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로 소장과 췌장을 다쳐 입원 한달여 만에 아이가 죽자 사망원인이 패혈증이라고 합니다. 성우는 절대금식이기 때문에 어깨에 큰 혈관을 잡아 영양제와 주사액을 공급받았습니다. 그곳이 2차 감염으로 인해 패혈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토록 중요한 사항을 보호자에게 알려준 적도 없고, 소독을 분명 간호사가 해준적이 있었는데도 아이가 토한 날 이물질이 묻어 엄마가 몇 번씩 찾아가 해달라는데도 인턴담당이라며 해주지 않은 날도 있었습니다. 성우가 죽자 그것이 패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어찌 그들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여러분.
저는 얼마전 7월 2일 패혈증으로 사망한 금성초등학교 3학년 김성우의 아버지입니다.
지난 5월 31일 우리 성우가 자전거 사고로 한일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소장파열 수술을 받은 사흘 뒤 처음 몰랐던 췌장손상을 알고 담당의사가 자기 병원보다 의료진과 시설이 훨씬 좋은 대학병원으로 가서 빨리 수술을 받아보라는 권유로 소견서를 가지고 경상대학교병원으로 옮겼습니다.
퇴원날짜만 기다렸습니다
담당교수의 진단은 췌장이 찢어져 있는데 수술보다는 6주정도의 약물치료로도 손상된 췌장을 고칠 수 있다기에 부모된 심정에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성우의 병원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병원에서의 요구사항은 절대안정과 절대금식이었습니다. 췌장이 중요한 장기이므로 물 한 방울이라도 먹으면 안되고 움직이는 것도 안 된다는 말에, 하루종일 병상에 누워 10살 짜리 성우는 정말 잘 참아주었습니다. 입원 10여일이 지나면서 수술자리 실밥도 뽑고 방귀도 나오고 똥도 잘 누고 상태가 호전되어갔습니다. 누워서 마음대로 움직이진 못하지만 책도 보고 오락기도 가지고 놀며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농담도 할 정도로 상태가 좋았습니다.
입원 15일정도가 경과하였을 때 담당하는 주치의인 레지던트들이 내일부터 성우에게 조금씩 물을 먹여보자는 의논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소식에 기뻐하던 성우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며칠간 구토를 해도 괜찮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구토를 시작하였습니다. 주치의는 일단 조금 지켜보자고 하였고 성우는 계속 구토를 하였습니다. 구토는 멈추질 않았고 의사의 말은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검사를 하자고 하여 초음파, CT촬영, 조영제를 투여하여 장이 막힌 곳이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 등을 하였고, 다른 경과는 다 좋다며 구토원인만 파악하면 된다는 의사의 말에 성우는 입원환자로서 견디기 힘든 구토로 나날이 쇠약해져 갔지만 의사는 원인도 밝혀내지 못했고 치료약도 투여 받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수차례 구토원인을 묻고 애가 괜찮은지 물었고 그때마다 그들은 “괜찮습니다. 췌장도 좋고 다 경과가 좋습니다. 구토만 멎으면 물도 먹일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하여 병원에 아이의 생명을 맡긴 부모로써 정말 신처럼 의사의 말만 믿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불안하여 주치의인 성정엽에게 정말 괜찮은지,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싶다고 하자 좋아지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확답에도 더 이상 레지던트들에게만 성우를 맡겨둘 수 없어 담당교수를 만나게 해달라고 수간호사에게 누차 말하여 그날 오후 늦게 정말 대통령보다 더 만나기 힘든 경상대학병원 일반외과 권수인 교수님께서 병실로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교수는 수차례 우리 병실을 오간 사람이었습니다. 자기가 수술한 다른 환자를 보기 위하여 성우의 병실에 들어왔지만 성우가 한일병원에서 소장수술을 받고 왔다는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췌장이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라서 그랬는지 우리 병실을 들락거리면서 단 한번도 우리 성우의 배를 만져준 적도 어디가 아픈가 물어 본적도 없었습니다. 오직 레지던트들의 진료보고만 받고서 치료를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어찌 환자도 보지 않고 진료를 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토의 원인이라는 게 위장과 십이지장을 연결시켜주는 관이 췌장에서 생긴 이물질이 살짝 눌러서라며 약물로써 치료가 되지만 아이가 정 괴로워하면 우회하는 수술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뱃속의 토사액을 빼내기 위한 콧줄을 끼웠고 그 때문인지 아니면 구토시작 일주일만에 치료약을 쓴 탓인지 구토의 횟수는 조금 줄었습니다.
그러나 입원 27일째였던가요. 성우가 전에 없이 물이 먹고 싶다며 “물 좀 주세요.” 하며 보채기 시작하였고, 의사선생님은 현재 상태로는 안되고 구토가 완전히 멎으면 준다 하였습니다. 구토횟수가 줄어드니 그 돌팔이 레지던트들은 그것이 애가 상태가 호전되는 거라 생각했는가 봅니다. 여전히 물어보면 “다른 경과는 좋다. 구토가 멎으면 물을 조금씩 먹여보자” 였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담당교수 ‘권수인’
아이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성우에게 담당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아이는 열이 나고 맥박이 심하게 뛰고, 혈압도 낮아졌습니다.
6월 30일 오전 불안한 마음에 모 병원 원장님을 찾아 뵙고 성우증세를 말하며 자문을 구하니 의사를 믿어보라는 말을 하기에 담당교수에게 전화 한 통을 부탁하였고, 담당교수 권수인은 증세를 물어보는 원장님께 잘 낫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는 말과 좀 더 신경 쓰겠다는 말을 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입원 한 달만에 권수인 교수는 너무도 황송하게도 우리의 요청 없이 자기본인의사로 오후 7시경에 성우를 보러 왔습니다. 성우의 배도 만져보고 아프냐고 묻기도 하고 저에게 원장님의 전화를 받았다며 신경 쓰겠다고 하며 걱정 마십시오 라고 하였습니다.
교수가 다녀간지 4시간 정도 후부터 성우는 열이 나기 시작하였으며 물을 찾는 증세가 더욱 심해졌으며 새벽1시경이 되자 주치의인 레지던트 성정엽은 성우가 암모니아 수치가 너무 높으니 관장(변을 보게 하는 방법)을 시키자고 하여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성우가 관장을 이미 여러 번 받아본 적이 있어 고통을 알기에 싫다며 심하게 거부했고 그런 성우에게 주치의는 신경안정제 10cc로 성우를 잠재웠습니다.
지금 안정시키지 않으면 아이가 돌아버린다는 말에 저는 성우의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일에 동참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성우의 똥구멍으로 호스를 넣고 빼며 암모니아 가스 빼기를 50회 정도 하였고, 나중에는 헐어서 벌개져 있었습니다.
여전히 병명조차 몰랐습니다
하지만 성우는 다른 환자와 달랐나 봅니다. 이미 무능한 의사가 구토원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 동안 너무도 쇠약해졌고 다른 환자의 경우 3∼4시간만에 깨어난다는 것이 성우는 16시간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의학적으로 너무도 무식하기에 성우를 죽음으로 이끌고 있는 그 의사를 여전히 믿었습니다. 뒤늦게야 성우의 심각성을 깨달은 의사는 소아과 의사를 부른다 내과 의사에게 자문을 구한다 하며 밝히는 병명은 패혈증이 어쩌고 뇌수막염이 어쩌고 하며 원인 파악도 못하는 검사만 자꾸 하였습니다.
정말 결정적으로 저희를 참담하게 만든 것은 그런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휴일이니 예약이 안됐느니 하며 미루던 MRI촬영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태의 성우에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애가 상태가 나쁘니 의식 회복후에 하면 안되겠느냐는 말에 의사는 겨우겨우 집에서 쉬고 있는 직원들을 불러 마련한 자리라며 지금 꼭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기가 막혀버린 것은 16시간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성우에게 혹시 MRI촬영도중 움직일지도 모르니 신경안정제를 다시 투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펄쩍 뛰었습니다. 아이가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데 절대 안된다고 하자 일단 그냥 가서 하자고 하여 MRI촬영실로 갔습니다. 성우는 꼼짝 하지 않고 촬영을 끝냈고, 그리고 의식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우리는 인제 그 말이 싫어졌습니다. 특히 경상대학병원의 의사들이 제일 잘 쓰는 이 말이 이제는 너무 싫습니다.
MRI를 찍고 병실로 돌아왔지만 상태는 더욱 나빠졌고 병원의 장비들이 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소호흡기, 맥박재는 기계 등등 이름도 알 수 없는 장비들이 자꾸 불어났고, 의사와 간호사는 들락거리며 연신 피를 빼어가고 주사를 찔러댔습니다. 그제서야 성우로 인해 간호사들이 다른 환자를 돌보기 힘드니 중환자실로 내려가자고 했습니다.
겁이 왈칵 났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주사와 채혈과 금식을 참은 우리 아들이 절대로 죽지는 않을거라고 중환자실이 그야말로 중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라 믿으며, 점점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의사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환자실이 영안실이 아닌 다음에야, 우리 아들도 꼭 좋아질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믿을 사람이 없기에 여태껏 어리석게 믿어온 그 의사에게 또다시 매달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췌장과 소장을 다쳐 병원으로 와서 경과가 나쁘다는 말을 들은 적이 한번도 없는데도 한달만에 패혈증, 폐렴, 뇌수막염, 콩팥이 어쩌고, 심장이 어쩌고 하며 성우는 7월 2일 아침 8시 40분경 너무도 아쉽고 아름다운 이 세상을 차마 두고 떠나갔습니다. 원인도 못 밝히고 악화되는 증세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는 말과 검사에 검사, 채혈에 채혈, 주사에 주사만 거듭하다가 그렇게 죽어갔습니다.
의사가 말하는 통탄할 사망 원인
패혈증이 사망의 원인이라는데 그럼 패혈증이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성우는 절대금식이기 때문에 어깨에 큰 바늘로 혈관을 잡아 그곳으로 모든 주사액과 영양제를 받았는데, 그럼 그토록이나 중요한 곳을 왜 그들은 내가 찾아가서 소독을 해달라고 부탁을 거듭해야만 해주었을까요?
간호사가 소독하는 날도 있고, 또 어느 날은 아이가 구토를 하여 그곳이 지저분해져서 내가 소독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간호사는 인턴담당이라며 기다리라 했고, 재차 해달라고 하여 겨우 해준적도 있으며, 이틀씩 소독하지 않고 지나간 때도 있습니다. 그곳이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소독을 했었어야 옳은 것이 아닐까요? 물 한방울 먹지 못하는 한달여 입원 기간중 29일은 괜찮았는데, 단 이틀만에 사망에 이르게 하고서는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라니, 그들이 병을 만든 것이 아니라고 어찌 말할 수 있단 말입니까?
부모마저 죽고 싶게 만드는 병원
담당교수 권수인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약 10분후 나타나 하는 말이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다, 이해를 못하겠다였습니다. 전날 아침까지 자기도 성우같은 자식이 있다며, 꼭 살리겠다고 하였던 그 교수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며 자기 입으로 의료사고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경상대학병원에는 중재위원회가 있으니 중재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날 오후 저를 정말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오후가 되자 오전까지 인정하며 의료사고라고 하였던 그가 제가 없어서인지 최선을 다했다는 말 한마디로 발뺌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경과 좋다고, 괜찮다던 애가 죽었는데, 정말로 그의 말대로 최선을 다했다면 과연 서부경남 최고의 시설, 최고의 의료진이라는 경상대학병원에서 죽어갔겠습니까?
경과 좋다고 몇 번이나 좋다고 한 그들이 얼마나 우리 성우와 같은 경우가 많았기에 겨우 10살난 아이를 죽여놓고도 그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침착할 수가 있을까 싶어 분노로 떨고 있는 내가 참으로 못나 보이기조차 했습니다. 그런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앞에 사죄하라는 말에 병원비를 안받을테니 조용히 나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아이를 죽이고도 그 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말이란 말입니까?
여러 친지와 선후배, 친구들의 힘이 아니면 그들에게 맞서 싸울 능력이 없습니다. 의지만으로 헤쳐나가기에는 너무도 많은 한계가 저마저 죽고 싶게 만듭니다. 경상대학병원에서 죽어나가는 억울한 사연들, 엉터리 진료에 분노하는 사연들, 거만하고 인명을 경시하는 자세에 치를 떠는 사연들이 너무도 많은데도 모르고 있는 분들이 많아 힘들고 지칩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서 이 억울한 가슴을 이대로 접고서 그냥 저의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야 할까요?
이 글을 읽어보시는 세상의 부모님들. 저의 심정을 이해해 주신다면 경상대학병원으로 전화를 거셔서 억울한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 줄도 알라는 쓴 충고 한마디 하여주시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