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전이 열리기 직전의 자카르타 메리어트 호텔. 베어벡 감독은 프리 매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니다. 우리의 플레이를 그렇게 바꿀 수는 없다.”
베어벡은 저 말을 할 때 마이크에서 떨어져서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거의 사색과도 비슷했다. 베어벡의 저 코멘트는 통역된 것 같지 않았다. 질문을 한 사람은 마이데일리의 김현기 기자였는데, 그는 한국이 예상 가능한 팀이 아니냐고 베어벡에게 물었었다. 그리고 베어벡은 그 말에 동의했었다.
베어벡 감독의 대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아시안컵은 한국 선수들에게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강민수, 염기훈, 최성국 등은 아시안컵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다. 김치우도 좋아 보였고 오범석 역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보였다.
아시안컵은 과연 실패일까?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실패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뛰는 것 가지고는 아시안컵을 우승하기가 벅차다는 사실이다.
그랬다. 다른 나라들이 발전을 이루고 있을 동안 한국은 제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이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2007 아시안컵을 반드시 실패라고는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의 모든 축구팬들은 한국의 약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한국의 약점은 부족한 창의력과 공격에서의 과감성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아시아 전체가 한국의 약점을 파악하게 됐다는 점이다.
토너먼트가 계속되며 수비적인 부분은 개선이 됐다. 미드필더 진영도 점점 강력해졌다. 이라크전의 후반 한 때 나왔던 모습은 대회를 통틀어 가장 좋은 움직임이었다. 축구의 템포도 빨랐고 공격 진영에는 많은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보기 좋은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득점과 연결되는 완벽한 찬스는 나오지 않았다.
수비와 미드필더가 살아난 반면 공격진은 계속해서 헤맬 뿐이었다. 한국은 510분 동안 단 3골을 득점했다. 8강 토너먼트부터는 ‘한국이 단 1골도 넣지 않고도 대회를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해봤지만, 결국에는 이러한 공격력으로는 대회를 우승할 수 없다는 사실만 깨닫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K리그에서는 창조력에 관한 문제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는않는다. 이관우와 같은 K리거들은 경기를 바꿔놓을 수 있는 창의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K리그에서도 득점을 하는 스크라이커는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연장전을 맞는 베어벡 감독은 안정환이나 모따를 머리 속에 떠올리지는 않았을까? 나는 여전히 모따가 대표팀에서 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따가 스스로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는 선수들이 경기하기에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 주며, 선수들에게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다. 대표팀이 함께 모여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한 시스템으로 계속 가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한 시스템을 고집할 때 생기는 문제점은 그 시스템 안에서는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만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가 팀의 움직임을 손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격에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이제는 그러한 것들을 바꿔나가야 할 시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이 맨유 만큼은 아닐지 모르지만, 한국 선수들도 다양한 국제적 경험을 쌓으며 점점 더 세련된 선수들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천수의 경우 26세 밖에 안되었지만 이미 80번에 가까운 A매치를 소화했다. 잉글랜드의 전설 보비 무어도 108번의 대표팀 출장 경력 밖에 갖고 있지 않다. 김두현도 43회의 A매치 경력이 있고, 아직 22살 밖에 안된 김진규도 벌써 38번이나 성인 대표팀 경기에 출장했다. 이런 선수들이 월드컵,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아시안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나는 이들이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정교한 전술을 소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베어벡이 떠나고 안 떠나고를 떠나서, 한국은 이제 좀더 세련되고 지적인 축구를 대표팀에 도입해야만 한다. 물론 다가올 12달 동안은 올림픽 대표팀에 많은 시간이 부여될 것이다. 이 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바로 2010년 월드컵을 뛰어야 할 주인공들이 아닌가? 이들과 함께 한국의 국가대표 축구는 다양한 전술적 유연성에 적응하는 것을 시작해야만 한다.
베어벡은 대표팀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에 대해 수 차례 이야기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한국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열심히 뛰는 축구의 한계는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났다. 이제 가슴보다는 머리를 써서 하는 축구를 구사해야 할 시간이다.
이번 여름에 우리가 본 축구에서는 정교함이 결여되어 있었다. 공을 잡은 선수들이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조재진과 이동국을 향해 크로스를 날려야지’라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이 두 스트라이커는 득점에 실패했으며, 솔직히 말해 득점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사우디의 속공이나 일본의 패스워크는 한국에게 교훈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저러한 경기들을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다. 한국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다양성의 축구를 구사하지 못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
첫댓글 야.. 이거 완전 공감이네요. 진짜 누구 얘기했는지 모르겠는데 김남일의 부재, 해외파의 부재가 악재로 작용한게 컸지만 그래도 아시안컵 4강까지 갔고, 어린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건 매우 좋은일이라고 봅니다. 일본전에서 베어벡이 다음을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앞으로도 베어벡체제로 가는게 더 나아보인다고 보네요.
확실히 경기할수록나아지고있는건 사실이나 가운데 수미중한명의 전진패스 그리고 공미중한명의 창의성이없으면 이전술은 성공할수없다고보는데..김남일이랑 박지성의공백이컸다고생각합니다.
한국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열심히 뛰는 축구의 한계는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났다. 이제 가슴보다는 머리를 써서 하는 축구를 구사해야 할 시간이다 <ㅡ 완전 동감이다
홍코치가 인터뷰에서 기존 감독들과는 달리 베어벡 감독은 선수들에게 생각하는 축구를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죠 .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
그 생각하는 축구가 감독이 지시 한다고 나아지는것이 아니죠 선수들 본인 스스로가 나아지지 않으면 소용 없는겁니다. 생각하는 축구는 어릴때 부터 길들여 놓으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생각보다는 몸이 먼저 나가게 되죠 우리나라가 생각하는 축구를 했다면 결과가 이렇게 되진 않았겠죠
이글을 보면서 오심감독의 말이 와닿네요;; <<오심감독은 나카무라 슌스케(MF·29)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생각하며 뛰는 선수가 무작정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보다 다양한 역할을 완수할 것”이라며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내가 뭐랬어 ㅅㅂ 안정환옵션!!!!!!!!!!!!!!!!!!!!!!!!!!!!!!!!!!!!!!!하긴 베어벡도 어쩔수없었던 선택 포스트플레이
안정환은.. 거의 최악의 폼....
각 경기마다 경기 초반 있었던 몇번의 결정적 찬스 살렸다면 엄청 다른 결과 나왔을거라고 생각함...경기보면서 내 발로 전국 훈련장 돌아다니면서 원샷원킬 능력과 많은 활동량 지닌 킬러 찾아내고 싶은 심정이었음...우리에게 부족한게 무엇인가 알게 된 대회였으므로 남은게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음...중요한 것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모든 축구팬들, 축구인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지금부터 경기볼 때마다 킬러 재능이 있는 선수 눈을 크게 뜨고 발견해 보려함...개인적으로 미드필더들을 좋아해서 그동안 이들에게 많은 관심 보였었는데, 앞으로는 중앙공격수에게 많은 관심 갖을 예정...중앙 수비수도...
열심히 뛴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 ㅋ
똑같다.. 기대심리(이번엔 우승)->실패->이번 대회가 남긴 교훈어쩌고 저쩌고->다시 우승도전->실패->이번 대회가 남긴 교훈어쩌고 저쩌고 ... 언제 우승컵 들어올리지..
독일월드컵 아르헨 감독오면안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