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보아도
몇 날 포도(鋪道) 위를 달리다 이제 들려보니
봄이 여기에 와 있구려
바야흐로 온 누리에 꽉 찬 게 봄뿐인듯하오
섬진강변의 하얀 매화단지
지리산 자락의 노란 산수유마을
남원 골의 소리 한마당
곰소나루의 질펀한 갯벌
정신없이 여기저기 내달려보았다오
마치 가는 곳마다 봄이 따라와 벗하자 하는 듯 구려
어머님을 여의고는 멍하여
무어라 정리할 수 없는 혼란뿐이라오
수의(壽衣)에 덮인 어머님의 얼굴을 대하고 돌아서면서
아쉬움이 엄습함을 금할 수 없었다오
인생은 유한한 것
체념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는가 보오
보고 싶다네
보고 싶다네
한 번 더 보고 싶다네
보면 무얼 하나
이내
돌아서야 할 걸
차라리 풀밭에 뒤나 보러 가지
별빛에 눈을 맞추고 힘이나 주면
시원하기나 할 테지. / 어머님을 여의던 해에
해를 건너 띄어 다시 이어지는 해
겨울을 건너 띄어 다시 봄이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또 돌아 올 겨울은 겨울대로 바라만 보아도 좋을 일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일이 그렇고
포근한 자연을 바라보는 일이 그렇고
그 잔영(殘影) 만이라도 바라보는 일이 그렇다
어머님 품에 안겨 올려다 뵈는 눈동자를 바라보던 모습은
얼마나 따뜻했던 기억인가
여름이랄 것도 없이 가을이랄 것도 없이
자연의 품에 안겨 쏟아지는 별빛을 올려다보던 기억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던 추억인가
바라보는 것만으로 흐뭇하다면 무얼 더 바라겠는가
이 화창한 봄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껴볼 일이다
바라보노라면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마주한 사람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나간 추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흐뭇하다면 무얼 더 바라겠는가
툭툭 터지는 이 찬란한 봄의 소릴 듣는 것으로
행복을 느껴볼 일이다
소리를 듣노라면 가만히 들여다보며 더듬어보게 된다
아름다운 소리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 모습은 어찌 생긴 것인지
가만히 몸을 낮추어 봄의 속살도 매만져보며
행복을 느껴볼 일이다
가을은 가을로 즐길 일이고 겨울은 겨울로 즐길 일이요
이 화창한 봄은 봄으로만 즐길 일이다
비록 바라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해도
그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해도
쓰다듬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해도
이 슬프도록 화창한 봄을
다른 것과 스와핑(Swapping) 하진 않으리라
봄나들이 길
아직 서성대는 꽃샘추위가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봄
바라만 보아도 좋을 사람이 있으니
이젠 누구에게 바라만 보아도 좋을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만 해도 즐거울 일이다
머잖아 뚝뚝 떨어져 내려
비록 눈앞에서 모두 사라진다 해도
가슴속에 물결로 남아 출렁댈 일 있으매
바로 그것이었다고 두 손 꼭 잡아보는
먼 기억이 있으매 즐거울 일이다
개나리꽃울타리 안에 목련은 피었다 지고
목련 그늘 아래 민들레 꽃다지 노랗게 피고 지면
벚꽃은 또 피었다 지려니
찬란한 순간들을 눈에 꼭꼭 담아두었다가
가슴 안으로 차곡차곡 쌓아둘 일이다.
* 스와핑(Swapping) : 물물교환
석촌호반에서 벚꽃 맞이하고 강릉 경포호반으로 달려갔다
봄이 올라오는 속도가 하루에 대략 30킬로라니
서울과 위도가 비슷한 그곳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으려니, 생각했지만
아직은 냉랭한 분위기였다
아마도 설악에서 내려오는 찬기류와 해풍때문이던지..
강릉은 예로부터 海水로 굳히는 초당두부가 유명하다기에
점심은 그것으로 때우고 낙산사 의상대로 달려갔지만
봄인지라 상춘객들은 모두 꽃따라 갔는지
의상대 뒤뜰의 長松 홀로 멀리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기에
나도 절벽 아래 홍련암을 내려다보다 圓通寶殿을 찾아갔다.
봄이여!
나는 이렇게 보기에, 바라보기에 행복하여라.
첫댓글
봄 맞이,
봄 마중,
모두 설렘이지요.
길손을 맞듯이
반가운 맘으로
꽃구경도 하고
님구경도 하지요.
꽃비가
내리기 전에...
맘이 급해서
남도로도 가고
동해안으로도 가고...
매화, 홍매화, 산수유, 개나리,
참꽃, 진달래, 목련화, 라일락,
봄이 오는 차례로
꽃이 오는 차례로
봄맞이
꽃마중에 들썩 거립니다.
바위 바로 밑은 비취 물빛
저 멀리 바다는 쪽빛 물빛
바라만 보아도 좋을 봄 바다
경포대가 선합니다.
호사다마라니
가는 길 오는 길 조심스럽기도 하데요.
양양 의상대로군요. 석촌님 봄맞이 잘 하세요
네에 고마워요.
그저 바라만 보아도 행복한 봄.
사방천지가 봄꽃인데, 꽃을 보아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건
분명 병을 앓고 있다는 시그널이지요.
공황장애가 재발해서
신경정신과 약을 먹으니 살 것 같습니다.
부디 건강해서
이 봄이 찬란한 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석촌 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러시군요.
어서 낫길 바랍니다.
봄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읽는 동안 바라만 보아도 좋은
봄에 봄향기에 푹 젖었습니다.
낙산사가 화마에 여러번 변을
당했어도 홍련암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여전해 보입니다.
맞아요, 동해만이 여전한 것 같습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이렇게 자연은 아무 말없이
우리들 곁을 소리없이 찾아 주는데..
봄 날씨같이 따스하기만 했던
어머니의 품은 아련하기만 합니다.
눈물겹게 사무치는 사모곡입니다.
봄이여 바라 보기에 행복하여라..
석촌님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세월이 가도 어머님은 어머님인 것 같습니다.
홍련암은 출퇴근길처럼 붐비는데요.
한산 한걸보니 모두들 꽃구경 갔나봐요.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 바야흐로 넘넘
좋은 계절이 우리에게 드디어 왔어요.
봄맞이 낙산사에 가신 선배님 멋있으세요.
그렇데요.
봄엔 꽃인 모양입니다.ㅎ
바라만 봐도 너무나 좋은 봄입니다. 근데 그 시절이 너무나 짧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좋은 시절이 짧은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화무십일홍은 인생을 두고 한 말인 것 같아요.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감동이 차오릅니다.
세상의 울긋불긋한 꽃들이 일시에 핀 것처럼
동화나라에 있는듯 해요.
바라만 보아도 황홀한 봄이 참 좋습니다.
요즘 참 좋은 때지요.
많이 즐기세요.
상큼한 봄바람이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바다의 향이 속을 풀어주는 듯한
즐거운 봄맞이 여행을
다녀 오셨으리라 느껴집니다.
이제 들어갈 채비도 해야겠지요.
수필방에서라도 모임을 주선해볼까, 하다가 실기했네요.
@석촌 토요일 낮시간에는 일이 있었기에
골드훅 친구의 부름에 같이 하지 못했음을
이해바랍니다..
@서글이 그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