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악전고투…. 감우성(33)은 배우가 평생에 걸쳐 치를 만한 일을 ‘알 포인트’와 ‘거미숲’으로 다 겪은 듯했다. ‘알 포인트’(감독 공수창)는 지난 20일에 개봉돼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전쟁공포, ‘거미숲’(송일곤)은 미스터리로 다음달 3일 개봉된다.
두 영화에서 맡은 배역이 의문스런 지역으로 떠난 비극적인 인물. ‘알 포인트’에선 전우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급조한 분대의 소대장, ‘거미숲’에서는 유령이 나온다는 숲을 취재하는 방송사 다큐멘터리 PD이다. 모두 연기를 하는 데 만만찮은 내공을 필요로 하는 인물이다.
영화 데뷔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이어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해 보인 감우성은 질문마다 남다른 사연이 있는 극중 인물의 무표정한 낯빛으로 대답했다. “인물의 사연이 깊을수록 연기하는 게 재밌다”고, “깊은 내용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두 영화는 독특한 소재와 설정 등 공통점이 많지만 선택한 동기는 달랐다. ‘알 포인트’는 강도높은 상업영화, ‘거미숲’은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예술영화라는 데 끌렸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그는 그간 받은 작품과 구분되는 확연한 차별성과 압도적 완성도에 끌려 즉각 화답을 보냈다. 하지만 완성작을 내놓는 데 ‘알 포인트’는 햇수로 3년, ‘거미숲’은 1년이 걸렸다.
그런 데에다 상영 기간이 겹치고 말았다. ‘알 포인트’ 개봉 시기는 원래 지난해 여름. 감독이 바뀌고, 제작이 취소됐다 재개되고, 시나리오 수정, 캄보디아 현지 사정 등으로 늦어졌다. ‘알 포인트’보다 먼저 촬영을 끝낸 ‘거미숲’은 지난 4월에서 7월로, 그리고 9월로 연기되면서 개봉 간격이 3주로 좁혀졌다.
그러나 그의 표정이 밝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특히 ‘알 포인트’를 아쉬워했다. “신형 자동차를 잘 만들어놓고 마지막에 타이어를 잘못 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일례로 ‘알 포인트’는 도입부에 대규모 전투장면이 설정돼 있었다. 제작진은 홍콩에서 이 장면 촬영에 필요한 무기·탄약을 대량 구입했다. 그런데 찍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시청각적 오락성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그가 맡은 소대장의 캐릭터에 대한 배경설명도 불충해졌다. “관객들의 반응이 좋을수록 더욱 아쉽다”는 그의 말에 수긍이 갔다. 원안대로 차질없이 찍었다면 또 하나의 대박영화가 탄생했을 듯했다.
영화사의 사정으로 제작이 지연돼 그는 ‘알 포인트’를 외면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진행문제로 놓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영화여서 오기가 발동했다”면서 “한번 인연을 맺은 만큼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느라 그는 캄보디아 현지 촬영중 큰일을 치를 뻔했다. A형 급성감염 등에 걸려 서있기도 힘든 상태에서 촬영을 강행, 실려나오기 일쑤였다. 간 수치가 정상의 300배를 치솟고 쓸개가 부어 위를 밀어낼 지경에 이르러 한국으로 이송된 그는 절대안정에 촬영불가라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10일 뒤 현지로 날아갔다.
그는 “어떻게든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것은 안중에 없었다”고 했다. 이 말에 촬영장과 병상에서 사력을 다하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절로 교차됐다.
그는 영화에 주력할 참이다. “평범한 인물을 하면 배우로서 발전이 없고 관객과의 교감도 약하다”며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관객들에게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배우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진인사대천명, 고진감래…. 큰 배우로 커가는 감우성과 헤어진 뒤 떠오른 말이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나두 영화 를 보면서 살고 싶다
^^*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