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개편에 눈에 띄는 두 작품. 김수현의 '완전한 사랑'(SBS)과 송지나의 '로즈마리'(KBS)다. 작가의 이름값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공교롭게도 스토리 라인도 비슷. 능력 있는 남편과 젊은 연적 그리고 시한부 삶을 사는 현모양처라는 비슷한 구도에서 두 작가가 어떤 식으로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에 주부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part 1. 무엇이 똑같을까 VS 다를까
드라마 춘추전국시대가 따로 없다. 잘나가는 스타와 신선한 소재로 오전 오후 할 것 없이 일주일 내내 드라마로 후끈 달궈진 가을이다. 그 가운데 김수현의 '완전한 사랑'(곽영범 연출, SBS)은 10월 4일 첫 방송에서 20% 가까운 시청률이 나와 시작부터가 순조롭다. 극중 영애(김희애)가 병원에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 장면 이후에는 지금의 인기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연출진과 배우 모두 만족한 듯 촬영장 분위기도 편안하다. 그러나 '완전한 사랑'의 인기에 최대 적수가 될 송지나의 '로즈마리'(이건준 연출, KBS)가 아직 방송 전. 10월 29일 첫 방송을 타게 되는 '로즈마리'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대단하다. 송지나 열성 팬클럽은 다음카페에 '로즈마리' 방을 따로 만들어 대기중이고, 작가 역시 그의 공식 홈페이지에 '로즈마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에 묻고 답하거나 집필 일기를 공개하는 등의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부담이 클 테지만 지난 10월 16일 분당 샛별마을 촬영 현장에서 만난 '로즈마리'팀은 여유만만. “대본이 너무 좋아 다들 울면서 대본을 보았다. 처음부터 시선을 확 끌 것”이란 반응이다. 작가 본인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기대가 큰 듯하다. 주말극이었던 김수현의 '내 사랑 누굴까'는 타 방송사의 인기 주말극이 막을 내리면서 겨우 평균 시청률을 얻어 김씨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송지나 역시 마찬가지. 퓨전 사극을 표방했던 '대망'이 사람들의 부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게 끝났다. 한 회당 1,000만 원 이상을 받는다는 스타 작가들로서는 평범한 것도 큰 타격이다. 두 사람 모두 차기작에 대한 고심을 많이 했을텐데 공교롭게도 방송되는 시점은 물론, 이야기 구도가 너무 흡사하다. 잘나가는 남편, 현모양처인 아내 그리고 남편의 또 다른 여자. 삼각관계는 통속적인 드라마의 단골 소재라 그럴 수 있다 쳐도 이번 '완전한 사랑'과 '로즈마리'의 아내는 모두 죽는다. 한 명은 '특발성 폐섬유증'이란 희귀병을, 또 한 명은 암으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완전한 사랑'의 영애는 6개월, '로즈마리'의 정연은 2개월이란 날을 남겨놓고 자신의 삶을 정리해야만 하는 순간에 자신이 누려왔던 아내, 엄마의 자리를 대신할 여자를 물색한다. '완전한 사랑' 관계자는 이 작품이 예전 김수현의 히트작 '작별'과 다를 것이 없단다. 그때는 남편이 시한부 인생으로 죽음을 맞이하며 생을 정리했다면 이번엔 아내라는 것만이 다르단다. '로즈마리' 연출자 이건준 씨는 “촬영 때문에 바빠서 '완전한 사랑' 방송을 아직 보지 못해 딱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비슷한 이야기 구도를 걱정해 사전에 시놉시스를 교환해 보았다고 한다. 원래 김수현측은 김씨의 히트작인 '모래성'을 리메이크할 생각이었으나 SBS 일일극 '연인'과 비슷한 내용이라 피해간 것이었고, '로즈마리'는 대작만 써왔던 송지나가 생활이 묻어나는 멜로를 쓰겠다며 봄부터 구상했던 작품이라고 하니 이번 사태는 기가 막힌 우연이다. 극중 인물들의 성격도 참 닮아 있다. 차인표와 김승우가 맡은 남편은 성격 좋고 능력 있는 매력남, 김희애와 유호정이 맡은 아내는 가정만 보고 사는 현모양처에 남편을 너무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스타일이다. 연적으로 나오는 이승연과 배두나 역시 똑같이 솔직하고 대담한 사랑을 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드라마의 분위기를 놓고 보면 두 작품은 분명 다르다.
part 2. 김수현 스타일 vs 송지나 스타일
김수현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은 주연 배우는 물론, 대사 적은 파출부까지 모두 말을 잘한다. 속사포처럼 귀가 얼얼할 정도로 짧고 명쾌하게 말을 내뱉는다. 군더더기 없이 똑부러진 대사는 김수현 드라마의 맛깔 나는 양념이라 한 번 보면 두 번 보게 하고 그러다 보면 텔레비전 앞에 죽치고 앉아 있게 만든다.
'완전한 사랑'은 남편이 아내의 병을 알고 난 뒤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며 헌신적인 사랑을 쏟는 것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반면 '로즈마리'는 아내가 자신의 시한부 인생과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초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다음, 남편의 애인에게 자신의 아내 자리를 물려주기 위한 아내 수업을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두 작가의 다른 글 쓰기 스타일도 분명 두 작품을 다르게 포장하는 변수다. 김수현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은 주연 배우는 물론, 대사 적은 파출부까지 모두 말을 잘한다. 속사포처럼 귀가 얼얼할 정도로 짧고 명쾌하게 말을 내뱉는다. 군더더기 없이 똑부러진 대사는 김수현 드라마의 맛깔 나는 양념이라 한 번 보면 두 번 보게 하고 그러다 보면 텔레비전 앞에 죽치고 앉아 있게 만든다. 또한 김수현이 대본 연습 때 배우의 말하기 교정까지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큰집에 다녀왔어요' 한마디를 해도 '큰집'과 '큰-집'을 혼동하면 바로 주의를 주는 김수현의 완벽주의가 스피디한 대사를 귀에 착착 감기도록 만든다. '저는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라는 문어체에 길들여진 교과서 같은 대사를 '사랑해, 정말. 당신을' 하며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것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수현식 드라마의 매력이다. '로즈마리'에서 아내가 이미 암을 앓고 있는 가정의 이웃 남자로 등장하는 한 조연급 탤런트는 김수현의 작품과 송지나의 작품을 모두 해본 배우 중 한 명. 두 사람의 차이가 명확하게 보인다고 한다. 김수현은 뜯어고칠 것 하나 없이 완벽하게 대본을 써오는 반면 송지나는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의 평소 언어습관대로 대본을 고쳐 드라마의 현실성을 살린다. 송지나는 연기자를 참 편안하게 해주는 작가라고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송지나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여운을 남기는 대사로 사람들의 머리에 무수한 생각을 불어넣는다는 것. “그런 말씀을 하셨었지요.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할 바른 뜻 하나와 지켜야 할 사람 하나만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것 없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 전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고 평화롭습니다.” '모래시계' 영서의 이 대사는 송지나 특유의 감성과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까지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주로 스케일이 큰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나왔지만 그의 작품 중 '달팽이'가 이번 '로즈마리'와 제법 흡사하다. 매 회마다 소제목을 달아 내용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것이 그렇고, 무수한 대사를 내뱉는 대신 배우의 감정 연기에 큰 중점을 둔 것도 그렇다. '로즈마리'는 1부'당신이 원할 때', 2부'다행이야', 3부'난 뭐니'등의 소제목이 붙어 있다. 문학소설 같던 '달팽이'의 마음 떨림을 이번에도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가 팬들 사이에선 크다.
시우 역의 차인표
김수현 드라마는 독한 위스키처럼 빨려드는 것이 매력
'불꽃' 이후 김수현 작가와는 두 번째 만남. 그러나 김수현이 아끼는 배우 중 한 명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촬영장에서 만난 차인표는 편안하게 연기를 해냈다.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건실하고 가정적인 남편 역이 자신의 생활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란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 촬영분이 아직 남아 머리를 기른 채로 나왔지만 후반부에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면 머리를 짧게 자를 것이라고 한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독한 위스키 같아 한번 마시면 계속 빨려들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영애 역의 김희애
대사 한마디에도 공감 되어 저절로 몰두가 돼요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 캐스팅됐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는 김희애. '아내' 이후 잠시 쉬려던 마음을 접고 모습을 드러냈다. 쉼표 하나 틀리면 안 되는 김 작가의 완벽함을 소문으로만 들었던 터라 처음에는 부담이 됐지만 한두 번 호흡을 맞춘 후론 능숙하게 해내고 있다. 지나가는 대사 한마디에도 공감이 되어 저절로 몰두하게 된다는 그는 자신이 실제 영애의 처지에 놓인다고 해도 좋은 엄마, 좋은 아내 될 여자를 찾을 것 같다고 한다.
송지나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여운을 남기는 대사로 사람들의 머리에 무수한 생각을 불어넣는다는 것. 송지나는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의 평소 언어습관대로 대본을 고쳐 드라마의 현실성을 살린다. 송지나는 연기자를 참 편안하게 해주는 작가.
'완전한 사랑'은 남편이 아내의 병을 알고 난 뒤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며 헌신적인 사랑을 쏟는 것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반면 '로즈마리'는 아내가 자신의 시한부 인생과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초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다음, 남편의 애인에게 자신의 아내 자리를 물려주기 위한 아내 수업을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두 작가의 다른 글 쓰기 스타일도 분명 두 작품을 다르게 포장하는 변수다. 김수현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은 주연 배우는 물론, 대사 적은 파출부까지 모두 말을 잘한다. 속사포처럼 귀가 얼얼할 정도로 짧고 명쾌하게 말을 내뱉는다. 군더더기 없이 똑부러진 대사는 김수현 드라마의 맛깔 나는 양념이라 한 번 보면 두 번 보게 하고 그러다 보면 텔레비전 앞에 죽치고 앉아 있게 만든다. 또한 김수현이 대본 연습 때 배우의 말하기 교정까지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큰집에 다녀왔어요' 한마디를 해도 '큰집'과 '큰-집'을 혼동하면 바로 주의를 주는 김수현의 완벽주의가 스피디한 대사를 귀에 착착 감기도록 만든다. '저는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라는 문어체에 길들여진 교과서 같은 대사를 '사랑해, 정말. 당신을' 하며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것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수현식 드라마의 매력이다. '로즈마리'에서 아내가 이미 암을 앓고 있는 가정의 이웃 남자로 등장하는 한 조연급 탤런트는 김수현의 작품과 송지나의 작품을 모두 해본 배우 중 한 명. 두 사람의 차이가 명확하게 보인다고 한다. 김수현은 뜯어고칠 것 하나 없이 완벽하게 대본을 써오는 반면 송지나는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의 평소 언어습관대로 대본을 고쳐 드라마의 현실성을 살린다. 송지나는 연기자를 참 편안하게 해주는 작가라고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송지나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여운을 남기는 대사로 사람들의 머리에 무수한 생각을 불어넣는다는 것. “그런 말씀을 하셨었지요.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할 바른 뜻 하나와 지켜야 할 사람 하나만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것 없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 전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고 평화롭습니다.” '모래시계' 영서의 이 대사는 송지나 특유의 감성과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까지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주로 스케일이 큰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나왔지만 그의 작품 중 '달팽이'가 이번 '로즈마리'와 제법 흡사하다. 매 회마다 소제목을 달아 내용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것이 그렇고, 무수한 대사를 내뱉는 대신 배우의 감정 연기에 큰 중점을 둔 것도 그렇다. '로즈마리'는 1부'당신이 원할 때', 2부'다행이야', 3부'난 뭐니'등의 소제목이 붙어 있다. 문학소설 같던 '달팽이'의 마음 떨림을 이번에도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가 팬들 사이에선 크다.
영도 역의 김승우
작가와 오랜 대화 후 실제 김승우가 역할에 많이 반영되었어요
'호텔리어' 이후 드라마는 2년 만이다. 드라마 촬영 현장 분위기가 아직 낯설고 한동안 코믹 연기만 해온 터라 적응이 쉽사리 되지 않는단다. 한번에 한 작품에만 출연하는 원칙을 고수하는 그는 요즘, 게임 개발업체 사장이란 인물을 잘 소화해내기 위해 게임 삼매경에도 빠져 있다. 대본을 받아들고 송지나 작가와 따로 만나 긴 대화를 가졌는데 그 이후 대본에서 영도의 모습이 실제 김승우를 많이 닮게 고쳐져 나왔단다.
정연 역의 유호정
작가가 처음부터 정연 역에 저를 낙점하셨대요
'앞집 여자'로 인기몰이를 했던 것이 얼마 전이지만 실제 '로즈마리' 출연은 그 이전부터 정해진 것이었다. 송지나 작가가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정연 역에는 유호정을 낙점해 놓았다고 한다. 그는 요즘 '앞집 여자'의 순진한 아줌마 티를 벗으려고 앞머리를 자르고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죽음을 맞는 시한부 인생을 그리는 연기는 처음이라 부담이 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가는 엄마, 아내의 절절한 심정이 남의 일 같지 않아 감정 몰입은 잘 된다고. 극중 정연 모습이 살림 즐기고 가족 사랑하는 실제 자신의 모습과 비슷해 정연 역이 몸에 딱 맞다.
part 3.'완전한 사랑' 촬영 현장
차인표 생일파티에 신애라가 떡 싸들고 찾아오다
일산 탄현의 SBS 스튜디오에서 '완전한 사랑'팀을 만났다. 전날이 주인공인 탤런트 차인표의 생일이어서 스튜디오에서 생일파티가 있었다고 한다. 팀원들이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해 연습이 끝난 늦은 시간 케이크를 자르고 있는데 차인표의 부인인 신애라가 떡과 음료수를 싸들고 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이날 촬영은 자신의 병을 알게 된 영애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흔들리는 감정을 다스리는 장면이다. 화장실에서 기침을 하다 목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보며 자신의 죽음을 느끼는 영애는 태연하게 가족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부엌일을 한다. 그러나 시우가 시어머니께 전화 드려 사과하라는 말을 하자 잔뜩 부풀은 풍선이 바늘 하나 대는 것으로 펑 하고 터지듯 울분을 참지 못한다. 리허설임에도 김희애 눈에 눈물이 고였다. 차인표는 자신이 나오는 장면이 없는 동안 스튜디오 구석에 앉아 큰 소리로 대본 연습을 하거나 사람들 뒤에서 장난을 걸기도 한다. 이날은 영애의 아들 준서(박지빈)가 이를 뽑는 장면도 있다. 대본 연습 때 지빈이가 이가 흔들거린다고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을 김수현이 듣고 “이 정도로 흔들리면 빨리 빼야 한다”며 대본에 이 뽑는 장면을 넣었다고 한다. 촬영장에 찾아왔던 한 연출자가 “우리 아내가 이거 보면서 딱 내 이야기라고 재미있어 한다”는 말을 했는데 김수현 작품의 사실성은 이런 작가의 세심함에서 비롯된다. 남편이 방귀를 뀌어대는 모습, 아이 등을 긁으며 잠을 재우는 엄마의 모습은 드라마를 일상의 이야기로 가져온다. 실제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커밍아웃했던 홍석천을 드라마 내에서도 동성애자로 등장시켜 가족들 앞에서 커밍아웃하도록 한 것 역시 애초에는 없던 장면이었다고 한다.
'완전한 사랑' 스토리
건설회사 사장 아들 시우(차인표)는 자신의 과외 선생님 영애(김희애)와 사랑에 빠져 부모 몰래 결혼을 한다. 그러나 완고한 아버지의 뜻을 어겼다는 죄로 집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결혼 10년째 부부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산다. 그러나 시우와 영애는 열심히 일해 아파트를 사고 아들 딸 키우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러던 중 아내가 특발성 폐섬유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것이 밝혀지고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시우는 눈물겨운 사랑으로 아내를 극진히 보살핀다. 시우를 짝사랑하는 지나(이승연)는 시우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시우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로즈마리' 촬영 현장
큰 소리 No! 유머가 오가며 재미있게 일을 하다
쓸쓸하게 걸어오는 유호정이 잠시 주위를 살펴보다 집안으로 들어간다. 방송에선 5분도 안 될 장면인데 카메라의 위치, 구도, 시선을 보내는 방향 등을 순간순간 묘사하느라 1시간 동안 한 장소에서만 촬영을 계속했다. 앞머리를 짧게 자른 유호정은 조금 말라 있었다. 그리고 연신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다. 대사 한마디 없이 조용한 행동과 얼굴 표정으로 감정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촬영 장소는 분당 샛별마을, 고급 빌라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간혹 촬영장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외출하는 모습이 보일 뿐 촬영진 외의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에는 유호정이 아들을 유치원 버스에 태우는 장면이다. 연출자 이건준은 아이가 생각대로 연기를 잘 해주자 “이쁘다”를 연발한다. 이 감독은 평소 유머가 많아 촬영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끈다. 스태프 중에 한 명은 “솔직히 다른 드라마 촬영장에선 욕설도 오가고 서로 인상 써가며 하는 곳도 많은데 '로즈마리'팀은 재미있게 일한다”고 말했다. 시계가 12시 30분을 가리킨다. 그런데 남자 주인공 김승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일정대로라면 왔어도 벌써 왔어야 하는데 이상해서 길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며 그의 모습을 찾아보니 촬영장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 스타크래프트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일정 변동이 많은 것이 촬영 현장 사정이라 오전 10에 촬영 신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아직 한 장면도 찍지 못했다고 한다. 김승우는 전날 피곤이 겹쳐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나온 탓인지 차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날 김승우가 나오는 장면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진행됐다.
'로즈마리' 스토리
알뜰살뜰 살림을 잘 꾸려 나가는 주부 정연(유호정). 한창 집안이 자리를 잡을 무렵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첫사랑이자 대학 선배로 만나 결혼했던 남편에게 젊고 매력있는 20대 애인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게임 개발업체 사장인 남편 영도(김승우)는 젊은 게임 디자이너 경수(배두나)와 불륜을 저지른다. 진지하기보단 쿨한 사랑을 즐기는 두 사람. 남편은 아내의 건강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죄책감에 애인을 버리려 하지만 오히려 아내가 경수에게 아내 수업을 시키며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려 한다. 남편과 아내와 애인사이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기대된다.
글 이선정 사진 한준호 기자,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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