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담긴 곳에는 사랑도 가득했다
심 연
이번 주
토요일에는
시골 본가에 가서
마당에 풀이 가득한데
잡초 뽑고 비료 주고 흙 파서
거기에 호박과 고구마를 심어야겠다
어릴 적에는 그 곳이 놀이터였다
아버지의 발자국과
가족을 돌보시던 따뜻함이 배어있는 곳
이제는
아버지의 자취를
온 몸으로 느끼고있다
옛 이야기와 그리움이
헝클어진 시차처럼 뒤엉켜
보석같은 빛이 되어 번져온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흙과 자연을 너무도 사랑한다
흙 냄새 가득한 그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
마당에 심은 호박 고구마를
가을이면 주렁주렁 수확하겠지
주고 싶은 마음처럼 빈 공간이 없도록
땅콩도 심었고 상추,토마토,가지,토란을 심었다
작은 방에서 함께 뒹굴고
논두렁과 밭두렁을 오가며
추억 가득 담던 친구와
나누어 먹고 싶다
금년 봄에 쑥과 취나물도 많이 채취했다
이제 나이 먹은 탓인가 나물을 다 캐고....
내 아버지 때에도 그랬던 것처럼
정직한 이 땅에는
산나물이 군락을 이룬 곳이 많다
산갓, 취나물(참취,수리취(떡취),곰취,단풍취)
고사리, 두릅,개두릅,땅두릅,참나물.....
가을 산에는 일능이,이표고,삼송이 란 말이 있듯
능이버섯,표고버섯,송이버섯이 나고 석이버섯도 있고....
친구야
너의 이름이 이곳에 가득 새겨졌구나
남원에서 금태
** 친구의 편지를 시어로 쓰다
2011년 여름도 지나고 있다.
2011년 여름도 지나고 있다. 비가 많이 온 해로 기억 될 것 같다. 비를 참 좋아하지만 올해는 그런 낭만적인 감상에 빠질 수 있는 추억이 담긴 비의 풍경은 아니었다. 아름다운 강산을 할퀴었기 때문이다. 숲과 바람이 빗속에 녹아 흐르는 것을 감상하며 하루하루를 즐거움 속에 연명하던 순진한 사람들의 마음도 갈갈이 찢어 놓았다. 그런데도 바보스럽게 상처 난 마음이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금새 선선해진 갈 바람이 길가의 코스모스 어깨 위에 앉아 범 나비와 고추잠자리를 부른다. 눈을 들어 빼곡히 들어선 땅의 열매들과 맑은 이슬을 내리는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다 가슴 깊이 묻혀있는 추억을 깨우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음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 같다.
몇 십 년 전의 그림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절친한 친구의 편지를 그의 글에 내 생각을 얹어 읽어간다. 어릴 적 시골에 살면서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면 왠지 마음이 포근해지고 낙수 물 소리가 그렇게 정겨웠다. 빗물이 낮은 곳을 찾아 재빠르게 움직이고 서로 모이고 부둥켜 안고는 왈왈 큰 소리를 뿜으며 긴 꼬리를 흔들고 내달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중얼 말을 걸곤 했다. 비가 그치고 나서도 낙숫물은 한동안 뽀르르 뽀르르 노래를 부르며 방 안에 갇혀있는 아이들을 불러내곤 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비가 오는 날에도 일만하셨다. 그리고 비가 억수로 오는데 코브라 헬기가 낮게 날아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시커먼 물체와 둔탁한 프로펠러소리, 마치 떨어질 것만 같은 낮은 헬기는 공포스런 추억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이런 비가 수 백 번을 오고 가면서 계절이 바뀌고 강산도 몇 번을 엎치락 뒤치락거리며 변해갔다. 피부가 팽팽하고 눈방울이 번쩍거리던 한창 젊은 혈기가 왕성하던 때에는 뭔가를 해보겠노라고 앞도 뒤도 안보고 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덧 입지(立志)와 불혹(不惑)을 넘어 이제는 지천명(知天命)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앞을 내다보기보다는 뒤를 돌아보는 일이 더 많아졌다. 잊어버린 세월이 심산(心山)의 낙엽처럼 쌓여 둔탁해진 마음을 제 힘으로 여는 것마저 버겁게 다가온다. 억지로는 되지 않으니 괘복쟁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좀 늦은 듯 했지만 그래도 더 늦지 않으니 참 다행이구나 라고 스스로를 위로 한다.
문호, 영창이 내외와 명채, 아내와 나, 문호여동생, 일곱 명이 양평 시골집에 모여 꿀맛 같은 저녁을 지어 먹었다. 옛이야기와 중학교 때 헤어지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먼저 명채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눈이 아파서 20대의 10년을 고생했던 이야기와 본처와 이별의 아픔과 지금의 처와 만난 재혼 이야기를 씻겨내듯 묵직한 마음을 천천히 열어 보이는 한 남자의 삶에서 그의 진실함이 함께한 모두의 마음에 꽃가루 묻히듯 묻혀왔다. 문호 삼형제가 사업을 시작했던 이야기, 어머니가 밥을 지어서 나른 이야기,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는 이야기는 눈물과 사랑이 오버랩 되어 감동적인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지금은 사업을 하면서 고생스럽고 스트레스 받는 현대인들의 가장 억척스러우면서도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는 희생적인 삶인 세상의 모든 이야기 중 가장 대표적인 한 예를 뽑아온 듯한 영창이 사업이야기는 안쓰러우면서도 중년의 가장으로서 사회와 가정의 중심역할을 대들보처럼 받치고 있는 믿음직한 친구의 생생한 인생 이야기는 정말로 자랑스러웠다. 여기에 오기까지 뿔뿔이 흩어져 외로운 싸움을 싸우던 시절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끝이 나고 이제는 옛날 시골에 살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삶의 고민과 번민 자녀 이야기를 밤늦도록 떠들썩하게 하고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그런데 옆집 수탉이 울어서 잠이 깻다. 그 놈의 수탉을 잡아먹고 싶었다. 웬 만 하면 닭 울음소리가 정겹겠지만 그날은 아니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살아있는 삶의 증언을 하룻밤으로는 다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흉금 없는 진짜 시골 괘복쟁이 벗들,,,,,,
그들이 살아 있어서 행복했다. 우리의 만남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년을 기약하면서 헤어졌다. 삶의 유한을 잘 안다. 그러 하기에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오늘을 살고 싶다는 친구의 편지가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기에 충분했다.
September가 시작이 되었고 오늘이 벌써 3일이다. 나의 생일날이기도 하다. 햇살 가득한 오늘, 지금 막 싱싱한 햇살에 갓 구워 피워 낸 꽃 잎부터 연한 순까지 온 세상을 진한 국화 향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 터질듯한 꽃 몽우리를 가득 품고 가을의 문턱을 넘고 있다. 그들은 이마에 주름살 골 깊이 드리운 먹구름을 저만치 밀어내기 위해 호탕하게 진동하고 싶어 한껏 부풀어 있다. 푸른 잎새들은 차가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의 몸통에 단단하고 질긴 껍질을 빈틈없이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낮의 뜨거운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 자신의 소임을 다 하는 날, 붉고 화려한 날개를 잎새에 새긴다. 그리고 최고조의 절정에 다 달은 아름다운 계절, 품위 있고, 격조 높은 가을 날이 되기 위해 레드 카펫을 깔고 엔딩 파티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또 한 번의 진실한 대지의 변화 앞에서 인생의 바른 가치관을 확인 해본다. 언제 무엇을 왜라는 행정적인 것과 누가 어디에서 라는 인사에 관한 문제며, 무엇으로 어떻게 라는 재정적인 문제를 안고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때로는 날기라도 해서 성경에서 요구하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늙기 전에 남은 생을 값지게 쓰고 싶다. 작게는 가정의 목표인 행복을 위해, 기업의 목표인 성공을 위해서, 넓게는 주변을 돌아보고 품을 줄 아는 질 높은 삶을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그들을 다시 또 만나기 위해서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조용히 고귀한 삶이라는 디딤돌 위에 올린다.
글쓴이 심연
(친구의 편지를 새로운 언어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