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108번째 기록입니다. 이번 연습은 뮤지컬 곡 [맘마미아] 연습을 했
는데요. 연습의 시작도 특이했지만 연습의 양상도 특이했다는 것, 그것이 이날의 연습내용
이 될 듯 합니다. 시작이 특이했다는 것은 예고도 없이 지휘자 선생님이 갑자기 빠지게 되
었다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부지휘자는 가망없이 늦어지고, 지휘자는 오지 않고, 그래서 좀
난감해지더군요. 출석한 인원도 13명 안팍밖에 되지 않고 이래저래 분위기가 좀 뒤숭숭했는
데.... 저번처럼 많은 인원이 와 주기를 바라면서 보면대와 의자는 대략 20조쯤 준비를 했지
만 인원은 잘 채워지지 않더군요. 그래도 ‘시간이 되었으므로’란 단무장의 멘트와 함께 연습
은 시작됩니다. 지금 누가 나와서 지휘를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닌데, 다행스럽게도 반주자
님이 나와 주셨기에-참 이 합창단과 반주연습을 하면 좀 남감하기는 하겠더군요. ㅋㅋㅋ-
부지휘자가 올 때까지 [사운드 오브 뮤직]을 전체 다 불러 보기로 했습니다. 모두들 ‘지휘
자 없이 부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한번 보자’면서 말이죠. 혹자는 ‘녹음도 해 두자’고
익살을 떨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당장 [맘마미아]연습을 할 상황은 아니니까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시간은 자꾸 가고 난 조금 초조해졌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늦어질 상황이라면
나중에는 포레 [레퀴엠]도 한번 불러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초조하게 부지휘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사운드 오브 뮤직]을 부를 때의 문제는 이것입니다. 즉 세부적으로 정확한 음정을
잡는 문제하고요. 반주부와 맞추어 가며 정확한 시점에서 출발하고, 정확한 박자대로 부른
다는 것입니다. 물론 프레이즈별로 첫 박은 강하게 치고, 그 뒤는 힘을 빼는 것, 휴지부를
정확하게 지키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명랑하면서도 음정을 정확하게 마치 동요 부르듯이 불
러야 한다는 것도 포함되고요. 그래서 집에서 연습할 때는 MR로 반주부와 연계해가면서 해
보는데요. 처음에는 박자를 세면서 해야겠지만 궁극에는 그냥 전체적인 리듬에 몸을 맡기면
서 자연스럽게 곡에 몸을 실어야 하는데, 아직 그기까지는 이르지 못한 모양입니다. 지휘자
선생님도 말했지만 박자가 정확해야 음정도 정확하게 잡을 수 있노라고 했는데, 과연 박자
에 확신이 서지 않으니까 음정 잡기도 좀 애매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전주가 들어오고 자연
스럽게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반주부의 리듬에 따라 정확하게 불러내는 연습을 계
속해야 했고, 그것이 조금 미진한 상태로 연습실로 왔었더랬습니다. 그런데 과연 같이 불러
보니 전체적으로 좀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아무래도 개인 연습이 좀 더
있어야 할 듯 합니다.
이렇게 하여 [사운드 오브 뮤직]을 두 번쯤 불러 보고 그런데 아직 부지휘자는 오지 않
고, 할 수 없어 단장님이 나와서 지금까지 지휘자 선생님의 지시시항을 박복 학습을 시키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어.... 부지휘자가 오기도 전에 지휘자가 오셨습니다. ㅋㅋㅋ. 오늘 ‘중
고생들이 선생님 몰래 도망치는 심정을 알겠다.’며 너스레를 떨어대더니, 대뜸 [맘마미아]연
습을 하자고 합니다. 세상에... 아직 악보도 받지 못했는데.... 허겁지겁 악보를 배부하고 검
토에 들어갔는데요. 이거이거... 예사롭지 않은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거....뮤
지컬 곡의 특성상 연주의 현장성이 너무 강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맘마미아]곡을 그대로
기록한 악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모든 곡들은 악보에 토대하여 구축된다는
전제를 보기좋게 뒤집어 엎어버린 이 결과 때문에 우리는 허둥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휘
자 선생님이 고심끝에 악보내용을 재배열 했고, 그 결과 우리는 악보를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 몇 번씩이나 반복하며 보아야 했는데, 선생님은 궁극에는 우리가 이 곡을 외워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지만 난 아직도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헷갈립니다.
게다가 뮤지컬 곡들은 어찌 그리 하나 같이 박자가 기기묘묘하기만 한지... 아예 박자를
가지고 기교를 부리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되더군요. 빠르게 진행되는 박자에 우리 입으로
는 낯설기만 한 영어가사를 연음으로 계속 이어 불러야 하는 고초. ㅋ. 주여!! 이건 뭐 모차
르트 [레퀴엠]보다 더 어렵잖아? 그냥 마음 편히 들을 때는 ‘그까이꺼 그냥 모여서 제창하
는 정도야 노래방 수준이면 돼지’라며 얕잡아 보았던 게 이렇게 나를 괴롭힐 줄이야...
게다가 문제는 하나 더 겹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보고 악보를 두고 모두들 거울
앞으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노래를 하면서 일정한 안무를 하기를 요구하는데... ㅋ.
아직 노래도 입에 붙지 않았는데. 안무까지... 우리 뮤클합창단의 고질중에 하나가 무대입장
태도가 너무 경직되고 엄숙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마 포레의 [레퀴엠] 연주가 끝난 뒤
이 곡을 연주하게 될 것입니다. 난 뮤지컬을 그리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선생님은
우리가 뮤지컬에서 흔히 보는 그 수준의 안무를 요구하는 듯 합니다.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
기 전부터 취해야 할 동작으로부터 시작하여 노래를 하면서 하는 동작, 그리고 중간중간에
집어 넣는 각자의 자유동작을 통해 활달하면서도 개성적이고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연출....
그러니 지금까지 뮤클합창단의 고질이었던 경직된 자세를 완전히 전복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아마추어라 하지만 일단 연주를 한다면 그런 건 따질 수 없는 것이니까, 전문 뮤
지컬단체의 연주만큼은 아닐지라도 그에 비추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을 만큼 연주
를 해야 하는데, 이제 4월로 접어 들고 있고 연주 날짜는 7월로 바짝 당겨져 있고.... 아무
튼 이제 예사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포레의 [레퀴엠]을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하고, [사
운드 오브 뮤직]도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야 하고, [맘마미아]는 가사를 리듬에 맞추어 정확
하게 불러 내면서 그것을 완전히 외워야 하고, 춤동작과 노래하고 정확하게 일치시켜 노래
가 자연스럽게 춤동작에서 뿜어져 나올 만큼의 경지에 도달해야 하고..... ㅋ. 모두들 밥벌
이에 바쁜 사람들인데 미상불 모두들 바쁘게 생겼습니다. 집에서 보니 단장님도 [맘마미아]
곡을 다운 받아서 열심히 듣고 있던데, 아닌게 아니라 지금부터 가사 외우는 작업부터 리듬
익히기 작업까지 그리고 외우는 과정까지 단시일 내에 완성해야 합니다.
정말 이제는 매일 2시간씩 계속해서 연습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어제 우연히
연극 관계자들과 만나 또 진하게 한잔 하고 오늘 학교에서 이 글을 적고 있는데, 오늘 또
독서모임에 가야 하고, 연이은 뮤클 행사에 시간이 남아 날 틈이 없지만, 그래도 어쩝니까?
시간을 내어야지요. 그리고 뮤클 합창단의 저력이라면 그런 정도는 얼마든지 해낼 수 있고
모두들 즐겁게 감당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후기를 닫습니다. 뮤클러 여러분 머지 않
아 여러분들 앞에 멋지게 선보일 이 곡들의 면모를 기대하며 변함없는 성원 보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