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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이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 만에 가시화되고 있다.
21일 대통령실과 민주당에 따르면 한오섭 정무수석비서관과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22일 만나 영수회담 시기와 의제, 참석자 등을 두고 협의를 진행한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은 지난 19일 5분간 통화하면서 만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나도 만나달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이재명은 대선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갖자고 제안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이유는 이재명이 여러 범죄 혐의의 피의자라는 점이었다. 대한민국 주권의 대표성을 가진 대통령이 범죄 혐의자를 만난다는 것이 격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이재명의 범죄 혐의를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의 압도적 패배로 끝난 4·10 총선 이후, 이재명을 현실적인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국정 운영 방향에 합의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느냐 하는 거래의 조건이다. 이재명 등이 가장 의식하는 것은 무엇보다 본인들의 사법 리스크일 것이다. 하지만 영수회담에서 이 문제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 그런 거래는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치명적인 역공의 소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특검이나 민생 법안, 인사 문제 역시 양보할 것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이드라인을 먼저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 역시 이번 기회에 이재명과 민주당에 요구할 사항들을 준비해야 한다. 영수회담은 이재명의 요구였지만, 거기 응하는 대통령도 자신의 공격용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은 민주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요구다. 반(反) 대한민국 주사파 및 좌파 세력과의 정리를 이번 기회에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대한민국 제도권 정당이자 국가의 지원을 받는 정치 세력에게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다. 민주당에게 이런 요구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 이 나라 우파의 한심함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환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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