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이 직접 소개한 비서실장, 가감 없이 민심 전달하길
중앙일보
입력 2024.04.23 00:47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비서실장으로 정진석(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다고 직접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비서실장 정진석·정무 홍철호…윤 대통령, 첫 발표
대통령에게 제대로 쓴소리 하고, 야당과 긴밀 협력을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새 대통령비서실장에 5선 중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 12일 만의 첫 인적 개편이다.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윤 대통령은 “여야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갖고 내각, 여야, 언론과 시민사회, 모든 부분에서 원만히 소통하면서 직무를 잘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몇 시간 뒤엔 홍철호 정무수석 기용도 직접 발표했다. 선거 패인으로 지목된 소통·정무 기능의 강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기자 출신으로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관록의 정치인이다. 이번 총선(공주-부여-청양)에선 낙선했지만, 윤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하자 세 번째 비서실장으로 등판했다. 동갑내기인 윤 대통령과는 대선 출마 선언 때 권성동 의원과 좌우 함께 서서 찍힌 사진으로 ‘좌진석·우성동’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친분이 두텁다. 윤 대통령의 선친이 공주 동향 출신이라는 인연도 있다. ‘이준석 사태’ 때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아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 투표 100%’로 변경해 친윤체제 구축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1심 실형도 선고받았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이런 이력을 들어 “불통의 국정을 전환하라는 국민 명령을 외면한 인사” “민심을 거스른 인사”라며 일제히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민심을 가감 없이 듣고, 소통해 가려는 절박한 의지”라고 환영했지만, 비윤계에선 “전당대회 규칙을 급조해 대통령 사당으로 만들었다”(김웅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양면의 평가 속에 발탁된 정 실장은 듣기 싫은 고언(苦言)이라도 겸허히 받아들여 소통과 협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총선 패배는 민심이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아 국정에 반영되지 못한 탓이 가장 컸다. 민심의 가감 없는 전달은 그래서 그의 으뜸 책무다. 그러려면 쓴소리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인사권자에게 ‘노(No)’라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신뢰가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관계가 돈독한 정 실장을 발탁한 것도 바로 그런 연유일 것이다. 관료 출신 실장의 한계로 꼽힌 ‘예스맨’을 탈피해 과감히 ‘레드팀’으로 대통령실을 바꿔야 한다. 윤 대통령 역시 경청의 자세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의 인선 직접 발표는 취임 후 처음이다. 17개월 만에 기자들과 질의응답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과 관련해선 “이 대표 얘기를 많이 듣겠다”고 했다. 언론과의 접촉면도 넓히기로 했다. 총선 전과는 달라지겠다는 구체적 행보로 평가한다. 관건은 진정성이다. 이 대표와의 회담은 그 시금석이자 이번 인사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다. 정 실장과 홍 수석이 무엇보다 야당과의 긴밀한 대화로 총선 민의를 국정에 적극 반영해 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