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편의점 / 이숨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편의점에 가면
구름을 찢고 나오는 물고기와 양과 생필품이 있습니다
바코드에 찍힌 사물들이 팔려나가고
새로운 구름 품목들이 입고되는데
신선도 유지를 위해
시간은 입맞춤을 서슴지 않고 합니다
질서 있게 놓인 사물들
착하게 사는 아르바이트생의 늦은 점심에
유효기간 지난 김밥이 은유처럼 놓여있습니다
뜬구름이 흘러가도
오빠는 희망을 붙잡을 겁니다
구름의 감정을 바코드처럼 읽으면
측정 불가능한 꿈을 키울 겁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오빠의 방향키
성공의 키워드가 캄캄하지만
막막한 구름의 방향까지 읽을 겁니다
구름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먹구름도 요령껏 잘 다스리면 됩니다
그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오빠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구름 편의점에 갑니다
현실을 찢고 나오는 맑은 날을 꼭 보고 말 것입니다
- <시와 사람> 2022년 가을호
* 이숨 시인(본명 이영숙)
1967년 전남 장흥 출생,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 상담학박사, 경희사이버대학원 미디어문창과 재학 중
2018년 <착각의 시학> 등단
시집 『구름 아나키스트』
제7회 등대문학상(2018), 제1회 남명문학 우수상(2020) 수상
시치료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