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차, 11월에 다 끝난다고 하던 방역 위기가 전문가들 예상과 달리 2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40대에서 50대가 된 것도 서러운데, 함께 역사 연구에 매료되어 이 좁은 학계를 함께 살아왔던 동료, 교수님들이 떠나는 것을 보면서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두 달 전에 한국해양대학의 하세봉 교수님이 정년퇴임을 하셔서, 퇴임식에 외부내빈 자격으로 초대를 받아 갔었습니다. 서울과 달리 그래도 정년퇴임식을 학과 차원에서 준비하고, 학생들이 석별의 정을 가득 담은 영상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물론 서울처럼 방역 문제와 규제가 심하지 않으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세봉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나 정년한다고 전화를 안 주셨다면 모르고 지나갈 뻔했지만, 그래도 전화 주신 덕분에 훠이훠이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었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변한 선생님이지만 여전히 학문적 호기심은 왕성하셨습니다. 탄복, 탄복! 몸이 불편한 사모님 병구완으로 10년째 밀착 간호를 하고 계시면서도 연이어 책을 출간하는 정력에 거듭 놀란 것은 덤입니다. 두 주 전에 새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제목은 "60대 인문학자,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입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우리 한양대 사학과에서도 작년 이석규 교수님을 이어, 올해를 끝으로 박찬승 교수님이 정년퇴임을 하시고, 생각지도 못하게 신성곤 교수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명예퇴직을 하시게 되어 황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늘 연구실에 전화해서 안 계시면, 병원에서 검사 중이신 경우가 태반이어서, 건강 문제가 학생들이야 모르지만 사실 저도 걱정할 정도의 수준이었으나, 그래도 이렇게 빨리 용단을 내리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양대가 뼈를 묻을 마지막 고향이라면, 경북대는 제 친정이나 마찬가지이고, 또 척박한 학계 상황에 그래도 중국사를 하겠다는 제자들을 많이 배출해 준 곳입니다. 이번 12월 1일에 경북대 BK사업단 초청으로 경북대에서 특강을 하고 왔습니다만, 역시 10년 전에 우리 모두 젊었던 동료 교수님들이 여기도 아프시고 저기도 아프시고 또 정년까지 횟수를 셀 정도로 원로?에 가까워지는 것을 절감했네요.
오늘 중국근현대사학회 총회에서 발표와 신임 회장 선출이 있었고, 역사학회 평위원회가 열려서 위원으로 참가하니, 오랜만에 줌으로 본 여러 선생님들이 모두 머리가 다 새서 여러 잡감에 젖어 늦은 시간에 글을 몇 자 씁니다. 아직까지 열심히 머리 염색을 하지만, 사실은 나도 거의 백발 수준이라 ㅎㅎ 그래도 아직은 마음은 청춘이라, 머리 백발은 좀 싫네요.
이렇게 시간이 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요즘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시대로 다음 카페에 글을 올리는 자체가 시대에 뒤쳐진 방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20년 학생을 가르치면서 만났던 인연들을 생각하면서 몇 자 남깁니다. 올해는 특히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