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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토론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사건이 뜨거울때 토론을 전개하면 감정들도 격해지고 쓸데없는 파리떼들도 많이 달라들기에 좀 잠잠해졌다 싶어 품질경영으로 알려졌던 토요타가 왜 이지경까지 왔나 냉철하게 분석해볼까 합니다.
원래는 요즘 통 시간내기도 힘들고 글 올리기도 만만찮은 일이기에 간단히 주제나 던져놓고 댓글토론을 해볼까했지만 그러기엔 사건의 규모로 보나 토요타의 위치를 보나 좀 더 심층적인 문제를 파해쳐볼까 해서 생각을 정리하던중 제법 긴 글이 될거같아 부득이 시리즈를 올리게 됐습니다.
늘 그렇듯이 이 시리즈가 정기적으로 올라온다는 보장도 없고 언제 끝날지도 기약이 없지만 그동안 비용절감 시리즈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내용들이나 제가 우연치 않게 얻게된 정보들을 공유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시작해봅니다.
이런 제 입장을 여러분들의 의견이 감안 최대한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이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역사는 돌고돈다는 명제에 맞게 이게 토요타에 대한 글이 아니라 언제든지 한국기업에도 적용될수 있다는걸 각인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토요타 몰락의 역사적 배경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토요타란 기업은 원래 방적공장에서 시작된 회사로 그 기본이 기계쟁이들의 회사로 시작한 니싼과는 차이가 있었고 그 시기도 거의 20여년 뒤져있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제가 아는 한 한번도 단 한번도 자동차 기술적인 면에서 니싼이나 미쓰비시처럼 기술개발에 미쳐있는 회사들을 제껴본적이 없습니다.
이러면 "그럼 하이브리드는 뭐냐? 니싼은 그리 기술이 좋아서 토요타 하이브리드 알티마에 달았냐? 결함 숨기다 진짜 숨지게 생긴 미쓰비시는 뭐냐? 세계 최초 8단 기어는 장난이냐 ? " 따위의 반론을 제기하실수도 있지만 하이브리드라는게 이미 1920년대에도 쓰였을 정도로 오래전에 생각됐던 기술인걸 감안하면 휘발유차에 집착하는 미국이라는 시장의 특수성이 토요타의 손을 들어줬을뿐 실제 디젤같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 채택됐더라면 다른 얘기가 될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휘발유차보다 먼저 세상에 등장한게 전기자동차였고 디젤버스들이 길을 수놓기전 전차와 디젤을 결합해 레일대신 타이어로 구르면서 필요에따라 동력원을 달리하는 하이브리드 전차(버스?)는 이미 1920년대에 등장했던 물건입니다.
단지 그때 기술상의 문제로 휘발유차와 디젤버스로 통일이 돼서 잊혀진 기술이 됐지만 최근 자랑하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가 인류가 처음 접한 첨단 기술은 아닙니다. 이미 개념이 잡혀있었단 말이죠. 기술이 못따라왔을뿐.....
이렇게 배경이 별볼일 없는 토요타가 그 치열한 일본시장에서도 부동의 1위 기업이 되고 먼저 몰락한 GM을 넘어 세계 넘버원이 됐을때는 기술을 넘은 또다른 주특기가 많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건 바로 뛰어난 소비자 파악과, 품질관리, 유통망 정비 그리고 철저한 자금관리였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자동차를 만들기 보다는 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어필되고 만족감을 줄수있는 차를 개발하는 한편, 이런 차를 늘 항상 최적의 상태로 고르게 제작하고, 판매에서 타사와는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해서 묶어두고 그래서 벌어들인 돈은 최대한 아껴서 어려울때를 대비하자는 겁니다.
특히 마지막 자금부분의 경우 본격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시작한 창업자의 아들이 경영에서 떠나게 되면서 배운 매우 값진 교훈으로 당시 현금부족으로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리자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내놨는데 그러고는 불과 2주 만에 한국전이 벌어지면서 미국이 토요타에 군용트럭을 주문하며 회사가 대박을 터트렸음에도 불구 다시 경영일선에 돌아오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토요타는 제조업체지만 웬만한 은행보다 더 현금이 많을 정도로 병적으로 돈을 모았고 이후에 여러번 회장들이 바뀌고 현재 창업자의 손자가 경영에 나섰음에도 이런 전통은 깨진적이 없습니다.
특히 영원한 맞수였던 니싼이 90년대 말 방만한 경영의 결과 단기간의 현금 부족으로 르노에 넘어간 뒤로 믿을건 정부도 은행도 아닌 내가 가진 현금이라는 철칙은 아주 공고해졌습니다.
차입금없이 돈을 쌓아놓고 경영을 하니까 매우 몸을 사리는 기업임에도 불구 막상 한번 배팅을 시작하면 당해낼 회사가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처음에 망신당하고 빠져나왔지만 혼다가 승승장구하자 본격적으로 달려들면서 수입차 시장 자리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죠. 마찬가지로 한국시장도 혼다가 먼저 들어왔지만 역시 진입과 동시에 시장을 접수했고 벤츠가 닦아놓은 고급차 시장을 미국이든 한국이든 진입해서는 바로 휘저어 놓기도 했습니다.
늘 처음은 아니지만 고민과 연구후 자금을 기반으로 뚝심과 배짱으로 선두기업들을 밀고나가는 저력이야 말로 토요타가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가장 강력한 우위를 점위한 장점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란 금융업이 아닌 제조업입니다. 즉 돈장난 아무리 잘해봐야 파는 물건의 상품성이 떨어지면 말짱 헛수고란는 거지요. 태생이 금융업이 모태가된 GM은 이걸 부도가 날때까지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며 특히나 이런 기업이 미국에서는 포드나 크라이슬러를 제끼고 단연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했기에 스스로 자각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반면 토요타의 경우 동경대를 비롯해 유수한 공대의 두뇌들을 마치 진공청소기마냥 흡수해 외계인 기술을 개발해 내는 니싼이나 이미 2차 대전때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제로센 비행기를 제작할 정도로 기반이 탄탄하고 차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부품들을 자체적으로 공급할정도로 완벽한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미쓰비시가 있기에 이들을 앞서는 자동차를 만들어 팔자면 기술적 진보보다 문가 소비자의 피부에 와닿는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차별화하는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니싼이나 미쓰비시가 이빨빠진 호랑이 정도로 여기고 혼다가 토요타와 맞짱뜨는 기업으로 인식되지만 불과 십수년전만 하더라도 혼다는 플랫폼도 몇개없는 배울게 별로 없는 회사인 반면 니싼과 미쓰비시가 나서면 적어도 먼저 개발은 못하더라도 토요타가 바로 이어서 더욱 개선된 제품을 내놓을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했고 항상 반격의 준비가 되있어야 할정도의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한번 놀랐던게 90년대 초 한참 미국에서 무역문제로 힘들었을때에도 토요타가 기술 개발비로 (R&D) 무려 판매액 (수익이 아닙니다 ㅡ,.ㅡ) 5%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던 점입니다. 그때 규모에서 쨉도 않되던 현대의 기술 개발비가 3%도 않되는걸로 아는데 그 보다 훨씬 거대한 기업 토요타가 이익에 관계없이 꾸준히 투자를 한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니 기술에 목숨건다는 니싼이나 미쓰비시는 어땧을지 상상이 가질 않았습니다.
미쓰비시야 문어발식 대기업이니까 그럴수 있다고 하지만 니싼을 봤을땐 도대체 저 기업은 돈 벌어 엔지니어들만 먹여살리나 싶을 정도로 다른데 파생될 기술도 아닌데 돈을 쏟아 붇는다는게 신기했습니다. (물론 그 대가를 치루게되죠... )
어쨌든 이렇게 떨어지는 기술로 기술경쟁이 치열한 일본에서 넘버원이 됐을땐 엔지니어가 아닌 철저한 소비자 입장에서의 관점으로 기술을 평가했기에 그게 가능했습니다.
차를 좋아한다고 여기 게시판에 들어오시는 분들중 자기차 서스펜션이 맥퍼슨 방식인지 멀티암(또는 멀티링크) 방식인지 아는 분이 몇이나 될까요 ? 브레이크 캘리퍼 안에 있는 피스톤 수가 몇개인지는 ? 엔진이 DOHC 인가요 SOHC인가요 ? 그것도 아니면 푸쉬로드 ?
이런류의 질문은 엔지니어나 정비사들에겐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이지만 막상 차를 구입해서 몰고다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몇몇 저처럼 이런거 따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판매량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며 실제 스펙상으로 우수하다 하더라도 구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결과물이 더 중요합니다.
맥퍼슨이든 멀티암이든 내가 원하는 승차감만 제공하면 그만이고, 브레이크가 뭐가 됐든 차 서는데 지장없으면 끝이며, 엔지이야 뭐든 기름 적게먹고 힘좋으면 장땡입니다.
옆에서 아무리 누가 잘난척 훈수 둬봐야 자동차는 여자 같아서 한번 필 꽂히면 그걸로 결판 납니다. 더러 주위사람 말듣지 않은걸 후회하기도 하지만 큰 불만만 없으면 만족하고 자기가 원했던 목적에 충실하면 기복이 심한 다른 차보다 재구입 확율이 높아지죠.
바로 이점이 토요타가 노린 핵심입니다.
토요타가 정숙하고 편안하다고 하지만 그보다 훨씬 편한 뷰익도 있고 조금만 차를 몰아본 사람이라면 부드러운게 꼭 장점만은 아니라는걸 잘 압니다. 그렇다고 토요타 디자인이 고장은 심하지만 사람 피를 끓게 만드는 람보기니같은 디자인을 가진것도 아닙니다. 그나마 프리우스가 나왔기 망정이지 벤츠처럼 마치 얼리 어댑터마냥 최첨단 기술의 차를 타보기 위해 토요타 구입하는 사람도 없구요.
그래서 어떤 전문기자는 토요타를 구입하는 사람들보고 "토요타 구입하는 사람들은 차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엄청난 수가 존재한다는 점이죠. 즉 차의 메커니즘에 이러쿵 저러쿵 설명하면 하품만 하고 냉각수 구멍과 유리 세정액 구멍도 구분을 못하지만 차 휘발유만 넣고 엔진오일이나 제때 갈아주면 고장없이 잘 굴러갈때 칭찬에 입에서 파편이 튀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스파크 플러그 재질이 플라티넘인지 이리디움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기업 계열사인 미쓰비시 자동차는 같은 기업 전자계열사 덕분에 일제차에서는 누구보다 전장장치 설치에 앞설수가 있었습니다. 니싼은 타고난 엔진기술을 바탕으로 일본차답지 않게 스포츠카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잡은 토요타는 그보다 더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내구성과 상품성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일반 소비자에게 엔진 피스톤이 알미늄이냐 주철이냐는 중요한 일이 아니지만 천시트의 재질의 아주 작은 차이에도 민감할수 있습니다. 최첨단 컴퓨터 엔진제어 장치보다는 엔진이 조용한게 더 중요하고 파워 윈도우 모터속도보다 파원 윈도우 스위치에 불이 들어와 밤에 찾기 쉬운게 더 감동적이죠.
후드를 열고 엔진룸을 들여다 봐야 뭐가 브레이크액 통이고 뭐가 파워 스트리어링 통인지 구분조차 못하지만 기왕이면 각종 배선들이나 호스들이 깔끔하게 정리된게 뭔가 잘 만든 느낌이구요.
무엇보다 정비소 자주 가야하는 차보다 그렇지 않은 차가 좋고 더욱이 정비소 갔는데 엔진오일, 미션오일, 냉각수, 브레이크등 아는 단어들 하나도 안나오고 컨트롤 암 부싱이니, 스타빌라이저 바 같은 마치 NASA에서나 쓸거같은 외계어가 등장하면서 엄청난 액수의 수리비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게 대부분 운전자의 바램입니다.
바로 이런 요구를 정확히 읽고 그런쪽 기술에 역량을 발휘한게 토요타고 그들이 옳았다는건 판매량이 증거입니다.
다른 회사들이 먼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할 지언정 이건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모험입니다. 아무도 먼저 만든어본적이 없기에 이게 어떻게 오류가 생길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고 그런 장비를 만들어 납품하는 업체에게도 상당한 골치거리가 됩니다. 당연히 비용도 많이 올라갈수 밖에 없습니다.
원래 예술작품도 창조하는데 예술가의 진을 빼놓을 정도로 힘든 작업이지만 막상 그 창조품을 보고 바로 거의 똑같은 복제품을 만드는데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라면 그 노력은 반의 반도 안되게 쉽게 만들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필요하면 똑같게 만들수도 있고 또 원작의 어떤부분이 잘못됐다고 인정되는 부분은 고치면서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수도 있습니다.
토요타의 품질경영은 바로 이점에서 시작합니다. 즉 먼저 개발하기 보다는 먼저 개발된걸 지켜본뒤 시장 반응을 살피고 이거다 싶거나 아니면 반응이 좋은 경우 바로 더 개선된 물건을 개발에 들어갑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말이죠.
이게 이른바 그들이 외치는 카이젠의 일부 입니다. (이 카이젠은 앞으로 자주 등장할겁니다.)
먼저가 아니라서 무효라고요 ? 토요타는 예술을 하는게 아니라 공산품을 만드는 겁니다. 먼저 만드는거 보다 더 좋은걸 싸게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말이죠.
그리고 그들이 출시는 늦었지만 대신 다른 면에서 상대방을 능가합니다. 바로 품질이죠. 이른바 품질경영이 기술경영을 앞지른 대표적 케이스가 되겠습니다.
니싼이 새로운 소재나 기계방식을 연구중일때 토요타는 납품되는 부속들의 내구성이나 균일성을 테스트할 장비를 연구합니다. 니싼이 한계에 부딪쳐 어려움에 처했을때 그쪽에 잔뼈가 굵은 업체와 힘을 합쳐 기술적 난관을 헤쳐나간다면 토요타는 연구해서 이미 나온 물건을 업체에게 더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전수시킵니다. 이러니까 하청업체는 더더욱 의존도가 커지고 관계는 밀접해질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새 계열사 아닌 계열사가 되버리는거죠.
니싼 엔지니어들이 품질을 엔진과 미션의 특성 기계적 완성도에서 찾는다면 토요타 엔지니어들은 품질을 손잡이나 버튼의 감촉, 미션 변속시의 느낌등에서 찾습니다.
일반 신자들이 가끔 왜 하나님이 눈썹이나 수염을 만들고 맹장같은 쓸데없는 장기를 만드셨냐고 물어보면 목사님들은 하나님은 이세상에 목적없이 만든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십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회사들은 그냥 만들다보니 끼워넣다 발생한 반면 토요타의 경우 정말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목적에 맞게 차를 제작하고 정말 사람의 맹장처럼 왜 저걸 만들었을까 싶은 군더더기는 찾아볼수가 없습니다.
이게 바로 토요타가 궁극적으로 자동차 개발시 추구하는 품질경영입니다.
하지만 진짜 토요타의 품질경영이 빛을 발하는건 개발때보다 제작시 입니다. 낭비를 싫어하는 토요타는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과정 전체에서 개선할 점을 찾습니다. 이역시 이른바 카이젠의 일부죠.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높은 일본, 그러나 그런 물가에 맞는 지출을 해야하는 직원들 임금이 더 비싸다는걸 깨닫는데 토요타에겐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물건보다 사람이 더 비싼 지출이란 말이죠.
이게 어떤식으로 생산에 적용되냐하면 , 만약 부속하나를 재설계로 반값이 떨어진다고 할경우 조립시 그 재설계된 부품때문에 작업속도가 느려지거나 불량이 나올 확율이 높아진다면 그 부품은 오히려 비싼 부품이 됩니다.
그럼 작업의 능율을 올리고 불량율을 줄이는 부품으로 다시 재설계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아얘 그 작업을 용이하게 해줄 작업용구를 재작합니다. 미국같이 디테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곳에서 보면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볼트하나를 끼우는데 6초에서 3초로 앞당길수 있다면 그런 장비를 하나 개발하는게 장기적으로는 매우 싼겁니다. 특히 인건비 비싼 일본이라면 더 더욱....
최대한 노동자의 움직임은 줄여 작업 피로도는 줄이는 동시에 생산성은 늘리고 불량율을 줄이는 첨단 경영입니다.
개인적으로 토요타가 예전에 만주에서 했던 731 생체실험의 결과물을 몰래 가지고 직원들에게 적용할게 없는지 연구하는건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철저하고 아주 세밀하게 인간의 한계를 생산에 적용한다고나 할까요 ?
군인에게 1시간에 땅 1 미터 파는데 만약 늦으면 연병장 완전군장 50바퀴를 돌린다고 겁주거나 잘하면 콜라 한병 준다고 하는 거나 크게 효과가 다르진 않습니다. 제가 들은 가장 치사한 내기는 뭔지 일은 잘 기억이 않나지만 선착순으로 초코파이 준다고 했더니 그 20대 군인들이 목숨걸고 하더랍니다. 사회에서야 초코파이 박스로 준다고해도 그런짓 안했겠지만 군대에서는 그 초코파이가 왜그리 큰 상처럼 여겨지던지 당시를 회상하면서 아주 치를 떨더군요.
마찬가지로 토요타도 회사내에서 하루 용돈도 되지않을 돈을 걸고 온갖 아이디어 콘테스트를 합니다. 당첨되봐야 별거 아닌데 전부들 목숨겁니다. 생산라인에서 조차 팀을 정해 경쟁심을 갖게 만듭니다. 정말 애들 껌값 걸고는 지들끼리 자축하며 결과적으로는 생산성과 조립품질 향상을 꾀합니다.
확실치 않은건 쓰지않고 만들땐 정확하게 조립하니 품질에서 하자가 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거지요.
게다가 2중 3 중의 품질 검사가 있고......
그런데 이런 품질경영을 목숨처럼 여기는 토요타에게 머리에 망치를 맞은거처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건 바로 80년대 갖은 미국의 무역장벽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현지 공장을 가지고 있던 니싼이나 혼다 보다 늦었지만 현지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하는데 워낙 생산기반이 없었던 터라 리스크를 줄이기위해 당시 그래도 부동의 넘버원 이었던 GM과 합작으로 조인벤처를 결성합니다.
주로 GM의 생산시설을 이용해서 토요타차를 만드는 수준이었지만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혹시 여러분중 옛날 중국 무협영화에서 두 고수가 만나 사이좋게 화해주를 하는데 한쪽이 술을 먹타 피를 토하자 다른쪽이 술에 독을 탓다고 웃고 그러니까 그쪽에서 그래서 난 니잔에 손을 통해 들어가는 독을 발랐다며 죽는 장면을 보신적이 있는지요 ? 이런류가 제법 많았던걸로 기억됩니다.
마찬가지로 당시 조인벤처로 각각의 넘버원이던 상대방의 경영을 직접 참관할 기회가 생긴 두 기업은 서로의 필살기에 흠짓 놀라게 됩니다.
GM의 경우 제 3의 물결이나 권력이동같은 베스트셀러를 쓴 앨빈 토플러같은 미래주의자도 젊었을때 공장에서 경험했던 생산라인의 속도증가를 끔찍한 경험으로 적을만큼 나름 노동자들을 쥐어 짠다고 생각했는데 토요타의 방식을 보니깐 완전히 이건뭐 자신들 직원들은 소풍나온거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물론 강력한 노조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과거 테일러리즘 때문에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정신적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좀 더 인간적인 생산방식을 한다고 하다보니 각자의 자율성과 작업방식을 인정해줬는데 알고보니 여기서 많은 차이가 나더란 겁니다.
즉 뭘 해도 생산라인 속도에 맞춰 조립만 해서 넘기면 됐는데 그것보다는 가장 효과적인 동작을 개발하고 거기에 맞는 라인속도를 정하면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이전에 자기 방식으로 할때 보다 더 널널하게 조립하게 되는 거였습니다.
실제 생산속도는 늘었지만 노동자의 체감속도는 오히려 감속했다고나 할까요 ?
문제는 이게 욕심을 더 부린 GM이 라인의 속도를 올리면서 다시 예전처럼 힘들게 라인속도를 따라가기 힘든지경이 됐다는 거고 생산라인에서 불량이 나오면 일단 라인을 스톱시킨뒤 어디서 잘못됐나 살피는 토요타와는 달리 거의 일정수준 (10%...)의 불량율을 인정했던 GM은 그냥 불량차량을 생산하게 된겁니다. 그러니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완전 로또뽑는게 되버린거고..... 이게 심각한게 상황이 틀린 각각의 디비젼이나 심지어 같은 디비젼의 공장마다 틀려서 같은 플랫폼의 같은 부속을 쓰는 뷰익이나 시보레 폰티액의 차종들 고장율이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는 점입니다.
정말 품질이 이라는게 존재하기 힘든 상황이 된거고 결과는 여러분들이 아시는 그대로 입니다.
하지만 GM만 독을 먹은게 아닙니다. 토요타 역시 GM이 발라놓은 독을 만지게 됩니다. GM이 생산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토요타는 개발과 부품에서 GM에게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당시 조인벤처를 할때 GM은 각각 디비젼의 플랫폼을 통일하고 모양만 조금 달리하는 방식으로 차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그게 뭘 ? " 하고 물을 정도로 흔한 일이지만 (사실 아주 당연시 됐죠....) 당시만해도 목적이 다른 차를 같은 플랫폼을 쓴다고 여론의 뭇매를 아주 뒤지게 맞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욕을 할때 토요타는 무릎을 팍 때릴 정도로 "바로 이거다." 라는 확신이 들어서게 됩니다.
사실 토요타만 해도 당시 니싼 덕에 수십개에 달하는 플랫폼을 갖고 있었는데 그다지 차이가 별로 없는 모델의 경우 굳이 새 플랫폼을 쓰기보다 하나로 통합해 플랫폼 개발비와 부품공유를 통해 원가 절감을 할경우 이전에 토요타가 여기찔끔 저기 찔끔 원가절감을 해왔던거와는 차원이 다른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수 있었습니다.
니싼이 어려움을 겪고 르노에 경영권이 넘어간뒤 곤 회사장이 와서 제일 먼저 한게 플렛폼 수 줄이는거 였습니다.
방만했던 플랫폼만 정리하니 바로 순식간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죠. 그정도로 플랫폼 공유와 부품공유는 비용절감을 찾는 토요타에게 새로운 무기를 안겨줬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토요타가 도입한 JUST IN TIME 이 재고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토요타의 전설로 남아있지만 실제 그보다는 당시 GM에게 배운 플랫폼 공유가 토요타에겐 전기가 됩니다.
하다못해 JIT조차 몇개의 플랫폼에 들어갈 부품을 따로 기다리게하는거 보다 같이 쓰게될 부품을 만들게 하는데 하청업체의 입장에서 보나 토요타 입장에서 보나 더 저렴할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검증된 플랫폼과 부품을 공유하면 고장율도 줄수밖에 없어 품질경영이라는 기업철학에도 딱 부합이 됐습니다.
또한 플랫폼 공유 때문에 사라지는 개성의 경우 각각의 디비전 특성이 틀렸던 GM에게는 큰 문제였을수 있으나 밋밋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토요타에겐 전혀 문제가 될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90년대 토요타의 형제판 모델들이 흘러나오자 오히려 예전에 GM욕하던 사람들이 GM은 토요타에게 이런 경영을 배워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토요타 발전에 한 획을 긋게 됩니다.
GM과의 합작의 영향은 플랫폼 공유뿐 아니라 부품의 단가 절감에서도 한몫 합니다. 즉 이전까지 일본내 협력업체들과만 거래했을때는 제법 상품의 품질을 썼는데 막상 미국에서 생산하려니 그만한 생산력을 갖춘 협력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만들어 팔다보니 북미에서 원하는 것보다 너무 좋은 부속들을 써왔다는걸 느끼게 됩니다. 일본에서야 기술이 앞서는 니싼, 미쓰비시 때문에 어쩔수 없었지만 북미에서 빅 3와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가격에 비해 너무 내구성있는 부품들을 쓴다는걸 GM을 통해서 알게된겁니다. GM이 잘 만든다며 소개해준 부품업체 (사실은 거의 입찰방식...) 가 일본의 스텐다드로 보자면 품질이 영 마땅치 않았지만 막상 가격을 보니 이건 뭐......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아니 일본에서는 생각조차 할수 없었던 일이 부품을 내구성을 희생해 원가절감을 하는 거였는데 북미에서는 필요한 만큼의 내구성만 지니면 너무 좋은 부품을 쓸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하루에 자동차 손잡이 몇번이나 열지요 ? 택시가 아닌이상 보통 가장 많이 여는 운전석의 경우 많아야 10번 미만이고 정말 출퇴근용 차량이라면 하루에 서너번 열까말까 입니다. 그걸 차량 수명이라고 칠수있는 10년이라고 계산하면 끽해야 3만 6천번 넉넉 잡고 한 5만번 정도만 너끈히 버틴다면 전혀 문제가 될게 없습니다.
그런데 문 손잡이나 잠금장치를 한 50만번의 사용을 감안하고 제작했다면 오버스펙도 보통 오버스펙이 아니죠.
만약 워런티 기간동안 사용이 많아 고장난 차가 있다면 그차만 수리해주는게 만일을 대비 50만번의 사용을 버티는 부품을 쓰는거 보다 훨씬 싼거고 그나마 워런티가 지난뒤 문제라면 전혀 추가 지출이 되지도 않습니다.
진짜 재밌는건 일본의 경우 이런 예기치 못한 잔고장이 자주 발생하게 되면 회사 이미지에 치명적일수 있지만 북미에서는 워낙 빅 3 가 선전(?)해주는 바람에 이정도는 고장 축에도 끼지 못했고 무엇보다 수리부품만 많고 가격만 좋다면 직접 고치거나 간단한 정비에 전혀 거부감이 없는 덕에 이런 비용절감에도 불구 북미에서는 품질경영을 이어갈수 있었습니다.
이때문에 일본 기업중 가장 현지 생산에 거부반응을 보이던 토요타가 가장 적극적인 자세로 돌변하게 됩니다.
대신 북미 부품이 일본에 흘러들지 않도록 철저히 분리해서 관리하는 치밀함도 잊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런데로 좋습니다. 문제는 이후에 와타나베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GM의 독기운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미 북미 판매 토요타 차량들의 품질저하는 90년대 초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당시만 해도 아직 일본에서 직수입되는 물량이 워낙 많았고 플랫폼 공유라는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게 아니라 아직 파급효과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이후 와타나베가 구입부서 중역으로 있을때 그는 북미에만 제한 됐던 부품관련 비용절감을 전체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일본내 내수가 죽어서 더이상 규모의 경제 달성하는데도 한계가 있었을뿐 아니라 가격차이에 비해 한국 모델들이나 미국모델들의 제품경쟁력이 많이 향상됐고 무엇보다 아직 이름값 덕을 보긴 했지만 더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다른 일본 기업들에 비해 값도 비싸고 GM처럼 대대적 할인판매로 밀어내기를 하려고 해도 마진율이 약해 할인 폭이 클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와타나베가 자사의 차를 나사 하나까지 완전 분해하고는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 하나라도 가격경쟁력이 없는 부품이 있으면 협력업체에 강력히 가격인하를 주문하고 그게 먹히지 않을 경우 거래처를 바꾸는 일조차 서슴치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품들의 내구성은 소비자들이 받아들일수 있는 한계선까지 떨어트리는 일이 적지 않았고 보이지 않거나 크게 지장이 없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아슬아슬한 지경까지 몰고갑니다.
그래서 나온 리콜중 하나가 조향장치 관련 볼조인트 결함 인데 이전의 토요타라면 상상할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와타나베의 비용절감 정책은 토요타의 현금보유를 늘려 줬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회장(사장?)직까지 오릅니다. 이런 자가 회사 최고직까지 올랐으니 그 이후는 말할 것도 없고 대표적 작품인 캠리 엔진 납품가 반타작의 경우만 봐도 품질경영이란 말이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 기업이라는건 확실해 졌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기 당시의 책임을 물어 와타나베가 사임하고 그자리에 들어선 토요타 창업자의 손자는 취임사로 부품 납품가 30 % 절하를 외치고 나왔습니다. 여우가 떠나나 싶더니 사자가 들어왔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여러분도 여러 언론에서 보신대로 와타나베의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퇴임선물을 받게됩니다.
토요타의 품질문제는 불과 얼마전의 일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왔음에도 불구 경영진이나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했고 특히나 소비자들의 광적인 믿음이 토요타로 하여금 착각속에 빠져있게 했습니다.
헌데 문제는 과연 토요타만 이지경이냐는 점입니다.
플랫폼 공유나 부품의 공유는 이제 규모가 되는 자동차 회사가 피할수 없는 업계의 필요 악이지만 막상 리콜이 발생할 경우 공유하면서 생긴 모든 비용절감을 훨씬 뛰어넘는 상상이상의 비용이 생깁니다.
예전 같으며 한두 모델 리콜하면 끝날일이 줄줄이 사탕으로 엮기게 되니까요. 금융위기전 빅 3들도 이런 리콜 때문에 가뜩이나 기름값 올라서 비싼차 않팔리는데 돈을 리콜비용으로 지출하는 바람에 막상 금융위기가 닥치니 현금을 구하지 못해 무너져 내린 겁니다. 그나마 토요타가 다행인건 이런 천문학적 리콜비용을 감당하고도 남을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죠. 하지만 아직 와타나베의 깜짝선물이 여기서 끝날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럼 사정이 달라질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고장 진저리 처져도 다시 손이 가게 만드는 다른 감성적 회사들 차와는 달리 오로지 품질 하나로 현실적 구입을 하던 회사차라면 사태가 제법 심각합니다.
단지 그전에 동방 예의지국의 어떤 회사도 토요타와 버금가는 사건 하나가 터져준다면 토요타건도 묻히고 예전에 한국전이 부도나는 토요타를 살린거처럼 다시 한번 기사회생 시킬겁니다.
그런데 제법 그럴 확율도 적지 않고 더군다나 다른 회사를 합병하면서 전체를 공유화 했기에 동시에 예의지국 2개 브랜드가 날아가는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GM과 토요타는 서로 각각의 독에 중독이 됐지만 모 회사의 경우 구경하다 둘다 맛본거 같아 심히 염려됩니다.
토요타를 칭찬할때 늘 등장했던 마른수건도 다시짠다는 말이 요즘 마른수건 짜다 엄한 수건 찢는다는 말로 뀌었다는데
토요타를 교훈으로 이럴때 손님뺏기가 아니라 빨리 토요타처럼 문제 생기기전 먼저 회사 전체를 둘러보는 개기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