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런던에 가니 점잖다는 런던대학 근처 럿쎌스퀘어 한 구퉁이에 응가房이 생겨 있었다. 두툼한 검초록색 강철껍질을 씨워 주위의 무성한 나무잎새들과 조화를 이루기는 했지만 무겁게 보이는 오두막집 크기라서 '응가 토치카'가 더 어울리는 말이었다. 나도 名人 秉驥처럼 호기심이 발동하여 들어가 보았다. 요금이 작으만치 2파운드이니, 우리 돈으로 4천원이다. 이용시간은 20분이고, 장애자용 소변기도 별도로 있는 속에 에어콘과 환풍기가 돌고 있었다. 이 토치카가 이제 名人에게서 들은 인사동 백원짜리, 10분 이용, 2층계단 위알미늄 房과 비교가 되기에 왜 그런 차이가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수렵을 해서 먹고 살던 서양사회는 일찍부터 사냥나가서는 응가하는 데에 무척 조심을 하였던 것 같다. 사람이 동물의 변(便)을 보고 그 동물이 지나간 시간을 알아채듯이, 동물도 인간의 흔적을 변에서 찾았기에 사냥꾼은 기를 쓰고 자기가 눈 변을 흙으로 덮어 감추는 생존훈련을 받아 내려왔던 것으로 보인다. 먹느냐, 먹히는냐의 문제였다. 엉거주춤 자세로 대변을 보는 중에 맹수에게 습격받을까봐 변소의 담을 두텁게 쌓았을 것이고, 그것은 냄새가 새는 것을 맊는 이중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소젖이나 양젖, 육식을 했으니 대변도 곡물을 주식으로 하는 족속보다 굳어 대변을 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그런 문화였으니 응당 이런 '응가 토치카'가 나왔을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 두 세 살이 되면 대소변을 제 때에 보는 훈련을 받는다. 어머니들은 기를 쓰고 아이가 시간을 맞추어 용변을 보도록 훈련시킨다. 오밀조밀 세간이 많고, 카페트를 깐 집에 살던 서양서는 아이가 함부로 깔기는 대소변을 치우려면 엄마가 골탕을 먹기 때문에 아이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편이다. 훌륭한 사냥꾼을 만들기 위해서도 그러했다. 그래서 이런 어머니 기대에 어긋나는 아이는 야단을 자주 맞아 "엄마, 너무 심해요!"라는 반항심을 키우게 되어 뒤에 반항아(反抗兒)로 될 성격기반을 쌓고, 자라나서 엄마 대신 기성세대를 뒤엎으려는 혁명을 꿈꾸거나 문제의 인간이 된다. 구교(舊敎)에 반항해 신교(新敎)를 세운 마르틴 루터가 이런 성격기반자의 대표다.
반면 고분고분 엄마 말에 잘 따르는 아이는 엄마의 칭찬과 사랑에 중독이 되어 계속 대소변을 참았다가 제 시간에 누고, 밑도 깨끗이 혼자 딲게 되니, 이 아이는 장차 시간엄수, 청결, 완전벽, 구두쇠기질을 지닌 성격기반을 이룩한다. 구두쇠기질은 시간에 맞추려고 대소변을 잔뜩 몸안에 쥐고 있던 버릇이 후에 돈을 쥐고 있는 버릇으로 변모하기에 그렇다. 대변과 돈은 상징관계에 있다. 왜, 꿈에서 똥을 보면 재물이 들어온다는 해몽이 있지않은가. 이런 성격을 심리학에서는 항문성격(肛門性格)이라 부르는데, 우리동문들 거의 모두가 구두쇠기질만 뺀 이 성격에 속한다. 이래야 초등학교에서 1~2등 하는 우등생, 모범생이 되었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대체로 구강(口腔)성격에 속한다. 엄마 젖을 오래 먹고 자란데다, 대소변훈련이 혹독치 않아서 이다. 가난한 농경사회라서 세간도 널린 것이 없고, 대소변도 방문만 열고 나가 아무데나 누워도 괜찮았다. 농촌서는 한여름에 아이들 아래동이는 옷을 입히지 않아서 적당히 아무데서나 깔겨도 좋았다. 방바닥에 실례를 해도 "워리, 워리!" 한 마디만 웨치면 자동청소가 되었다. 한국농촌 가난한 집은 장판 대신 엉성하게 볏단을 깔았던 고로, 변이 틈으로 잘 새어서 자죽이 덜 남았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우리가 만든 물건은 해외에 나가 클레임에 잘 걸렸다. 마무리에 방심하고 적당주의가 판을 치는 까닭이 어려서 혼자 밑을 깨끗이 닦는 훈련을 강조해서 못받은 탓에 완전벽과 거리가 먼 성품으로 되어서 이다.
같은 동양인인데 일본인은 왜 마무리를 잘 하나? 그들은 다다미가 있어 아이가 흘린 변(便)이 촘촘이 째인 틈으로 잘 새어들지않아 자죽을 남기게 되어 엄마가 호된 대소변가리기 훈련을 쭉 시켜와서 이다. 다다미가 비쌌던 탓이다.
이렇듯 응가하는 습성은 대대로 물려 오면서 국민성 형성에 크게 관여해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요지음의 엄마는 서양식 교육을 받고, 엄마끼리의 경쟁심도 세어진데다 아파트에 카페트까지 까는 집이 늘어나니 아이들 대소변가리기 훈련을 전 보다 잘 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 한국인도 대거 항문성격으로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