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규의 아틀리에 / 윤후명
나는 그가 숨을 끊은 흔적을 보려 했다
그러나 그 흔적은 내 마음에만 있었다
그것을 다시 본 것은
이번에 삼성가에서 기증한 유품에서였다
자유를 얻은 인간상이
자유를 노래하는 조각에
나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인간이란?!
나는 절규하는 인간상을 보았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얻고자 하는 그것이었다
언젠가 춘천의 옥광산에 가서
뜻밖에 보았던 권진규를 생각했다
그 옆마당에 사막여우를 키우고 있었는데
권진규는 두 마리 여우와 함께
먼 행성에서 물음표(?)와 느낌표(!)를
내게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 『비단길 편지』 (은행나무, 2022.07)
* 윤후명 시인(소설가, 대학교수)
1946년 강원도 강릉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 당선,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역> 당선
시집 <명궁>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소설집 <돈황의 사랑> <부활하는 새> <원숭이는 없다> <여우 사냥> <가장 멀리 있는 나>
장편소설 <별까지 우리가> <약속 없는 세대> <협궤열차> <이별의 노래>
산문집 <곰취처럼 살고 싶다>
장편 동화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
'녹원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등 수상
현재 한국문학원 원장 및 추계예술대학교 겸임교수, 대한매일신문 명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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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와 처가를 들러 마침내 다시 춘천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아침 춘천은 고요합니다.
추석 연휴는 어떻게, 잘, 기쁘게 보내고 계신지요?
연휴 마지막 날인데, 끝까지 잘, 기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연휴 며칠 전에 윤후명 시인의 신작 시집 『비단길 편지』를 받았더랬습니다.
시집에서 마침 반갑고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 시가 있어 오늘 아침 시편지로 띄웁니다.
「권진규의 아틀리에」
춘천의 옥광산에 <권진규 미술관>이 있었고
그 옆마당에는 사막여우 두 마리가 살고 있던 작은 동물원이 있었습니다.
언제가 윤후명 시인이 "뜻밖에 보았던 권진규"와 "두 마리의 (사막)여우"를
저는 거의 매주 보러 다녔더랬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미처 몰랐더랬습니다.
권진규가 두 마리의 사막여우와 함께
"먼 행성에서 물음표(?)와 느낌표(!)를/ 내게 던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보이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볼 수 있는 것을 보는 것이다. 들리는 것을 듣는 것이 아니라 들을 수 있는 것을 듣는 것이다."라는 말을 새삼 다시 새겨보는 아침입니다.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시소를 타다가 마침내 마침표(.)를 찍는 일생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아침입니다.
2022. 9. 12.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