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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그네 가족 여행 원문보기 글쓴이: 이경우
# 2017년 1월 2일 월요일, 맑음 파란 하늘.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메켈레 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새벽 5시에 ETT 직원이 공항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일어나는 시각이 새벽 4시였다. 서둘러서 짐을 싸고 신용카드로 호텔 숙박비를 결재했다. 아침을 먹지 못해 아쉬웠다. 5시에 여행사 직원이 도착, 벤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밖은 아직도 어둡다. 직원은 공항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놓고 가버렸다. 이제부터 우리가 알아서 비행기를 타야한다. 국내선 공항청사에 들어서서 체크인을 한다. 소박하고 조용한 공항이다. 여권을 제시하니 비행기 표를 발급해 준다. 눈치껏 대기실에 들어가 기다리다가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는 작은 비행기다. 에티오피아 내 다른 지역으로 가는 비행기도 여러 대 보인다. 랄리 벨라로 간다는 총각이 와서 치근댄다. 랄리 벨라에 오면 가이드로 자기를 찾아달란다.
비행기는 별 탈 없이 이륙했고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에티오피아 국토는 정말 산악지형이다. 물이 있는 강이나 호수를 찾는 것은, 보물을 찾는 것처럼 어려워 보였다. 40 분 정도를 날아서 비행기는 메켈레에 도착한다. 공항 청사는 시골스럽다. 한적하고 조용하다. 아침 햇살이 따스하다. 활주로에 그냥 승객을 내려준다. 걸어서 청사로 들어온다. 공항에는 ETT 직원이 벤을 몰고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럽 사람들이 몇 명 보인다. 함께 타고 공항을 벗어난다. 공항이 약간 고지대에 있어서 우리가 탄 차는 계속 S자를 그리며 내려간다. 빵모자를 쓴 주민도 보인다. 추운가보다.
우리 차는 Milano Hotel 앞에 멈추어 섰다. 이 호텔 1층에 ETT 사무실이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여러 사람들이 와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밖으로 잠시 나오니 호텔 정면에는 말 탄 청동 기마상이 어울리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길 건너편에는 진학을 준비하는 고등학교가 있는데 제법 규모가 커 보인다. 건초를 실은 당나귀가 총총 걸어간다.
9시가 되니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직원이 사람들을 나눈다. 이름을 불러 차량 번호를 정해준다. 우리는 신혼인 K 부부와 함께 차에 타게 되었다. 창원과 김해에서 근무 중인 부부교사다. 함께 다니면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출발하는 차량은 총 8대에 오토바이 커플 2대가 간다. 우리 차는 3호차다. 1호 차에는 한국 젊은이들 6명이 타고 있다. 세계 일주를 목표로 한국을 출발해 각자 다니다가 만난 팀이다. 가이드가 소개 되었다. 우리 전체를 안내하게 될 가이드는 피쉬라는 착하게, 그러나 영리하게 생긴 젊은이다. 우리 차의 운전사는 솔몬이라는 소박하게 생긴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통통한 사람이다. 짐을 차에 싣고 9시 30분에 차는 출발했다. 메켈레를 벗어나면서 차는 자연스럽게 번호대로 달리게 된다.
S자를 그리면 언덕을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가더니 전망이 좋은 공터에 차가 모두 멈춘다. 내려서 메켈레 시내를 내려다본다. 아디스 아바바도 그랬지만 여기도 옅은 안개(매연)가 껴있어 도시 전경이 아주 깨끗하게 보이진 않는다. 차에서 모두 내려 잠시 쉰 후에 전체 가이드인 피쉬로 부터 설명을 듣는다. 영어가 들리지 않으니, K 선생이 정보는 알려준다. 동양인은 일본과 한국 사람들이고 서양인은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다. 유럽인이 7: 3 정도로 많다. 가이드와 운전사들까지 모두 모이니 인종이 참 다양했다. 날씨는 청명하고 건조했다.
차는 모두 출발한다. 언덕을 올라가니 작은 마을이 도로변에 이어진다. 차가 모두 멈춘다. 도로가에 있는 작은 카페로 간다. 모두 커피를 주문해서 마신다. 커피 타임이란다. 따가운 태양 볕이 싫어 나무 그늘에 선다. 도로에는 말이 끄는 마차가 천천히 지나간다. 어떤 마차는 이삿짐을 실고 간다. 당나귀도 지나가는데 짐을 잔뜩 실었다. 새롭게 등장하는 툭툭이가 낯설어 보이는 거리의 모습이다. 거칠어 보이는 여자 꼬마가 익지도 않은 파파야 2개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모두들 커피를 마시지만 더러 맥주를 주문해서 마시는 이도 있다. 시간이 지나자 서로 친해진다. 수염이 가득한 이태리 젊은이와 함께 사진도 찍는다. 길가에는 작은 가게들이 간판도 없이 작은 물건들을 놓고 팔고 있다.
이렇게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차는 출발하여 잘 닦인 도로를 꾸불꾸불 간다. 통행하는 다른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언덕을 다시 오르더니 탁 트인 곳에 차가 모두 선다. 차에서 내리니 눈 앞에, 지형이 험한 산들이 있고 눈 아래 계곡이 깊다. 우기에는 이곳에 물이 흐른단다. 산이 수평으로 이루어져 있고 선인장 같은 잎을 가진 열대 나무가 듬성듬성 힘들게 자라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기나긴 가뭄으로 국토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 물 부족과 식량부족에 따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단다. 다시 차는 출발했는데 포토타임이라며 차가 또 선다. 화장실에 다녀오라는데 아무리 봐도 허허 벌판 뿐이다. 가이드 왈, 오른쪽은 남자, 길 건너 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곳은 여성 화장실이란다. 모두들 아무 불평 없이 웃으며 알아서 해결한다.
차는 다시 출발하여 베라힐레(Berhale) 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소금 카라반이 소금을 운반해오면 도시에서 온 상인들이 소금을 사가는 소금 카라반의 교역 마을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허술한 집으로 들어가니 제법 넓은 홀이 있다. 그저 햇빛만 피할 수 있는 엉성한 공간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와 탁자가 길다. 앉아서 기다리니 접시에 빵 한 조각과 밥,그리고 야채볶음이 나온다. 매운 소스가 곁들여진다. 맥주를 비롯한 음료수는 각자 주문해서 먹는데 개인 부담이다. 배가 고프니 잘 들어간다. 덥고 답답해서 얼른 먹고 밖으로 나오니 덥기는 마찬가지인데, 탁 트여 살 것 같다.
화장실도 없는 식당이다. 꼬마들이 맨발로 뛰어다니고 덤블링을 하며 재주를 부린다. 마냥 즐거워 보인다. 바람에 날리는 먼지와 쓰레기가 황량해 보인다. 낡은 러시아제 트럭이 건너편에 방치되어 있다.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건조하고 돌들이 가득한 거친 마을이다. 우기에는 여기에 물이 흐르는 강이란다. 새로 지어진 회교 사원만이 초록색 페인트를 빛내고 있다. 당나귀와 양들도 모두 흙색이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과 차량들이 더위를 피해 큰 다리 밑으로 하나, 둘 모여 드니 꼬마들도 모여온다.
느리게 움직인다. 차는 다 같이 출발하여 더욱 황량해 보이는 산에 나무도 보이지 않는 돌과 흙뿐인 곳으로 달려간다. 어두운 검은색으로 보이는 산들이 멀리 있는 벌판을 달린다. 또 차는 멈춘다. 포토타임이라지만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시간이다. 멀리 보이는 겹친 산들이 모두 검은색이다. 그런데 거친 들판에서 오고 있는 낙타 떼를 발견하고 모두 카메라를 들고 걸어간다. 15마리 정도의 낙타가 줄을 서서 주인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다가온다. 참 신기하다. 그러나 잔뜩 기대했던 낙타행렬이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 만 보던 낙타행렬을 실제로 보니 감동이다. 그 뒤에는 작은 당나귀 30여 마리가 목동의 막대기의 안내로 낙타를 따르고 있다. 그 옆에는 낡은 집이 한 채 있는데 그늘이 만들어진 처마 아래 10여명의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
낙타행렬은 동쪽으로 사라져 간다. 우리도 다시 차를 타고 잠깐 이동, Hamedela(하메델라)를 향해 달렸다. 4년 전에는 비포장이었다는 길이 말끔히 포장되어 예상보다 편하게, 일찍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오늘 저녁 노숙할 장소에 도착했다. 잠시 멈춘 후에 다시 차를 타고 다나킬 평원으로, 소금사막으로 간다. 다나킬 평원은 아파르 족의 땅이다. 천 년 전 에티오피아 고원 지대에 살던 아파르 족은 다나킬 평원으로 내려왔고 물길을 따라 마을이 만들어졌다.
에티오피아 Simien 산의 최고부가 4620m라면 Danakil의 최저부는 -100m이다. Danakil은 낮 최고 기온 50℃로 지구상에서 사람이 살기에 가장 척박한 지역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땅에서 나오는 소금을 캐며 생활하는 Afar 족이 그들이다. 활동 중인 화산들과 소금사막 등 진귀한 볼거리들이 가득한 이곳은 높은 온도 때문에 12월부터 4월까지만 여행이 가능하단다. 물을 구할 수 있었기에 소금 광산을 오고가던 카라반들의 주요 길목이 되었고 상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다보니 점차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벌판을 한참 달려가니 하얀 소금 사막이 등장한다. 다나킬 평원의 낙타 캐러번을 만나고 석양을 보기위해서다. 우리가 도착한 곳이 카룸 호(Lake Karum)다. 호수라고 하지만 물이 없는 하얀 소금 평원이다. 동쪽에 약간의 물이 보인다. 카룸 호는 우유니와 비슷한 소금호수로 숙소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다. 카룸 호수에 도착하자 카라반 행렬이 끝도 없이 평원을 가로질러 온다. 정말 놀랄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낙타행렬이다. 이렇게 많은 낙타를 보기는 생전 처음이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찍고, 찍고........낙타를 끌고 가는 목동들과도 사진을 찍는다. 젤리 슈즈를 신고 가는 그들이 무척 정겨워 보인다. 해가 넘어가는 것이 아쉬웠다. 해가 넘어가는데도 행렬은 쉬지 않고 온다. 중간 중간 당나귀들도 몰려오는데, 그 모양이 참 다양하다. 그래도 질서 있게 한 방향으로 끝도 없이 사라져간다. 뒷모습도 예술이다. 어둠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장면이 참 감동적이다.
이 평원 건너편엔 소금광산이 있고, 소금광산에서 운반하기 쉽게 사각형으로 절단한 뒤 낙타에 실어 나른다. 카라반 행렬을 본 뒤 물이 잔잔하게 깔린 석양 포인트에 갔다. 일본 커플은 기타도 갖고 와서 사진을 찍는 소품으로 사용하고, 모두 모인 저녁에는 연주도 들려주어 박수를 받는다. 사람들은 여기를 '리틀 우유니'라고 부른다. 소금호수에 비치는 하늘이 마치 우유니 소금사막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성과정을 보면 카룸 호수와 우유니는 정반대다.
카룸 호수는 원래 홍해의 일부였다가 지각운동에 의해 북쪽 지역이 융기하면서 오히려 이쪽은 가라앉으면서 생겨난 반면, 우유니는 원래 바다였던 지역이 그냥 무식하게 위로 솟아올라서 고지대에 생겨난 사막이다. 한 쪽은 가라앉아서 생기고, 한 쪽은 위로 솟아서 생기고. 그리고 이곳에는 낙타 카라반이 있고 볼리비아 우유니는 없다. 그래서 우유니도 감동적이었지만 여기가 사람도 있고, 낙타와 당나귀도 있고 다양한 경관이 있어 더 좋아 보인다.
우리 일행은 차를 둥그렇게 주차하고 의자를 꺼내 모두 앉았다. 얼음위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둥그렇게 돌아가며 춤을 춘다. 에티오피아 산 와인이 한 잔씩 돌려진다. 동행하는 새신랑도 기타를 빌려 반주를 넣으며 구성지게 노래를 불러 우리를 기쁘게 해 준다. 흥겨운 시간이다. 석양에 해가 느리게 넘어가더니 어두워졌다. 어둠속으로 낙타행렬도 모두 보이지 않았다. 달이 얇게 떠 있다. 오른쪽으로 밝으니 초승달이구나. 그 아래 빛나는 별 하나는 이름이 뭘까? 달 아래 빛나는 별은 금성인데......... 여기는 남반구이니 북반구의 생각으로 맞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니 흥도 사라지고 차가운 바람만 부는 것 같다. 아쉽지만 철수하여 숙박 장소로 이동한다. 라이트를 비치며 돌아가는 길에는 아직도 낙타 행렬이 어둠속을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자는 것일까? 해가 지는 저녁이 되니 참 환경이 좋다. 낮에 강렬하던 태양의 열과 빛도 사라지고 36도까지 오르던 기온도 내려가 시원하고 쾌적하다. 기온이 22도 정도 까지 내려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좋다.
숙소에 돌아와 밤늦게 저녁을 먹는다. 바람이 많이 분다. 야채가 곁들인 스파게티다. 그런데 엄청 맛있다. 원래 밀가루 음식 특히 스파게티를 좋아하지 않는데 정말 맛있어서 두 번 갖다 먹었다. 저녁을 먹고 모두 모여 내일 일정과 아파르(Afar) 지역 및 민족에 대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내일 달롤에서 안전에 유의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발을 잘못 디디면 유황에 빠진단다. 달롤은 도대체 어떤 곳일지 기대된다. 운전사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자는 곳으로 안내되었다. 차에 실고 다니던 매트와 침낭을 하나씩 준다.
형편이 열악하리라는 것은 이미 각오한 일이었음에도 막상 도착해 마을과 우리 숙소를 보았을 때는 '아,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하는 심정이었다. 나무줄기를 엮은 것에 낡은 천막 천 등을 대충 둘러댄 오두막, 나무줄기에 새끼줄을 얽어 만든 간이침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듣던 대로 화장실도, 샤워실도, 전기도 아무 것도 없었다. 오지 여행의 타이틀에 걸 맞는, 제대로 된 오지를 드디어 여행하게 된 것이라 여기며 우리는 밤에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누웠다. 누군가 여행기에 7성급 호텔을 능가하는 '밀리언 스타급 호텔'이라고 쓴 말이 생각난다.
아내가 준비해 주는 치약과 칫솔 그리고 생수로 이만 얼른 닦고 하늘을 이불 삼아 침낭에 들어간다. 하늘에는 별이 가득한데 약간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내 바람이 점점 강하게 불어 숨쉬기가 곤란해 코를 옷으로 덮었다. 내일 만나게 될 달롤과 아직도 남아 있는 낙타들의 행렬을 상상하며 눈을 감는다. 갑자기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큰 것을 밟았다는 소리에 모두 웃고 말았다. 발을 잘못 디디면 유황에 빠진다는 가이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 화장실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저 좀 더 걸어가면 화장실이다. 하늘을 지붕 삼아 누웠지만 기분이 아주 좋다. 이렇게 자는 것도 얼마만인가? 십 여 년 전에 요르단의 럼 사막에 가서 별을 보며 자던 것이 생각난다. 이렇게 투어 첫째 날을 접는다.
1월 2일 경비 – 커피 10비르*50=500원. 누계1,678,500원.
첫댓글 즐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