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토)은 사천시에서 오신 손님들과 함께 사려니숲과 절물자연휴양림을 함께 걷다.
이 분들은 당초 한라산에 오르려는 계획이었으나 그 곳은 몇 번씩 올랐으니 이번엔 안가본 사려니 숲길을 걷고 싶다고 계획을 변경해서 안내를 하다.
워낙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인지라 나도 일행이 되어 함께 걸었는데 정말 즐거운 시간 되었고 참 많이 친해졌다.
마치 함께 계획을 세우고 떠난 동호회 친구들처럼 마음도 편하고.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5.16도로(1131 도로)와 비자림로(1112번 도로)를 이용해 오전 8시쯤 사려니숲 입구에 도착하다. 요즘 걷기 열풍과 사려니숲의 유명세를 탄 탓일까 길가엔 벌써부터 차량들이 제법 많다.

사려니숲길은 다양한 걷기 Route가 있는데 실제로 우리가 가볼 수 있는 곳은 지도상 초록색으로 표시된 곳만 가능.
우리는 1112번 도로상에 있는 현위치에서 물찻오름을 경유, 1118번 도로(남조로)상의 붉은오름 출입구의 약 10km를 걷기로 결정한다.

즉, 위의 코스안내도 상에서 비자림로(1112번 도로)입구에서 세번째인 붉은오름입구까지 3시간 정도 소요의 10KM 거리를

입구엔 도종환 시인의 '사려니숲길' 이란 시가 적혀 있다, 도종환 시인께서도 2011년 실제로 이 길을 다녀 가기도.

사려니숲길은 기존의 임도를 정리해 개방한 곳으로써 이렇게 중간중간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기도. 걷기 시작은 오전 8시 10분경 부터.

사려니의 뜻은 '신성한 곳'. 아닌게 아니라 전 구간을 걸으며 참으로 신선한 숲향기와 더불어 숲의 정령이 함께 하는 듯한 신성한 기운이 느껴지더라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 다리 위에서 잠시 사진도 찍고. 우리 일행은 나를 포함해 모두 열넷.

제주의 계곡은 바닥이 암반으로 이루어져 비올 땐 물이 급격히 늘고 비가 그치면 물이 급격히 줄어 평소엔 이렇게 건천을 이루는 것이 특징.

고사리같은 양치식물의 크기가 정말 대단하다. 금방이라도 공룡 나올 듯.^^

조성된지 100년 이상 지난 극상의 숲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서어나무숲. 사려니숲은 우리가 만나는 숲 중에서 가장 최상의 숲이란 얘기.

새소리만 들리는 호젓한 길을 걷는 건 그야말로 명상 그 자체다.

1KM 지점 마다 이렇게 번호가 매겨져 있어 자신이 걸어온 거리와 앞으로 남은 거리를 알 수 있는 팻말이 번호지점 마다 잘 설치되어 있다. 우리는 벌써 4KM를 걸어왔고 물찻오름 입구를 지나 우측으로 돌아 10번 지점까지의 약 6KM가 남았다. 현재 시간 9시 15분, 걷기 시작한 지 딱 한 시간 경과.

물찻오름 입구에 도착

하지만 아쉽게도 6월 30일까지 오름길의 생태복원을 위해 출입이 금지되어 있더라는. 며칠 상간으로 오르지 못해 조금 아쉬웠으나 연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차원이니 다음에 더 아름다운 오름을 기대한다.

표고 717M의 정상 분화구에 물이 고인 화구호가 있어 물찻오름이란 이름이 붙여졌단 설명 글

물찻오름 입구를 지나 걷기를 계속 하다 보니 계곡도 만나고

이렇게 조릿대도 만나며

그렇게 우리는 신성한 숲, 사려니 숲길을 걷는다.

어느해 태풍에 뿌리채 넘어간 나무. 아직도 살아있는데 저 나무 원상복구 세워서 정상으로 자라게 할 순 없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 잠시 들기도.

오늘 사려니숲에선 제주도 주관의 걷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려니 숲길은 외지인에게 뿐 아니라 제주도 사람들도 참 좋아하는 곳.

울창한 삼나무 숲을 만남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 숲의 정기를 받아서일까 모두가 편안하고 온화한 표정. 그래서 숲은 우리에게 치유이자 위로 그 자체다.

붉은오름을 지나 남조로쪽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 길 양옆엔 산수국이 마치 병정들이 도열하듯 줄지어 피어있다.

산수국 뒤로는 아름드리 삼나무가 빽빽히 들어선 숲이 울창하고

제주에는 산수국이 정말 많다. 이 곳의 산수국꽃은 유난히 빛깔이 곱고 신비스럽더라는.

오전 11시 30분경 종점인 남조로(1118번 도로)쪽의 사려니 숲 입구에 도착. 약 10KM를 3시간 30분 걸려 걷다. 쉬며 쉬며 천천히 걸었는데도 길이 평탄하고 편안해 지루하거나 힘든 줄 모르고 걸었다.
이 지점에 도착, 아직 시간이 이르니 점심식사는 절물자연휴양림에 가서 먹기로 하고 이동함.

12시 10분경 절물자연휴양림에 도착해서 맛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다. 절물이란 이름은 휴양림 안에 절(寺)도 있고 약수터(水)도 있어 붙여진 이름.

절물자연휴양림 매표소 지나 초입의 전경

점심식사 후엔 평상에 누워 잠시 낮잠을 자기도. 숲 향기 때문에 코가 절로 행복하고 공기가 좋아 잠시 졸았는데도 깊은 잠에 빠지고 몸이 개운해지더라는.

오후 1시 20분부터 절물휴양림내에 있는 걷기 코스 중 가장 긴 '장생의 숲길' 11.2KM를 걷기로 한다. 이미 10KM를 오전에 걸은 탓에 조금 무리한 듯도 싶지만 워낙 잘 걷는 분들이고 그 길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기에.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하면서 만나는 안내 리본.

숲의 정기와 향기를 만끽하며 걷는 우리는 분명 행복한 사람들, 절물자연휴양림은 사려니 숲과는 달리 인공적인 길이 없고 이렇듯 자연상태의 길을 따라 간다. 울창한 삼나무 숲을 걸으며 모두가 정말 잘 왔다고 탄성.

아름드리 삼나무에 이렇게 싱싱한 이끼가 피어 있다. 그 만큼 건강한 숲이라는 증거

걸어가는 오솔길엔 마치 카펫처럼 마닐라삼으로 만든 바닥이 깔려 있어 얼마나 푹신하던지.

1시간 10분 정도 걸어 약 5KM 지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곳에서 먹는 오이와 과일은 얼마나 맛나던가.

편안하기만 했던 길이 이제는 흙길이 나타나면서 오르막도 오르고

계곡을 끼고 걸어가는 길도 만나고

이런 내리막을 따라가기도 하는데 뒤에선 힘든다는 소리가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ㅎㅎ

내리막길에서 만난 연리지 나무. 그런데 다른 것과는 사뭇 다른 희귀한 연리지. 좌측 나무는 산벚꽃이고 우측 나무는 고로쇠 나무인데 서로 다른 품종의 나무가 지상 1M 정도의 높이에서 서로 뒤엉켜 있다. 그런데 단순히 보여지는 모습이 하나가 아니라 실제로 세포가 하나되어 서로 양분과 수분을 주고 받는다 하니 정말 신기하다.

서로 다른 성씨를 가진 남녀가 부부로 하나 되어 사는 것처럼 다른 품종의 나무가 이렇듯 한 몸으로 살아간다. 이 둘은 혹 전생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의 화신이 아닐까? ^^

오후 3시 30분, 걷기 시작한 지 2시간 15분 경과해서 절물오름 입구에 도착. 이제 장생의 숲길도 거의 끝나가는 지점인데 내 뒤로는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다. 이 곳에서 쉬며 일행을 기다리다.

오름의 정상 가는 길은 통상적으로 이렇게 계단이 많다. 아마도 오름을 보전하는 방편인 듯.

오후 3시 50분 오름정상에서 바라본 화구의 모습. 핸폰 카메라로 찍은 탓에 아쉽게도 둥근 화구의 모습을 전체로 잡지 못했다.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절물휴양림 일대의 풍경

날이 흐리고 햇볕이 나지 않아 걷기에 정말 좋은 오늘. 저 멀리 희뿌연 안개 사이로 흐릿하게 한라산이 보인다. 오름 정상에서 남은 음식을 다 먹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절물오름 정상에서 절물휴양림 입구까지의 내리막은 아주 짧은 길.

오후 5시쯤 절물휴양림 매표소 입구에 도착하므로 오늘 총 길이 22.1KM의 걷기 대장정을 마치다.
오늘은 모처럼 손님과 가이더라는 입장을 떠나 일행으로서 정말 즐겁고 행복한 걷기로 하루를 보냈다.
비록 짧은 시간 함께 하고 그 날 떠났지만 하루종일 걸으며 정을 나눈 덕에 이 분들과 서로 소식을 전하는 사이가 되었다.
다음에 오심 더 잘 안내하고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게끔 하고 싶다.
다음은 또 어떤 손님을 만나 어떤 모습의 여행을 함께 하게 될까? 나는 늘 기다림과 설렘의 연속이다.ㅎㅎ
첫댓글 좋아서 하는 일
'나는 늘 기다림과 설렘의 연속이다'
가장 행복이 베어나는 한 줄 글 입니다
때로는 힘들고 외로울 때 있지만 그래도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더 많은 요즘입니다.^^
와 정말로 아름다운 노후(?)를 보내시네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ㅎ
제주를 수박 겉핧기식으로 다녀와서 단순한 곳이란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있군요
좋은 사진 계속 올려 주세요
미리 눈으로 공부하고
언젠가 발로 밟아봐야 겠습니다.
사실 이제부터 노후를 준비하는 거지요. 대부분 짧은 일정에 많은 걸 보려니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 제주의 관광지는 대충 둘러보셨을테니 담 오실 땐 한 두군데 집중적으로 체험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좋은 길을 동창들과 함께 걸으셨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 모습이 절로 머럿속에 그려지네요.^^
나두 걷고 시포요..딱 반만..


한 이틀 제주에 머문다면..걷기도 하고 바다도 만나고 경치도 좋고..
그런 코스를 맹글어 올려봐 주소
하루 절물자연휴양림(삼나무숲은 사려니 보다는 절물이 한 수 위) 장생의 숲길 걷고 담 날은 외돌개에서 법환포구 지나는 올레 7코스 걸으심 딱입니다. 시간 남으면 제주서 가장 아름다운 금릉해수욕장에서 비키니 입고 몸매 함 자랑하시공.ㅋㅋ
아, 눈의 정화~~~
감사합니다.
그리 봐주시니 저 역시 감사합니다. 실제 걸으심 눈 뿐 아니라 마음과 몸이 실제 정화됩니다.^^
지난 4월말 제주 여행때 저도 다녀온 곳이라 반갑네요.ㅎ 산책로에 한라 송이 (화산 쇄설물)을 뿌려놓아서 걷기에 사각사각 부드럽고 편안했던 송이길이 인상적이었어요. 다음날 아침에 영실을 올라가야 해서 맛보기로 물찻오름 까지만 갔다왔는데, 많이 아쉬웠답니다.
오! sophee님 송이를 다 아시네요. 저는 아쉽게도 물찻오름을 못 올라갔는데. 그리고 영실까지만 가셨지 설마 백록담까지 오르시진 않았겠지요? ㅎㅎ 담에 제주 오심 꼭 비자림 둘러 보시길 강추합니다요.
영실까지만 갔었기에 아직 살아있는 줄 압니당^^
천만다헹이십니당.ㅎㅎ
엥

쏘휘님 덥썩



걷기 싫어하는 저두 저곳에 가면 지루하지 않게 걸을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