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출장 길, 차로 가면 구미 제 집에서 편도 140km, 2시간 안 걸릴 거리였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시간이 2배 가까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김영란 법 시행 초기에 두어 차례 말씀드렸습니다만 공단 직원과 출장 가려면 각자 차를 가져가든지, 공단 직원 차에 동승해 가야합니다. 실제 법이 그 정도로 엄격하진 않지만 공단에서 그렇게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슈 발생 소지를 원천봉쇄하려는, 좀 과도한 조치라 생각됩니다만 정해 놓았으니 따를 밖에요. 그 전에는 한 번씩 교대로 운전을 했습니다만 김영란 법 발동 이후 공단 직원이 운전하는 차에 제가 얹혀 다녔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였습니다. 매일 밤 11시까지 격무에 시달리고 주말도 하루 정도는 출근해 일해야 하는 과중한 업무량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저께 함께 간 직원은 피로가 누적되어 이번 감기에 한 달 보름이나 고생을 하고 링거도 몇 번 맞고 휴가도 두어 번 냈답니다. 그러다 보니 대구에선 100km 거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운전이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게지요. KTX 타고 울산역 내려서 소카를 이용해 차를 렌트하여 업체까지 오가기로 했습니다. 힘들면 제 차로 운전해 가자고 권유했으나 워낙 완강하고, 그들의 규정 준수 의지를 알기에 바로 포기했습니다. 그도 불편했겠으나 제 경우 구미역까지 가서 동대구까지 열차 타고 가 만나서 울산까지 열차타고 가서 소카로 업체까지 가야하니 소요되는 시간도, 비용도, 불편함도 컸습니다.
그러나 더 마음 쓰였던 것은, 얼마나 과로에 시달렸으면 45일씩이나 감기가 지속되고 링거 몇 번 맞아도 아직까지 체력이 정상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단 직원 대부분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오죽 했으면 얼마 전 공단 책임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공단 직원들이 ’저녁이 있는 삶‘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주말이 있는 삶‘은 살야야 하지 않겠냐고, 그분도 해결 못할 말씀을 제가 드렸었습니다. 솔직히 이사장도 해결 못할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숨겨둔 신의 직장‘으로 불린 때도 있었습니다만 준정부기관이 되면서 준공무원 신분이 된 이후 일은 늘어났지만 인원수는 그에 준하여 늘리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부를 제외하곤 공무원들 중 이런 격무에 시달리는 분은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준 정부기관, 정부 및 지자체 산하기관 근무자 중 상당수는 유사한 분량의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며칠 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연차적으로 최대 근로시간을 줄여나가게 됩니다. 거기에도 이들은 빠져 있지요.
근로자는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을 말하며, 근로기준법 2항에 따르면 ’근로‘라 함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아울러 말합니다. 그러나 정부, 지자체 산하기관 직원, 공단 직원들은 근로환경, 조건에 있어서는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스스로를 지키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 같기에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부디, 제발 현 정부에서는 표밭만 의식하지 마시고 표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의 ’주말이 있는 삶‘에도 신경 써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저녁이 있는 삶‘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현재의 그들 입장에서는...
그런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저는 너무나 자유롭게, 시간 여유를 갖고 살고 있기에 요즘은 그들 앞에서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장 가는 길에 나누던 주말 보낸 이야기, 여행 간 이야기 따위는 얼마 전부터는 삼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도 있으리라 짐작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가진 시간적 여유는 금전적 여유와 맞바꾼 것이라 할 수도 있으니 제가 전적으로 나은 환경인 건 아니지만요... 어찌되었건, 목소리 내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이들에게도 억누르는 적폐는 많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이를 간과하지 않고, 정치만이 아닌 교육, 문화, 사회 전반적인 적폐 사례를 찾아내어 인적 청산 중심이 아닌 제도 개선에 치중하는 정치를 펼쳤으면 하는 바람은 저만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빨리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삼일절 오전, 낙동강체육공원에서 바람을 찍었습니다. 태풍처럼 세찬 바람에도 억새는 고개를 숙일 뿐 꺾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거센 바람도 사람을 날려버릴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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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의 시작, 결혼. 인생의 마지막 길 죽음. 그 사이에서 즐기는 인생. 어제는 이들을 통하여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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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모셔온 글)===================================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미국 시인 렌터가 쓴 내용과 배경은 다르지만 유사한 내용이 있어 함께 모셨습니다.
유대교 경전 <미드라시>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실려 있다.
고대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 어느 날 궁중의 장인을 불러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스스로 자제할 수 있고,
큰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도록 하라."
반지를 만들어 놓고도 적합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며칠을 고민하던
장인은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솔로몬이 마침내 입을 열어
반지에 새겨 넣을 글귀를 일러주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장인에게 솔로몬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왕이 승리에 도취한 순간 그 글귀를 보면 자만심이 곧 가라앉을 것이고,
절망 중에 그 글귀를 보면 이내 큰 용기를 얻어
항상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부자가 되는 기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