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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렌소][[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31~40)
* 제 목 -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연재방 - 맑은하늘①
* 닉네임 - 퍼니렌소
* 이메일 - candyahj@hanmail.net
* 팬카페 - http://cafe.daum.net/funyrenso
* 작가말 -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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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1
"세영아~ 이거 이쁘지? 응?"
"어..."
"우와. 누나 이것 좀 봐봐."
지금 밖에 나와있다. 트리가 이쁜 게 있는데 너무 좋아하는 도민이와 세진이. 우리도 트리 사서 꾸민다.
별의별 종류의 악세사리들을 다 샀다. 음식도 준비하는 데 오래걸릴 듯 싶다. 별의 별 재료가 다있으니.
먹을 걸 생각하면 좋은데 세진이가 꽤나 고생할 듯 싶다. 아~ 크리스마스. 엄마가 있다면 선물을 받을
수 있을텐데.(너 고등학생 맞지?) 쩝- 아쉽다.
"어휴. 힘들다. 세진아. 힘내~ 내가 좀 이따가 도와줄께."
"네. 누나들은 트리 예쁘게 꾸며주세요."
어휴~ 일단 산 것들을 거실 바닥에 쫘~악 깔아놨다. 종에 꼬마전구들에... 엄청 많다. 시간이 조금 지나
자 시내가 왔다. 헤헤- 내가 전화했지롱. 요리하는 게 꾸미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 같아서 말이다.
"세영아. 그게 아니야. 이렇게 해야지."
"..."
"아니라니깐. 나처럼 예~쁘게 꾸며줘야 한다구."
절대로. 네버 도민이 때문이 아니다. 그저 요리하는 게 지금은 더 땡길 뿐이다. 주방에 가니 오우~ 맛있
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캬~ 세진이를 보니 지금 당근과 마늘. 양파를 까고 있었다. 힘들겠네.
"세진아."
"아. 누나. 다 꾸몄어?"
"아니. 그냥 세진이 너나 도와줄라고. 이리 줘봐. 너 이거 말고도 할 꺼 많을 것 같은데. 이런 건 내가
할께. 얼른 너는 다른 거 해."
"고마워. 누나."
고맙기는 무슨. 나는 이렇게 트리 장식에서 벗어나 요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더 좋다고. 오히려 내가
세진이 너한테 고맙다고 해야 한다구. 일단은 양파와 당근을 깨끗하게 씻은 뒤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마늘은 다 까고나서 찧었다. 씹히는 게 싫어서 거의 즙이 나오게 찧었다. 양파도 사정없이 다져주고...
당근은 먹기 좋은 크기로 조그맣게 네모썰기를 했다. 뭐 할 일도 없고 부침개나 만들어야지. 크리스마스
날에 왠 부침개냐고? 그냥. 내가 먹고 싶어서 만드는 것 뿐. 별 의미는 없다.
"누나. 또 부침개해?"
"응."
"그럼 해물이랑 김치랑 종류 별로 해줘."
"그래."
마침 재료들은 다 준비가 되있구나... 일단 부침가루랑 물을 섞고 그 다음에는 김치. 해물. 파등을 넣어
각각의 부침개를 부쳤다. 부침개를 뒤집는 게 왜 이리도 재미있을까. 만들다 보니 꽤 많이 만들어 버렸
다. 이크... 이걸 언제 다 먹냐.
"너무 많이 만들었나?"
"그 정도면 괜찮아 누나. 조금 이따가 얘들 오기로 했어."
"얘...들?"
"응. 사과랑 휴하랑 다 오기로 했는데."
"그런 건 진작에 말해주지."
"미안. 너무 바빠서 말 못했어. 누나."
"아니야. 나 잠깐 화장실 좀."
그런 건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그래야 하늘이한테도 오라고 전화를 하지. 후훗- 화장실에 들어와서 핸드
폰을 꺼냈다. 1번에 저장되어 있는 하늘이의 번호를 누르고 하늘이가 받기를 기다렸다.
= 여보세요?
"하늘아. 나 세영인데. 오늘 우리 집에 와. 우리 집에서 파티 하거든."
= 파티?
"응. 꼭 와야돼!"
= 몇 시까지 가면 되?
"몇 시냐면은... 시간은 내가 문자메시지 보내줄께. 하핫- 정말 미안~"
= 아니야.
"그럼 끊을께."
= 응.
하늘이의 목소리가 왠지 힘이 없는 듯 하지만 파티 하고 나면 괜찮아 질꺼야. 후- 그나저나 한세영 이
바보야. 시간을 물어봤어야지. 화장실을 나가서 주방에 있는 세진이에게 갔다.
"세진아. 얘들 몇 시에 오는 데?"
"아마도 6시 30분 쯤. 근데 왜?"
"아니야. 그럼 그 때까지 컴퓨터나 해야겠다."
컴퓨터 한다는 건 다 뻥이지롱~ 하늘이한테 6시 30분까지 오라고 문자는 보냈고. 씁- 지금은 컴퓨터
보다 만화책이 더 끌린다.
"푸하핫- 아. 엄청 웃긴다."
* 거실
"도민이 언니. 세영이 언니 왜저래요?"
"나도 몰라. 그나저나 너 센쓰 있다? 꾸미기에 소질이 많아."
"무슨 말씀이세요... 과찬이세요. 이 정도면 다 꾸며진 것 같은데 우리 좀 쉬어요."
"그래."
열심히 트리 꾸미기에 여념이 없는 도민과 시내는 드디어 작업(?)을 마치고 쉴 수 있었다. 딱히 할 것도
없는 그들은 TV를 봤다. 마침 개그프로가 나왔다. 그에 도민은 여느 때와 같이 별로 웃기지도 않은 개그
들에도 박수를 쳐대고 눈물까지 흘러대며 TV를 시청했다.
"풉! 아. 너무 웃긴다. 시내야. 너도 웃기지? 응? 아. 눈물 나와."
"... 네. 엄청 웃기네요."
시내는 차마 '저 개그들보다 언니가 더 웃겨요.'라는 말은 겉으로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리
고선 도민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했다.
쾅! 쾅!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시내는 매우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집처럼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었다.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1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2
"세진아, 우리 왔다."
"사과두 왔어."
"좀 조용히 해라."
"세진....? 어. 너는 시내지?"
콰앙!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얼굴들에 깜짝 놀란 시내는 그대로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얼굴 바로 앞에서 문이
닫히자 휴하는 깜짝 놀람과 당혹감이 얽혀있었다. 한 편. 시내가 문을 세게 닫은 소리에 깜짝 놀라서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세진과 자신의 방에서 만화책을 읽던 세영과 TV에서 나오는 개그 프로를 보고 있
던 도민까지 현관에 왔다.
<다시 세영 시점>
"푸핫- 아. 엄청 웃기다."
콰앙!
이게 무슨 소리지? 에이. 덜 읽은 건 다음에 다시 읽어야겠다. 방에서 나가보니 거실에서 TV를 보던
도민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 나온 세진이까지. 우리 셋은 소리가 났던 현관
쪽으로 갔다. 현관에 서 있는 시내. 뭔가 못 볼것이라도 본 것인냥 얼굴이 하애진 것이 안쓰러워 보였다.
"시내야.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내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허공에 손을 휘젓고는 거실로 들어갔다. 나와 도민이도 거실에 오고 세진
이가 현관문을 열었다.
"얘들아. 거기에서 뭐해. 들어오지 않고."
"들어가려구 했는데. 훌쩍- 갑자기 문을 닫아버려서 사과 무서웠어."
아무말이 없다. 이내 거실로 온 얘들의 모습은 참으로 웃겼다. 완전히 황당하다는 듯 표정 관리가 전혀
안된 얘들. 풉- 만화책 캐릭터같은 표정이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카사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류하야~"
"도민아."
와락-
둘이 서로를 보자마자 껴안았다. 어휴. 그런 그들을 제치고선 모두 거실 바닥에 앉았다.
띵동~
"누구지? 얘들은 다 왔는데."
"아! 세진아. 나와봐."
아마도 하늘이 일꺼야. 문을 열자 바로 보이는 하늘이의 모습. 어째 안색이 안 좋아보이지만 괜찮겠지.
세진이가 하늘이를 보고 잠시 얼굴을 굳혔지만 이내 어서 들어오라고 했다. 하늘이와 같이 거실에 들어
가니 갑자기 얘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지난 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의 사과처럼 모두들 하늘이를 노려
보고 있다. 시내와 도민이는 빼고.
"하늘이 오빠~"
"아. 시내구나."
시내는 하늘이를 아는 모양이네. 하늘이도 시내를 향해 웃으며 말을 했다. 둘이 무슨 사이길래 저러지?
"언니.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하늘이 오빠는 제 외가쪽 친척이거든요. 그치. 오빠?"
"응."
그렇구나... 얘들을 봐보니 카사는 혼자 구석에 앉아있고 타락범생은 도민이와 TV를 보고 싸가지와 사과
는 만화책을 들고서 하늘이를 아직까지 노려보고 있었다. 잠깐. 만화책을 들고서? 분명 저 만화책은
내가 빌려서 방에 놔두고 읽고 있던 만화책인데 왜 쟤들 손에 있는 거지?
"사과야~"
"네? 왜요?"
"그 만화책 어디에서 났어?"
"아... 죄송해요. 심심해서 읽었어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사과. 왜 저래. 못 볼거라도 봤나. 옆에를 보니 어느새 싸가지는 어디로 갔다. 잠깐.
그나저나 이 만화책을 가져오려면 내 방에 가야하고 내 방에 가봤다면 나의 어지러진 방을 보았을 텐데.
내가 어지르기는 오살라게 어지르지만 치우는 건 너무나 싫어한다. 도민이가 내 방을 보고선 '돼지우리'
라는 말까지 했다. 거미줄이 안 생긴게 천만다행이랄까.
"사과야. 만화책 읽는 건 좋지만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되는 거야. 알았지?"
"...네."
갑자기 표정이 싸악 변하더니 힘없이 '네.'라고 말한 사과. 왜 저래? 궁금한 나는 뒤를 돌아봤다. 내 뒤에
가만히 서 있는 싸가지.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븐데 까짓거 그냥 넘겨버리지. 뭐.
"모두들 밥 먹어."
저 목소리는.... 와...왕빛나? 언제 우리 집에 온거지? 왕빛나가 온 건 전혀 몰랐는데...
"뭘 그리 놀라고 그래? 어서들 와서 밥 먹으래."
마지막에 나를 째려보고 가는 빛나. 이보세요. 누구는 못 째려보는 줄 알아? 그렇지만 지금은 얼른 음식
을 먹고 싶다. 씁-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그런데 주방의 식탁에서 먹기엔 사람 수가 좀 많아서 주방 바
닥에 상을 큰 것을 놓고 다시 차렸다. 모두 다 앉으니 오우~ 사람이 진짜 많다. 나까지해서 총 9명이다.
"이거 세진이가 다 만든거야?"
"아니요. 몇 개는 누나가 했어요."
"누나...?"
"아. 빛나누나. 여기에 있는 사람이 제 친누나에요. 누나. 알지? 은빛나라고..."
"당연히 알지."
"..."
세진이의 말에 갑자기 조용히 입을 꾸욱 다무는 빛나.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아까보단 많이. 아니 다
변했다. 어쩜 사람이 저렇게 빨리 변할 수가 있을까. 참 대단하구나.
"야. 이 부침개 맛있다. 세진이 니가 만든거지?"
"아니. 그건 누나가 만든건데?"
"어쩐지 맛이 없더라니."
모두들 싸가지를 쳐다보았다. 분명 맛있다고 해 놓고선 내가 만든거라고 하니깐 바로 맛이 없다고 하다
니... 어이없다. 하늘이도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해주었다. 그럼~ 누가 만든건데. 당연히 맛있지.
"이거 다 먹고선 카드게임 어때?"
"좋아."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2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3
천천히 저녁식사를 즐긴 우리들은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며 카드게임을 했다. 일명 '고스톱'이라고 하는
건데 빨간 테두리와 빨간 뒷면이 매우 인상적인 그림 카드라 하겠다. 모두들 둘러앉았다. 수가 많아서
각자 파트너에서 한 명씩 치는데 나는 하늘이랑 같은 편. 하늘이가 앞에 앉고서 나는 옆에 앉았다. 도민
이와 타락범생 커플은 도민이가 어느새 카사와 시내는 커플이 되어 있었는데 카사가 앞에 앉았다. 세진
이와 빛나 커플은 빛나가 앞에 앉았다. 파트너가 없는 싸가지와 사과는 한 팀을 이루었고. 싸가지가
귀찮다고 해서 사과가 앞에 앉았다. 아. 앞에 앉은 사람이 게임에 참여하는 거다. 두 명이서 같이 머리를
굴려도 ok!
"자- 그럼 시작하자고."
먼저 조금 집어서 카드 뒷면을 확인. 일. 이. 삼. 칠. 구. 아싸! 하늘이가 구다! 우리가 '선'이군. 하늘이가
약간 어색한 듯 패를 섞어 쫘악 돌렸다. 이내 사과와 카사가 한 번 쉬기로 하고 첫 게임이 시작되었다.
"옳지!"
처음부터 하늘이는 조커를 뽑고선 피를 많이 먹었다. 오우. 일타 칠피. 나이스~ 그에 비해 도민이는 피
를 별로 못 먹었지만 풉- 빛나는 싸기까지 해버렸다. 하지만 첫뻑인지라 돈이 나갔다. 아까운 돈들...
그렇지만 하늘이가 금방 다시 가져오겠지. 이번판 꽤 크다.
"아싸!"
"세영아. 조금만 조용히 해 줘."
"에이씨. 못해먹겠네."
벌써 나서 2고까지 한 하늘이. 그에 나는 저절로 '아싸!'라는 소리를 했지만 바로 들려오는 도민이와 빛
나의 짜증섞인 말에 조용히 깎아 놓은 과일만 먹었다.
"3고."
첫 판부터 3고 터졌다. 점수 계산까지 끝내고나니 오우 만원이 넘는다. 그나마 빛나는 첫뻑이라도 해서
돈이 덜 나갔다. 후후- 다시 패가 돌아가고 바로 쉬는 도민이. 그렇지만 빛나는 오기가 붙은 듯 한 번 더
한다고 했다. 이번에도 쉬는 카사. 사과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이거 어떻게 치는 거야?"
방금 봤으면서도 뭐가 뭔지 모르는 듯한 사과. 농담이라면 좋겠지만 정말로 모른다는 듯 순수한 눈동자
를 가지고서 말을 하는 사과 때문에 모두들 조용해졌다. 이내 싸가지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자신이 앞에
앉았다.
"후- 사과야. 그냥 내가 한다."
"응? 사과도 하고 싶은데... 알겠어. 그럼 태현이가 하는 거나 봐야지~"
패가 돌아가고 시작되는 게임. 오우 싸가지 실력 장난이 아닌데? 벌써 났다. 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고를 하는 싸가지. 바보 같으니라고. 하늘이가 새가 그려진 사를 먹으므로써 고도리가 되서 났다.
싸가지. 고박썼다. 표정이 상당히 안 좋아졌지만 신경 쓰지 않는 나다. 하늘이가 패를 섞고 이기면 나는
돈을 관리했다. 돈 만지는 재미도 이거. 쏠쏠한데?
"아싸! 고!"
다음판에 드디어 한 카사. 그렇지만 불행히도 들어오자마자 싸가지에게 크게 한 방 먹었다. 하늘이가 손
을 댈 틈도 없이 무섭게 피를 먹는 싸가지. 어떻게 된 게 청단. 초단. 고돌이가 싸가지한테 다 몰렸다. 그
래서 이번판은 크게 났다. 그렇지만 하늘이는 아직도 돈을 많이 땄다. 처음에 딴 돈으로 아직까지 나와
하늘이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질 않았다. 싸가지는 우쭐대면서 파트너 채인지를 하자고 말했다. 마침 구
경만 하기 지루했던 나를 포함한 옆에 있던 3명은 좋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게임을 잘 모르는 사과는 그
냥 구경하기로 하고서. 패가 돌아갔다. 빠르게 카드를 집어넣어버리는 시내와 타락범생.
"세영아. 너 진짜 잘한다..."
"너 무슨 속임수 쓴 거 없냐?"
"아오. 말도 안돼."
파트너 채인지 이후 계속 되는 게임에서 나는 이겼다. 세진이와 도민이는 나의 실력을 아는 지라 빨리
빨리 카드를 넣고 쉬었지만 나의 실력을 알리 만무한 카사와 싸가지는 계속 게임을 해서 돈을 많이 잃었
다. 이상하게 카드만 잡으면 어떻게 하던지 내가 이긴다. 참 신기한 일... 잘못봐서 내거나 그냥 내는
카드들은 쪽을 하고 내가 싸거나 남이 싼 것을 까서 나기도 한다. 나. 고스톱에 소질 있는 거 아냐? 후후.
"어휴. 쉬길 잘했어."
"그러게요. 누나는 카드만 들면 무조건 이겨버리니깐. 피하는 게 상책이죠."
"그런 건 미리 말해주지 그랬어."
"미안."
얘들이 하도 그만하자는 통에 카드를 정리해서 통에 집어넣었다. 쳇-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너무들 하는
군. 그렇지만 금세 정리를 하고 치우는 나였다. 오우- 수입(?)이 짭짤한데? 이런 날 통닭에 맥주 한 잔이
땡기는데... 딴 돈가지고 통닭시키면 본전을 겨우 하는 거지만 별 수 없지. 먹는 거 만큼은 돈을 많이 꽤
많이 쓰니깐.
"여보세요? 거기 000죠? 여기 00마트 부근인데요. 양념 한 마리 프라이드 한 마리 빨리 해주세요."
얘들은 다 떠났고 나만 정리하고 있다. 아. 딱 한 명 하늘이 만이 내 옆에서 기다려주고 있다. 하늘아.
기다려 주는 거 고마운데 이왕 도와주면 안되겠니~ 아! 집에 맥주 거의 다 떨어졌는데 다시 사러 가야
겠다.
"하늘아. 우리 마트가자."
"어? 어..."
힘이 없어 보이는 하늘이. 마트에 가서 맥주로도 모자라 소주까지 몇 명 샀다. 내가 학생인거 못 알아 먹
나보다. 아니지. 하도 이 마트에 오니까 단골이라 봐주는 거야.
"세영아."
"응?"
집에 가는 길에 아무말도 없는 하늘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왜 이러지? 평소의 하늘이 같지가 않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응."
"아무 것도 아니야. 얼른 가자. 통닭 오기 전에 얼른 가야지."
"싱겁기는..."
만약에 뒤에 도대체 무슨 말이 있길래 저래? 안색도 안 좋고 어둡지만 가로등 불빛에 볼 때 하늘이의 눈
은 곧 울 듯 해보였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아저씨!! 여기 돈이요."
마침 집에 가자마자 집앞에 서 있는 통닭 아저씨를 보았다. 통닭을 받고는 바로 돈을 냈다. 휴~ 다행
이다. 만약에 문을 열고 돈 주라고 할 때 얘들이 "우리 통닭 시킨 적 없어요." 이러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아~ 맛있겠다. 통닭에 술 한 잔이라 캬~ 생각만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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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4
나혼자 낑낑대면서 통닭과 술들을 가지고 집 안에 들어갔다. 이미 술 냄새가 집안에서 난다. 그런데다가
나만 놔두고 얘들끼리 고스톱을 치고 앉아 있다. 내가 그렇게 하자고 할 때는 하기싫다. 돈 없다. 재미가
없다란 이유 아닌 이유를 가져다 붙이더니 지들끼리는 하하호호 정답게 잘만 놀고있다. 에이. 치사한 것
들. 확 나혼자 먹어버릴라니깐. 쩝- 그래도 양이 양이닌 만큼 같이 나눠먹어야지.
"야. 니들 나만 빼놓고 지금 뭐.해?"
"..."
순간 조용해진 거실 안.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리고선 내가 들고 있는 술과
통닭을 보더니 눈들이 +ㅁ+ 다 이렇게 변했다.
"세영아. 사랑해~"
"누나. 멋져요~ 헤헤- 사과가 통닭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이 둘의 말을 듣고는 웃어버렸다. 벌써 웃어버리다니 조금 분위기를 조성 한 후에(무슨 분위기?) 짠~
하고 꺼내려 했는데... 하긴. 이미 냄새가 났겠구나.
"쳇- 다들 와서 먹어."
"아싸~아!"
"야. 진휴하! 누가 판 섞으래!"
"어허. 형한테 진휴하라니. 얼른 와서 통닭이나 먹자꾸나. 동.생.아."
쯧쯧. 대충 판을 보니 타락 범생이 크게 나고 있었는데 카사가 뒤집어 버렸군. 크크. 뭐 이런 분위기도
좋지. 모두들 판을 치우고선 통닭과 술들을 놓았다. 그런데 싸가지가 안 보이네?
"야. 싸가지는 어디에 갔냐?"
"싸가지? 그게 누군데요?"
"아. 태현이 말하는 거야?"
"어."
"누나. 태현이가 왜 싸가지에요?"
"태현이라면 아까 저쪽 방에 들어가던데."
눈을 크게 뜨고서 나를 쳐다보는 사과가 부담스러웠는데 마침 닭다리를 뜯고 있던 카사가 친절하게도
싸가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가만. 저기는 내 방인데? 지금 엄청 어질러져 있을 텐데. 미치겠군. 왜
남의 방에 들어가냐구.
"야. 너 거기에서....."
"너 ... 좋아하냐?"
"그게 무슨 상관인데."
"상관이 있으니까 그러지."
"좋아하니깐 지금 이러고 있지."
"그런데 어쩌냐? 나도 걔가 좋은데. 그만 포기 해라."
이게 무슨 소리라니? 방에 들어가려는데 들리는 싸가지와 하늘이의 목소리. 좋아하냐? 무슨 상관인데.
이거 뭔 소리야. 궁금하다. 궁금해.
"니들 무슨 얘기 중이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세영아."
"..."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라고 손짓까지 해대는 하늘이. 하늘아. 그런게 더 수상하다는 거 아니. 모르니? 좀
땀은 닦고 말하라구. 이런 하늘이에 비해 싸가지는 아무말없이 나를 쳐다보고는 나가버렸다. 뭐. 저런
것이 다 있냐.
"하늘아. 얼른 나와. 얘들 지금 술판 벌였거든."
"응... 그런데 세영아."
"어?"
"이거 뭐야?"
아... 저건... 하늘이가 들고 있는 조그마한 목걸이는 사진을 담을 수 있는 목걸이다. 그 안에는 한 남자
아이의 사진이 들어있다. 그 남자아이가 나의 첫사랑... 풉- 그건 유치원 때의 얘기지만 말이다. 그런데
하늘이는 어디에서 찾은 거지? 내가 저거 찾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방이 어지러져서 그랬다.)
"이리 줘."
"아... 자. 여기."
하늘이에게 조심스레 받아서는 목에 걸었다. 후- 이 목걸이가 없으면 왠지 허전하단 말이지. 아. 하늘이
가 이 목걸이에 대해서 물어봤지...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이 목걸이는 나한테 소중한거야. 내 첫사랑한테 선물 받은 거거든."
"..."
"어라? 너무 정색하지마. 어차피 옛날 일인걸. 초등학교에서 3학년때 받은 거라구."
어라? 이상하네... 하늘이의 표정이 보통 때와는 달리 상당히 어둡다. 왜 저러지? 그렇지만 이런 건 물어
보면 큰 실례가 될 것 같은데.
"하늘아. 요새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그렇지만 그 실례를 무릅쓰고 나는 물어보았다. 하늘이는 대답하기 어려운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기 싫다면 들을 수 없지. 듣고야 싶다만은 본인이 꺼려하는 걸 억지로 하는 것도 안 좋고.
"말하기 힘들면 안 해도 되."
"미안. 세영아. 정말... 미안."
와락-
갑자기 나를 껴안는 하늘이. 좀 꽉 껴안아서 숨쉬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포근하다. 이 느낌... 좋다. 헤헤-
이크. 근데 이런 걸 다른 애들이 보기라도 하면..... -_-
"밀지마~"
"아오. 누르지나 마."
"시끄러워. 이러다가 세영이가 우리 볼라."
"우리... 이미 들킨 것 같은데요."
"흐익."
나와 눈이 마주친 애들은 모두 흠칫- 했다. 그리고선 와르르르 무너져버렸다. 인간이 몇인데 그 좁은 공
간에 몰려있냐. 그런데 하늘이가 아직도 나를 꼬옥- 안고 있다. 이제 그만 안아도 되지 않을까? 하늘이
를 보니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혀있었다. 방 안이 어두워서 애들 눈에는 하늘이의 눈이 잘 보이지 않겠
지? 저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하핫. 세영아. 그럼 둘이 좋은 시간 보내~"
콰앙!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내 눈에는 선명히 보이는 하늘이의 모습. 조심스레 손을 뻗어 하늘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늘이는 흠칫- 했지만 이내 조용히 내게 말을 했다.
"세영아..."
"응?"
"만약에... 만약에 나랑 헤어진다면 어떻게 할꺼야?"
"뭐어-?"
"만약이라고 했잖아."
"만약이라두... 생각만 해도 슬프잖아."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하늘아. 헤어진다면 어떡하냐니? 만약은 있을 수 없다구. 생각만 해도 너무나
슬프다. 왜 이런 말들을 하는 건데... 곧 떠날 것 처럼 얘기하면 어쩌자구.
"그래...?"
"왜 그런말을 하는 건데. 만약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마. 하늘아."
"하... 나 미쳤나봐. 막 세영이 너랑 헤어질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막 마음이 아프다."
"왜 나랑 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왜 헤어져."
오늘따라 하늘이가 너무 이상하다. 그렇게 몇 분간 나는 하늘이와 계속 포옹을 하고서 그 자리에서 움직
이지 않았다. 나중에 방에서 나왔을 때에는 이미 얘들이 술과 통닭을 먹은 뒤여서 아쉽게도 나는 내가
샀음에도 불구하고 한 입도 먹지 못했다. 쩝- 아까운 나의 음식들...(음식이 아깝다고? 여태 심각했던
분위기는 뭐니)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4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5
"나. 그럼 먼저 갈께."
"응. 잘가."
퍽-
chew~
흐익!!! 이런... 내가 못살아. 현관에서 막 배웅을 해주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미는 사과 덕에 하늘이의
입술에 살짝.... ㅃ... 뽀....뽀뽀를 하고야 말았다. 아이씨... 얼굴 발게졌을것 같은데...
"....///..... 그... 그럼 내일봐."
"....//... 아. 으...응. 잘가. 하늘아."
쾅.
문이 닫히고... 문 옆에 있는 거울을 보니 내 얼굴 말이 아니다. 엄청 빨개졌다. 에휴...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애들은 못 본 것 같다. 다른 밀어버린 사과도 장난을 치다 나를 살짝 건드린 듯 신경도 쓰지 않았
다. 쳤으면 사과를 해야 될 거 아냐. 후... 그나저나 하늘이한테 미안하네. 아무리 그래도 중심을 잡는 건
데... 아니지. 뽀뽀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래. 우리는 사귀는 사인데. 가벼운 뽀뽀 정도는 괜찮지. 암.
그렇고 말고.(자기 합리화 중...)
"미친. 꼴깝 떨기는."
흐익. 저 싸가지는 언제부터 있었던거야. 여태 내가 한 짓(?)들을 다 본건가. 아무리 내가 지금 지 꼬봉이
라고는 하지만 너무 하는 거 아니야? 미친. 꼴깝 떨기는 이라니. 지는 어찌구! 흥이다.
"누나. 거기에서 뭐해."
"아니야."
애들은 주욱- 둘러앉아서 얘기중이었다. 초를 달랑 하나 켜둔채로 뭐하자는 플레인지 원. 차라리 문 앞
이 훨씬 밝다. 불이 자동으로 켜지니깐. 후- 모두들 표정이 하나같이 어둡다. 어휴- 나도 껴서 앉아야
되나.
"누나. 여기 앉아."
"어? 어....라?"
세진이 옆으로 앉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누가 내 팔을 잡고선 지 옆에 나를 앉혔다. 누군지 보고 싶지만
초 하나밖에 없는 지라 얼굴 보기가 참으로 힘들다. 만일 카사라고 한다면 '누님~ 내가 마음에 든거야?
미안하지만 나에겐 시내밖에 없다구~' 아니면 사과라고 한다면 '누나~!! 사과는 선화꺼에요. 건들지
마세요. 알았죠?' ... 이러니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있잖아. 옛날에~ 이 아파트에서 어떤 여고생 한 명이 자살을 했데. 그 시간이 하필이면 4월 4일. 4시
44분 이었다는 거야. 그것도 104동 404호에서."
"훤한 대낮에?"
"아니지. 모두들 자고 있을 시간인 새벽 4시 44분. 그것도 경비원 아저씨가 5시 넘어서 순찰하는데 발견
한거야. 주변 사람들 말로는 그 여고생이 혼자 살았는데 고양이를 키웠나봐. 그 고양이를 잡으려다 그만
어두워서 잘 안보이니깐 그대로. 꺅!"
"으악!!!!"
"헉!!"
"풉- 놀랐어? 원래 이런데서 꺅!을 외쳐주는 거라구. 후후. 다음은 누구야?"
-_- 별로 안 무섭다. 그게 그거겠지. 4월 4일 4시 44분. 4만 5개가 들어갔네. 맨날 누가 죽었다드니 죽임
을 당했다더니. 복수심을 가지고 아직도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더니... 맨날 그런식이지.
"나요. 나! 있잖아요~ 이건 3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이야기에요. 그 때가 사람들이 몇몇 실종이 되서 많
이 혼란 스러울 때였거든요. 분재를 아주 유명하게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1년에 몇
개씩 밖에 만들지 않았어요. 하필이면 실종된 사람들 수대로 말이죠."
"사과야. 그만하면 안 되냐?"
"+ㅁ+ 계속 해봐. 사과야."
그만 해달라는 카사와 더 해달라는 시내. 큭- 사과는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선 이야기를 더 해나갔다.
"그 사람이 만든 분재가 꼭 사람 모양인데. 그게 마치 '나를 살려줘.' 같은 소리도 들린다는 거에요. 참
신기하죠? 하도 이상해서 어떤 사람이 조사를 했대요. 몰래 그 분재 만드는 분이 계신 곳으로 숨어들어
간 거죠."
"그런데?"
"좀 조용히 좀 해봐. 사과야. 계속 해."
"그 할아버지가 나가고 여기 저기를 조사하다가 구석때기에 있는 창고를 발견했어요. 세상에나 그 창고
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요? 나를 살려줘~ 나를 살려줘~"
"그.... 그만!!!"
"더 해봐. 이거 은근히 재밌네."
카사 하나 빼고 모두들 즐기는 듯 한 분위기다. 아~ 따분해. 그냥 방에 가서 만화책이나 읽을까. 으쌰!
타악-
쿠웅-
"아... 아악!"
"세영아. 왜 그래?"
"누나. 괜찮아?"
"아. 아무 것도 아니야. 하핫. 사과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으이구. 세영이도 참. 사과야 어서 더 얘기해봐."
"네~"
방금 분명 누군가의 손인데. 누구인지를 모르겠단 말이지. 아오. 그냥 얼굴 가까이에서 봐야겠다.
스윽-
"..."
어라? 시선을 피한다? 이것이 장난하나. 계속 끈질기게 쫓아갔다. 으응? 이게 누구? 싸가지?!
"웁!!!"
당.했.다. 이거 왜 이러는 거냐구요. ㅜ0ㅠ 내 사정은 알리 만무한 얘들은 사과의 이야기에 푹 빠져있고
나는 이 싸가지 놈에게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자식이 미쳤나! 어... 알코올 향이 나는 걸
로 봐서 술처먹고 이 짓거리를?
"장미야.... 미야...."
하. 어이없다. 남한테 키스한걸로도 모자라서 이 놈이 이젠 나를 대놓고 다른 인간 이름을 부르네. 아오.
기분 드러워. 니가 술 처먹어서 내가 특별히 참는 거다. 한 번만 더 나한테 그랬다간 나도 어떻게 나올 지
몰라. 지금 온 몸이 떨려 오는 걸 간신히 참고 있으니깐. 나를 자극하지 말아달라구. 이 싸가지야.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5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6
"세진아. 나 피곤하다. 먼저 방에 가서 잘께. 알았지?"
"으...응."
"뭐야~ 세진이 너어 벌써 잔다구? 안되지~"
"도민이 언니... 그냥 언니 자게 내버려 두지 그래요."
"맞아. 도민아. 그냥 가서 얼굴이나 안 보이게 하라고 해."
"이.... 이!!!"
"이... 이 뭐."
"타락범생! 너 얼른 집으로 안가?!"
이런... 목소리가 커졌다. 타락범생은 아주 놀란 듯한 얼굴이다. 어차피 주택인데다가 우리 집은 다른 집
들보다 방음시설이 엄청 잘 되어서 이런 소리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후- 좀 조용해졌군. 나는 이
만 방에 가서 자련다~
"빨리들 집에 돌아가라구~ 재밌게 놀아."
쾅!
후- 크리스마스 이븐데 그다지 재미있지가 않아. 아까 하늘이한테 뽀뽀를 하지 않나 싸가지랑 그.. 키..
키스란 걸 하지 않나. 아주 미치겠네. 아오. 얼굴이 빨개진 것 같다. 오늘따라 유난히 스퀸십이 많은 날
이네. 에라 모르겠다. 일단은 푸욱- 잠이나 자야지. 내일은 크리스마스. 하늘이랑 재미있게 놀러 다녀야
지~ 1년 전만 해도 나의 크리스마스는 옆구리가 시려웠지만 내일은 아주 따뜻하겠구나~
* 다음 날
"여보세요?"
= 아. 세영아.
"응."
= 오늘은 어디에서 만날까?
"아... 맞다. 어제 안 정했었지. 음... 그냥 요 앞 놀이터에서 보자. 헤헤- 여기저기 놀러가구. 알았지? 한
30분 후에 보자."
= 알았어.
아침 일찍부터 걸려온 하늘이의 전화. 아직도 목소리가 조금 불안한 듯 하지만 오늘 신나게 놀고 나면
괜찮아 질꺼야. 30분이라고는 했는데... 그 시간 안에 꾸미고 나갈 수 있을까? 일단은 샤워나 해야겠다.
초스피드하게 샤워를 하고 내 방에 가다 도민이와 시내를 봤다. 우리집에서 잔 모양이네.
"세영아. 일어났어?"
"오우~ 벌써 샤워했네? 하늘이랑 만나러 가?"
"응."
"언니~"
"시내랑 내가 오늘 세영이 무지~무지 이쁘게 꾸며줄께. 이리로 와봐."
탁탁.
바닥까지 탁탁 쳐대는 도민이의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풉- 자리에 앉자 도민이가 수건으로 머리의 물을
사정없이 털어주었다. 시내는 그 옆에서 드라이기로 보조를 맞추었고. 대충 머리카락이 다 마르자 이번
에는 매직기로 웨이브를 넣어주는 도민이였다. 역시 도민이... 대단하다. 머리카락을 손대면 어찌나 잘
손 대는지 도민이는 여태 미용실에를 잘 가질 않는다. 물론 어머니께서 유명한 미용사이시니깐 갈 일이
없겠지만...
"자~ 머리는 거의 다 됐으니깐 이제 눈을 감으세요."
시내의 말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직도 머리쪽에서 따뜻한 느낌이 든다. 아직도 웨이브를 넣고 있네.
시내는 가볍게 파우더로 시작해서 연분홍 립클로즈로 마무리를 해주었다. 그리고선 내게 아직 눈을 뜨
지 말라고 해 놓고선 옷을 가져왔다. 흰 블라우스에 검은 조끼. 밑에는 체크무늬 치마였다. 엄청 짧은
미니 스커트다... 역시나 그 뒤에선 쫄바지 같기도 하고 그냥 바지 같기도 한 옷이 함께 있었다. 고럼
고럼 요런 게 있어줘야 편하지.
"다 됐다~"
"오우... 내 친구지만 이렇게 꾸미면 모르겠다니깐."
"도민아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아냐. 얼른 나가봐. 우리가 최대한 빨리 했는데 시간이 오바되지 않았을라나 몰라. 어? 둘이서
같이하니깐 30분 밖에 안 걸렸네."
"뭐어-? 30분? 이크. 나 나가야겠다. 나 갔다올께."
"언니. 여기 백!!!"
시내가 내 백에 핸드폰과 몇 가지 간단한 용품(?)들을 넣어주더니 이내 내게로 패스를 했다. 나이스
캣치!!! 가볍게 한 손으로 잡아 주었다.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 얼른 놀이터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하늘아~"
"아. 세영아. 와... 이쁘다."
"정말? 헤헤- 고마워. 자~ 어디부터 갈까나~ 하늘이 넌 가고 싶은 데 없어?"
"글쎄... 세영이 넌 어디가 가고 싶은데?"
"나? 난... 놀이동산!! 고등학생 되서 한 번도 놀이동산에 가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아. 맨날 도민이랑은 같
이 다녔지만 이렇게 남자친구 생겨서 가는 건 한 번도 안 해봤거든. 아... 떨린다."
하늘이는 정말로 가고 싶은 곳이 없었는지 아니면 내가 가자고 해서 놀이동산에 억지로 끌려왔는지 모
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둘은 놀이동산에 왔다. 놀이동산에 커플들 장난아니게 많다. 여기도 커플. 저기도
커플. 오우... 멋지다. 멋져. 그렇지만 크리스마스인 만큼 가족들도 많아서 놀이기구 하나 타는 데 무진장
오래 기다려서 겨우 탔다.
"헤헤- 바이킹 재미있다. 그렇지 하늘아?"
"응... 엄청 재밌어."
"하늘아. 오늘 왜 그래? 기분이 아직도 안 좋아 보이네."
"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께."
"으...응."
어제보다 더 침울해진 듯한 하늘이다. 왜 저러지? 바이킹이랑 청룡열차는 탔으니깐 이번에는 자이드롭
에 도전한다!
"하늘아. 자..."
"세영아. 우리 자이드롭 탈래?"
"어? 어."
하늘이가 먼저 놀이기구를 타자고 말을 꺼냈다. 짜식- 역시 너도 타고 싶었구나? 헤헤- 진작에 말을 하
지 않구선. 이번에는 여태보다는 조금 빨리 탔다. 올라갈때에는 천천히 올라가더니 내려갈때는 어찌나
빠르게 내려가던지. 스릴있다.
"진짜 재미있었다. 그치. 하늘아."
"응. 엄청 시원했어. 세영아. 여기에서 조금만 기다릴래? 내가 음료수 사올께."
"응."
바로 보이는 벤치에 가서 편하게 앉아 있었다. 조금 있다가 내 앞에 그림자가 보이길래 하늘이인가 해서
고개를 올려보니 이게 누군가. 머리에 화려한 칼라칠을 해댄 무지개 헤어들이 아니신가. 빨. 초. 파. 대장
은 빨강 인듯 한 가운데에 서서 폼을 잡고 있다. 지금 뭐하자는 플레이?
"여어- 우리랑 놀지 않으련?"
"..."
"귀여운 아가씨. 우리 형님이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입을 꾸욱 다물면 안되지."
"너무 튕기면 재미 없어."
-_- 재미가 없긴 왜 없어.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니들의 그 주둥아리들 부터 어떻게 막아버리고 싶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데에선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 내가 일을 벌인다고 하자. 나랑 하늘이를 어떻게 생
각 하겠어?
"같이 가자. 야- 잡아라."
"예."
"... 이 손 놔."
"방금 뭐라고 그랬냐?"
"이 손 노으라고."
내 말을 못 들은 듯 재차 묻는 무지개헤어. 이 새끼들이 귀가 썩었나 사람이 한 번 말을 하면 알아 먹어야
할 것 아냐. 대충 여기 저기 때리다보면 그리 위험하진 않을꺼야.
"이게 미쳤나."
"킥- 미친 건 니들이다."
촤르륵-
무지개헤어들의 머리에 쏟아진 주스들. 고개를 돌려보니 하늘이가 여태까지와는 다른 표정으로 녀석들
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6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7
"너... 너는."
"쿡- 왜. 이제야 알아보는 건가?"
"혹시..."
"형. 왜 그래요. 이런 놈이 뭐 어쨌다고."
"임마. 고개 숙여. 한솔고 일짱 채하늘이라고."
"하... 한솔고..."
얼레? 지들끼리 쑥떡쑥떡이던 녀석들은 은근슬쩍 알아서 사라졌다. 왜 저래. 하늘이가 그렇게 무섭나?
"세영아. 미안. 음료수 다시 사야겠다."
"아니야. 괜찮아. 이젠 우리 영화보러가자."
왠지 하늘이랑 이렇게 있는 게 마지막이 될 것만 같아. 너무 불안해.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하늘이에
게 팔짱을 껴버렸다. 잠시 움찔거리더니 이내 나를 보고 씨익- 웃어주는 하늘이. 누구 남자친구인지는
몰라도 너무 멋지다.
"무슨 영화 볼까?"
"글쎄. 음... 잘 모르겠다. 헤헤-"
"공포 영화 괜찮아? 표가 다 매진되서 공포 영화만 몇개 남았는데."
"응. 괜찮아."
솔직히 귀신얘기나 좀 스릴이 느껴지는 놀이기구까지는 괜찮은데 이상하게도 영화만큼은 두려워하는
나였다. 벌써 온 몸이 떨려온다.
"세영아. 추워?"
"아.... 아니야."
"자- 이거 라도 입어."
하늘아. 추워서 그런게 아니라구. 지금 나는 무서워서 그런단 말이야. 이렇게 나한테 옷을 주면 너는 추
워서 어떡해. 그런데 확실히 남자꺼라 그런지 내겐 너무나도 크다. 헐렁헐렁~ 그렇지만 남자치고는 작
은데 기장은 너무 길다... 향이 좋다. 영화관에 들어가면 하늘이한테 다시 돌려줘야지.
"꺄악~!!!"
사람들이 남자며 여자며 악을 지르는 데 그 곳에서 아마 내 목소리가 가장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옆에
하늘이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됬을지... 하늘이가 손을 꽈악 잡아준 덕에 그나마 덜 악을 질렀다. 악을
좀 질렀더니 목이 아프다. 그냥 몇 번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막 귀신이 나오거나 하니깐
진짜 무서웠다. 어휴... 영화관을 나오니 벌써 어두컴컴 해졌다. 앗! 차거.
"와.... 눈이다."
그럼 내가 방금 첫 눈을 맞은 거야? 아~ 기분 좋아라. 첫 눈 맞았으니깐 소원빌어야지. 제발 하늘이랑
헤어지지 않고 오래오래 같이 지내게 해주세요. 하늘이가 제게서 떠나려 하지 않게. 불안해하지 않게
해주세요.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인가 보다."
"응."
"좀 출출한데 우리 저녁 먹을까?"
"응~!"
하늘아. 너는 어쩜 나를 이리도 잘 알 수가 있니. 뭔가 먹고는 싶지만 딱히 뭐를 먹어야 할 지 모르는 내
게 굿 타이밍으로 나를 구원(?)해 주는 하늘이. 스파게티가 아주 유명하다는 집이잖아?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벌써 음식이 나오다니... 음식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와?
"아... 내가 예약을 해놨었거든. 왜...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 바꿔줄까? 여기요."
"아니야. 음식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와서... 그래서 그런 것 뿐이야."
여기도 경치가 좋구나... 꽤 높은 빌딩이라 그런지 밖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인다. 아... 누군가와 같이 크리
스마스를 보낸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건 줄 미쳐 몰랐어. 식사를 다 마치고 와인과 간단한 후식이 나왔다.
푸딩이 나왔는데 속이 살짝 비치는 푸딩이었다. 어? 반지같은데 들어 있는 것 같다. 조심스레 그 쪽을 떠
보니... 세상에나. 정말로 반지가 나왔다.
"하늘아. 반지 진짜 이쁘다..."
"응."
"아. 나도 너한테 줄 게 있는데. 헤헤- 여기."
조심스럽게 내가 직접 포장한 선물들을 하늘이에게 내밀었다. 하늘이는 포장을 풀어보지도 않았다. 왜
저러지? 나중에 풀어보려고 저러나? 그런데 눈동자가 아까와 많이 다른 느낌이다. 훨씬 차가워졌다고나
할까...?
"세영아."
"응?"
"우리... 헤어지자."
"뭐...? 하늘아.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대뜸 헤어지자고 하는 하늘이. 하.... 하늘아. 그게 무슨 말이야. 장난이지? 그렇지? 말도 안돼...
"하늘아.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까지도. 아니 방금 전까지도 같이 밥도 먹었잖아. 갑자기 왜 그러는데..."
"이유는 없어. 어제 분명히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게 오늘. 지금에까지 오게 된 거야."
"이 반지는 뭔데. 이건 뭐냐구!"
"마지막. 이별 선물이야."
"하... 말...도 안돼."
이럴 순 없는 거잖아. 방금 전까지만해도 아니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나를 향해서 웃어준 것들이 모두 다
거짓이란 말이야? 같이 놀이기구도 타고 영화도 보고. 밥도 같이 먹고. 그럼 왜 이제서야 얘기를 해주는
건데. 이런 말을 할꺼면 아침에 바로 얘기해도 되잖아. 엄청 설레었었는데. 엄청 기대했었는데. 엄청 좋
아했었는데. 엄청 기뻐했었는데. 어째서 갑자기 이런 거냐구. 이유라도 가르쳐 주고 가든가. 채하늘. 이
나쁜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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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는 매정하게 여느 때와는 다른 표정을 지으며 내 옆을 지나가려 했다. 나는 가려는 하늘이의 팔을
붙잡았다.
타악.
"왜 이러는 거야."
"왜냐구? 하... 좋아. 나에게도 이별 선물을 주었으니 나도 줘야하잖아? 이거 왜 안 가지고 가는 건데? 어
차피 너 줄려고 샀던 거니까 가지고 가버려. 정 필요없으면 니 손으로 버려."
그렇게 하늘이를 두고서 그대로 달려나왔다. 아... 눈이 따갑다. 지나가던 유리에 나의 모습을 비춰보니.
눈물이 쉬지 않고 흐르고 있다. 하... 그래도 신기하네. 용케 화장은 지워지질 않았어. 화장이 지워졌다면
내 모습. 얼마나 추했을까?
"세영아!"
저 멀리에서 도민이가 나를 보고선 손을 흔들었다. 그 옆에는 시내가 조용히 서 있었고. 나를 보자마자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카사와 타락범생이 내 눈에 보였다. 약간 흐릿하지만. 이내 내게로 오더
니 나를 보고선 깜짝 놀란다.
"세영아... 도대체 누가 널 울린거야?"
"언니. 누가 그런거에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너희 너무한다. 커플들끼리 따로 놀아야지. 같이 다니지 마. 솔로들은 아주
부러워서 환장할껄?"
"하늘이는? 니 남자친구는 지금 어디에 있는데."
하늘이....? 하늘이라... 내 남자친구라... 이제 내 남자친구는 없는데. 나 다시 솔로 된 건데. 어제 그렇게
안색이 안 좋아지고 했던게 모두 다... 나 때문이었던 건가? 진작에 나 싫다고 하던가. 왜 사람을 비참
하게 만드는 건데? 하...
"하늘이 이 놈을 그냥!"
"언니. 참으세요."
"그럼 커플들끼리 잘들 놀아. 나는 이만 집에나 가련다~"
나는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고선 집을 향해 걸어갔다.
터벅터벅
내 발자국 소리 이외에 다른 여러 발자국이 들린다. 이거 단순히 몇 명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구지? 나는
길을 가다가 뭐를 떨친 것처럼 보이게 해서는 돌맹이를 몇 개 주워들었다.
휘익-
"으악!!!"
역시... 누군가가 아까부터 나를 쫓아오는 것 같다. 나를 쫓아올 사람이라곤 없는데... 도대체 누구지?
사정없이 달려서 집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집 앞에 어떤 여자아이 한 명이 서있다. 누구길래 우리 집 앞
에 서 있는 거지?
"너가 한세영이야?"
갑자기 내게로 와서 한세영이냐고 묻는 이 아이. 너 뭔데 처음보는 사람한테 반말을 찍찍 해대는 건데.
건방진 저 포즈. 팔짱을 끼고서 나를 비스듬히 노려본다. 쿡- 나보다 키도 작은 것이.
"어. 맞는데. 왜?"
짜악-
하... 바... 방금 뭐냐. 나... 뺨 맞은거 맞지? 내가 왜 맞아야 되지? 이름도 얼굴도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
테 반말을 듣는 걸로도 모자라서 이젠 뺨까지 맞아?
"새끼들이 시켰으면 제대로 처리하던가. 너 왜 멀쩡한 건데?"
"너... 방금 나 쳤냐?"
"쳤다. 왜."
"너가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모양이구나?"
"너... 너 뭐야. 왜 이래. 저. 저리가라구."
왜 저러지? 내가 무섭나? 무서울 건 없는데 그저 아까와는 다르게 마음이 엄청 편해졌다. 힘이 솟아오르
는 것 같아. 큭- 웃음만 나오는군.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한다면. 먼저 네 이름은 뭐지? 그리고 왜 나를 해치려 하는 거지?"
"....아.... 그래. 좋아. 어차피 알 게 될테니. 내 이름은 장미. 한빛고에 다니고 있어. 잠시 쉬고 있긴 하지
만 한빛고 장미하면 잘 알껄? 그리고 왜 해치려 하냐구? 쿡- 해치려 한 거 없어. 그저 이 세상에서 사라
지게 만들고 싶었을 뿐. 너 때문에 하늘이가 괴로워하는 건 참을 수 없거든. 하늘이는 내 약혼자야. 네가
뭔데 우리 사이를 끼어들어?"
하... 약혼자. 그러니깐 장미. 이 애를 좋아했는데 나한테 사귀자고 하다니. 나를 장난감 대용으로 쓴 거
야 지금? 나 이용당한 거 맞지? 그렇지? 그럼 뭐야. 약혼자 떼어놓으려고 나를... 나를 이용한 거야...?
내게 접근한 것도 모두 의도적이었던 거야?
"가... 갑자기 왜 우는 건데!"
"너. 하여튼 조심해. 처신 똑바로 안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는 수가 있어."
"그건 걱정 안해도 될껄?"
"뭐... 뭐?"
"오늘부로 하늘이랑 디 앤드거든. 하늘이랑 잘해봐라. 혹시 아냐? 너 질투심 가지게 하려고 나를 이용했
을지? 킥- 너야 말로 조심해. 내 눈에 띄면 나도 모르게 너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줄테니 말
이야."
흠칫-
이내 빨리 뛰어가버리는 장미. 큭- 그러고보니 우리학교 학생 장미군. 그것도 나를 왕따로 만들어준
아이지. 내가 전학을 오자마자 면상이 마음에 안 든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왕따도 아니다. 전따로 만들어
준 유명한 인간. 빛나보다 조금 더 잘 나간다는 인간이랄까? 장미의 오빠 장원이 한빛고에서 알아주는
인물이니깐.
"누나. 추운 데 밖에서 뭐하고 있어?"
"아. 세진아. 너 왜 벌써 들어와?"
"응. 깜빡잊고 선물을 놓고 와서. 누나야 말로 왜 벌써 들어오는데?"
"질끈- 니 말대로. 세진이 네 말대로. 하늘이랑 헤어졌어."
"누...나?"
"괜찮아. 하늘이 마음이 다 거짓말이란 거 이젠 다 알았으니깐. 얼른 선물 가지고 가. 빛나 많이 기다리겠
네. 후-"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는 세진이의 시선이 무진장 신경쓰인다. 나는 재빨리 방에 와서는 침대 위에 누웠
다. 그리고선 이불을 돌돌 말아서 그 안에서 울었다. 몇 시간이 지나는 지도 모른 채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나는 처음으로 실연의 아픔을 느꼈다.
* 다음 날 아침
"누나? 갑자기 왜 변장하기 이제 지루해졌어?"
"어."
어제 하루종일 울었더니 진정이 되었다.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은 진정이 되 있다. 아무런 느낌도 없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아무 표정도 없다. 그저 그럴뿐. 오늘부터는 분장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어차피
금방 때려치울 꺼라는 건 알았다. 내 모습을 보면 애들은 뭐라고 할까? 킥- 아니다. 오늘까지는 분장을
하지. 뭐. 나를 또 건들인다면 별 상관없이 변장을 풀어야겠다. 모처럼 조용히 지내서 엄마한테 칭찬이
나 들을까 했는데. 쿡-
"세진아. 나부터 갈께."
"응.... 잘 가. 누나. 나중에 봐."
"어."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8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9
* 학교
"이야~ 오늘도 역시나 신선함을 주는구나."
"저런 면상으로 학교에 오다니...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저리꺼져. 스치지도 마!"
킥- 오늘도 야유로 시작되는 내 하루네. 왜 이러지? 오늘따라 이런 대우가 기분이 드러운게. 후- 왠일인
지 담배하나 피고 싶다...
"한세영. 빨리빨리 안 들어와? 주번이 되서 말이야. 얼른 걸레 빨아다가 교실 청소해."
"....네."
선생님도 맨날 이렇게 내게 대했었던가? 이런 짓... 이젠 집어치우고 싶다. 큭- 그렇지만 조금 더 버텨보
자. 정말로. 한 번만. 딱 한 번만 나를 더 건드면 그 때 폭발해도 늦지 않을 테니깐. 그래. 한세영. 조금 더
버텨라. 화를 세 번 참으면 살인을 면한다는 말도 있잖아? 걸레를 빨아다가 교실 바닥과 교탁을 닦았다.
그런데 내가 닦은 곳에 쓰레기를 붓는 한 아이.
"야. 주번. 제대로 청소해야지. 이렇게 드러워서야 쓰겠어?"
저건... 장미다. 큭- 조금 마음이 바뀌었어. 이 짓 조금 더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시 학
교에 컴백한건가? 오늘부터 또 바빠지겠네.
"야. 제대로 못 닦어? 박박 좀 닦으란 말이야."
퍼억-
촤르륵-
일부러 나를 밀고 지나가는 장미 덕에 나는 물통을 쏟아버렸다. 그와 동시에 내 교복과 실내화는 그 물
에 흠뻑 젖었다. 그런데 가던 길이나 잘 갈 것이지 내게로 오더니 화를 내는 이 인간.
"야. 너 똑바로 못해? 신경질을 내면 쓰니? 좀 생각 좀 하고 살아. 어휴. 오랜만에 입는 교복인데 너 땜에
드러운 물 틔었잖아."
드러운 물 틔었다고? 내 좋은 눈으로 보기에는 몇 방울 안 틘거 같은데? 그에 비해 나는 완전 다 젖었고
말이야. 그렇지만 반 아이들은 무슨 좋은 구경거리라도 난 듯 장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로 나를
쳐다보며 비웃고 손가락질 하고 있다. 나 분명히 성깔있는 전따가 됬는데 빛나 친구가 됬는데도 이런 대
우를 받아야 되는 건가? 쿡-
"니 눈에는 니 교복에 틘 너의 침 몇 방울밖에 안 보이냐? 내 치마 봐라. 니가 가면서 양동이를 걷어차서
다 젖었잖아."
"놀고 자빠졌네. 너 같은 건 지금 그 모습이 제일 어울려. 알아?"
"당연히 알지. 큭-"
"뭐... 뭐하는 거야! 세영아. 괜찮아?"
빛나가 오더니 나를 걱정해준다. 큭- 친구란 게 이런 건가? 엄청 고맙네. 내 편은 아무도 없었는데... 한
명이 내 곁에 있을 뿐인데. 너무나도 든든하다.
"자리에 안 앉냐. 종 친지가 언젠데. 얼른 앉아라."
선생님 눈에도 분명 선명하게 보였을 나의 치마와 물이 흥건히 고인 교실 바닥. 그렇지만 헛기침 몇 번
을 하고선 시선을 아예 다른 쪽으로 돌려버린다. 큭- 또 뇌물 처 받고 저렇겠지? 하긴 이 세상에서는 돈
이 최고니깐. 돈만 있으면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할 수 있다. 꼭 돈이 있어야 행복한게 아니라고? 그건
모르는 소리다. 돈이 있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고 몸도 보호하고 여러 여가시간을 좀 더 보람차게 생활
하기 좋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필요한 돈. 그 때문에 파렴치하고 불순한 인간들이 사회에 나타나는 것이
고 말이다.
"오늘 전학생이 왔다."
"잘생겼어요? 여자에요. 남자에요?"
"설마 전따는 아니죠~?"
전학생이 왔다는 말에 휘파람까지 불어대는 인간들. 정녕 미쳤는가. 마지막 말은 뭐냐고. 설마 전따는
아니죠~? 하긴. 처음에 내가 전학 왔다고 했을 때 밖에서 다 들리는데 역시나 예뻐요? 멋져요? 남자에
요? 여자에요? 등등 별의 별 질문을 다 하고선 내 모습을 보자마자 엄청나게 실망한 듯 한 모습들이란
정말 너무나도 웃긴다. 그렇지만 나 같이 분장하고 다니는 인간들도 흔치 않으니깐.
"들어오렴."
이내 당당히 앞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한 남자아이. 저 정도면은 잘생긴 얼굴이다. 장난끼 있는 미소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아이다.
"안녕. 나는 소비하라고 해. 앞으로 잘 지내보자."
"오오~!!!"
나와는 전혀 다른 반응. 나 때에는 온갖 야유를 퍼붓더니. 쟤가 소개하자 온갓 화음을 다 넣어서 기쁨을
나타내는 아이들. 참 경이롭다. 순간 그 애랑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더니 씨익- 웃어줬다. 설마 나를 보
고 웃었겠어? 지금 나의 모습에는 어림도 없지. 암. 그렇고 말고.
"비하야. 미안하구나. 자리가 저기 한 자리 밖에 없어서..."
"아니요. 괜찮은데요. 저 자리 마음에 들어요."
"그래? 이상 아침 조회 마치고 자율 학습 시간이다."
비하가 내 옆에 앉자마자 몰려드는 우리반 애들. 여자건 남자건 할 필요 없이 금세 구름떼처럼 몰려와
나는 내 자리에 마음 편히 앉을 수도 없었다. 하긴. 이 세상은 돈. 그리고 얼굴도 중요하니깐. 호감이 가
는 얼굴이 아니면 조금 그러니깐... 그래서 성형수술이라는 것도 많이 발달한 것이고 말이다. 지금 나의
모습과 비하라는 애의 모습은. 비교할 필요도 없다. 워낙에 차이가 나니깐.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내 자리는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아... 내가 도와줄까?"
"아니. 괜찮아."
도와주면 나야 고맙지만 주위의 시선들을 무시하면서까지 너에게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구나. 내 바로
옆 분단에 앉은 빛나가 도와주었다. 어떻게 된 게 책상 속에 있던 책들이 다 떨어지냐.
"나는 소비하라고 해. 너의 이름은 뭐야?"
"나? 난 한세영."
"씨익- 그래? 오늘 끝나고 잠깐 나 좀 볼래?"
"...어?"
"부담 갖지 말고 그냥 나와.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거든."
...뭐를 물어보려고 저래? 그런데 이상하다. 하늘이 때처럼은 아니지만 이 애도 어딘가 전에 본 적이 있
는 것 같아. 전혀 낯설지가 않아. 나 또 이러다가 배신을 당하지 않을라나 모르겠다. 후- 그나저나 미치
겠군. 장미도 모자라 이젠 반 여자애들까지 나를 노려보고 있다. 짝이라서 가볍게 애기를 하는 정도인데
내겐 그런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다는 건가?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39
[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 - 40
"이상. 반장."
"공수합시다.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간지 모르게 벌써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났다. 막 가방을 들고서 전학생 비하가 말한
뒤쪽으로 가려는데 여자애들이 내 주위를 둘러쌌다. 평소 때보다 가방을 늦게 챙겨서 인지 반 아이들은
이미 집에 가고 반에는 나와 여자애들 몇명이서만 있을 뿐이었다.
"왜 그러는데?"
"야. 전따면 전따답게 굴어. 어디에서 여우짓을 하고 난리야?"
"니 주제를 알라고."
"내 주제가 뭔데? 그리고 말이지. 나는 전따가 아니거든? 내겐 한세영이란 이름이 있고 이미 난 전따가
아닐텐데? 그런데 너희 뭘 믿고 이러는 건데? 빛나가 한 말 기억 안나?"
"빛나가 한 말? 그게 무슨 상관인데?"
모세의 기적처럼 척- 하고 둘로 갈라지는 여자애들. 그 사이로 도도하게 걸어나오는 장미. 하... 역시 너
였구나. 너 정도가 되지 않는 한 여자애들이 빛나의 경고를 무시하고서 내게 덤빌리가 없지. 후- 실세는
너였나?
"아~ 빛나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란 말야~ 있지~ 널 보면 아주 재수없는 기집애가 떠 올라. 생긴 건
완전 딴판인데 느낌이 비슷하거든. 괜히 전학생한테 꼬리 치지마. 뭐. 나야 하늘이밖에 없지만. 곧 있으
면 전학생 팬클럽도 생길껄? 빛나의 친구라니깐 우선은 이 정도로 넘어갈께. 앞으로 조심하라구. 아. 밖
에서 전학생 기다리겠다. 얼른 뛰어가~"
뭐... 뭐야. 왜 이런 친절을 베푸는 거지? 하- 이래놓고선 가려고 하면 나를 어떻게 해보시려고? 후- 하
지만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건 실례니깐. 한 발짝. 두 발짝. 자신들에게서 멀어지는 나를 보고도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는 애들. 그에 여자애들도 황당하다는 듯 장미를 쳐다봤지만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가방을 메고 내 앞을 지나쳐 갈 뿐이었다.
"하악... 하악. 미안. 내가 너무 많이 늦었지?"
"아니. 별로."
"하악... 나한테 할 말이란게 뭐야?"
"후- 일단은 여기에 앉아."
이런 곳에 벤치가 다 놓여 있었구나. 나는 주저없이 벤치에 걸터앉았다. 아... 너무 힘들어. 괜히 뛰어왔
나? 그나저나 애는 무슨 말은 하려고 나를 부른거지?
"혹시 래드엔젤 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래드 엔젤...? 처음 들어 보는데?"
"아닌건가..."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고 보니 래드 엔젤이라... 처음 들어 봤다고는 했지만 왠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요새
들어 익숙하다거나 낯설지않는다는 느낌이 온다. 어째서? 왜? 와이.
"래드 엔젤. 어디에서 들어본 것도 같고... 그런데 그건 왜 묻는 거야?"
"지금 래드 엔젤님을 찾고 있거든."
"니...님?"
"그래. 내가 모시는 분이시지. 아주 멋진 분이셔."
모신다라... 저런 애가 모시는 분이면 얼마나 대단할까? 래드 엔젤이라... 분명 엄청나고 대단한 사람일
테지. 그런데 어째서 나한테 래드 엔젤을 아냐고 묻는 거지?
"그런데 어째서 나같은 애한테 래드 엔젤에 대해서 물어보는 거야?"
"글쎄... 이상하게도. 래드 엔젤님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그래? 신기하다... 나 이제 그만 집에 가야 되는 데. 먼저 일어나도 되지?"
"아. 네 시간을 뺏어서 미안. 다음에 보답할께."
"보답은 무슨. 니 주변사람들에게나 베풀어. 그럼 이만."
가방을 메고 운동장을 가로 질렀다. 저 멀리 교문에서 보이는 남녀 한쌍. 아주 즐거워 보인다. 오우- 보
기 민망하게시리 대놓고 키스를 하고 있다. 가만... 저 뒷모습은 장미인데. 우리 학교에서 유일하게 웨이
브에 금발을 가진 아이는 장미 혼자였다. 조심조심해서 가까운 곳까지 왔다. 남자애는 누굴까? ...!!! 하..
나는 그 남자애의 얼굴을 보자 마자 뛰었다. 말도 안돼. 나랑 헤어진지 며칠이 지났다고 벌써 다른 여자
랑 키스까지 하는건데. 채하늘. 정말로 너한테 나는 이용 대상일 뿐이었던 거니?
다다다-
퍼억-
덥석-
"야. 한세영. 누가 학교에서 질질 쳐 울래."
"이 목소리는... 싸가지?"
"뭐? 지금 나보고 싸가지라고 한거냐?"
하... 싸가지한테 추한 몰골을 보이고야 말았다. 그런데 왜 이 놈이 우리 학교에 있는 거지? 지금 이 시간
이라면 모두들 집에 갔을 시간인데.
"야. 꼬봉이면 꼬봉답게 주인님이 끝나기 전에 기다리지는 못할망정 주인님이 꼬봉있는 곳으로 친히 납
시셔야 겠냐? 왜 쳐울고 지랄이야. 빨랑 가방 들고 따라와."
울고 있는 거 안보이냐? 평소처럼 가방을 휘익 던지는 싸가지. 나는 본능적으로 잽싸게 잡았고 그 가방
뒤에 얼굴을 숨긴채로 싸가지를 따라갔다.
* 날려버려
여기는... 술집아닌가? 날려버려... 술집 이름이 너무 예쁘다. 지금 내 기분도 날려버리고 싶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채하늘이라는 존재도. 그런데 싸가지가 왜 이런 델 데려온거지?
"앉아. 뭐해."
"아... 응."
"여기. 내가 늘 시켜먹는 걸로."
자주 왔는지 자연스레 주문하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니 설움이 더해졌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눈물이
세어 나온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사귀다 헤어진다는 게 이렇게도 슬픈 일일까?
"야. 그만 좀 쳐울어. 인간들이 쳐다보는 거 안 보이냐? 존나 니 얼굴 좀 생각 하라고."
"내 얼굴이 뭐... 뭐!"
마침 벽에 붙어있는 거울을 보니... 정말 이상했다. 분장이 반은 지워지고 반은 아직 남았는데 엄청 부자
연스러웠다. 풉- 갑자기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풉..."
"너 진짜로 미친거냐? 아오... 웃을라면 웃고 울라면 울어. 동시에 하니깐 더 추하잖아."
"피식-"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웃기도 울기도... 지금은 다 하기 싫고 모든 게 싫다. 그냥 아무 표정없이 지내
고 싶은 심정이야. 채하늘.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언제 내 마음속에 이렇게 깊이 들어온건데.
어째서 니 생각만 해도 니 이름만 불러도 이렇게 슬픈 건데.
"야. 그만 청승 떨고 술이나 쳐 먹어."
"뭐? 쳐 먹어?"
"씨발- 나처럼 이렇게 꼬봉한테 술까지 주는 착한 주인님은 없다. 존나 고맙게 생각하고 쳐먹어."
"진짜 먹어도 되지?"
"그래. 얼렁 쳐 먹어. 그만 좀 징징대고."
술이라도 먹으면 지금 이 마음이 진정 될까? 그럴까? 싸가지가 왠일로다가 술잔에 직접 술을 따라주었
다. 저걸 먹으면 괴로운 마음이 조금은 가시겠지? 그렇겠지? 나는 그대로 술잔을 들고선 과감하게 원샷
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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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렌소][[한빛고 전따는 이중인격 아이스걸?!]](31~40)
*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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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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