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
지난 한 주는 조금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가족들 모두가, 그리고 주변에 있는 몇몇 지인들도 덩달아 비슷한 시간을 보냈지요.
어찌 보면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바로 그런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막내아들의 친구인 독일 청년 두 명이 한국을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들로서는 처음 방문하는 한국, 이래저래 마음이 분주해졌습니다.
서른에 접어든 나이지만 도울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던 것은 이왕이라면 뜻깊은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불편하기는 했겠지만 따로 호텔을 잡는 대신 같은 공간 안에 머물렀습니다.
밥도 같이 먹을 수 있을 때는 같이 먹었습니다. 그들의 방문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이 좋은 자리로 초대를 하여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그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경복궁이었습니다. 한복을 빌려 입고 궁을 둘러보았는데 한복을 입은 독일 청년들이 신기했던 것일까요,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도 적지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루는 서울 한복판인 인사동 거리를 둘러보기도 했고, 또 하루는 롯데 타워에 올라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서울이 이렇게나 크고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들 했습니다.
일주일간의 짧은 일정, 때마침 단풍철이기도 했고 바다가 보고 싶었던 그들은 속초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찾기도 했습니다.
산이 드물고 바다를 보기 힘든 독일 청년들로서는 특별한 경험이었지요. 붉게 물든 단풍이 독일 청년들의 기억 속에 선명한 빛깔로 남겠다 싶었습니다.
그들이 독일로 돌아가기 전날 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느냐는 질문에 두 청년의 대답이 같았습니다.
따뜻한 환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자신들이 받은 배려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며, 그동안 자신들에게 전해졌던 따뜻한 마음들을 고마워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되 다른 이들에게 특별한 기대를 갖지 않는 독일인들의 정서로 볼 때, 그동안 자신들이 받은 배려가 매우 특별하게 여겨졌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청년들에게 ‘정’(情)이란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에도 누군가 찾아오면 언제든지 묵어갈 수 있는 사랑방을 가지고 있었고, 같이 둘러앉아 밥을 같이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이 한국의 문화요 전통인데, 그것을 한 마디로 하면 ‘정’이라 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짧은 말이기 때문이겠지요,
한국말 중에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정도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던 그들이 ‘정’이라는 말을 따라서 했습니다.
제 느낌에는 그들이 되새김질을 한다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경험한 ‘정’과 ‘정’이라는 말이 그들의 마음속에 남아 다른 사람들에게도 따뜻하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순간 새로웠습니다.
[글쓴이 : 한희철목사/ 정릉감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