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 4. 6. 토요일.
하늘이 제법 맑다. 날씨도 온화하고.
<아름다운 5060카페> '삶의 이야기방'에 글이 올랐다.
'들길 따라서' 회원님의 글과 사진
(제63712번. 2024. 4. 2.).
제목 : 된장 장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
100% 국산콩과 천일염으로 메주를 만들어
항아리에서 3년간 숙성시킨 재래식 된장입니다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옛날 고향에서 엄마가 끓어주시던
바로 그 집된장 맛입니다
구매자들이 맛있다고 엄지척 하는 맛이니
한번 믿고 구매하시면 만족하게 될 겁니다.
구매방법: 비밀 댓글로 주소, 연락처, 성함 남겨주세요
1kg: 18,600원(배송비 3,000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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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나는 회원들이 올린 글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위 '들길 따라서' 님의 '된장 장사를 하게 된 이유'의 글에 고마워 한다.
나는 위 된장을 보고는 내 글을 검색해서 아래 글을 꺼냈다.
40 ~ 50번 쯤 글 다듬었기에 오늘(2024. 4. 6.)은 어떤 문학협회에 전송했다.
곧 문학지에 수록될 예정이다.
된장 항아리 단지
최윤환
내가 사는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비좁은 아파트 안의 베란다 통로에는 크고 작은 화분이 100개가 있다. 오늘은 화분 수를 헤아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화분 하나를 더 놓기에도 쉽지 않다는 사실에 놀랬다. 추가로 놓을 공간과 면적을 계산하고, 재배치해야만 겨우 공간 하나를 마련할 수 있겠다.
구석에 있는 작은 항아리 단지를 보았다. 토기로 된 뚜껑을 여니 언제 적에 만들어서 보관했지는 몰라도 된장이 말랐다. 항아리를 두 손으로 안아 들고는 거실로 가져가서 아내한테 '이게 어떻게 해 봐'라고 말했다. 나중에 보니 항아리 단지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바깥에 내버린 것이 아닐까?' 염려되어 아내한테 행방을 물으니 "의자 밑에 놔뒀어요"라고 대답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빈 항아리는 시골로 가져가야겠어."
"왜요? 시골에도 잔뜩 있잖아요? 다 버려야 해요."
"아니야. 시골집에 보관하면 훗날 재활용할 수 있어."
"누가요? 당신이? 얘들은 전혀 쓰지 않을 거예요. 당신 나이도 있고..."
음력 섣달 스무사흘이 내 생일이라고 해도 지금은 집나이 일흔두 살이니 제법 나이 많은 세월에 산다. 특히나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고 있기에 평균수명이 10년 정도 더 짧다는 것도 안다. 아내는 남편이 남보다 일찍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평소에도 '사후를 대비해서 사전에 이것저것 정리해 두세요. 자식들이 애를 먹지 않도록요'라고 종주먹 댄다. 맞는 말이기는 하나 나한테는 별로이다.
나는 가난했던 산골 태생이라서 그럴까? 물건을 새로 장만하기보다는 기존의 물품을 아껴 쓰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다른 용도로도 재활용할 수 있을까를 골똘히 따져서 끝까지 다 사용하려고 한다. '다 쓰고 죽자'라는 신념을 지닌 '다쓰족'이다. 예컨대 이렇다. 송파구 잠실 아파트 쓰레기장에 주민이 내버린 화분을 내가 골라서 주워 온다. 또한 뽑아서 내버린 화초도 가져오고, 쏟아낸 화분 흙조차도 긁어서 빈 비닐봉지에 넣어 담아서 아파트 안으로 들여온다. 주워온 화분에, 주워온 흙을 붓고, 주워온 화초를 심고, 내버려야 할 빈 비닐봉지 안에 화분을 집어넣고는 물이 새지 않도록 한다. 이처럼 모든 물품을 끝까지 다 활용하려고 한다.
뽑아서 내버린 화초, 말라서 죽어가는 화초를 거둬서 화분에 심고는 물 줘서 가꾸면 어느덧 식물은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또 식물의 자구(알뿌리), 줄기, 곁순 등을 작은 칼로 살살 빠개여 잘라내고, 포기 나누기를 하여 믈에 담가서 새 뿌리가 나오면 흙에 심는다. 이렇게 했더니만 같은 품종의 화초가 자꾸만 늘어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지방의 꽃박람회 등에서 사 온 화초도 많지만 여러 곳에서 주워서 살려낸 화초도 제법 있다. 재배번식이 성공하면 이따금 남한테도 나눠준다.
이틀 뒤 일요일에 고향집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나들목*으로 빠져나오면 바로 정면에 있는 화망마을로 간다. 시골에서 일하고 싶다. 시골집 바깥마당에 있는 화단, 안마당 화단 속에 있는 온난대성 식물을 울안으로 옮겨야 한다. 늦가을 추위가 시작되는 겨울철에는 식물이 얼어서 죽을 수 있다. 늦가을철, 겨울철에 냉해를 입으면 식물은 쉽게 죽게 마련이기에 온난대성 식물은 조금이라도 일찍이 서울로 가져와야 한다.
서울 아파트 안에는 화분을 올려놓을 빈 공간이 별로 없기에 은근히 걱정이 되지만 별 수 없다. 거실 안에라도 화분을 옮겨야겠다.
아파트 안에는 중간 크기의 항아리(장독, 옹기, 단지)*가 있다. 1978년 3월 초에 결혼했고, 1978년 5월 5일에 아내가 내 시골집에서 트럭으로 짐을 실어서 서울로 운반할 때 함께 싣고 온 항아리이다. 갓 결혼해서 새댁인 아내가 아파트 안에서 된장 간장 등을 직접 만들어서 먹었기에 항아리·장독 등이 필요로 했다. 2019년 지금에는 그런 생활용품 도구가 없어도 재래사장에 나가면 된장 등 완제품을 쉽게 살 수 있다.
이제는 별 소용이 없는 항아리 등이 아파트 한 구석을 차지하기에 언제 기회가 되면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서 시골집으로 도로 가져가야겠다. 아내는 지청구를 또 할 것이다.
"그거 시골로 가져가면 누가 쓴대요?"
내 시골집 나한테는 고향집이지만 아내와 자식 네 명한테는 전혀 아니다. 자식들은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태어났고, 잠실에서 자랐고, 잠실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이들의 고향은 잠실이 고향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서해안의 산 고라당에 있는 시골집은 그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다. 구질거리고 낡은 농가에 불과하다.
내 고향 화망마을은 사방이 낮은 산으로 둘러싸였다. 갯바람이 넘어오는 서편 산자락 하단에 있다. 현지 마을사람이 자꾸만 줄어드는 한적한 마을이기에 늙은이들만 살다가 하나 둘 세상을 떠날수록 마을 분위기가 더욱 쓸쓸하고 허전하다.
내 집 위·아래의 집도 비었다. 내 어머니가 만나이 95살로 돌아가신 뒤 나 혼자 살기가 뭐해서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서 살기 시작했다. 내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외지 사람들이 어쩌다가 하나씩 들어오지만 나하고는 왕래가 없기에 외지인의 얼굴조차도 모른다. 외지인이 마을로 들어와서 새 집을 짓지만 지금껏 수십 년 동안 서너 집에 불과하다.
여든 살을 지나고 아흔 살을 넘긴 늙은 어머니가 혼자서 살 때다. 우리 집에 있던 민속품들은 많이 없어졌다. 시골집 뒤켠, 창고 등에 있던 살림살이 물품들이 알게 모르게 사라졌다. 낡아서 부서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민속품 수집상들이 울안에 들어와서는 몰래 슬쩍 집어갔다. 이들은 남의 물건을 몰래 훔쳐가는 날도둑놈들이다.
이제는 녹이 슨 헌 농기구들이나 조금 남아 있다. 특히나 깨지고 금이 가서 사용할 수도 없는 항아리·단지들이 뒤켠, 안창고 안에 조금만 남았다. 이제는 장식용품으로도 사용하지 못할 만큼의 폐품 쓰레기 직전의 잡동사니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내 고향집은 나 혼자만 기억할 뿐이다. 내 아내한테는 남편의 고향집인 낡은 함석집이 무슨 가치가 있으랴. 서울이 고향인 내 자식들한테도 아버지의 옛집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나도 늙어서 자꾸만 등허리가 굽고, 쇠약해지는 세월에 와 있다. 조만간 세상을 떠나면 내 고향집은 어찌 됄까? 아마도 빈 집마저도 비바람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세간살이와 농기구도 깨지고, 녹이 슬어서 자연스럽게 생활폐품으로 처리될 것이다. 폐품쓰레기 처리업자를 불러서 내버려야 할 만큼의 폐자재 쓰레기가 많다. 처리비용이나 많이 들어갈 것이다.
이런 현실인데도 나는 서울 아파트 안에서 있는 항아리 단지, 활용가치가 거의 없는 장독 단지를 시골로 가져가려고 한다. 공간이 비좁은 아파트 실내에서 있는 물건, 부피가 크고 무게가 나가는 생활용품을 쓰레기장에 버리면 그게 다 처리비용이 든다. 지갑 두께나 얇은 나한테는 그저 이런 잡동사니는 시골로 내려갈 적마다 운반해서 시골집 바깥이나 창고 안에 놔두려고 한다. 먼 훗날 재활용품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새로운 물건보다는 헌 물건을 더 소중히 여기고 싶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용도로 쓸 수 있나 하고는 이모저모를 생각한다. 때로는 전혀 엉뚱한 용도로도 재활용할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요즘 나는 하루에 한 알 또는 한 개 반 정도로 가을 과일인 감을 먹는다. 당뇨병 환자인데도 단맛을 즐기려고 홍시(紅柹), 단감을 먹는다. 이들의 씨를 조금 모았다가 나중에 시골로 가져가서 텃밭에 묻어 심으면 감씨가 싹터서 또 하나의 돌감나무가 될 수 있다. 돌감, 산감(고추감), 뜰감보다 더 작은 고염도 있다. 돌감나무에 감나무 어린 묘목을 접목하면 자잘한 열매인 고염*이 열리는 경우도 있다. 한 알의 감씨 속에는 다양한 유전자가 섞여 있다.
이처럼 나는 헌 물건 저장강박증이 있어서 늘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2019. 11. 15. 금요일.
*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나들목 :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에 위치
* 장독대(醬독臺) : 장독 따위를 놓아두려고 만든 약간 높직한 곳
장독(醬독) : 간장이나 된장 따위를 담그거나 담아 두는 독
옹기(甕器) :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통틀어 이르는 말
항아리 : 아가리가 좁고 배가 부른 질그릇의 한 가지
단지 : 배가 부르고 목이 짧은, 작은 항아리의 하나
* 고염 : 감과 비슷하나 훨씬 작고 갸름하며, 검붉고 달면서도 좀 떫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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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등 어색한 부분이 보이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책에 내는 글은 깔끔해야 되니까요.
부탁합니다.
2024. 4. 6. 토요일. 최윤환 올림.
첫댓글 잘 봤습니다, 저장강박증은 참 고치기 힘든 생활습관병입니다. 이제는 연세가 있으시니 과감히 버리셔야 합니다. 아파트는 버려야만 깨끗해지니 버릴수록 집안은 달라집니다.
글 읽으셨군요.
고맙습니다.
저는 저장강박증에 걸렸습니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으니... 모든 물건을 재활용하려고 하고, 뒤집어서 반대로 엉뚱하게 활용할까를 생각하지요.
자연스럽게 폐품이 쌓이고.....
적당한 소비가 있어야 생산업체는 새롭게 연구해서 생산하고, 유통업자는 팔아야 하고...
소비의 재생산이 이뤄져야만 경제력이 활성화되겠지요. 환경도 깔끔하고, 공간도 널널해지고....
님의 조언에 '고맙습니다'라며 꾸벅 인사 올립니다.
이 카페에서 올리는 글도 그렀지요.
빠르게 글 쓴 뒤에 하나를 골라서 더 다듬어서, 문학지에 올리는 버릇도 저장강박증의 한 방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