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영국의 인권단체 ‘글로벌 위트니스 Global Witness’가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아프리카 내전의 실상을 폭로했을 때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앙골라·콩고민주공화국 등의 국가들에서는 다이아몬드가 피를 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분쟁 지역 국가들의 무장 세력은 다이아몬드를 무기와 맞바꿔 무장을 강화하고 다이아몬드 밀매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세력을 키워왔다. 다이아몬드는 값이 안정돼 있고 남에게 들키지도 않고도 어디든 쉽게 가지고 갈 수 있으므로 아프리카의 반군들은 무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입할 때 다이아몬드를 지불수단으로 즐겨 이용했다. ‘피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참상의 중심에는 시에라리온이 있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리비아의 가다피 대통령이 후원하는 게릴라 훈련캠프에서 1985년부터 1989년까지 4년간 수학했다. 그는 1989년에 라이베리아민족애국전선 NPFL을 창설했다. 테일러는 오랜 기간 무장 게릴라 활동을 벌인 것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등이 위치한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은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20%가량이 생산된다. 예로부터 이 지역에 내전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다이아몬드 광산이 창출하는 막대한 이권 때문이다. 테일러는 대통령이 된 후 라이베리아보다 훨씬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웃 나라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 광산에 눈독을 들였다. 테일러는 자국의 다이아몬드를 팔아 생긴 돈으로 시에라리온 반군인 혁명연합전선 RUF에게 무기를 지원했다. RUF의 지도자 산토는 테일러와 리비아 군사학교에서 같이 수학하던 사이였다. 테일러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은 RUF는 파죽지세로 시에라리온의 주요 다이아몬드 광산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1991년부터 계속된 시에라리온 내전은 걷잡을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었다. 처음에 다이아몬드는 반군들이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점차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참극이 시작됐다. RUF는 교전 과정에서 반대 진영 주민들의 손목과 발목을 도끼로 자르는 만행을 조직적으로 저질렀다. 그 손으로 현 정부에 투표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농경사회인 아프리카에서 손목이 잘린다는 것은 생계수단을 잃는 것을 의미했다. 소년병 징집도 일상화됐다. 열 살 미만의 아이들이 반군에 납치돼 군사훈련을 받고 교전에 동원됐다. 반군은 겁에 질린 아이들에게 세뇌 교육했고 때로는 마약을 먹였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기가 살던 마을에 총질을 했다. 자기 손으로 부모와 형제를 죽여야 했던 아이들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았다. 돌아갈 곳을 잃은 아이들은 어느새 반군의 일원으로 성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