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에 어긋나기 쉬운 말
맞춤법이 어렵다고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맞춤법은 하
나의 약속이요 말 그대로 하나의 법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지켜야
한다. 약속을 어기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원만한 교류가 어렵
게 된다. 또 법은 보편성을 그 밑바탕으로 삼는다. 가장 합리적인 원칙이
기 때문에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수많은 법 가운데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 많은 법을 다 알 수
는 없기 때문에 틀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
하고 있는 말들을 찾아 적어 본다.
① -ㄹ는지
‘-ㄹ는지’는, 뒤 절이 나타내는 일과 상관이 있는 어떤 일의 실현 가능
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이다. ‘그 의문의 답을 몰라도’, ‘그
의문의 답을 모르기 때문에’ 따위의 의미를 나타낸다. 이 ‘-ㄹ는지’를 흔
히 ‘-ㄹ른지’나 ‘-ㄹ런지’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어미의 표기
는 없다.
비가 올는지 습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손님이 올는지 까치가 아침부터 울고 있다.
‘하게’할 자리나 ‘해’할 자리에 두루 쓰여, 어떤 불확실한 사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에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과연 올는지.
그가 훌륭한 교사일는지.
자네도 같이 떠날는지.
‘하게’할 자리나 ‘해’할 자리에 두루 쓰여, 앎이나 판단 · 추측 등의 대
상이 되는 명사절에서 어떤 불확실한 사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도 또한 그렇다.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를 누가 알겠니?
반드시 ‘올는지, 떠날는지, 일어날는지’로 써야 한다.
② -ㄹ게
‘해’ 할 자리에 쓰여, 어떤 행동에 대한 약속이나 의지를 나타내는 종
결 어미다.
다시 연락할게.
오늘은 나 먼저 갈게.
이때의 ‘-ㄹ게’를 흔히 ‘-ㄹ께’로 적는다. 즉 ‘연락할께’, ‘갈께’로 잘
못 쓰고 있다.
‘-ㄹ게’는 ‘ㄹ’로 시작하는 어미는 뒷말이 된소리로 소리 나더라도 예
사소리로 적는다는 규정(한글 맞춤법 제53항)에 따라 ‘-ㄹ께’로 적지 않
고 ‘-ㄹ게’로 적는다.
그런데 ‘-ㄹ게’는 ‘-ㄹ 게’와 구별하여 적어야 한다. ‘-ㄹ게’는 하나의
어미이므로 ‘동생을 위해 과자를 남겨 둘게.’와 같이 붙여 쓴다. ‘-ㄹ 게’
는 ‘-ㄹ 것이’가 줄어든 말이므로 ‘동생이 할 게 없다.’와 같이 띄어 쓴다.
③ -ㄴ바
‘-ㄴ바’는 뒤 절에서 어떤 사실을 말하기 위하여 그 사실이 있게 된 것
과 관련된 과거의 어떤 상황을 미리 제시하는 데 쓰는 연결 어미로, 앞
절의 상황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나타낸다. 또 뒤 절에서 어떤 사실을 말
하기 위하여 그 사실이 있게 된 것과 관련된 상황을 제시하는 데 쓰는 연
결 어미인데, ‘-ㄴ데’, ‘-니’ 따위에 가까운 뜻을 나타낸다.
서류를 검토한바 몇 가지 미비한 사항이 발견되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이미 정해진바 우리는 이제 그에 따를 뿐이다.
그는 나와 동창인바 그를 잘 알고 있다.
너의 죄가 큰바 응당 벌을 받아야 한다.
위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때의 ‘ ㄴ바’는 어미이기 때문에 ‘검토
한바, 정해진바, 동창인바, 큰바’와 같이 붙여 써야 한다.
그러나 의존명사 ‘바’는 띄어 쓴다. 즉 앞에서 말한 내용 그 자체나 일
따위를 나타내는 말이나, 일의 방법이나 방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평소에 느낀 바를 말해라.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하라.
나라의 발전에 공헌하는 바가 크다.
어찌할 바를 모르다.
나아갈 바를 밝히다.
눈 둘 바를 모르다.
④ -으라고
앞의 내용이 뒤의 내용에 대한 목적임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다. 이
‘으라고’를 ‘어라고’로 적는 경우가 많다.
우리 딸 맛있게 먹으라고 엄마가 이렇게 요리한 거야.
양반의 고명따님, 무남독녀 금지옥엽 어여쁘고 애중한 여식의 이름에
종의 팔자 닮으라고 이름을 붙인 그 어머니 심정이 짚일 듯도 하였다. ― 최명희, 『혼불』
또 어미 ‘-으라’에 인용을 나타내는 격 조사 ‘고’가 결합한 말에도 마
찬가지다.
어머니가 밥을 먹으라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에게 손을 씻으라고 하시오.
⑤ 위 글/윗글
수능 언어영역의 발문을 보면 2003학년도까지는 ‘윗글’을 쓰다가
2004학년도부터 지금까지는 ‘위 글’을 쓰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초판에 ‘윗글’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것을 근거로 ‘위
글’로 바꾼 것으로 추정하는데, 지금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윗글’이 ‘바로 위의 글’이란 뜻으로 등재되어 있고, 국립국어원에서 제
공하는 ‘우리말 바로 쓰기’에서도 ‘위 글’과 ‘윗글’중 ‘바로 위의 글’을 뜻
하는 말은 ‘윗글’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 글’과 ‘윗글’은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하다
⑥ 이, 히
부사를 만드는 접사인 ‘-이’를 쓸 것인지 ‘-히’를 쓸 것인지 헷갈릴 때
가 더러 있다.
‘솔직이’인지 ‘솔직히’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번번하다’
라는 말이 있는데 왜 ‘번번히’로 적지 않고 ‘번번이’로 적을까?
이것을 규정한 것이 한글 맞춤법 제51항인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부사의 끝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는 것은 ‘-이’로 적고, ‘히’로만 나
거나 ‘이’나 ‘히’로 나는 것은 ‘-히’로 적는다.
ㄱ. ‘이’로만 나는 것
가붓이
따뜻이
가까이
깨끗이
반듯이
고이
나붓이
버젓이
느긋이
산뜻이
둥긋이
의젓이
날카로이 대수로이 번거로이
많이
일일이
적이
집집이
헛되이
틈틈이
겹겹이
번번이
ㄴ. ‘히’로만 나는 것
극히
족히
급히
특히
딱히
엄격히
속히
정확히
작히
ㄷ. ‘이, 히’로 나는 것
솔직히
각별히
꼼꼼히
섭섭히
상당히
가만히
소홀히
심히
공평히
조용히
간편히
쓸쓸히
열심히
능히
간소히
나른히
정결히
급급히
당당히
고요히
무단히
과감히
답답히
분명히
도저히
여기서 유의할 것은 3번째 규정이다. ‘이, 히’ 두 가지 소리가 다 나는
말은 ‘히’로 적는다는 것이다. ㄱ의 말들은 전부가 통상 ‘이’로 나는 말
이고, ㄴ의 말은 다 ‘히’로 나는 말임을 쉽게 인지할 수가 있다. 그런데
ㄷ의 말들은 ‘이, 히’ 두 가지로 나기 때문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들이다.
이런 경우에는 다 ‘히’를 붙여 쓰면 된다고 할 수 있다.
⑦ 의존명사 띄어쓰기
한글 맞춤법 총칙 제2항에,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
다고 되어 있다. 다만 조사는 윗말에 붙여 쓴다. 이 규정을 따르면 띄어
쓰기는 ‘단어’의 개념을 알면 쉽게 해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띄
어쓰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단어’라는 개념이 부족한 탓이다.
이 단어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의존명사다. 명사는
명사인데 혼자서는 자립할 수 없어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
다. 우리가 잘 아는 ‘것, 줄, 바’ 따위다. 이것이 명사인 것은 이러한 말
바로 뒤에, 체언의 특징인 조사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의존명사가 그 쓰임에 따라 조사나 어미 또는 접사와 그 형
태가 똑같은 것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속하는 몇 가지 말들을 보자.
ㄱ. ‘만큼’
‘만큼’은 체언이나 조사에 붙어, ‘정도가 거의 비슷함’을 나타내는 조
사일 때에는 붙여 쓴다. 그러나 용언의 어미 뒤에 쓰이어, ‘그와 같은 정
도나 한도’를 나타낼 경우는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띄어 쓴다.
나도 너만큼 달릴 수 있다. (조사)
이만큼 해 놓았으니 너에게 자랑할 만하지. (조사)
일한 만큼 거두다. (정도, 의존명사)
먹을 만큼 먹다. (한도, 의존명사)
ㄴ. ‘바’
‘바’도 용언의 관형사형 아래 쓰이어 방법 또는 일을 나타낼 때는 의
존명사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어미 ‘-ㄴ바’로 쓰일 때는 어미이기 때문
에 윗말에 붙여 쓴다.
내 눈으로 확인한바 소문과 다름이 없더라. (하였더니/어떠어떠하니
까, 어미)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방법, 의존명사)
ㄷ. ‘지’
‘지’는 서술격 조사나 어미일 경우에는 붙여 쓴다. 그러나 어떤 동작
이 있었던 ‘그때로부터’의 뜻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하 + ㄹ지, 어미)
수박이 채소지 과일이냐? (이(다) + 지, 조사)
그가 떠난 지가 오래다. (기간, 의존명사)
ㄹ. ‘들’
‘들’은 복수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접미사로 다루어 붙여 쓰고, ‘따위’
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학생들, 어린이들. (복수, 접미사)
보리, 콩 들을 오곡이라 부른다. (따위, 의존명사)
ㅁ. ‘뿐’
‘뿐’은 체언 뒤에 붙어서 한정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로 다루
어 붙여 쓰고,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그럴 따름’의 뜻을 나타내는 경
우에는 의존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오직 너뿐이다, (한정, 조사)
그저 웃을 뿐이다. (따름, 의존명사)
ㅂ. ‘대로’
‘대로’는 체언 뒤에 붙어서 근거나 구별의 뜻을 나타내면 조사로 다루
어 붙여 쓰고,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어떤 모양이나 상태’와 관련된
뜻으로 쓰이면 의존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규정대로 하자. (근거, 조사)
아는 대로 말한다. (모양 상태, 의존명사)
ㅅ. ‘만’
‘만’은 체언 뒤에 붙어서 한정이나 비교의 뜻을 나타내면 조사로 다루
어 붙여 쓰고,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면 의존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한정, 조사)
삼 년 만에 돌아왔다. (시간, 의존명사)
ㅇ. ‘지’
‘지’는 막연한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 ‘-ㄴ지’의 일부로 쓰이면 붙여 쓴
다.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면 의존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집이 큰지 작은지 모르겠다. (의문, 어미)
그가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시간, 의존명사)
ㅈ. ‘데’
‘데’는 모음으로 끝난 체언에 붙어 쓰이는 서술격 조사일 때는 붙여
쓰고, ‘곳, 처소’를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쉬운 문젠데 맞춰 보렴. (서술격 조사)
갈 데라도 있니? (곳, 의존명사,)
ㅊ. ‘대로
‘대로’는 ‘그 상태로, 그 모양과 같이’라는 조사로 쓰일 때는 붙여 쓰
고, ‘앞말이 뜻하는 그 모양과 같이’의 뜻으로 쓰인 경우는 의존명사라
띄어 쓴다.
당신 뜻대로 하십시오. (조사)
배운 대로 해라. (‘같이’의 뜻, 의존명사)
ㅋ. ‘망정’
‘망정’은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에 붙어 앞 절의 사실을 인정하고 뒤
절에 대립되는 다른 사실을 이어 말할 때에는 어미라서 붙여 쓰고, 다행
이거나 잘된 일이라는 뜻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라서 붙여 쓴다.
입은 옷은 누더기일망정 마음만은 왕후장상이다. (조사)
미리 알았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다. (‘다행’의 뜻, 의존명사)
ㅌ. ‘차’
‘차’는 명사 뒤에 붙어 목적의 뜻을 더하는 경우에는 접미사이므로 붙
여 쓰지만,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나타낼 때에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인사차 들렀다. (접미사)
사업차 외국에 나갔다. (접미사)
고향에 갔던 차에 선을 보았다. (관형사형 어미 ‘ㄴ’ 뒤에, 의존명사)
마침 가려던 차였다. (관형사형 어미 ‘ㄴ’ 뒤에, 의존명사)
ㅍ. ‘판’
‘판’은 다른 말과 합성어를 이룰 때는 붙여 쓰지만, 수 관형사 뒤에서
승부를 겨루는 일을 세는 단위를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노름판/씨름판/웃음판 (합성어)
바둑 두 판. (세는 단위, 의존명사)
장기를 세 판이나 두었다. (세는 단위, 의존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