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대호교수의 미국보기(교우회 신문에서 옮김)

[고운(김영진)]

김대호교수께서 교우회신문에 연재중이신 '미국보기'라는 기사를 이곳에 옮깁니다.

김대호의 미국보기

미국 현지 생활을 바탕으로 보다 생생하고 보다 정확한 미국을 그려 조금이나마 국익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 "김대호의 미국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이다. 친미냐 반미냐 하는 감정적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저 한다. 있는 그대로의 미국을 보여주고 싶다. 표피적인 분석에서 그치지도 않을 것이다. 모든 사건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과및 미국인의 감정까지 분석함으로써 실제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그려보고자 한다.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93-94년 미국 미주리 대학 언론대학원
99년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석사)/81~83년 산업연구원 연구원
83~99년 매일경제신문 기자(워싱턴특파원, 금융부장,국제부장,IMF 보도본부장,편집위원,MBN-TV해설위원)/00년 동아일보 경제부장 01년 한경 와우-TV 보도본부장
01~02년 미국 케이토 연구위원 01년~現在 워싱턴 무역협회 자문위원장
코리아 프레스 대표기자 03년~現在 고려대 연구교수

가장 무식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미국식 보수주의의 원형 -김대호-	2004-11-11	615

지난 여름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 대회가 열리던 지난 9월 2일로 기억된다. 수락 연설을 끝낸후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선에 임하는 각오와 계획을 밝혔다.

이때 워싱턴 모 신문의 한 기자가 엉뚱한(?)질문을 던졌다. “대통령께서는 스스로를 지성인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내용이었다. 순간 긴장이 흘렀다. 대선 캠프의 참모들도 무척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부시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말 실수를 많이 했다. 입만 열면 앞뒤가 맞지 않거나 어법에 조차 어긋나는 말들을 마구 쏟아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지능지수가 낮다”라는 소문까지 나돌던 시절이었던 만큼 지성에 관한 부시의 스스로의 평가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한참을 생각한 뒤 말했다. “내가 지성인이라고 말한다면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뒤로 나자빠지며 웃을 것입니다”라는 것이 부시의 답이었다.

실제로 그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열등생이었다.

아버지 후광으로 명문 앤도우버 고교에 진학했으나 성적은 늘상 최하위권에서 맴돌았다.

입학 후 치른 첫 영어시험에서 0점을 받은 사실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졸업할 때까지 단 한번도 A나 B학점을 따지 못한 진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운동을 잘 한 것도 아니다
공부도 못하고 아무런 특기도 없는 볼품없는 학생이었지만 동료들 사회에서는 ‘인기짱’이었다.

모두들 부시를 따르고 부시 중심으로 뭉쳤다. 워낙 인기가 높아 애드워드의 명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고교시절 로큰 록 밴드부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시대통령은 그때나 지금이나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한다. 밴드부에서 한 일이라고는 박수치면서 흥을 돋구어주는 것뿐이었다.

서로 얼굴을 잘 몰라 서먹해 하고 있을 때 부시는 앞으로 나아가 박수를 치면서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유의 친화력이다. 박수 하나로 밴드부 회장까지 지냈다는 사실. 바로 이 대목에서 숨겨진 리더 십의 한 단면을 발견하게 된다.

유능한 사람들에게 무대를 만들어 주고 그들을 후원하면서 자신도 은근슬쩍 동참하는 놀라운 처신이다.

생활기록부에 따르면 부시는 표정만 보고도 동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차렸으며 애로가 있으면 앞장서 도와주었다고 되어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끈다.

부시 대통령은 4년 전 처음 대통령이 되었을 때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인생의 세 은인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첫 번째 인물이 바바라 부시 여사이다. 한번만 만나면 자기사람으로 만드는 특유의 친화력을 어머니로부터 배웠다는 것이다.

바바라 여사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저녁 바느질 할 때마다 장남인 조지 부시를 옆에 앉혀놓고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도자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리더쉽을 가르쳤다.

두 번째 은인은 빌리 그레이엄 목사이다. 그는 줄곧 부시 가문의 인연을 맺어온 신앙의 스승이다.

대학졸업 이후 줄곧 주지육림에 빠져있던 조지 부시를 안타갑게 여기던 그레이엄목사는 1985년 특단의 조치로 부시를 위한 단식기도를 시작한다.

부시는 이때의 일을 “그레이엄 목사가 내 가슴에 새 생명의 씨앗을 뿌렸다. 그 다음부터 나는 바뀌기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세 번째 은인은 부인이다. 초등학교 교사출신인 로라 부시 여사는 남편과는 정반대로 학구파이다. 책을 워낙 많이 읽어 책 벌레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이다.

대통령의 무식을 만회해주는 가장 가까운 지성인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로라 여사를 “자신에게 삶의 철학과 지식을 가져다 준 스승”이라고 까지 치켜세운다.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미국 보수주의의 이념적 지주인 배리 골드워터가 지은 “보수의 양심‘이라고 부시 대통령이 대답한 기억이 새롭다.

이 책은 완벽한 시장주의의 실현, 무제한적인 개인의 자유보장 그리고 청교도 정신에 따른 고결한 도덕주의의 실현 등을 강조하고 있다.

또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미국의 평화를 보장하고 번영을 이루어야 한다는 팍스 아메리카니즘에 유난히 무게를 두고 있다.

집권 2기의 부시는 미국식 보수주의에 더욱 철저한 정치를 할 것으로 예견된다.

부시는 내면을 성찰하면서 자신을 가다듬는 지성인 스타일이 아니다. 복잡한 설명을 싫어한다.

부시를 상대로 논리적인 설득을 하려들 하면 백전백패일 뿐이다.

간단명료하게 판단하고 소신대로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솔직담백하고 거짓말을 특히 싫어한다.

2001년 부시집권이후 한-미관계는 남북대화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을 속였다는 의심 때문에 악화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에는 한국 정부가 수시로 말을 뒤집어 부시의 한국관이 많이 뒤틀려있는 상태이다.

싫던 좋던 부시는 재선에 성공했다.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부시에 대한 철저한 연구 없이는 대미외교는 성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