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번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꼈던 수업은 바로 ‘정치’였습니다. 평소 제가 알고 있던 정치는 주로 정치인들이 좌파와 우파로 나뉘면서 싸우고, 이렇게 싸우는 이유는 그들의 서로 추구하는 정치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저는 제가 알고 익숙하게 느꼈던 정치에 대해 정말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라다트의 정치스펙트럼’을 보면 정치는 단순히 진보면 좌파, 보수면 우파로 단순하게 구분되는 게 아니라 진보 중에서도 이보다 더 진보면 급진주의로, 보수 중에서도 더 보수면 반동주의로 나뉜다는 것을 보고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정치에 대해서 낯설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제가 그동안 알고, 전부라고 생각했던 정치는 그저 정치라는 커다란 내용 중 파편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깨달음은 정말 신선하였지만, 제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깨지고, 제가 알던 정보 말고, 새로운 정보를 배우는 것은 정말 낯설면서도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진보보다 더 진보인 급진주의자(=Radiacal)과 보수보다 더 보수인 반동주의자(=Reactionary)가 서로 완전한 반대 측에 있기에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과 원하고, 추구하는 정치 방향 등 모든 것이 정반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서로 정반대에 있는 급진주의자와 반동주의자들은 사실 사회현상에 대해 극단적인 불만을 느껴, 이에 대한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 같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서로 정반대에 있으면서도 현재에 사회 체제에 불만을 느끼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같으니 어쩌면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 체제의 대한 입장이 그렇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급진주의자들은 현재의 사회 체제가 문제가 있다고 느껴 즉각적이고, 근본적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데 반면, 반동주의자들은 급진주의자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사회 체제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같지만, 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기존 질서로 회귀하기를 원하는 정말 정반대인 입장이어서 놀랐습니다.
특히, 반동주의자의 기존 질서의 회귀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은 경악스러웠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날의 정치는 과거의 잘못된 정치를 토대로 조금씩 고쳐 이룬 정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과거의 정치 체제로 회귀를 원하는 반동주의자들의 입장이 납득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파들이 정치 체제의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알았지만, 과거의 질서로 회귀를 바란다니 정말 엄청난 보수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바라다트의 정치스펙트럼’은 제가 익숙하게 느끼고, 생각했던 ‘정치’에 대해 한순간에 낯설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바라다트의 정치스펙트럼’은 저한테 정치뿐만 아니라 저 자신이 생각했던 저에 대해서도 낯설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평상시 우리나라의 정치 체제가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모자라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진국의 정치 체제 일부를 본받고, 그 정치 체제를 우리나라에 맞게 변형하여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우리나라 정치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저는 온건주의자들이 급진과 보수의 중간이니까 변화를 추구하지만, 우파의 의견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기 때문에 기존 질서를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자는 주의라고 생각했기에 저는 온건주의자 입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들어보니 온건주의자는 기존 질서체제 안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바라지만, 현재 체제에 대해 불만이 딱히 없고 변화를 싫어하는 입장으로 저랑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보니 저랑 입장이 완전 달랐습니다. 오히려 생각해보지도 않던, 진보주의의 주장과 더 일치했습니다. 이를 새롭게 알게 된 후, 저는 그동안 저 자신에 대해서 확신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제가 잘 몰라서 진짜 같은 거짓에 갇혀있었다는 사실에 익숙함에 벗어나 저 자신의 모습마저 낯설다고 느꼈습니다.
첫댓글 바라다트의 정치스팩트럼으로 많은 생각을 했군요. 현실 정치에 익숙한 우리는 사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각각의 정치적 태도에 대해 적대감을 느낍니다. 이것은 정치이데올로기라고 하는 것이 피아를 구분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반동과 급진이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진보 또는 빨갱이라고까지 생각했던 정파가 사실상은 보수와 동일한 부분도 있답니다. 현대사회는 정치에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치에 무관심하면 안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