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박성은 리아입니다.
대전에 친구가 삽니다. 그 친구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저의 성지 순례에 공감해 주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친구입니다.
또 신자는 아니지만 매일 성은이의 하느님께 기도를 하는 친구랍니다. ㅎㅎ
그 친구와 공주의 황새 바위 성지로 순례를 가기로했습니다.
그리고 공주에는 또 한명의 친구가 삽니다. 그 친구는 문화재 보수 및 돌봄이 그 친구의 직업이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성지 안내를 해줘야 한다며 아파서 병원까지 갔다가 순례에 참여해 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황새바위 순교성지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는 곳이었습니다. 한 곳 한 곳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해 들으며 우린 감동적인 순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황새바위는 충청남도 공주시 왕릉로 118, 공산성을 마주 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조선 후기 충청도 천주교 박해의 중심적인 처형장이었습니다. 특히 공주는 당시 충청감영이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충청도 여러 지역에서 체포된 천주교 신자들이 공주로 끌려왔고, 배교하지 않은 이들이 이곳에서 처형되었습니다. 그래서 황새바위는 단순히 한 지역의 순교지가 아니라, 충청도 천주교 박해와 순교를 대표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조사된 공주지역 순교자는 337명, 그 가운데 황새바위에서 순교한 것으로 이름이 확인된 순교자는 248위에 이른다고 합니다.
1801년 신유박해에 황새바위에서 처음으로 순교한 것으로 기록된 인물이 이존창 루도비코 곤자가입니다. 이존창은 '내포의 사도'로 불릴 만큼 충청도 내포 지역에 복음을 전한 인물입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체포되어 공주로 끌려왔고, 1801년 4월 9일 황새바위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했습니다. 그 뒤 이동국, 문유진, 이국승 바오로 등도 이곳에서 순교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때가 1866년 병인박해입니다. 공주에서만 기록상 190명의 순교자가 확인되는데, 공개적인 참수형이나 장살형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황새바위에서 순교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때의 대표적인 순교자가 바로 성손자선 토마스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서
주차를 하고 나면 가파른 언덕길이 있고 언덕을 오르면 예수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는 오른쪽 대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이 대성당입니다. 외관은 단순하고 소박합니다.
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체포되고 문초받으며 처형되는 모습입니다.
성전 안의 모습입니다.
밖의 소박한 외관과 대비되는 높은 천장과 긴 통로, 그리고 제대 뒤 원형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제대 뒤의 원형 스테인드글라스는 예수님의 가시관과 순교자들이 받은 칼날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성전 안의 십자가의 길입니다.
왠지 담담하고 인간적인 느낌입니다. 예수님의 고통뿐 아니라 예수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이 함께 표현되어 있어 순례자가 장면 하나하나에 들어가 묵상하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성전을 나와 계단을 오르면 긴 화단 같은 게 조성되어 있는데 그 둘레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하얀색으로 단순하게 그린 그림이지만 순례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힘이 있는 벽화였습니다. 이곳의 순교자들의 순교 여정을 담은 그림인 듯합니다.
순교자의 길을 오늘의 순례자가 이어 걷는 느낌이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벽화였습니다.
이곳은 황새바위 기념관입니다.
1784년 한국 천주교회의 시작부터 여러 박해와 선교사들의 입국, 순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유리 진열장 안의 옛 신앙 관련 서적들도 박해시대의 신앙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기념관을 나오면 무덤경당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무덤 경당이라니... 저는 처음 보는 장소여서 정말 놀랐답니다.
무덤경당의 돌관입니다. 실제 관이 아니라 예수님의 돌무덤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순교자들의 죽음을 슬픔으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부활의 희망으로 바라보게 하는 공간입니다.
석관의 주변벽에는 순교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초기에는 248위의 이름을 기념했고, 이후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공주에서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337명의 이름을 지하공간등에 새겨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순교자를 현양 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하에서 아주 좁은 계단으로 올라오면 작은 성전이 있습니다. 성전은 아주 작고 조용해서 기도하기 좋았습니다.
성전의 외부모습입니다.
이곳은 황새바위 순교탑입니다.
이탑은 순교자들이 처형당할 때 사용했던 두 자루의 칼이 서로 맞닿은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칼 위에 십자가와 태양입니다.
마치 죽음을 넘어 빛으로 향하는 길처럼...
순교탑 안의 모습입니다.
순교탑 맞은편에는 열두 개의 빛돌이 있습니다. 이름 없는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비석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수많은 순교자들의 믿음이 담겨있습니다. 세상이 버린 돌이 교회의 머릿돌이 되었습니다.
부활광장, 부활경당으로 가는 길에 성모칠고(성모님이 예수님의 생애를 함께하시면서 겪으신 일곱 가지 큰 슬픔과 고통)를 묵상하는 길이 있습니다.
예언의 말씀을 들었던 순간부터, 피난과 아들을 잃은 슬픔, 십자가의 길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성모님은 아들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하셨습니다.
이 길을 천천히 걸으며 성모님의 슬픔을 묵상하고, 나의 삶 속 고통도 함께 봉헌해 봅니다.
그리고 가상칠언이 있었습니다. 가상칠언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남기신 일곱 말씀입니다.
가상칠언 1-용서
가상칠언 2-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구원
가상칠언 3-"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사랑과 맡김
가상칠언 4-"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고통
가상칠언 5 "목마르다"-인간적인 고통
가상칠언 6 "다 이루어졌다."-완성
가상칠언 7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온전한 봉헌
이렇게 일곱 말씀을 묵상하며 갑니다.
황새바위는 빛의 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저는 빛의 길을 처음 봅니다. 여태껏 다녀 본 성지에서는 십자가의 길만을 보았었는데 정말 새롭고 감동이었습니다.
현재의 14처는 2025년에 새롭게 조성된 작품으로, 예수님의 부활 이후부터 성령 강림과 사도들의 파견까지를 묵상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몰랐던 부분이어서 14처를 모두 담아보았습니다.
황새바위의 십자가는 단순한 십자가가 아니라 십자가의 앞모습은 아마도 예수님의 부활을 상징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뒷부분에는 성지의 역사와 순교의 의미를 여러 상징으로 담아냈습니다.
순교자들의 모습, 박해와 고난, 성모님, 신앙 공동체, 기도하는 사람들, 순교의 현장 등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부활경당에 도착했습니다.
벽 전체를 작은 타일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조부수 화백이 제작한 4,0 00여 점의 도자판 벽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많은 작은 그림들이 모여 하나의 큰 공간을 이루듯 한 사람 한 사람 순교자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신앙의 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흙이 불을 지나 도자기가 되듯 순교자들도 고난의 불을 지나 부활의 생명으로 나아감을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부활 성당을 나오면 '순교자의 모후'가 계십니다. 이름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모님을 단순히 순교자들의 어머니로 보기보다 순교자들이 예수님을 따르는 길을 걸어갈 때 함께하신 어머니로 묵상하는 장소입니다.
우리가 성모님의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성모님께서 먼저 우리의 손을 잡아주고 계신다는 묵상이 참 따뜻합니다.
이것으로 황새바위 순교성지의 순례를 마쳤습니다.
황새바위에서 만난 것은 죽음의 흔적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믿음은 돌이 되고, 말씀이 되고, 빛이 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 걸어갈 길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