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 * 동편제 박록주바디 판소리 흥보가 <아니리> 아동방이 군자지국이요, 예의 지방이라. 십실지읍에도 충신이 있고 칠세지아도 효도를 일삼으니 무슨 불량한 사람이 있으리요마는 요순시절에도 사흉이 났었고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 있었으니 아마도 일종 여기야 어쩔수 없는 법이었다. 경상 전라 충청 삼도 어름에 놀보 형제가 살았는디 흥보는 아우요, 놀보는 형이라. 사람마다 오장이 육본디 놀보는 오장이 칠보라. 어찌허여 칠본고 허니 왼편 갈비밑에가 장기궁짝만허게 심술보 하나가 딱 붙어 있어 본디 심술이 많은 놈이라. 그 착한 동생을 쫓아낼 량으로 날마다 심술공부를 허는 디 꼭 이렇게 허든 것이었다. <자진모리> 대장군방 벌목허고 삼살방에 이사권코 오구방에다 집을짓고 불붙는데 부채질 호박에다 말뚝박고 길가는 과객양반 재울듯기 붙들었다 해가지면은 내어쫓고 초란이 보면 딴낮짓고 거사보면은 소구도적 의원보면 침도적질 양반보면은 관을 찢고 다 큰 큰애기 겁탈, 수절과부는 모함잡고 우는 놈은 발가락 빨리고 똥누는 놈 주저앉히고 제주병에 오줌싸고 소주병 비상넣고 새망건 편자끊고 새갓보면은 땀때 띠고 앉은뱅이는 택견, 곱사동이는 되집어 놓고 봉사는 똥칠허고 애밴 부인은 배를 차고 길가에 허방놓고 옹기전에다 말달리기 비단전에다 물총놓고. <무장단 창조> 이놈의 심사가 이래 놓니 삼강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이런 모지고 독한 놈이 세상 천지 어디가 있더란 말이냐. <아니리> 이놈이 삼강도 모르고 오륜도 몰라노니 어찌 형제 윤기인들 알 리가 있겄느냐, 하루는 놀보가 심술이 나서 비오는 날 와가리 성음을 내어 "네 이놈 흥보야.! 너도 늙어가는 놈이 곁말에 손넣고 서리맞은 구랭이 모냥으로 슬슬 다니는 꼴 보기싫고 밤낮으로 내방출입만 하야 자식새끼만 도야지 이물돛 퍼낳듯 허고 날만 못살게 구니 보기싫어 살 수가 없다. 너도 나가 살어봐라 이놈!" <무장단 창조> "아이고 형님 한 번만 용서하여 주십시오.!" <아니리> "잔소리 말고 나가!" <중모리> 나가란 말을 듣더니마는 "아이고, 여보 형님 동생을 나가라고허니 어느곳으로 가오리까? 이 엄동설한풍의 어느 곳으로 가면 살듯허오 지리산으로 가오리까 백이숙제 주려죽던 수양산으로 가오리까" "이놈 내가 너를 갈 곳까지 일러주랴 ? 잔소리 말고 나가거라!" 흥보가 기가 맥혀 안으로 들어가며 "아이고 여보 마누라! 형님이 나가라고 허니 어느 영이라 거역허며 어느 말씀이라고 안가겄소,자식들을 챙겨보오" "큰 자식아 어디갔나 둘째 놈아 이리 오너라" 이삿짐을 챙겨지고 놀보앞으가 늘어서서 "형님 갑니다. 부디 안녕히 계옵시오" "오냐 잘가거라!" 흥보신세 볼작시면 울며불며 나가면서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내신세는 왜 이런고 부모님이 살어계실 적으난 니것 내것이 다툼없이 평생의 호의호식 먹고 입고 쓰고 남고 쓰고 먹고도 입고 남어 세상 분별을 내가 모르더니마는 흥보놈의 신세가 일조에 이리 될 줄을 귀신인들 알것느냐. 여보게 마누라 어느 곳으로 갈까" 아서라 산중으로 살자 전라도난 지리산 경상도로난 태백산 산중으가 살자허니 백물이 없어서 살 수 없고 아서라 도방으로 가자 일월산 이강경이 삼포주 사백성이 도방으가 살자허니 비린내 찌우어 살 수 없고 아서라 서울가서 살자 서울가서 사자허니 경우를 모르니 따구만 맞고 충청도가 사자허니 양반들이 억시어서 살 수가 없으니 어느 곳으로 가면 살 듯 허오. <아니리> 성현동 복덕촌을 당도허여 고생이 자심헐 제 <무장단 창조> 철모르는 자식들은 음식노래로 부모를 조르난 디, 떡 달라난 놈, 밥 달라난 놈, 엿을 사달라난 놈 각심으로 조를적의, 흥보 큰아들이 나앉으며 "아이고 어머니!" "이 자식아 너는 어찌허여 고등부살이 목성음이 나오느냐" "어머니 아버지 공론허고 날 장가좀 들여주오 내가 장가가 바뻐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가만히 누워 생각허니 어머니 아버지 손자가 늦어 갑니다." 흥보 마누라가 이 말을 듣고 기가 맥혀 <진양> "워따 이놈아 야 이놈아 말들어라 내가 형세가 있고 보면 니 장개가 여태 있으며 중한 가장을 못 맥이고 어린 자식을 뱃기것 느냐 못 맥이고 못 입히는 어미 간장이 다 녹는다. " <아니리> 흥보가 들어오며 "여보 마누라! 거 없이 사는 살림에 밤낮 그렇게 눈물만 짜니 먼 재수가 있겄소? 나 오늘 읍내 좀 갔다 오리다." "읍내는 멋허로 가실라요?" "환자맡은 호방한테 환자섬이나 얻어냐 굶어가는 어린 자식들을 구환하지 않겠소" "내라도 안 줄테니 가지마오" "사구일생이제 누가 믿고 가나? 거 내 갓좀 내주오" "갓은 어디다 두었소?" "굴뚝속에 두었제" "아니 여보 영감! 갓을 어째 굴뚝속에 두었단 말이요?" "그런 것이 아니라 신묘년 조대비 국상시에 얻어쓴 백립이 갓냥이 단단하다고 하야 끄을음에 끄슬려 쓸라고 굴뚝속에 두었제. 거 내 도복 좀 내주오" "도복은 어디다 두었소?" "장안에 두었제" "아이고 여보 영감! 우리집에 무슨 장이 있단 말이요?" "허허 이사람 달구장은 장이 아니란 말인가?" 흥보가 치장을 채리고 칠청을 들어 가는디 <자진모리> 흥보가 들어간다. 흥보가 들어간다. 흥보치레를 볼작시면 철대떨어진 헌 파립 버릿줄 총총매여 조새갓끈을 달아서 떨어진 헌 망건 밥풀관자 종이당줄 뒤통나게 졸라매고 떨어진 헌 도포 실띠로 총총이어 고픈 배 눌러띠고 한 손에다가 곱돌조대를 들고 또 한손에다가는 떨어진 부채들고 죽어도 양반이라고 여덟 팔자 걸음으로 의식비식이 들어간다. <아니리> 아 이러고 들어가다가 별안간 걱정이 하나 생겼지 '내가 아무리 궁수남아가 되었을망정 발남박가 양반인디 호방을 보고 허겔허나 총격을 허나 아서라 말은 허되 끝은 짓지 말고 그냥 웃음으로 닦을 수 밖에 없구나.' 흥보가 질청을 들어가니 호방이 문을 열고 "박생원 오시었소, 어찌 오시었소 ?" "양도가 부족하야 환자 한 섬난 꿔주면 가을에 착실히 갚을 터이니 호방생각은 어떨는지? 허 허 허!" "박생원 그리말고 들어온짐에 품이나 한 번 팔아볼라요? " "아 돈생길 품이면 팔고 말고 해 " "우리골 좌수가 영문에 잡혔는디 대신가서 곤장 열 대만 맞으면 한 대에 석냥씩 서른 냥은 꼽아놓은 돈이요, 마삯까지 닷냥 제지했으니 그 품 하나 팔아보오" "매맞으러 가는 놈이 말타고 갈 것 없고 정강말로 다녀올 것이니 그돈 닷 냥을 나를 내어 주지" <중모리> 저 아전 거동을 보아라 궤문을 떨껑 열고 돈 닷냥을 내어주니 흥보가 받아들고 "다녀오리다" "평안히 다녀오오" 박흥보 좋아라고 칠청밖으로 썩 나서서 얼씨구나 좋구나 돈 봐라 돈 돈 봐라 돈 돈 돈 돈 돈봐라 돈, 이 돈을 눈에 대고 보면 삼강오륜이 다 보이고 조금있다가 나는 지환을 손에다 쥐고 보면 삼강오륜이 끊어 지니 보이난 것 돈밖의 또 있느냐 돈 돈 돈 돈봐라 돈, 떡국집으로 들어가서 떡국 한 푼어치를 사서 먹고 막걸리 집으로 들어가서 막걸리 두 푼어치를 사서 먹고 어깨를 느리우고 죽통을 빼트리고 대장부 한 걸음에 옆전 서른 닷냥이 들어를 간다. 얼씨구나 좋구나 저의 집으로 들어가서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 갔다고 집안이라고서 들어오면 우루루루 쫓아나와 영접 허는게 도리옳지, 계집이 이 사람아 당돌이 앉아서 좌이부동이 웬일인가 에라 이사람 몹쓸사람!" <중중모리> 흥보 마누래 나온다. 흥보 마누래 나온다. "어디 돈 어디 돈 돈봅시다 돈봐!" "놓아두어라 이 사람아 이 돈 근본을 자네 아나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맹상군의 수레 바퀴 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절씨구 돈 돈 돈 돈 돈 돈 돈 돈 봐라" <아니리> 흥보가 들어오며 "여보 마누라! 이 돈 가지고 쌀 팔고 고기 사서 육죽을 누구름허게 열 한 통만 쑤소!" 아이도 한 통 어른도 한 통 각기 한통씩 먹여노니 식곤증이 나서 앉은 자리에서 고자백이 잠을 자는 디 죽말국이 코끝에서 소주 후주 내리 듯 댕강댕강 허것다. 이 틈을 타서 막내 하나를 또 맹글었지 "여보 영감 이 돈이 웬돈이요? 이 돈 속이나 좀 압시다." "이 돈 속 알면 큰 일낼 돈일세, 우리골 좌수가 영문에 잽혔는디 대신가서 곤장 열대만 맞으면 한 대에 석 냥씩 서른 냥을 준다기에 삯전으로 받어왔으니 아무 누설 내지말소이 옆집 꾀쇠 애비란놈이 알면 영락없이 발등거리 허기 쉽네" <창조> "아이고 여보 영감 중한 가장 매품 팔어먹고 산단 말은 고금 천지 어디가 보았소" <진양> "가지마오 가지마오 불쌍한 영감아 가지를 마오 천불생 무륵지인이요 지보장 무명지초라 하날이 무너져도 솟아날 궁기가 있는 법이니 설마헌들 죽사리까 제발 덕분에 가지마오 병영영문 곤장 한 대를 맞고 보면 종신 골병이 든답디다 영감 불쌍한 우리영감 가지를 마오" <아니리> 이 놈들이 저의 어머니 울음소리를 듣더니 물소리들은 거위모양으로 고개를 들고 "아버지 병영 가십니까?" "오냐 병영간다." "아버지 병영갔다 오실 때 나 담뱃대 긴 것 하나 사다 주시오" "에이 나쁜놈 같으니라고!" 또 한 놈이 나앉으며 "아버지 나는 투전 한목만 사다 주시오" "투전은 뭣 허게?" "아버지 재산없어 고생하시니 놀음해서 돈 많이 벌어오리다" 그때여 흥보 큰 아들이 나 앉으며 <창조> "아이고 아버지 !" "이자식아 너는 또 왜불러 ?" <창조> "아버지 병영갔다 오실 때 나 각시 하나만 사다 주오!" "각시는 뭣허게?" <창조> "아버지 재산없어 날 못여우니 다리고 막걸리장사 할라요" <중중모리> 아침 밥을 지어먹고 병영길을 나려간다. 허유 허유 나려를 가며 신세자탄 울음을 운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 사람 팔자좋아 부귀영화로 잘 사는디 내 신세는 어이허여 이 지경이 웬일이냐?" 병영골을 당도허여 치어다 보느냐 대장이요 나려 굽어보니 숙정패로구나 심산맹호 운룡같은 용자붙인 군로사령이 이리 가고 저리간다. 그때여 박흥보는 숫헌 사람이라 벌벌벌 떨면서 있구나. <아니리> 방울이 떨렁 사령이 예이 야단났지 흥보가 삼문군기를 들여다 보니 죄인들이 볼기를 맞고 있거날 흥보 숫헌 마음에 저 사람들도 자기모양으로 돈 벌로 온줄 알고 "내 앞에와 돈 수십냥 번다! 나도 볼기를 까고 업져 볼거나?" 삼문간에 볼기를 까고 업져노니 사령한쌍이 나오더니 "허! 병영 배판지후에 볼기전 보는 놈 생겼구나" "아니 당신 박생원 아니시오?" "알아 맞혔구먼" "박생원 곯았소!" "곯다니 계란이 곯지 사람도 고나?" "아까 어떤 놈이 박생원 대신이라허고 곤장 열 대 맞고 돈 서른 냥 받아서 벌써 떠났소" <창조> 흥보가 이말을 듣고 기가 맥혀 "아이고 이 사람아 그놈이 어떻게 생겼든가?" "키가 구척이나 되고 기운 좋게 생겼습디다." 흥보가 이말을 듣더니 마는 "어젯밤 우리 마누라가 가지요 못 가지요 밤새도록 울더니 옆집 꾀쇠애비란 놈이 발등거리 허였구나 " <중모리> "번수네들 그리헌가 나는 가네 나는 가네 수번이나 평안이 허소 내집이라 들어가면 엿달라고 우는 놈은 떡사주마고 달래이고 떡달라고 우는 놈은 밥해 주마고 달랬는디 돈이 있어야 말을 허지 " 그렁 저렁 당도허니 <아니리> 흥보 마누래가 막내를 받아 안고 흥보 오난 곳을 바라보며 "우지마라 너의 아버지 돈 많이 벌어가지고 온다." 흥보가 당도 커날 "여보 영감 얼마나 맞았소 장처나 좀 봅시다!" "날 건드리지 말어 요망한 계집이 밤새도록 울더니 아 그것이 와전되야, 옆전 한 푼 못 벌고 매 한 대를 맞았으면 내가 인사불성 쇠아들 놈이제" <중중모리> 흥보마누래 좋아라 흥보마누래 좋아라 "얼씨구나 절씨구 ! 영감이 엊그저끄 병영 길을 떠날 때 부디 매를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 하나님 전의 빌었더니 매 아니맞고 돌아오시니 어찌아니 즐거운가 얼시구나 절씨구 옷을 헐벗어도 나는 좋고 굶어 죽어도 나는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얼씨구 절씨구" <아니리> 흥보도 절굿대춤을 한 번 추었겄다. "여보 영감 이러지 말고 건넌말 시숙한테 건너가서 죽게된 자식 사정을 여쭈어 놓면 다소간 전곡간에 줄것이니 한 번 건너가 볼라요? " "내가 만일 건너갔다가 쌀을 주면 좋지마는 보리를 주면 어쩌꺼나" "아이고 여보 영감 없이 사는 살림에 보리라도 많이만 주면 좋지요" "아 이사람아 먹는 보리 말고 몽둥이 보리 말이여" "형제간 윤기가 있는디 그럴 리가 없으니 한 번 건너가 보오" 흥보가 치장을 채리고 저의 형님댁을 건너 가는디 <자진모리>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치레를 볼작시면 철대 떨어진 헌 파립 버릿줄 총총매여 조새갓끈을 달아서 떨어진 헌 망근 발풀관자 종이당줄 두통나게 졸라매고 떨어진 헌 도포 실띠로 총총이어 고픈 배 눌러띠고 한 손에다가 곱돌조대를 들고 또 한 손에다가는 떨어진 부채들고 서리아침 찬 바람에 옆걸음쳐 손을 불며 이리저리 건너간다. <아니리> 아 이러고 건너가다 놀보하인 마당쇠를 만났겄다. "아이고, 작은 서방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냐, 그래 그동안 마당쇠 너도 잘 있었으며 요새 큰서방님 성미는 좀 어쩌시냐?" "아이고 말씀마십시오. 작은 서방님이 계실적에는 제향을 모셔도 포군을 시키드니마는 서방님이 떠나신 후로는 그냥 대전으로 바칩니다. 접시에다 이것은 편육이라 이것은 제육이라 패지를 써 붙이지 이통에 들어가셨다가는 매만 실컷 맞고 갈 것이니 그냥 도로 건너 가시지요." "그러나 내가 여기까지 왔다가 형님을 아니보고 간대서야 인사도리가 아니지 안겠느냐." 흥보가 성큼 성큼 놀보 사랑앞을 들어서니 어찌 겁이 났던지 <창조> "형님 소인 놈 문안이요" "예, 거 성씨가 뉘댁이시오." <창조> "아이고 형님 흥보동생을 모르시오?" "예, 나는 오대차 독신으로 아우가 없는 사람이요." <창조> 흥보가 빌면은 될줄로 <진양> 두손합장 무릎을 꿇고 " 비나니다. 비나니다. 형님 전의 비나니다. 살려주오. 살려주오 불쌍헌 동생을 살려주오. 그제께 하루를 굶은 처자가 어제 점도록 그저 있고 어저께 하루를 문드러미 굶은 처자가 오늘 아침을 그저 있사오니 인명은 재천이라. 설마헌들 죽사리까마는 여러 끄니를 굶사오면 하릴없이 죽사오니 형님 덕택의 살거지다. 벼가 되거든 한 섬만 주시고 쌀이 되거든 닷 말만 주시고 돈이 되거든 닷 냥만 주옵시고 그도 저도 정 주기가 싫으시면 니명이나 싸래기나 양단간의 주옵시면 죽게된 자식을 살리겄소. 과연 내가 원통허오. 분하여서 못 살겄소. 천석꾼 형님을 두고 굶어 죽기가 원통헙니다. 제발 덕분의 살려주오." <아니리> 과거를 꽉꽉 대놓니 뗄수가 없지 "오, 니가 바로 그 흥보냐. 네 이놈 심심허던 판에 잘 왔다. 얘 마당쇠야 대문 걸고 아래 행랑 동편 처마 끝에 지리산에서 박달 홍두깨 헐라고 쳐내온 검목있느니라.이리 가지고 나오너라. 이런 놈은 그저 복날 개잡듯 잡아야 되느니라." <자진모리> 놀보놈 거동봐라. 지리산 몽둥이를 눈우에 번듯들고 "네 이놈 흥보놈아! 잘 살기 내 복이요, 못 살기는 니 팔자, 굶고 벗고 내 모른다. 볏섬 주자헌들 마당에 두지안에 다물다물이 들었으니 너주자고 두지 헐며 전간 주자헌들 천록방 금궤안에 가득가득이 환을 지어 떼돈이 들었으니 너 주자고 궤돈 헐며 찌갱이 주자 헌들 구진방 우리안에 떼돼야지가 들었으니 너주자고 돛굶기며 싸래기 주자헌들 황계 백계 수백마리가 턱턱하고 꼭꾜우니 너주자고 닭굶기랴. " 몽둥이를 들어매고 "네 이놈 강도놈 !" 좁은 골 벼락치듯, 강짜싸움에 계집치듯, 담에 걸친 구렁이치듯 후닥딱 철퍽 <무장단> "아이고 박 터졌소. !" "이놈!" 후닥딱, "아이고 형님 허리 부러졌오.!" 흥보가 기가 맥혀 몽둥이를 피하랴고 올라 갔다가 내려 갔다가 대문을 걸어놓니 날도 뛰도 못허고 그저 퍽퍽 맞는디 안으로 쫓겨 들어가며 "아이고 성수(형수)씨 사람 살려주오! 아이고 성수씨 날 좀 살려주오!" <아니리> 아 이러고 들어가거들랑 놀보 기집이라도 후해 전곡간에 주었으면 좋으련만 놀보 기집은 놀보보다 심술보 하나가 더 붙었던 것이었다. 밥푸던 주걱을 들고 중문에 딱 붙어서서 "아니 여보, 아주뱀이고 도마뱀이고 세상도 귀찮아 죽겄네. 언제 나한테 전곡갔다 겼든가? 아나 밥, 아나 쌀, 아나 돈!" <창조> 허고 뺨을 때려놓니,형님한테 맞는 것은 여반장이요. 성수한테 뺨을 맞어놓니 하날이 빙빙 돌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진양> "여보 성수씨, 여보 여보 아주머니,성수가 씨아재 뺨치는 법은 고금천지 어디가 보았소.나를 이리 치지 말고 살지 중지 능지를 허여 아주 박살 죽여주오. 아이고 하나님, 박흥보를 벼락을 때려 주면 염라국을 들어가서 부모님을 뵈옵는 날은 세세원정을 아로련마는 어이 허여 못 죽는 거나" 매운 것 먹은 사람처럼 후후 불며 저의 집으로 건너간다. <아니리> 흥보 마누래가 밖을 나와 보니 건넌산 비탈길에서 작지집고 절뚝 절뚝 오는 모양이 돈과 쌀을 많이 가져 오는 듯 하거날 흥보가 당도허니 "여보 영감 얼마나 얻었소. 어디 좀 봅시다." "날 건드리지 말어." "아니 또 맞었구료." "시끄러 그런 것이 아니라 형님댁을 건너 갔더니 형님 양주분이 어찌 후하던지 전곡을 많이 주시기에 가지고 오다가 요넘어 강정 모퉁이에서 도적놈에세 싹 빼앗기고 이렇게 매만 실컷 맞았네." <창조> 흥보 마누래가 이말을 듣고 힘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중모리> "그런대도 내가 알고 저런대도 내가 아요. 가빈에는 사현처요, 국난에는 사양상이라. 내가 얼마나 우준허면(의젓허면?) 중한 가장 못맥이고 어린 자식들을 뱃기겄오. 차라리 내가 죽을 라요." 밖으로 우루루루루루루 뛰어나가 석가래에 목을 매고 죽기로만 작정을 허니 흥보가 달려들어 "아이고 여보 마누라 ,그대가 죽고 내가 살면 어린 자식들은 어이 헐거나. 차라리 내가 죽을라네!" 둘이 서로 부여잡고 퍼버리고 앉아 울음을 우니 자식들도 모두 설리 운다. <아니리> 이리 한 참 설리 울제, 그때여 흥보를 살리랴고 도승이 나려오난디 <엇모리> 중나려 온다. 중하나 나려온다. 저중의 거동을 보소. 허디헌 중 다 떨어진 송낙 요리송치고 저리송치고 호흠벅 눌러쓰고 노닥노닥 지은 장삼 실띠를 매고 염주 목에 걸고 단주 팔에 걸어 소상반죽의 열두마디 용두새긴 육환장 채고리 길게 달아 처절철 철철 흔들 흔들 흐늘 거리며 나려올제 염불허고 나려온다. 아아 에 에 에 에에 으으 으으으으으 아아아아 아아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상내소수 공덕해요. 회양삼처 실원만 봉위 주상전하 수만세요. 왕비전하 수제년 세자전하 수천추 국태민안 법륜전 나무아미타불" 흥보문전을 당도허여 개 쿼겅컹 짖고나면 "이댁에 동냥왔오.!" 흥보가 깜짝놀래 "여보 마누라 우지마오. 밖으(에) 중이 왔으니 우지를 마오." <아니리> 흥보가 나가보니 중이 왔거날 "여보 대사님, 내 집을 둘러보오. 서발 장대를 휘둘러도 거칠 것이 없는 집이요." 저중이 대답허되, "소승은 걸승으로 댁 문전을 당도허니 곡소리가 낭자키로 생사가 미판이라 무삼 연고가 계신지요." 흥보가 대답허되 "권솔들은 다솔허고 먹을 것은 없어 죽기로 작정하고 우난 길이요." "불쌍하오. 복이라 허는 것은 임자가 따로 없는 것이니 소승 뒤를 따르시면 집터 하나를 잡아 드리리다." <진양-빠른 진양:세마치> 박흥보가 좋아라고 대사뒤를 따러간다. 이모롱을 지내고 저고개를 넘어 서서 한곳을 당도허여 그 자리에서 우뚝 서더니마는 "이 명당을 알으시오? 천하지 제일강산 악양로같은 명당이니 이 명당에다 대강 성주를 허시되 임좌병향 오문으로 대강 성조를 허게되면 명년 팔월 십오일에는 억십만금 장자가 되고 삼대진사 오대급제 병감사가 날 명당이 적실허니 그리 알고 잘 지내오." 한 두 말을 마친후의 눈을 들어 사면을 둘러보고 손을 곱아 무엇을 생각터니 안홀불견 간 곳이 없다. <아니리> 그제야 흥보가 도승인줄 짐작허고 있던 집을 헐어다가 자리에다 집을 짓고 살아갈 제 차차 차차 살림이 나아지거늘 하루는 흥보가 좋아라고 집터글자를 붙여본즉 <중중모리> 겨울동자 갈거자 삼월삼질에 올래자 봄춘자가 좋을시고 행화분분 도화요. 이화만지 불개문 허니 실실동풍의 꽃화자 나비접자 펄펄 춤출무자가 좋을시고 꾀꼬리 수리룩 날아 노래 가(歌)자가 좋을시고 기난 건 짐생수 나는 것은 새조라 쌍쌍이 왕래허니 제비연자가 좋다. <아니리> 하루난 제비 한쌍이 날아 들거날 흥보가 좋아라고 "반갑다 저 제비야. 고루거각을 다 버리고 궁벽강촌 박흥보 움막을 찾아드니 어찌 아니 기특허랴." 수 십일만에 새끼 두 마리를 깟는 디, 먼저 깐 놈은 날아가고 나중 깐 놈이 날개공부 힘을 쓰다 뚝 떨어져 다리가 작각 부러졌것다. 흥보내외 어진 마음으로 명태껍질을 얻고 당사실을 구하여 부러진 다리를 동여 매여 제집에 넣어주며 "부디 죽지 말고 살아 멀고 먼 만리 강남을 평안히 잘 가거라" 미물의 짐승이라도 흥보 은혜 갚을 제비거든 죽을 리가 있겠느냐.수 십일만의 부러진 다리가 나아가니 하로난 날개공부 힘을 써보는 디 <진양> 떴다 보아라 저 제비가 둥그렇고 둥그렇기 구만장천의 높이 떠 거중으로 둥둥 펄펄 날거날 흥보가 보고서 좋아라고 "반갑구나 내 제비야 부러진 다리를 원망을 말어라 고자의 손빈이도 양족이 없었어도 진나라가서 대장이 되고 초한적 한신이도 일지수가 없었으되 대장단 높은 집이 일군개경을 하였으니 멀고먼 만리 강남을 부디 평안히 잘 가거라." 제비 저도 섭섭하여라고 빨래줄에 가 내려 앉더니마는 무엇이라고 대답을 허고 구만장천의 높이 떠서 이리 저리 노니난 거동은 아름답고 반가워라. "잘 가거라 내 제비야 만리 강남을 훨훨 날아 들어간다." <아니리> 강남 두견은 촉종지망제라 백조들을 점고를 하는디 미국 들어갔던 분홍제비, 독일 들어갔던 초록제비, 중원 나갔던 명맥이,만리 조선 나갔던 흥보제비 나오 <중중모리> 흥보 제비가 들어온다. 박흥보 제비가 들어온다. 부러진 다리가 봉통아지가 져서 전둥거리고 들어와 "예~~~~이!" 제비장수 호령을 허되 "너는 왜 다리가 봉통아지가 졌노?" 흥보제비 여짜오되 "소조가 아뢰리다. 소조가 아뢰리다.만리 조선을 나가 태어나 소조운수 불길허여 뚝 떨어져 대반에 다리가 작각 부러져 거의 죽게 되었으나 어진 흥보씨를 만나 죽을 목숨이 살었으니 어찌허면은 은혜를 갚소리까 제발 덕분의 통촉허오." <아니리> "그러기에 너의 부모가 나의 영을 어기고 나가더니 그런 변을 당하였구나. 너는 명춘에 나갈적에 출행날을 받어 줄터이니 그 날 나가도록 하여라." 삼동이 다 지나고 춘삼월이 방자커날 하로난 흥보제비가 보은표 박씨를 입에에다 물고 만리 조선을 나가는디 꼭 이렇게 나오든 것이었다. <중중모리> 흑운 박차고 배운 무릅쓰고 거중의 둥둥 높이 떠~~~두루 살펴보니 서촉 지척이요 동해 창망 허구나 충융봉을 올라가니 주작이 넘논다. 상익토 하익토 오작교 바라보니 오초동남 가는 배는 북을 둥둥 울리며 어기야 어야 저어가니 원포귀범이 이아니냐.수벽사명 양안태 불승청원 각비래라 날아오난 저 기러기 갈대를 입에 물고 일점 이점이 떨어지니 평사낙안이 이 아니냐 ,백구백로 짝을 지어 청파상에 왕래허니 석양천이 거있노라.회안봉을 넘어 황릉묘 들어가 이십오현 탄야월은 반죽까지 쉬어앉어 두견성을 화답허고 봉황대 올라가니 봉거대공에 강자류 황학루를 올라가니 황학일거 불부반 배운천재 공유유과 금릉을 지나여 주사촌 들어가 공숙창가 도리개라 낙매화를 툭쳐 무연의 펄렁 떨어지고 이수를 지내여 계명산을 올라 장자방은 간곳 없고 남병산 올라가니 빈터요 연제지간을 지내여 장성을 지내여 갈석산을 넘어 연경을 들어가 황극전에 올라 앉어 만호 장안 구경허고 정양문 내달아 천안문지내 동문을 들어가니 사미륵이 백이로다. 요동칠백리를 순식간 지내여 압록강을 건너 의주를 다달아 영고탑 통군정 올라앉어 안남산 밖남산 석벽강 용천강 좌우령을 넘어 부산파발 환마고개 강동다리 건너 평양은 연광정 부벽루를 구경허고 대동강 장림을 지나 송도를 들어가 만월대 관덕정 박연폭포를 구경허고 임진강 시각에 건너 삼각산에 올라앉어 지세를 살펴보니 천룡의 대원맥이 중령으로 흘리쳐 금화금성 분개허고 춘당영춘이 휘돌아 도봉 망월대 솟아있고 삼각산이 생겼구나 문물이 빈빈허고 풍속이 희히하야 만만세지 금탕이라 경상도는 함양이요 전라도는 운봉이라 운봉함양 두얼품에 흥보가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을 보아 박씨를 입에 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남대문밖 썩내달아 칠패 팔패 배다리 지나 애고개를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승방을 지나여 남타령 고개넘어 두쭉지 옆에 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흥보집을 당도, 안으로 펄펄 날아들제 들보위에 올라 앉아 제비말로 운다.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요 낙지각지 절지연지 은지덕지 수리차로 함지표지 내지배요 빼드드드드드드드득! <중모리> 흥보가 보고서 좋아라 "반갑다 내 제비 어디를 갔다가 이제와" 당상당하 비거비래 편편이 노난거동은 무엇을 같다고 이르랴 북해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으로 넘논 듯 단산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속으로 넘논 듯 지곡청학이 난초를 물고 송백간으로 넘노난 듯 안으로 펄펄 날아들제 흥보 보고 고이여겨 찬찬히 살펴보니 절골 양각이 완연 오색 당사로 감은 흔적이 아리롱 아리롱 허니 어찌 아니가 내 제비, 저 제비 거동을 보아 보은표 박씨를 입에다 물고 이리저리 거닐다 흥보양주 앉은 앞에 뚝 떼그르르르르르 떨쳐놓고 백운간으로 날아간다. <아니리> 흥보 마누라 줏어 들고 "여보 영감 제비가 연씨를 물고 왔소" "그게 연씨가 아니라 박씨로세." 동편처마끝에다 거름주고 심었더니 수십일 만에 박 세통이 열렸는디 팔월 추석은 돌아오고 먹을 것이 없어 어린 자식들을 앞에두고 가난 타령으로 울음을 우난디 <중모리>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의 가난이야 복이라 허는 것은 어이 허며는 잘타는고? 북두칠성님이 복마련을 허시는가? 삼신지왕님이 짚자리의 떨어질적의 명과 수복을 점지 허느냐? 몹쓸년의 팔자로다. 이년의 신세는 이어허여 이지경이 웬일이란 말이냐! 퍼버리고 앉아 설리운다. <아니리> 이리 한참 설리 울제 흥보가 들어오며 "여보 마누라 아, 이렇게 우지만 말고 저 지붕에 있는 박을 따다가 박속일랑 끓여먹고 바가질랑 부자집에다 팔어다가 아 어린 자식들을 살리면 될 것 아니요." "아이고, 그럽시다. 여보 영감 좌우간에 박을 따다가 우리 한 번 타봅시다." 그때여 흥보내외가 박 세통을 따다놓고 우선 한 통을 타는디 <진양> "시리리리렁 실건 당거주소 에이여로 당겨주소 이박을 타거들랑은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 밥한통만 나오너라 평생의 포한이로구나 에이여루 당그여라 톱질이야 여보게 마누라 톱소리를 어서 맡소." "톱소리를 내가 맡자고 헌들 배가 고파서 못 맡것소" "배가 정 고프거들랑은 허리띠를 졸라를 매소, 에이여루 당거주소 작은 자식은 저리가고 큰 자식은 내한트로 오너라 우리가 이박을 타서 박속일랑 끓여먹고 바가질랑은 부자집에다 팔어다가 목심보명을 살아나세. 당겨주소. 강상의 떴난 배가 수천석을 지가 싣고 간들 저희만 좋았지 내 박 한통을 당할 수가 있느냐, 시리리리렁 실건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실건 당그여라 톱질이야" <휘모리>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씩싹 톡캐 <아니리> 박을 딱 쪼개놓고 보니 박속은 휑~ 무복자는 계란에도 유골이라 하더니 박속은 어떤 도둑놈이 쏵 다 집어먹고 난데없는 궤 두짝이 나오거날, 흥보내외 기가맥혀, "아이고 이것이 뭔 일이요? 여보 영감, 좌우지간에 우리 한 번 궤짝을 열어봅시다. " 흥보가 한 궤를 가만히 열고 보니 돈이 하나 가뜩, 또 한 궤를 열고 보니 쌀이 하나 수북,흥보 내외 좋아라고 궤 두짝을 한번 털어비어 보난디, <휘모리>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궤 두짝을 떨어붓고 나면 도로 수북, 톡톡털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도로 하나 가뜩허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쌀과 돈이 하나 가득, 돌아섰다 돌아보면 도로 하나 가득허고,돌아섰다 돌아보면 쌀과 돈이 하나 도로 가뜩, "아이고 좋아 죽겄다. 일년 삼백 육십일을 그저 꾸역 꾸역 나오너라" <아니리> 어찌 털어비어 놨던지, 돈이 일만 구만 냥이요, 쌀이 일만 구만석이라 흥보 내외 좋아라고 돈 한 궤를 들고 잠깐 노난디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돈 봐라 돈 봐라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 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을 가진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절씨구 여보아라 큰 자식아 건넌말(마을) 건너가서 너의 백부님을 모셔 오너라 경사를 보아도 우리 형제 보자 얼씨구 절씨구 여보시오 여러분들 나의 한 말 들어보소 부자라고 자세를 말고 가난타고 한을 마소 엊그저끄까지 박흥보가 문전걸식을 일삼더니 오늘날 부자가 되었으니 이런 경사가 어디가 있느냐 얼씨구나 절씨구 불쌍하고 가련헌 사람들 박흥보를 찾아오소. 나도 오날부터 기민을 줄란다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얼씨구 절씨구 <아니리> 흥보내외 아 이렇게 돈을 들고 놀더니마는 "여보 마누라 우리가 밥을 안먹어도 배가 많이 부르요 그러니 둘째 박을 타 봅시다." "아이고 그럽시다." <진양> "시리렁 시리렁 당겨주소 헤여루 당그여라 톱질이야 이 박을 타거들랑은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 은금보화만 나오너라. 은금보화가 나오게 되면 형님 갖다가 드릴란다." 흥보 마누래 기가 맥혀 "나는 나는 안탈라요, 여보 영감 형제간이라 잊었소 엄동설한 치운날의 구박을 당하여 나오던 일은 곽속의 들어도 못 잊겄오." 흥보가 회를 내며 "갑갑허구나 이 사람아, 계집은 상하의복이요 형제는 일신수족이라 의복은 떨어지면 해입기가 쉽거니와 형제 일신수족은 아차 한 번 뚝 떨어지면 다시 잇지를 못허는 법이라,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당그여라 톱질이야 <휘모리>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쓱싹 톡캐 <아니리> 박을 딱 쪼개놓고 보니 이 박통속에서는 왼갖 비단이 나오는디 꼭 이렇게 나오든 것이었다. <중중모리> 왼갖 비단이 나온다. 왼갖 비단이 나온다. 요간 부상의 삼백척 번떳다 일광단, 고소대 악양루 적성아미가 월광단, 서왕모 요지연의 진상하던 천도문, 천하주구 산천초목 그려내던 지도문,등태산 소천하의 공부자의 대단, 남양초당의 경좋은데 천하영웅 와룡단, 사해가 분분 요란허니 뇌고함성에 영초단, 풍진을 시르르릉 치니 태평천곤 대원단, 염불타령 치워놓고 춤추기 좋은 장단, 큰방 골방 가루다지, 국화새긴 완자문, 초당전 화계상의 머루다래 포도문,화란춘성 만화방창 봉접분분의 화초단, 꽃수풀 접가지에 얼그러졌다 넌출문,통영칠 대모반의 안성유기 대접문, 강구연월 격양가의 배부르다 함포단,알뜰사랑 정든님이 나를 버리고 가거주, 두손길 덥뻑잡고 가지말라 도리불수, 임보내고 홀로앉아 독수공방의 상사단, 추월적막 공단이요, 심산궁곡 송림간의 무섭다 호피단,쓰기좋은 양태문, 인정있는 은조사,부귀다남 복수단, 포식과객에 궁초단,행실부족의 객초단, 절개있난 송죽단, 서부렁섭적 새발낭능, 노방주 청사홍사 통견이며,백랍능, 흥랍능, 월하사주, 당포, 융포, 세양포, 수주, 통오주,경상도 황저포, 매매 흥정의 갑사로다. 혜주 원주 공주 옥구 자주 길주 명천세마포, 강진 나주 극상 세모시며, 한산 세모시, 생수삼팔 값진 고사관사,청공단, 홍공단, 백공단, 흑공단, 송화색까지 그저 꾸역꾸역 나오는디 <아니리> 흥보내외 어찌 좋던지 "여보 마누라, 마누라는 나한테 시집 온 이후로 비단옷을 한번도 못 입어 보았으니 이렇게 많이 나온 김에 뭔 색이 좋은가 한 번 골라 보소이." "여보 영감 나는 송화색 삼호장 저고리가 제일 좋습디다. 영감은 뭔 색이 좋습디여?" "나는 검지 않는 흑공단이 좋데." "그럼 영감이 먼저 꾸며 보시오." 흥보가 흑공단으로 한 번 꾸며 보는디 <중중모리> 흑공단 망건 흑공단 갓끈 흑공단 저고리 흑공단 두루막 흑공단 바지 흑공단 행전 흑공단 버선 흑공단 다님 흑공단으로 수건을 들고 "어떤가 날보소" 흥보 마누라도 꾸민다. 송아색 댕기 송아색 저고리 송아색 허리띠 송아색 초마 송아색 단의 송아색 꼬쟁이 송아색 속속곳 송아색 버선 송아색으로 수건을 들고 "어떤가 날보소" <아니리> "그러고 보니 마누라는 하릴없는 꾀꼬리같네." "영감은 그렇게 채려놓고 보니 꼭 까마귀 같소." "여보 마누라 셋째 박을 마저 타 보세. 이속에서 무엇이 나올란가 보게." <중모리> 또 한통을 들여놓고 시리렁 실건 톱질이야 시리렁 시리렁 러렁 실건 실건실건 톱질이야.이 박속에서 나오는 보화는 김제만경 오백미들을 억십만금을 주고사자 충청도 소새뜰을 수만금을 주고 사면 부익부가 되겠구나 시리렁 실건 톱질이야 <휘모리>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박이 반쯤 벌어진다. 박통속에서 사람소리가 수근수근 대짜고 든놈 소짜고 든 놈 끌든 놈 호미든 놈 몽치든 놈 가래든 놈이 그저 꾸역 꾸역 나오더니 흥보집을 짓난디 <진양> 동산앞 넓은 터에 임좌병향 터를 다져 팔괘를 놓아 왼담을 치고 주란 화각을 좌우로 세웠난디 안팎 중문 소슬이 대문 풍경소리가 더욱 좋다. 천석지기 밭문서와 만석지기 논문서와 백가구 종문서가 가득 담뿍 들어있고 안방치레 볼작시면 큰 병풍 작은 병풍 샛별같은 순금대와 다문담숙 놓였으니 흥보가 보고 좋아헌다. <중모리> 사랑치레 볼작시면 가장장판 소래반자 완자밀창의 화류문갑 대모책상까지 놓여있고 시전 서전의 주역이며 이백두시 어어어 통사략을 좌우로 좌르르르 별렸난디 박흥보가 좋아라고 "여보아라 큰 자식아 건넌 말 건너가서 너의 큰 아버지를 오시래라 경사를 보아도 우리형제 볼란다. 얼씨구나 좀도좋네. 이리렁성 저리렁성 흩트러진 근심일랑 마누래와 같이 모여 앉아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 보자." <아니리> 이리 한 참 놀릴적에 놀보가 저의 동생 부자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흥보집을 딱 건너 갔겄다. "아니 이놈이 별안간 거부가 되었나? 네 이놈 흥보야" 흥보가 저의 형님 소리를 듣고 나와 "아이고 형님 건너 오시었습니까?" "그래 대관절 이 집이 뉘집이냐?" "예 제 집이올습니다." " 야 그집 참 좋다. 내집허고 바꾸자." "형님 처분대로 허옵시오." "야 흥보야 내가 요세 니 소문을 가만히 들어보니 니가 요새 밤이슬을 맞고 다닌다는구나." "형님 별안간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러면 어째서 영문 포졸들이 너를 잡으로 다니느냐? 이러지 말고 농문열쇠, 광문열쇠 나한테 맞기고 저 만주로 들어가서 한 오년만 있다 오너라 이 집은 내가 잘 지켜줄게." "형님 그런 것이 아니오라 하루는 제비 한쌍이 날아들어 새끼 두 마리를 깠는디 먼저 깐 놈은 날아가고 나중 깐 놈이 날개공부 힘을 쓰다 뚝 떨어져 다리가 작각 부러졌지요.아 그래서 명태껍질을 얻고 당사실을 구하여 부러진 다리를 동여매어 제 집에 넣어 살려 주었더니 그 이듬해 강남을 들어갔다 나오면서 박씨를 물어다 주어 그 박씨를 심었드니 박 세통이 열려 팔월추석은 돌아오고 먹을 것이 없어 박속이나 먹을 양으로 박을 타보았더니 아 그속에서 이렇게 은금보화가 많이 나왔지 제가 무슨 도적질을 했단 말씀이요." 이 놈이 가만히 듣더니마는 "야 거 부자되기 천하에 쉽구나. 너는 한 마리 분질러서 부자가 되었거니와, 나는 한 열댓마리 분질러 보내면 거부장자가 될 것이야." 사랑으로 모시고 안으로 들어가 "여보 마누라 건넌말 형님이 건너오시었으니 나와 인사를 드리오." <창조> 흥보 마누래가 시숙왔단 말을 듣고 구박당하던 일을 생각허니 사지가 벌렁 벌렁 떨리나 가장의 명령을 거영치 못하여 나오난디 <중모리> 흥보 마누래가 나온다. 흥보 마누래가 나온다. 전일에는 못 먹고 못 입고 굶주리던 일을 생각허니 지금이야 비단이 없나 돈이 없나 쌀이없나 은금 보화가 없나 녹용 인삼이 없느냐 며느리들을 호사를 많이 시키고 흥보 마누라도 한산 세모시다가 당청아물을 포로소롬허게 놓아 주름은 잘게 잡고 말은 널리 달아 아장거리고 나오더니 <아니리> 시숙께 다소곳이 인사를 드리니, 아 이놈이 제수가 인사를 하거든 그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야 흥보야 제수가 쫓겨날 때 보고 지금 보니까 미꾸라지가 용되었구나." 흥보 마누라가 들은 체도 아니허고 안으로 들어가 음식을 차리는디 <자진모리> 음식을 차리는디 안성유기 통영칠판 천은 수저 구리저 집리서리 수벌리듯 주루루루 벌려놓고 꽃그렸다 오족판 대모양각 당화기 얼기 설기 송편 네귀번 듯 정절편 주루루 엮어 삼피떡 평과 진청 생청놓고 조락산적 웃찜쪄 양회간 천녑 콩팥 양편에다가 벌여놓고 청당수단 잣백이며 인삼채 도라지채 낙지연포 콩기름에 갖은 양념 모아놓고 산채 고사리 수근 미나리 녹두채 맛난 장국 주루루루 들어붓고 청동화로 백탄숯 부채질 활활 계란을 톡톡 깨 웃딱지를 떼고 길게 느리워라 꼬꼬 울었다 영계찜 오도독 포도독 매초리탕 손뜨건데 쇠저말고 나무저를 드려라 고기 한 점을 덤벅뭍혀 맛난 기름 간장국에다 풍덩 디리쳐 피시이 <아니리> 과하주 좋은 술을 화잔에 가득부어 "옛소 시숙님 박주허나 약주 한 잔 드시지요." 이놈이 제수가 주는 술이거든 그대로 받아 먹는 것이 아니라 "야 흥보야 너는 형제간이라 내 속을 잘 알제. 내가 남의 집 초상 마당에 가서도 술잔 끝에 권주가 없이 술 안 먹는다. 제수 곱게 차려 입은 김에 권주가 한 자리 시켜라." <창조> 흥보 마누래가 이말을 듣고 기가 맥혀 <진양> "엇소 시숙님, 여보 여보 아주버님 제수더러 권주가 허란 말씀 고금천지 어디가 보았소 지성이면 감천이라 나도 이제는 돈과 쌀이 많이 있소 전곡자세는 그만허오, 엄동설한 치운날의 자식들을 앞세우고 구박을 당하여 나오던 일은 나는 죽어도 못 잊겄소 보기 싫소 어서 가시오 속을 채리면 뭣하러 내 집에 왔소 안 갈라면 내가 먼저 들어갈라요" 떨쳐버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아니리> 놀보가 가만히 듣더니마는 "야 흥보야 니 계집 못 쓰겄다. 썩 버려라 내 다시 좋은 데로 장가 들여 주마." "형님 처분대로 허옵시오." "그리고 저 웃목에 벌근 것이 무엇이냐?" "예 그것이 화초장이올시다." "화초장이 무엇이냐?" "예 그안에는 은 금 보화가 가득 들어 있지요." "그러면 그것 날 도라." "형님 좋아하시면 내일 아침 하인지어 보낼테니 건너가십시오." "에이 씩씩치 않은 놈 보물은 밤새 다 빼내고 빈 괘만 보낼라고 그러지야. 세상 사람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날 보고만 도적놈이라고 헐 것이다. 아서라 매사는 불여 튼튼이라 하였으니 내가 짊어지고 갈란다." 이놈이 끌방을 늦이간 하게 짊어지고 잊어버릴까봐 화초장 석자를 한 번 외우고 가는디 <중중모리>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얻었네 얻었네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또랑을 건너 뛰다 "아차! 내가 잊었다. 초장초장 아니다 방장 천장 아니라 고초장 된장 아니다 송장 구들장 아니다 " 이놈이 거꾸로 부르면서도 모르겄다. "장화초 초장화 아이고 이거 무엇이냐 갑갑허여서 내가 못살것다 아이구 이것이 무엇이냐" 저의 집으로 들어가며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 갔다가 집안이라고서 들어오면 우루루루 쫓아 나와 영접허는게 도리 옳지 좌이부동이 웬 일인가 에라 이 사람 몹쓸사람" 놀보 마누래 나온다. 놀보 마누래 나와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오 영감 오신 줄 내가 몰랐소 이리 오시오 이리와 " <아니리> 놀보가 화초장을 지고 저의 문앞에서 저의 마누라를 한 번 불러 보는디 "여보 마누라." "어찌 그라요?" "여 이리 나와서 내 등에 짊어진 것이 무엇인가 한 번 알아 맞춰 볼란가?" "영감은 그것이 무엇이요?" "아 글세 나는 알고 있지만 임자가 한 번 알아 맞춰 보란 말이여." "저어 서울 친정서 그라는데 그걸 화초장이라 합디다." "아이구 내 딸이야." "아니 여보 영감 마누라보고 딸이라는 데가 어디 있소." "아 급할 때는 이리도 쓰고 저리도 붙여 써 보세." "그란디 여보 영감 이 좋은 화초장을 어디서 가져 왔소?" "좌우지간에 내가 흥부집을 건너 갔드니 이 놈이 제비다리를 분질러 가지고 거부장자가 되었네 그려. 그 놈은 한 마리 분질러 부자가 되었거니와 나는 한 이십 마리 딱 분질러 보내면 거부장자가 될 것이여." 그날부터 제비 딱지를 수 천개 만들어서 삼지사방에 붙였드니 집이 동편으로 쓰러졌것다. 놀보가 아무리 기다려도 제비가 안오니 죽을 제비가 들올 리가 있으리요. 하루는 기다리다 못하여 그물을 매어 드러메고 제비를 한 번 후리러 나가는디 <중중모리> 이때 춘절삼각 하사월 초파일 연자나부언 펄펄 수양버들에 앉은 꾀꼬리 제 이름을 제 불러 복희씨 맺은 그물을 에후리쳐 드러매고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방장산으로 나간다. 이편은 우두봉 저편은 좌두봉 건넌봉 낮은 봉 좌우로 칭칭 둘렀난디 아아 이루워 덤풀을 툭쳐 후여 어어허 허차 저 제비 방장산의 집늘러 덤불을 툭쳐 후여 어어어어어어 떴다 저 제비 어느 곳으로 행하나 연비여천에 소로게 보아도 제비인가 의심 남비오작에 까치만 보아도 제비인가 의심 춘일황앵에 꾀꼬리만 보아도 제비인가 의심 층암절벽에 비둘기 보아 도 제비인가 의심 "저기가는 저 제비야 그 집으로 들어가지 마라, 천화일에 지은 집이로다 화급동량이라 내 집으로 들어오너라 이이이이리워!" |
출처: 다정의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김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