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베드로 클라베르(Petrus Claver) · 흑인의 사도 · 노예들의 벗
“흑인 노예들의 영원한 노예, 베드로 클라베르”
성 베드로 클라베르는 1580년 또는 1581년 6월 26일 에스파냐 카탈루냐 지방의 작은 마을 베르두에서 가난하지만
신심 깊은 농부 가정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동생을 잃은 뒤 성직자의 길을 결심하였고,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하면서 예수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1602년 예수회에 입회한 그는 신학을 공부하던 중 평생의 스승이 된 성 알폰소 로드리게스를 만났습니다.
성 알폰소 로드리게스는 그에게 신대륙 선교의 길을 권했고, 베드로 클라베르는 그 권고를 마음에 깊이 새겼습니다.
1610년 동료 예수회원들과 함께 콜롬비아의 카르타헤나에 도착한 그는 신학 공부를 계속한 뒤 1616년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 노예들의 곁으로
당시 카르타헤나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거래되던 주요 항구였습니다.
노예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빼앗긴 채 비참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베드로 클라베르는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종신서원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에 “흑인 노예들의 영원한 노예”라는 뜻을 담고, 자신의 일생을 그들에게 바치기로 결심했습니다.
예수회 알폰소 데 산도발 신부의 도움을 받으며 그는 노예선을 찾아갔습니다.
오랜 항해로 굶주리고 병든 사람들에게 음식과 약을 건네고, 상처를 치료하며, 따뜻하게 돌보았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때에는 통역자와 그림을 이용하여 그들과 대화했습니다. 그
리고 그들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임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노예들이 머무는 막사를 정기적으로 찾아갔으며, 나병 환자들을 비롯하여 아무도 돌보려 하지 않는 이들의 곁에도 머물렀습니다.
그는 단순히 그들에게 복음을 전한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고통을 함께 짊어진 친구가 되었습니다.
❤️ 40년 동안 이어진 사랑
성 베드로 클라베르는 약 40년 동안 흑인 노예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그가 세례를 베푼 흑인 노예는 약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는 온종일 노예들을 찾아다니며 고해성사를 베풀었고, 많은 이들이 그를 자신들의 영적인 아버지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의 삶에는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이 있었습니다.
“가장 버림받은 사람에게 먼저 가라.”
그는 자신의 명예나 편안함을 찾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갔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의 곁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 주었습니다.
🕯️ 마지막까지 낮아진 삶
1650년 전염병을 앓은 뒤 건강을 크게 잃은 그는 마지막 4년 동안 거의 누워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한때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던 그는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돌보던 사람에게서 받는 힘든 대우도 묵묵히 견디며 마지막까지 인내와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1654년 9월 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에 마지막 영성체를 한 뒤 선종했습니다.
그의 죽음이 알려지자 카르타헤나의 수많은 시민과 성직자, 당국자들이 장례식에 모여들었습니다.
살아 있을 때 이미 성인으로 존경받던 그의 삶이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것입니다.
✨ “흑인의 사도”
성 베드로 클라베르는 1850년 교황 비오 9세에 의해 시복되었고, 1888년 1월 15일 교황 레오 13세에 의해 시성되었습니다.
교황 레오 13세는 1896년 그를 흑인 노예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선교사들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습니다.
오늘날 그는 특히 콜롬비아와 아프리카 및 아메리카 선교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으며, ‘흑인의 사도’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교회 미술에서는 보통 십자가를 높이 들고 흑인 노예들을 맞이하는 예수회 사제의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 성 베드로 클라베르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
성 베드로 클라베르의 삶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의 곁에 나는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가?”
그는 말로만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굶주린 이에게 음식을 주고,
병든 이의 상처를 씻어 주고,
외로운 이의 곁에 머물며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느님의 소중한 자녀로 대했습니다.
그의 삶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인간의 존엄, 사랑, 연대와 자비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40
🙏 성 베드로 클라베르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 속으로 들어가 사랑을 실천했던
당신의 믿음과 용기를 저희도 본받게 하소서.
성 베드로 클라베르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