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빠가 그럴 리 없어요.”
1990년대 우리나라 가요계를 휩쓸며 ‘문화 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서태지(본명 정현철). 그를 사랑한 많은 여성 팬들은 이달 21일 오후 충격에 휩싸였다. 서 씨가 탤런트 이지아(본명 김지아) 씨와 이혼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서 씨의 오랜 팬이라는 김예린(압구정동, 29세)씨는 “소식을 접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면서 “오빠가 직접 말하기 전에는 믿기 싫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神)’적인 존재로 여겨지던 그도 사랑 앞에선 한낱 사람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사람의 뇌는 우리가 조종할 수 없는 호르몬 분비로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또 사랑에 빠지게 한다. 1993년 처음 만난 서 씨와 이 씨. 당시 그들의 뇌에서도 ‘사랑의 과학’ 일어났을까. 그들의 만남에서 결별까지를 과학의 눈으로 재구성해봤다.
●한 눈에 반하는 시간 0.2초서 씨와 이 씨가 1993년 미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두 사람의 뇌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인 0.2초 만에 기쁨을 느끼는 호르몬이 분비됐을 것이다. 도파민과 옥시토신, 아드레날린, 바소프레신 등이 뿜어져 나왔고 50초 뒤 둘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수 있다.
미국 시러스큐대와 웨스트버지니아대 공동 연구진은 “사랑에 빠질 때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시간은 0.2초”라며 “자신이 사랑에 빠진 것을 인식하는데 50초가 걸린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작년 10월 25일 ‘성의학저널’에 게재됐다.
두 사람이 만나기 시작한 초반, 뇌에서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증가했을 것이다. 페닐에틸아민은 마약과 같은 성분으로 사람에게 흥분감과 충동감을 유발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는 시간이다.
●페닐에틸아민으로 4년, 옥시토신으로 영원히그들의 관계가 소원해 진 건 언제 부터일까. 과학자들은 페닐에틸아민의 효력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페닐에틸아민이 더 이상 뇌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시기는 만난 지 3~4년이 지났을 때 부터다. 그때부터 뇌는 상대방의 단점을 발견하고 더 이상 이 사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상명대 생물학과 이성호 교수는 “사랑을 할 때 분비되는 물질은 마약과 같아 시간이 지나면 같은 양이 분비된다 하더라도 점점 반응이 둔감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행히 두 사람은 이 고비를 넘기고 1997년 결혼식을 올렸다. 페닐에틸아민 이후에 분비되는 ‘옥시토신’의 영향으로 사랑이 한 단계 발전한 것이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평온한 느낌으로 상대를 대하게 된다. 옥시토신은 엄마가 갓난아기를 안고 젖을 물릴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편안함과 함께 깊은 사랑을 찾는다. 두 사람의 눈을 덮고 있던 콩깍지는 없어졌지만 서로의 존재에서 안정감을 찾은 셈이다.
●여성의 목소리는 해독하기 어려워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찾아오는 법이다. 별 것 아닌 일로 다투며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
영국 셰필드대 인지학 연구소 마이클 헌터 박사팀은 남성 12명에게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를 각각 들려주면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에 참가한 남성들은 남성의 목소리는 쉽게 해독했지만 여성의 목소리는 음악을 들을 때 작용하는 뇌의 청각기관에서 힘들게 해독하는 것으로 나타나다.
헌터 박사는 “여성 목소리의 음파는 남성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2005년 뇌 전문 학술지 ‘뉴로이미지’에 게재됐다.
●오래 지속되는 사랑…이유 있다서 씨와 이 씨의 사랑은 끝이 났지만 이 씨는 현재 배우 정우성 씨와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들 '새로운 연인'의 관계는 얼마나 지속될까. 최근 이들의 사랑이 영원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스토니부룩대 심리학과 비앙카 아세베도 박사는 사랑에 빠진 사람과 20년 넘게 함께 살면서도 강한 사랑을 느끼는 사람의 뇌를 관찰했다. 실험에 참가한 두 그룹에게 연인의 사진을 보여주자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 뇌의 ‘북축피개’가 큰 반응을 보였다.
아세베도 박사는 “오랫동안 사랑하기 위해서는 북측피개가 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사회인식과 영향신경과학’ 온라인판 1월 5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