈 마음 따라
나는 가고 싶다
나는 떠나가야 해
가슴에 그리움 갖고서
이제는 두 번 다시
가슴 아픔 없는 곳에
나는 떠나야 해
(……)
우리 시대의 가인 심수봉이 부른 ‘홀로 가는 길’이다. 오늘 산행길이 홀로 가는 길이 되고 말았다. 닷새 전에 함
께 갈 사람을 구하려고 카페의 번개산행에 알리고, 몇몇 악우에게 앙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데 미리 말
하자면 그게 오히려 잘 되었다. 중리저수지 위쪽의 지장산 마을에 도착하여 향로봉 들머리를 찾지 못하고 우왕
좌왕 한 일, 향로봉 암벽을 오르려고 아등바등하다 물러난 일, 산행을 마치고는 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해 허
기진 채 버스와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온 일 등등을 생각하면 혼자였기 망정이지 엄청 쪽팔릴 뻔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06시에 동송 가는 첫차는 승객이 나 혼자다. 도중에 포천, 양문, 운천 등지를 들르지만 타는
사람이 없다. 내내 안개 자욱한 도로다.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면 스러질 안개일 테고, 산정에 오르면 가경이 펼
쳐지려니 카메라 세팅을 다시 살핀다. 동송 가는 버스의 노선도를 보았더니 관인을 들른다. 관인도 택시부가 있
는 대처다. 그렇다면 굳이 동송까지 갈 필요가 없다. 시간과 돈이 절약된다.
포천고속도로 덕분이다. 예상 소요시간 1시간 55분에 훨씬 못 미친 1시간 26분 걸려 관인이다. 안개 때문인지
동네가 스산하다. 상점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거리는 텅 비었다. 어디가 택시부인지 알 길이 없고 누구에
게 물어 볼 데도 없다. 여기 오는 도중에 버스 기사님에게 관인에도 택시가 있지요 하고 묻자, “한두 대 있는 것
같습디다. 동송은 아주 많지요.”라고 했다. 불안하다. 관인 택시부(031-533-1655)에 전화 걸었다. 한참 후에 받
는다. 아침식사 중인 모양이다. 그래도 고맙다.
중리저수지 주변이 한산하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산자락에는 펜션들이 들어섰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임
도 따라 종자산 갈림길이기도 한 사기막고개로 가려고 했는데 산양삼을 재배하는 사유지라며 철조망을 단단히
치고 막아버렸다. 이를 우회하려고 왼쪽 산자락 도는 임도를 갔다. 향로봉과는 더욱 멀어진다. 뒤돌아선다. 향
로봉 동쪽의 아무 지능선이나 오르려고 마음먹는다. 큰골계곡 옆 대로를 가다 펜션 뒤를 뚫으려고 다가갔더니
여기도 넘나들 수 없도록 펜스를 길게 쳤다.
뒤돌아 나와 다시 대로를 간다. 둘레길 안내도와 만난다. 향로봉에서 지장산에 이르는 산릉의 길도 표시되어 있
다. 그럼에도 향로봉을 안내하는 이정표나 길은 보이지 않는다. 덤불숲 헤쳐 생사면을 치고 오른다. 풀숲 펑퍼
짐한 사면을 누벼 흐릿한 인적을 찾아내고 놓칠까봐 꼭 붙든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후덥지근하다. 하루살이 떼
가 극성이다. 한 번은 입 벌리고 큰 숨을 들이마시는데 하루살이가 떼로 입안에 들어와 목젖을 건들렸는지 된
통 사레들었다. 생눈물을 쏟았다.
330m봉 내린 능선에 오르자 길은 분명해진다. 이제는 시간이 산을 간다. 주변의 참나무 숲을 둘러보는 여유도
생긴다. 킬문 님이 성산에서 노루궁뎅이버섯을 다수 땄다는데 거기보다 더 깊은 여기가 없을라고. 나무마다 훑
어본다. 그러나 빈 눈이다. 암벽과 맞닥뜨린다. 좀 떨어져서 바라볼 때는 완만하여 만만하게 보였는데 다가가서
보니 상당히 까다롭다. 왼쪽으로 약간 돌아 암벽의 크랙을 찾았다. 손맛 다시고 레이백 흉내하여 오른다.
노송 드리운 암반에 올라선다. 중리저수지 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다도해다. 백파 넘실댄다. 고개를 돌려 전도
를 살핀다. 거대한 암벽이 기다리고 있다. 좌우로 아무리 뜯어보아도 방금 오른 암벽보다 더 가파르고 더 길다.
선답의 흔적도 없다. 고개 꺾고 트래버스 한다. 이도 쉽지 않다. 한 발짝 한 발짝 게걸음 한다. 잘난 길과 만난다.
반갑다. 사기막고개를 오가는 길이다. 긴 한 피치 올라 전망바위다.
안개는 물러갔으되 해코지하는 것 같다. 근경도 침침하다. 종자산 너머 보장산, 개미산이 아련하다. 원근 농담
의 가경으로 본다. 곧 향로봉 정상이다. 너른 헬기장이 쑥부쟁이 꽃밭이다. 조그만 정상 표지석이 있다. 발돋움
하면 북쪽으로 가야 할 북대와 지장산이 준봉으로 보인다. 배낭 벗어놓고 첫 휴식한다.
3. 차창 밖으로 바라본 금주산 주변의 아침
4. 향로봉 암벽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중리저수지 주변
5. 향로봉 정상 직전 전망대에서 바라본 중리저수지 주변, 멀리는 은장산
6. 종자산, 그 뒤로 보장산, 개미산, 종현산
7. 멀리 가운데는 종현산(?)
8. 삼형제암, 맨 오른쪽 낮은 암봉이 경점이다
9. 앞은 향로봉, 그 뒤로 종자산, 보장산
10. 분취
11. 맨 뒤가 지장산
12. 앞 오른쪽은 북대, 왼쪽은 향로봉, 그 뒤는 종자산
▶ 북대(北臺, 710.1m), 화인봉(花人峰, 805m), 지장산(地藏山, △877.4m)
북진한다. 길 좋다. 하늘 가린 숲속 길이다. 줄달음한다. 봉봉을 오르내린다. 538.4m봉은 암봉이다. 혹시 뱀이라
도 만질라 함부로 바위 턱에 손대지 않는다. 길게 내린 안부는 문바위고개다. 좌우로 묵은 임도가 지나는 것 같
다. 풀숲이 잔뜩 우거져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오른쪽의 잘난 길로 돌아 오르는가 싶어 따라갔으나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골로 간다. 뒤돌아 고갯마루로 와서 풀숲 헤쳐 살핀다.
절벽인 절개지 옆으로 이정표가 안내하는 길을 찾아낸다. 예전보다 길이 더 험해졌다. 너덜을 지날 때는 신경을
곤두세운다. 인적이 불분명하여 엉뚱한 데로 가곤 한다. 절벽인 암벽의 오른쪽 사면을 밧줄 잡고도 기어오른다.
외길이다. 어깨동무한 삼형제암 사이에 든다. 막내 암이다. 왼쪽으로 약간 비킨 그에 다가간다. 1평쯤 되는 암반
이 경점이다. 아까의 종자산과 그 너머 첩첩 산 맨 앞에 향로봉을 놓는다. 뒤로는 두 형의 암봉이 우람하고 험상
궂다.
삼형제암의 두 암봉은 오르지 않고 그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간다. 이정표는 친절하게도 헷갈릴만한 곳에는
‘등산로 없음’이라고 안내한다. 정말로 등산로가 없다. 718.8m봉은 헬기장이다. ‘삼형제봉’이라는 표지판이 있
다. 지형도는 이다음의 710.1m봉을 북대(北臺)라고 한다. 북대를 오르고 무심코 잘난 길이라 따라 내리는데 어
쩐지 주위가 소연하여 지도와 나침반을 확인해 본다. 북동진해야 할 것을 정북진하여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
가? 0.2km나.
이런 경우 데미지가 의외로 크다. 마음까지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그러고서 지도에 눈 박고 간다. 암릉 암봉을
오르내린다. 굵은 밧줄이 달려 있다. 잔재미 본다. ┣자 갈림길 안부(지형도에는 ╋자 갈림길이다). 동마네미고
개라고 한다. 이정표에 오른쪽은 칫숲 0.7km, 직진은 지장산 정상 1.4km고, 온 길인 중리저수지는 5.6km이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적막한 산중이다. 내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로도 들리는 것 같다.
화인봉. 암봉이다. 임금이 싸우다 피난으로 이 산에 와 있는 동안 바위에 이름을 새겨놓은 것을 보고 화인봉이
라 하였음. 국토정보플랫폼 지명사전의 지명유래다. 임금은 아마 궁예일 듯하다. 화인봉을 밧줄 잡고 오르고 밧
줄 잡고 내린다. 비로소 지장산 품에 든다. 그 품이 결코 안온하지만은 않다. 정상 0.2km를 남겨두고는 곧추선
긴 슬랩이다. 매달린 밧줄을 숫제 대롱대롱 유격으로 오른다.
지장산 정상. 너른 공터다. 삼각점은 ‘철원 312, 2007 재설’이다. 연천군과 포천시에서 각각의 정상 표지석을 세
웠다. 연천군에서는 ‘연천군의 최고봉 지장봉(地藏峰)’이라며 표지석 뒷면에 지장봉의 유래를 새겼다.
“……보개산(寶蓋山)은 원래 영주산(靈珠山)인데 조선초기 흥림사(심원사)의 무학대사가 주지하면서 보개산이라
고 개칭하여 지장봉 북쪽 고대산과 남쪽 가치봉을 기준선으로 삼아 동쪽을 외보개(금학산 947.3m) 서쪽은 내
보개라고 부른다. 처음 지장봉의 이름은 환희봉(歡喜峰)인데 한국 불교의 지장신앙인 본산지로 널리 알려진 후
한말에 이르러 지장봉으로 각인되었다.”
지장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훌륭하다. 장릉인 남북주릉의 첩첩 산이 가경이다. 목은 이색의 점입가경을 실
감한다. 동주 이민구(東洲 李敏求, 1589~1670)는 금강산에서도 이 보개산을 보았다. 그의 「비로봉에서(毗盧
峯)」라는 시다.
高攀霄漢躡虹霓 높이 하늘에 올라 무지개 밟고 있으니
東極扶桑路不迷 동쪽 끝 부상도 길 헤매지 않겠네
寶蓋山邊雙眼盡 보개산 주변도 두 눈에 다 들어오고
長安只在片雲西 서울은 다만 조각구름 서편에 있구나
주) 부상(扶桑)은 해가 뜨는 동쪽 바다를 말한다.
13. 건너편은 북대 남서릉
14. 금학산
15. 앞은 화인봉, 그 뒤로 북대, 향로봉, 종자산
16. 북대 남서릉
17. 앞은 화인봉, 그 뒤로 북대, 향로봉, 종자산
18. 용담
19. 관인봉 북릉
20. 금학산
21. 752m봉 가는 중 지능선 암릉
22. 왼쪽은 고남산
▶ 고대산(高臺山, △831.8m)
지장산 정상 가장자리의 나무 그늘에 들어 용담 마주보며 점심밥 먹는다. 입맛이 쓴 것은 용담 때문이 아니다.
산행안내 팻말 글귀에 위압감을 느낀다. 보개산에서 고대산 간 종주 등산로 11.8km. 충분한 검토를 한 후 산행
하라고 한다. 산행시간이 8시간 이상이 소요되므로. 벌써 8년이 흘렀다. 그해 가을 제임스 님과 나 둘이서 금학
산을 오르고 그 남릉, 관인봉 북릉을 타고 지장산에 와서 고대산을 갔다. 도상거리 20.8km. 그때 지장산에서 신
탄리역까지 4시간 30분이 걸렸다.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여기며 서두른다. 이제는 지금까지와 같은 잦은 오르내리막은 없다. 완만하고 길
게 내린다. 도중 0.1km 내린 지점의 길바닥에 ┫자 갈림길 표지판이 있다. 직진은 잘루맥이고개(담터고개)로 가
고, 왼쪽이 고대산(8.1km)으로 간다. 풀숲에 가려 자칫하면 놓치기 쉽다. 긴 내리막이 바닥 친 안부는 임도가 지
난다. 건너편 산자락에는 돼지열병 확산방지 철조망을 쳤다. 고대산까지 종주하는 등산객들을 위해 출입문은
만들어 놓았을 것.
풀숲 살펴 출입문을 찾았다. 잠시 밧줄 매달고 데크계단 설치한 가파른 사면을 오르고 나서 군인의 길을 간다.
통신선과 함께 타이어계단 통통 오르며 교통호 넘고 참호와 토치카, 벙커를 지난다. 오늘은 날이 무척 덥다. 물
병의 얼음은 진작 다 녹았다. 2리터 가져온 물이 달랑달랑하다. 그간의 산정에서 마시곤 하던 얼음물은 사치였
다. 그저 목마름을 달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가뜩이나 곤혹스러운 건 비상식인 절편 떡 조각을 먹기
다. 절편이 약간 딱딱해져서 물 없이는 도저히 넘길 수가 없다.
정량으로 걷는다. 1시간 걷고 휴식한다. 외보개 금학산을 바라보며 내보개라는 752m봉을 가늠한다. 오른쪽 암
릉과 그 틈바구니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눈에 띈다. 가경이다. 등로 약간 비켜 절벽 위에 더듬더듬 다가가야 전
모가 보인다. 그리고 너른 헬기장인 752m봉이다. 조망 좋은 경점인데 주변의 풀숲이 너무 자라서 가린다. 방향
틀어 남서진한다. 이제 고대산까지 오른발은 강원도 땅을, 왼발은 경기도 땅을 밟는다.
큼직한 박 배낭을 멘 젊은 등산객들을 자주 만난다. 수인사는 씩씩하게 나눈다. 그들은 금학산을 간다고 한다.
아마 752m봉 헬기장에서 텐트를 칠 것 같다. 능선 마루금은 아무도 가지 않은 암릉의 날등이다. 좌우 사면을
번갈아 간다. 무심코 인적 쫓아 암릉을 올랐다가 절벽에 막혀 뒤돌아 나오기도 한다. 교통호를 등산로로 냈다.
등로 양쪽은 철조망을 둘렀다. 이정표가 안내한다.
고대산. 광장이다. 언제나 사방 둘러 경점이다. 오래전 일이다. 고대산에서 금학산 쪽으로는 가지 못하도록 막
았었다. 오케이사다리 시절 우리의 썩어도준치 대장님은 초병이 카빈 소총을 겨누고 가지 말라고 소리쳐도 못
들은 척 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보무당당하게 갔다. 그럴 배짱이 없는 남은 일행은 모노레일 따라 임도로 내렸
다가 잡석이 바글거리는 생사면을 길게 돌아 올라야 했다. 그래도 매리 홉킨의 ‘그리운 시절(Those were the
days)’이다.
하산! 2등산로 입구로 내린다. 3개 등산로 입구 중 가장 짧다. 2.65km. 서진한다. 평탄하게 0.5km 가면 고대정
정자가 있는 대광봉이다. 여기도 경점이다. 이 대광봉을 기점으로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된다. 20분쯤 내리면 암
릉 길 양쪽에 핸드레일을 설치한 칼바위다. 싱거운 길로 변했다. 뚝뚝 떨어진다. 조금만 가파를만하면 계단을
놓았고 바위에는 발판을 마련했다. 막판에는 사면을 빙 돌아 2등산로 입구다. 고대산 자연휴양림 옆이다. 대로
를 간다.
신탄리역까지 0.7km. 택시를 부르기도 걷기도 어중간한 거리다. 걷는다. 도로 옆의 계곡물은 말랐다. 화장실이
보이면 들러 낯 씻고 그 수돗물이라도 들이키겠는데 보이지 않는다. 대로 옆 캠핑장 잔디밭에 가족끼리 텐트
치고 한쪽에서는 고기 굽고 간이탁자에 여러 음료수 놓고 둘러 앉아 얘기하는 모습이 보는 나도 즐겁다. 그들
에게 다가가 마실 물 동냥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지만 생각뿐이다.
신탄리역. 마침 주민이 있어 열차를 어디서 타는지 물었더니, 열차는 다니지 않고 버스로 대체하였다고 한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고 했는데 달리기 싫은 모양이다. 동두천역 가는 버스가 나온다. 손 흔들어 탄다.
부기) 신탄리역 주변도 상전벽해로 변했다. 음식점을 찾지 못했다. 바로 버스를 타야 했다. 소요산역에서 내릴
것을 종점인 동두천역까지 와버렸다. 소요산역 주변은 맛집이 불야성이었는데 퍽 아쉬웠다. 동두천역 주변은
썰렁했다. 별수 없이 전철 타고 서울로 왔다. 우리 집 근처로 와서 편의점에 들러 오렌지 환타 1병을 사서 단번
에 다 마시고는 곰탕집에 들었다.
23. 금학산
24. 오른쪽 골짜기는 동막골
25. 왼쪽은 지장산, 맨 오른쪽 멀리는 성산
26. 멀리 가운데는 양금산, 중간의 뾰족한 봉우리는 석봉
27. 앞 오른쪽은 석봉, 멀리 가운데는 양금산
28. 오른쪽은 지장산, 왼쪽은 관인봉
29. 멀리 오른쪽은 성산
30. 앞 골짜기는 동막골, 차탄천으로 이어진다
31. 아래 동네는 신탄리
32. 신탄리 남서 뒤쪽의 산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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