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 김성신
신도림역에 두고 온 나를 찾으러왔어요
깜박깜박 자주 멈췄고 때때로 잊었습니다
머쓱한 미소를 짓는 사이 멀어지고 있더군요
잘 사는 게 뭔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살아지더라고요
손에 들린 것이 약속인 것을 그제야 눈치챘어요
낯선 틈에서 잔뇨감이 뒤뚱뒤뚱 따라왔지요
역 바닥을 구르고 주저앉고 헤매다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자리에 붙박이로 남아
발 없는 발이, 얼굴 없는 얼굴이,
당신의 부재한 어깨 위에서 잠을 청하더군요
햇빛도 소음이어서 그늘만 졸졸 따라다녔지요
얼굴을 뒤집으면 모르는 사람이 나와
환승을 잊지 않기 위해 환생을 주문으로 욉니다
개찰구를 통과하면 긴 복도의 속주름이 접혀있고
나를 따라온 당신의 바깥은
역광인지, 역풍인지, 눈을 뜰 수가 없었지요
돌림노래는 시작과 끝을 녹여서 제자리로 돌려놓았죠
나는 아직 달리고 당신은 멀어지고 슬픔은 실패가 없지요
부재는 소문의 가장자리에 있어 늘 만석이죠
더부룩한 배를 걷어차며 있는 힘껏 속력을 끌어올리는
당신이라는 기차
환승역은 오늘도 멈추질 않아요
언젠가 돌아간 당신의 태아가 배냇짓을 합니다
씹다 만 문장이 어른거리고
내 이마는 얼룩진 식탁보
모직 스커트에서 빠져나온 바람을 모아
나마스떼 나마스떼
신도림, 한 움큼의 머리칼들이 우르르 빠져나와
표정 없이 긴 줄로 휘날리고 있습니다
ㅡ 계간 『시와사람』 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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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신 시인
1964년 전남 장흥 출생. 원광대 한문교육학과 졸업.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201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16년 원주 생명문학상, 2016년 용아 박용철 전국 백일장 차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