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시간 : 2시간 10분(?)
*주의 : 최고 혹은 최악. 당신은 2,000년의 세월이 길다고 생각하는지.....
(글이 좀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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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탠리 큐브릭 - 잔혹한 현실을 냉정한 시선으로 객관, 혹은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프로페셔널 활동사진 작가.
2. 스티븐 스필버그 - 헐리웃 공식의 살아 있는 전설.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외치는 낭만주의, 아동보호주의 사상영화의 거두.
우선,
큐브릭의 영화를 단 한번이라도 봐둘 필요가 있다.
'아이즈 와이드 셧'은 선정성을 집중 홍보, 왜곡시킨 바가 있다.
그러나 그의 영화는 지극히 어렵다.(사진작가 출신답게 동영상마저도 압축적이다)
아직도, 혹은 영원히 국내 상영 금지작인 '클락 웤 오렌지'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영화는 상당히 냉소적이며 세밀하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닥터 스트레인지 러브''풀 메탈 쟈켓'등의 영화들은 모두, 작가라는 수 많은 군상들(가짜가 훨씬 많지만.....)의 가장 원초적인 의문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차갑기 그지없다. 도저히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영화들이다.
그가 죽었을때, 많은 영화인들이 애도의 뜻을 표한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기원(스페이스 오딧세이)과 그 투쟁의 역사(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풀 메탈 쟈켓),성욕을 통해 본 인간의 심리(클락 웤 오렌지, 아이즈 와이드 셧)......
큐브릭의 행보를 보자면 당연히 인간 존재의 이유를 미래와 연결해 보이고 싶었음에 틀림없다.그것이 바로 기획단계로만 남겨진 'A.I'이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스필버그였을까?
말년에 죽음을 앞두고 나서야 해피엔딩을 보고 싶었을까? (완성된 기획이었다면 말이다)
마치 말년에야 학설을 대중에게 인정받고 그 저서의 인세로 인해 부자가 된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하고 싶었던걸까??
스필버그는 영화 전반에 걸쳐 큐브릭의 이미지를 살리려고 무척이나 노력한듯 하다. 조명이나 앵글, 세트와 소품의 구성들이 스필버그의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다.
실례로, E.T에서의 달은 동심과 자유로의 회귀와 같은 이미지로 쓰였고,
드림웤스의 로고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A.I에서의 달은 인간의 배타성과 잔인한 우월주의를 의미한다.
스필버그에 있어서는 상당한 결심이었을듯 하다. 아마도 스필버그는 큐브릭에게 영화의 바통을 넘겨받는 순간, 많은 고민을 했을것이다.
꿈은 꿈으로 아름답다는 그에게 있어 큐브릭은 너무도 분석적이며 냉소적이었을테니까.
궁합이 맞을리 없는 두 거장의 사생아같은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스필버그식 결말로 인해(대부분의 관객들이 뒤로 갈수록 질질 끌어댄다고 징징대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해피 엔딩을 맞이하지만, 과연 인간은 무엇으로 존엄성을 부여받는가 하는 의문은 내게 만흥ㄴ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것은 '리들리 스코트'의 '블레이드 러너'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절감하고 있겠지만 '할리 조엘 오스몬드'의 연기는 거의 천재적이다.(적어도 내겐 그렇게 보였다) 아마도 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지 않을까 싶다.(타면 좋겠다)
인조인간이라고는 하지만, 로드무비형식을 취하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연기는 절대적으로 극의 흐름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할리'의 연기는 흠잡을곳이 없다. 징그러울정도로 놀라울 연기에 몇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지골로 죠'역의 '쥬드 로'가 보여준 절제된 표정연기도 나무랄데 없다.
하지만 감정의 절제가 미덕이 되어버린 지금, 어쩌면 우린 A.I에 나오는 인조인간과 별로 다를게 없다는 생각도 든다.
큐브릭이 직접 감독했더라면 좀 더 잔혹하면서도 시니컬한, 그러면서도 희화되고 과장된 영상을 볼 수 있었을것이다.
좀 더 잔인하게 버림받았을것이며, 더욱 잔인하게 파괴되었을것이며, 좀 더 자극적인 섹스씬(인간으로선 불가능한, 그러나 익숙해진)이 있었을것이다. 그리고 성인보다 잔인한, 절제가 없는 영악한 동심의 실체를 목격했을것이다. (아이가 무사히 성인세계에 입성하기 위해선 전 세대보다 더욱 영악하며 배타적일수밖에 없음을 그들은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많은 관객들이 엄청난 홍보와 스필버그의 이름을 보고 영화관을 찾는듯 하다.
그러나 A.I는 큐브릭의 영화다. 스필버그도 자신보다 먼저 간 거장에게 자신이 할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를 표했고.
그렇기에 'A.I'에서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감동을 기대하는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게다가 후반부의 2,000년의 도약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키기엔 힘들듯 하다.
어떻게든 희망적인 미래상으로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보상받고싶은것이 인지상정일테니까.
게다가 2,000년이란 시간을 상상하기엔 인간의 삶과 인류의 역사가 너무 짧다. 약, 100여년간의 격변이 한민족의 모든 재산이라 믿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에겐 더욱 씨도 안먹힐것이 틀림없다.
우스갯 소리중에,
[일본의 수상이 중국의 서기장에게 일본의 발전상을 보이며 자랑을 했다.
수상 왈,'중국이 과연 일본을 따라잡을 날이 있을까요?'
그러자 서기장은 두손가락을 세워 일본수상에게 보여줬다.
수상 왈, '20년이라구요? 허어, 어림도 없을텐데......'
그러자 서기장이 입을 열었단다.
'200년이오. 200년정도면 일본쯤은 따라잡고도 남을거요.'
200년이면 우리가 배운 세계사책의 한페이지도 못되는 시간이다.
2,000년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어떤 분야든, 거인들에게 있어서의 시간이란 우리 일반인들보다 그 스케일이 클수밖에 없다.
고작해야 일, 이십년정도가 상상의 범위 전부인 범인들이(그나마도 크다) 거장의 광범위한 상상력을 가지고 '말도 안돼!'라고 할수는 없다.
그것은 예수에게 돌을 던진 자들이나, 단군상을 부수러 다니는 자들과 다를바가 없는것이다.
'한비의 작은 영화관' 역시 주관적일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사람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자는 취지는 전혀 없다.
이 글들은 단지 내가 보고 들으며 느낀 개인의 감상일뿐이다. 모두가 같을순 없다.
그러나 적어도 돈을 내고, 시간을 할애하며 다리품을 팔아 영화를 보러 간다면 기꺼이 즐거워야 한다.
영화는 만든이의 입체적인 웅변이며 표현이다. 거기에 응했다면 잘 보고 듣자.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