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즈니를 지나 아래로 좀 더 내려가자 조지아 국경이 나왔다.
러시아에서 조지아로 입국하려는 차량의 행렬이 엄청나게 길었다.
두 시간을 넘게 기다려 조지아에 입국했다.
이곳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그 동안은 끝없는 평원과 해바라기 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조지아에 들어서니 험준한 산과 그 산과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한참을 달려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에 도착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바다로 가기 위해 서쪽을 향해 달렸다.
해가 질 무렵 흑해의 도시 ‘바투미’에 닿았다.
해수욕장 바로 앞에 숙소를 잡은 뒤 바다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런데 흑해의 염도가 여느 바다보다 낮아서 그런지 물이 사람을 끌어 당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흑해의 바닷물은 피부에 좋으며 특히 아토피를 진정시켜 주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바투미’에서 40km만 가면 터키 국경이었다.
펼쳐지는 풍광을 감상하며 터키에 도착했다.
터키에 오자마자 놀란 것은 바로 ‘도로’였다.
이곳은 왕복 4차선의 넓고 쾌적한 아스팔트 도로가 펼쳐져 있었다.
갑자기 비가 왔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길에서 보이는 호텔로 뛰어들었다.
호텔의 젊은 사장은 우리를 보더니 레스토랑으로 안내하며 따뜻한 커피와 코코아차를 내주었다.
빈 방이 있느냐고 물으니 오늘부터 ‘쿠르반 바이람’이 시작되는 날이라 예약이 꽉 찼다고 했다.
‘쿠르반 바이람’은 성경의 창세기에서 연유하는데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명으로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명을 받고
아들을 죽이려는 순간, ‘멈추라’는 하느님의 소리를 듣고 아들 대신 양을 바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대개 터키 사람들은 이 기간 동안 고향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인근에 있는 다른 호텔을 수소문하여 짐을 풀 수 있었다.
지훈이가 수제비가 먹고 싶다고 하여 대강의 재료를 구해 만들어 주었다.
지훈이는 생애 먹어 본 음식 중 으뜸이라고 나를 추켜세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반찬이 '시장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지훈이가 그래서 오늘의 음식이 더욱 맛있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