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경제 침체보다는 오히려 불확실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명확한 진단이 나오면 힘들지만 대처할 수는 있는 반면에 불확실할 경우 대처할 방법이 매우 제한된다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후문제입니다. 기후온난화만 발생할 경우 호모사피언스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생존 방법을 찾아내겠지만 이상 기후일 경우 처방을 내리기가 매우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처해야 하지만 그 경우의 수가 워낙 많다보니 일일이 대응하기가 매우 힘들게 됩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혼돈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중국 러시아 캐나다 이스라엘 그리고 중동, 프랑스 독일의 유럽 연합 그리고 동북아시아 등지의 상황이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거나 본격적인 시계제로의 혼돈속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전세계 국가가운데 70여개국에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그가운데 세계주요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 선거철에도 열기는 달아오르지만 그래도 예측이 가능했고 그에 관련된 대응도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느 나라의 예측도 사실상 힘들게 됐습니다. 그만큼 상식이 사라지고 변칙과 편법이 일상화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이상기후처럼 말이죠.
오는 11월에 치뤄지는 미국의 대선은 그야말로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현 대통령이자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과 전 대통령이자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두 사람 모두를 싫어하는 이른바 이중 혐오 유권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모두 증오한다는 더블 헤이터 (double hater)의 비율이 17에서 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2년전 버락 오바마 후보와 롬니 전 상원의원의 대결에서 이중 혐오 유권자가 3%였던 것에 비교해도 현격한 차이가 납니다.거의 8배정도 늘어난 것입니다. 호감을 가진 후보가 당선되어도 나라를 이끌기 쉽지않은 상황에서 비호감 인물이지만 상대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할 수 없이 택하겠다는 선거가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미래 지향적이지도 않은 당연한 일입니다.
중국의 혼돈상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에다 디플레이션 징후, 누적된 지방 정부의 부채문제, 중소 금융기관의 리스크에다 실업 문제까 겹쳐 그야말로 경제난 타개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중국 지식인층에서도 중국 주석인 시진핑이 추구하는 이념지향적인 정책이 불러일으킨 체제적인 경직성에다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따돌리기에 대한 파급효과, 수출입 급락이 가져오는 무역의 축소 등을 우려하고 비판하는 소리가 부쩍 는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양회에서 시급하게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5%로 제시한 것도 중국인들의 불만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중국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에 대한 무역과 경제 압박을 계속할 것이기에 미중 대결의 시계는 더욱 혼돈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유럽 연합의 미래 예측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을 넘어가고 있지만 유럽 연합이 주축인 나토가 해법은 커녕 불협화음만 키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게 직접 파병을 거론했던 프랑스 마크롱은 수세에 몰렸고 독일도 별다른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러우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유럽 연합에 또 다른 골치거리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대폭 낮춘 우크라 산 곡물이 폴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농민시위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농민들은 러우전쟁이후 관세와 수입할당량 제한이 폐지된 우크라 농산물이 저가로 유입되면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트랙터를 동원한 농민시위로 큰 혼란속에 있었습니다. 최근 독일은 항공기와 철도 파업으로 또 한차례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계제로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중동사태도 예측불허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은 해법을 찾지 못한채 지리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어떻게 하든 중재역할을 하려 하지만 이스라엘의 총리 네타냐후는 전쟁을 자국안에서 자신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삼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절대 멈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산발적인 공격을 비웃기라도 하듯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은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일대 해저 케이블이 최근 훼손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홍해 일대 해저 케이블 훼손은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중동을 연결하는 통신망의 상당부분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는 상황입니다.
혼돈의 시대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바로 마약입니다. 최근에는 마약에 상대적으로 청정지역이라던 한국과 캐나다도 마약으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경우 2016년이후 2만명 이상이 약물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약에 안전지대라던 캐나다도 구멍이 생기자 캐나다 정부는 곤혹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비젼이 없는 계층들이 마약에 쉽게 접근하면서 캐나다 정부는 최근 정치적 양분화와 범죄, 노숙자들의 급증과 함께 이 마약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금 전세계 강국들의 지도자들 사이에 상식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편법과 비상식적인 행위가 마치 그것이 정도인냥 호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로지 선거에서 승리를 차지하기 위한 권모술수만이 지금 전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선거를 앞둔 어느 나라나 예외가 없어 보입니다. 혼돈의 시대에는 오로지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존재할 것인데 앞으로 이 세계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두려움과 우려속에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024년 3월 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