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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소채움인재개발원 원문보기 글쓴이: 헤라
추전 도서:
정구현 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 2008년 2월 / 436쪽 / 18,000원
▣ 저자
대표필자 : 정구현(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집필진 : 강원(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강한수(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김은환(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
김종년(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배성오(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
신형원(마케팅전략실 수석연구원)
이민훈(마케팅전략실 연구원)
태원유(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
한창수(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Short Summary
『한국의 기업 경영 20년』은 먼저 지난 20년간 한국 기업이 민주화, 산업화, 개방화와 전통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산업고도화 등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으며, 이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성적표라며 그동안 한국 기업이 보여준 노력과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결코 자화자찬에 빠지거나 우리의 강점이 도전정신에 있었음을 망각한 채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지금이야말로 지난 20년간의 한국 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제대로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간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몇몇 기업들이 선전한 결과라며 현재 한국 기업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몇몇 대기업들은 글로벌 스타로 부상한 반면, 지금도 여전히 한계기업이 다수 존재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튼실하게 떠받쳐줄 새로운 글로벌 기업들이 절실한 상황이며, 미래를 위해 역량을 결집할 시기라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이 책은 자산 1조 원 이상의 중견 그룹이 증가한 것을 의미 있는 현상이라 파악하면서, 이들 기업은 기존 재벌과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성장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고 본다. 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동력이 M&A에 있었다고 분석하면서, 과거와 달리 M&A 전략을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 기업이 한국 기업생태계의 중간허리를 채워 기업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벤처 버블과 붕괴와 같은 사태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 시장을 활성화하고, 시장 기능에 의한 성장과 도태를 존중해 정부가 시장 개입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의 문제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분석한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기업에 정부가 자금 지원을 계속할 경우 시장에 의한 선택 기능을 저하시켜 성장세에 있는 중소기업의 수익성마저 악화시킬 위험을 경고한다. 중소기업을 약자 보호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 대상으로 보는 시각으로는 중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늘날 더 이상 내수시장만으로는 생존조차 힘들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국 재벌기업은 기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정치적 압력을 강하게 받았지만, 소유경영자의 입지가 위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분석한다. 한국 기업은 영미 기업과 달리 소유경영자들이 능동적인 구조조정 혹은 차세대 승계를 통해 경영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제품과 경영 시스템 면에서 고도화를 가져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에 따라 영미 기업과는 달리 기업이 거대화·복잡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경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유경영체제가 존속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향후 10년 동안의 여러 가지 환경 변화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될 것이고, 글로벌 과점화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또한 영미식 자본주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창의적 지식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조직에서 인력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일하는 방식도 많이 바뀔 것이다. 이에 한국 기업은 전략의 유연성을 가져야 하며, 맞춤형 글로벌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리고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이를 위해 기업 조직 형태를 선제적으로 지식조직으로 전환하도록 권한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소홀하게 여겨왔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일상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차례
1부 한국 기업 20년사
01 시대 구분과 거대 변화
02 민주화와 외형 성장: 1987~1997년
03 외환위기와 체질 개선: 1997~2007년
2부 기업생태계의 변화와 경영성적표
01 한국 기업생태계의 변화
02 한국 기업 20년의 경영성적표
3부 한국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
01 지배구조 전략 시스템의 3중주
02 기업소유 지배구조
03 경영전략
04 운영 시스템
4부 새로운 10년, 한국 기업의 과제
01 한국기업이 맞이할 환경과 과제
02 전략 고도화
03 혁신자형 운영 시스템
04 시장의 선택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구현 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 2008년 2월 / 436쪽 / 18,000원
한국 기업 20년사
민주화와 외형 성장 : 1987~1997년
1987년 6·29선언으로 촉발된 ‘민주화’는 기업 경영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 시기의 키워드는 무엇보다도 ‘자유화’와 ‘개방’이었다. 이때부터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10년간의 한국 기업의 특징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노동운동이 자유화되면서 노사분규가 급증하고 임금이 크게 올랐다. 이는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상과 함께 경제성장을 크게 둔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둘째, 정부의 재벌 정책이 강화되어 상호출자 금지와 업종 전문화 정책이 추진되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셋째, 국내 시장의 개방이 금융과 유통을 중심으로 급속히 이루어졌다. 유통업 개방은 국내 업체의 사업영역 확대와 생산성 향상, 구조 개역 등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나, 금융시장 개방은 무리하게 추진된 결과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먼저,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은 활화산처럼 일어났고,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 경기호황과 기업들의 노력에 의해 점차 안정되었으며 대립적인 노사 관계 역시 빠르게 개선되었다. 기업들이 경기호황을 바탕으로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속한 임금 인상은 경제 성장을 둔화시켰다. 1988년 12%였던 경제성장률이 1989년 6.5% 수준으로 반감한 것이다. 이 시기 원화절상에 의한 수출 단가의 상승은 7.9%, 임금 인상에 따른 수출단가의 상승은 6.61%로 1980년대 후반의 수출 감소에는 환율절상 못지않게 임금 인상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 시기에 한국 기업은 특히 대표 기업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투자 행진을 연출하였다. 반도체, LCD, 철강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에서 한국의 선두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로 일거에 대량생산 능력을 확보하여 선발 기업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없앨 수 있었다. 한국 기업이 이처럼 미래 성장엔진으로 선정한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던 데는 재벌 시스템하의 기업가정신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자금 확보와 리스크 분산을 가능케 한 재벌 시스템과 오너 경영, CEO의 기업가정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다각화된 기업(그룹) 구조는 벤처기업보다 기업의 타 부문에서 내부자금 조달 및 위험 분산, 은행 차입금 조달 등에서 유리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자본의 공동화(空洞化)와 경영권 왜곡을 막기 위해 상호출자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도입하였으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업종 전문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많은 논란에도 1991년 6월에 주력업체제도를 시행하였으며, 1993년에는 신경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를 확대하여 업종 전문화 정책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주력 기업에 대해 여신관리, 기술 개발자금 및 공장입지 등에서 우대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비주력 업종 기업에 출자나 채무 보증을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을 제한하고 채무보증제도를 강화했다. 하지만 주력 업체의 선정이 재벌들의 자율에 맡겨짐으로써 재벌은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정보통신 등 성장잠재력이 크고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을 집중적으로 선정하여 과잉 중복투자를 부추겼다. 또한 재벌의 차입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이는 주력 업체에 대한 여신규제 해제를 노려 채무 구조가 취약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업을 의도적으로 주력 기업으로 선정한 결과였다. 전반적으로 민주화·개방화 시대인 1990년대에 한국 기업은 외형 성장에 치우친 결과 수익성은 저하되고 국제 경쟁력은 약화되었다.
외환위기와 체질 개선 : 1997~2007년
1997년 12월 3일 정부가 IMF에 금융지원을 요청했다고 발표한 이후 정부는 주요 산업에서 빅딜과 워크아웃을 추진하며 사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한편, 1999년 12월까지 64조 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 구조조정을 시도하였다. 또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재벌의 확장 경영을 제한하기 위해 계열사 간 지급보증 금지, 부채비율 200% 초과 금지 등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한편, 외환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무엇보다 체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가장 큰 변화는 1990년대 중반까지 대규모 투자와 다각화를 통해 외형 확장을 추구하던 기업들이 재무 건전성을 중시하며 수익성 위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한 점이다. 경영전략 측면에서 보면 사업 분할과 매각 등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실행하였고, 핵심 사업에서는 질적 고도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였다. 운영 시스템 측면에서도 전략 변화에 맞추어 인력 절감형 운영, 성과 중심주의, IT 기반 운영체계 등을 갖추었다.
이 시기에 부채비율이 수천 퍼센트가 되더라도 거대 재벌이 부도가 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했던 한국의 기업 토양에서 한보, 기아, 대우 등이 몰락하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진 충격은 당시 한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국민 정서 측면에서는 재벌에 대한 거센 사회적 비판 여론이 형성되며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었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는 차입경영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부채비율을 정부가 제시한 기준보다 더 낮추는 한편, 기술력과 생산성 등 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또한 수많은 대기업이 부도 처리되고 빅딜, 워크아웃, 사업 분할 등 사업 구조조정이 전개되면서 외환위기 이후 10년은 우리나라 재계 지도를 완전히 새롭게 그려놓았다. 1997년과 2007년의 30대 기업집단 순위를 비교해보면, 13개 기업집단의 이름이 지워졌으며 명맥을 그대로 유지한 기업집단은 13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해서 공정거래 규제 강화, 회계기준 강화, 내부 지배구조 변화 유도 등의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금융 기관에 대해서는 부실은행의 퇴출과 M&A, 공적자금 투입 등의 구조조정 조치는 단행하였다.
한편, 수익성 위주의 경영 기조는 자발적인 사업 구조조정 및 인력 구조조정이 촉진하였다. 우선 사업 구조조정 측면에서는 수익률이 낮은 기존 사업을 매각하고 수익성이 높은 부문을 강화하는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돌입하였다. 저부가가치 공정이나 가격 경쟁력이 저하된 제품라인을 인건비가 낮은 지역으로 이전하고 고부가가치 부문에 집중하는 전략이 급격히 확산되었다. 여기에 2000년 이후 급성장한 IT의 발전과 새로운 시장은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질적 고도화를 위한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 대규모 R&D 투자를 통해 신산업에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으며, 디자인·브랜드 등 소프트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기업생태계의 변화와 경영성적표
한국 기업생태계의 변화
지난 20년 동안 한국 기업생태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는 해외 선진 기업과 당당히 경쟁하며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기업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생태계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국산 글로벌 대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SK텔레콤 등이다. 외환위기의 태풍 속에서도 이들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 구조조정으로 선택과 집중을 한 후에 경영혁신과 원화절하로 얻어진 수익을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2000년대 들어 디지털 신경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창출되어IT 기업의 내수와 수출이 증가한 것 역시 글로벌 한국 기업 탄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배경으로 지적할 수 있다. 한편, 중간허리가 부족했다고 여겨졌던 한국 기업생태계에, 짧은 시간에 급성장한 자산 1조 원 이상의 신흥 중견 그룹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 또한 의미 있는 현상이다. 프라임, C&, S&T, 유진, STX, 이랜드 등이 그들인데, 2000년대 들어와 빠르게 자산 1조 원대의 중견 그룹으로 성장하였다.
벤처 버블은 1999년 초부터 시작되어 코스닥 시장에서의 기록적인 주가 상승, 벤처 창업의 증가, 벤처캐피털의 투자 폭증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벤처 버블은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다. 우선, 전 세계적인 IT 벤처 버블은 한국의 벤처 버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당시 국내에서 유독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었고 그에 따른 기대심리가 강했다.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는 업체라 할지라도, 인터넷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내세우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진 기업으로 인식되는 효과를 낳기도 하였다. 여기에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도 IT 벤처 버블을 야기했다. 벤처기업 육성 정책은 벤처기업에 세제 혜택은 물론 기술개발 및 인력 공급, 입지 공급까지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면서 벤처기업의 폭증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버블 형성 때와 마찬가지로 버블의 붕괴 역시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코스닥 벤처지수가 7490.9포인트로 정점에 이르렀던 2000년 2월 이후 불과 1년도 되기 전인 2000년 12월에 915.3포인트로 폭락하면서 최고치 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였다. 버블 붕괴는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입힌 것은 물론이고 이후 오랜 기간 벤처캐피탈 시장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후유증을 남겼으며, 버블 붕괴 이후 벤처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 소기업 수는 증가하였지만 이들 기업의 수익성은 취약해졌다. 매출 100억 원 이상의 기업들은 대부분 외환위기 이전의 영업이익률 수준으로 회복한 반면, 100억 원 미만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995년 이후 급락을 지속하여 2005년에는 약 -8%에 이르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처럼 소기업의 실적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부도를 맞는 소기업 수는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신규 투자 여력이 없는 상당수 기업의 사업을 시장에서 적정하게 평가·정리할 수 있는 퇴출 시스템이 없어 별다른 대안 없이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부도가 날 기업이 생존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20년의 경영성적표
먼저 전반기인 1987~1996년 동안 실질매출증가율로 측정한 한국 제조기업의 성장성은 연평균 9.0%로 매우 높았다. 또한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의 비중인 영업이익률로 측정한 수익성도 같은 기간 연평균 6.9%로 비교적 양호했다. 그러나 이 시기 한국 기업 대부분은 몹시 취약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인 자기자본 비율은 불과 25.1%로 매우 낮아서 자기자본에 대한 부채의 비중인 부채비율이 약 300%에 달했다. 이 시기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 활발한 사업 역동성 하에서 부족한 자금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하여 크게 성장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부터 2006년까지의 후반기에는 기업의 경영 성과 면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기업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대신 성장성이 훼손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한국 제조업의 매출증가율은 연평균 4.6%로 전반기의 절반에 가깝게 떨어진 반면, 자기자본비율은 38.1%로 크게 높아졌다.
한국 기업의 성장구조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변한 것을 지속성장률(Sustainable Growth Rate)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에 한국 기업은 높은 재무 레버리지(부채비율)를 유지한 상태에서 이익을 대부분 내부에 유보함으로써 성장해 왔으나, 외환위기 후 주주 중시 경영이 확산되자 재무 레버리지는 크게 낮추고 배당 성향을 높이게 되었다. 따라서 더 이상 재무활동에 근거한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고, 기업 본연의 활동이라 할 수 있는 영업활동을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환위기 이후 순이익률과 매출회전율이 평균적으로 그다지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지속성장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성이 둔화된 것은 경영 패러다임이 외형 위주에서 수익성 중시로 바뀐 데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매출액 영업이익률 면에서 볼 때 한국 제조기업의 수익성은 전반기인 1987~1996년 연평균 6.9%에서 후반기인 1997~2006년에는 연평균 6.7%로 약간 하락했다. 이처럼 일종의 수익성 패러독스가 나타난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기업은 성장을 해야 이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수익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확대되어야 수익성도 좋아지는 것이다. 둘째, 시장개방 및 세계화가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기업 간 경쟁이 크게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과거에 존재하던 독과점적 초과이윤의 기회가 갈수록 줄어들게 되었다. 셋째, 기업 실적에 있어서 평균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즉, 최근 기업 실적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석 대상 전체의 평균치로 통계분석을 하는 것은 ‘평균의 허(虛)’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
기업 소유·지배구조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국내 재벌기업은 기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정치적 압력을 강하게 받아왔다. 그 결과 사외이사 및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도입의 의무화와 집중투표제 및 집단소송제의 도입이 거론되었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 제도는 1998년 상당회사에 한하여 의무화되었고, 이듬해에는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집중투표제는 1999년에 도입되었고, 집단소송제는 2005년부터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나 유가증권 신고서 허위 기재 등 증권에 국한하여 시행되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계속 강화하기 위해 이중대표소송제, 서면투표제 등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회계 및 공시제도를 정비하면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제도적·사회적인 요구에 부응하여 국내 대기업집단은 투명성 제고를 위한 영미식 지배구조를 일부 도입하게 되었다. 특히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엄격한 선발 기준을 통해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기업 내 부정을 예방하기 위한 내부감사를 강화하였다. 대기업 집단이 이처럼 투명성 제고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외부의 압력 이외에도 글로벌 경쟁 환경이 요구하는 바를 가장 빠르게 감지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기업의 소유경영자들은 결단력을 바탕으로 압축 성장 및 개혁을 실현하였다. 소유경영자에 의한 경영혁신은 한국적인 특수한 현상이며, 영미식 지배구조와 다른 지배구조의 탄생을 유발하였다. 영미 기업의 경우는 규모와 복잡성이 증대하여 가족경영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전문경영인이 경영혁신을 주도함으로써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국내의 소유경영자들은 능동적인 구조조정 혹은 차세대 승계를 통해 경영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경영혁신은 제품과 경영 시스템 면에서 고도화를 가져왔고, 이처럼 경영혁신에 성공한 기업집단은 소유경영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쌓게 되었다. 그에 따라 영미 지역의 대기업과는 달리 기업이 거대화·복잡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경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유경영체제가 존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유경영자, 전문경영인, 외부감시자를 축으로 하는 지배권의 삼자구도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 지배구조가 탄생했다.
한편, 소유경영자로서의 권위와 카리스마를 보유한 1세대의 노령화가 진전되면서 차세대 승계 문제가 공공연하게 제기되었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대우와 대림을 제외한 국내 대기업집단은 다음 세대의 자식들에게 그룹을 분할하여 승계시키는 분할승계의 방법을 채택하였다. 즉, 소유경영자 가족이 승계할 때 무조건적인 장자승계가 아닌, 능력이 있는 자가 주력 그룹을 이어받고, 다른 가족은 파생 그룹을 승계하는 경우가 증가하였다. 기업의 입장에서 분할승계는 대기업이 사업 구조조정과 업종 전문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었다. 한국 기업은 사업이 더욱 복잡해지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에 돌입하게 된 때와 같이하여 승계 시점이 도래하였기 때문에, 분할승계를 통해 후계자로서의 경영권 위양은 물론 선택과 집중 전략을 동시에 시현할 수 있었다. 반면 소유권 변화를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와 제도적인 압력으로 인해 대기업집단 창업가족의 소유권은 약화되었다. 소유권이 약화된 상황에서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창업가족은 계열사 지분을 통한 간접지배를 확대하는 방안을 선택하였다. 이처럼 계열사 지분을 통한 간접지배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유경영자의 지배-소유권 간의 괴리도가 상승하였다. 또한 간접지배가 순환출자로 이어질 경우, 이른바 가공자본이 형성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영전략
지난 20년간 경영 전략 패러다임의 변화는 크게 사업전략, 글로벌 전략, 고부가 전략의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먼저, 사업전략 측면에서 한국 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키워드로 설정하였다. 그에 따라 비관련 다각화에서 업종 전문화로, 외형 성장 위주에서 내실 추구로, 공격적 투자에서 수비적 투자로 전환하였다. 한편, 이처럼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내실을 추구하게 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과거 투자의 시대에 우리 기업이 보여주었던 역동성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둘째, 글로벌 전략 측면에서 한국 기업은 대단한 진전을 보여주었다. 1990년대 개방화, 글로벌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선진 글로벌 기업들의 도전에 대응하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기 위해 경영의 글로벌화를 필수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추진하였다. 외형적인 해외 진출보다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였으며, 미국과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신흥시장 등으로 진출지역을 다각화하고자 하였다. 또한 단순 현지화 전략에서 진전하여 글로벌 통합 전략을 추구하였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전략은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근본적인 생존·성장 전략이라 하겠다.
셋째, 한국 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양(量)보다 질(質)을 추구하는 고부가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과정에서 뒤떨어진 기술을 재빨리 따라잡는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나섰으며, 디자인과 서비스를 차별화 요소로 설정하여 프리미엄 브랜드를 창출하는 소프트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소프트 경쟁력 강화가 불황 타개 및 기업 성장을 위한 핵심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운영시스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인사 시스템은 성과주의로 급속히 이행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연봉제와 같은 성과보상제도다. 연봉제가 한국 기업에 최초로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나, 1997년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성과주의 보상제도의 도입과 함께 복리후생제도 측면에서는 종업원의 니즈에 부응하는 선택적 복리후생제도가 점진적으로 보편화되었다. 또한 새로운 평가제도에 대한 모색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평가등급의 배분율 책정 등의 필요에 따라 성과평가와 역량평가에서 상대평가 방식을 도입하였다. 매년 초 회사로부터 부여된 조직 목표에 따라 상사와 부하가 대화를 통해 개인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달성도를 평가하는 방식의 MBO는, 2002년 시점으로 300대 기업들 중 82.1%가 도입하였다. 그리고 목표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재무적 지표에 한정하지 않고 고객 관점, 직무프로세스 관점, 학습과 역량 관점에서 균형 있게 선정토록 하는 BSC(Balanced Score Card) 방식도 널리 채택되었다. 그 밖에 상사, 동료, 부하, 때로는 업무 유관부서의 직원이나 고객들까지 평가에 참여하는 다면평가 방식의 리더십 평가를 실시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기업은 인력 관리 방식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국 기업의 조직운영 방식은 주로 가족주의적, 관계 중심적이었으며 인사 시스템 역시 일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1997년 말에 발생한 외환위기는 한국 기업들에게 인사·노사, 조직 등의 모든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압박하였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입하게 된 글로벌 스탠다드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한국 기업의 조직운영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첫째, 사람 중심에서 일 중심으로의 변화이다. 이 무렵부터 명시적인 고용계약과 직무기술서에 입각하여 업무목표를 수립하고, 그 목표달성도에 따라 처우가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였다. 하지만 업무 수행에서는 여전히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가치관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조직 구성원의 연령 세대에 따라서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되어 있다. 둘째, 채용 방식의 다양화이다. 직종의 구분 없이 신입사원을 대량으로 뽑는 정기공채 위주의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소유한 우수 인력들을 수시로 채용하는 방식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또한 평생직장 개념이 퇴조하면서 인력 이동(이직률) 또한 증가하고 있다. 셋째, 역량 중심의 인재 육성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무한경쟁은 기업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였고, 이 때문에 종업원의 역량 강화가 화두로 등장하였다. 넷째, 인사관리 폭의 확대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고용 유연성이 확대되고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가 생겨났다. 글로벌 경쟁의 심화로 국적에 관계없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다국적 인력이 함께 근무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한편, 한국 기업은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일본의 혁신운동을 벤치마킹하며 20년간 다양한 혁신운동을 전개하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는 일본식 혁신기법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미국식 혁신기법 위주로 급속히 대체됐다. 1980년대 중반에는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통계적 품질관리(Statistical Quality Control) 기법을 도입하여 자국에 맞게 변형한 TQC/TQM(Total Quality Control/Management)은 한국 기업의 집중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후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모토로라가 일본의 TQM을 역벤치마킹하여100만개 제품 중 불량품을 3.4개 수준으로 달성하자는 취지의 6시그마를 개발하였고, GE가 1995년 6시그마를 도입하고 실적 향상의 요인으로 6시그마를 지목하자 6시그마가 한국 기업에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소수의 기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GE와 같이 6시그마를 경영 전반의 혁신으로 발전시키기 못했다. 많은 기업들이 6시그마를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문제 해결에 주력하여 전개했기 때문이다. 이후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BPR, ERP, SCM, CRM 등과 같이 특화된 기능을 갖춘 IT 혁신 도구가 도입되면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이 디지털 경영 시대의 대표적인 경영혁신 기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새로운 10년, 한국 기업의 과제
한국 기업이 맞이할 환경과 과제
새로운 10년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대표적인 8가지 환경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리더십이 약화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미국이 누리고 있는 경제, 군사, 외교, 대중문화, 기술, 지식, 금융, 기업 등 모든 면에서의 종합적인 경쟁력을 감안해보면 미국의 위상은 그다지 흔들릴 것 같지 않다.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미국의 국력에 도전할 만한 국가나 세력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며, 지난 10년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주도하는 시대가 계속될 것이다. 둘째, 일부 전문가들이 2008년 북경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북경올림픽 준비를 위한 투자가 종결되었다고 해서 중국 경제가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10%대의 고도성장이 오랜 기간 계속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내부 모순이 많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내에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내부의 모순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전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인도, 한국, 일본과 아세안 10개국은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세계 경제에서 주요 지역의 비중은 미국 26.7%, 유럽연합 27%, 아세안+4(한국, 일본, 중국, 대만) 26.6%로 세 지역이 거의 비슷해지며 모두 합해서 80.3%를 차지할 것이다.
넷째, 앞으로 에너지 다소비형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반면 탄소 시장, 신재생 에너지 사업, 탄소 저감 기술 등 새로운 사업 기회가 발생할 것이다. 기후 변화와 함께 앞으로 물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등장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해수 담수화 사업을 포함한 상하수도 사업 등 다양한 물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문제와 더불어 수년간 지속되어온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네어지 및 대체에너지 부문도 각광받을 것이다. 다섯째, IT가 일상화되고 기술이 성숙화되면서 정보통신이 기술 변화의 핵심적인 테마가 되었던 시대는 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IT 기술이 바탕이 된 새로운 기술이 각광받게 될 것이며, 그 대표적인 기술이 생명공학 분야다. 여섯째, 한국은 앞으로 수년 내에 한미FTA와 한·유럽연합 FTA를 포함해서 주요 통상 대상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속도로 개방이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는 2012년경이면 거의 완전히 개방될 것이다. 일곱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극복되면 금융산업은 다시 한번 성장할 것이며, 펀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연기금 및 글로벌 기업이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를 통해서 자본시장 및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며, 특히 펀드 간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적극적인 경영 개입을 통해서 투자수익률을 높이려고 시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는 것과 함께 부작용이나 양극화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서 한국의 기업 경영은 다음과 같이 전개될 것이다. 첫째, 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국내시장의 매력도가 감소하고 생산비가 더욱 상승하면서 기업의 해외 진출이 보다 가속화될 것이다. 둘째, 글로벌 과점화가 심화될 것이다. 10개 정도의 기업이 전 세계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글로벌 과점화 현상은 이미 1990년대부터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과점화가 반드시 경쟁의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제품과 시장이 매우 분산되고 잘 조화를 이룬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기업 간의 경쟁은 전략 수단이 다양하기 때문에 경쟁의 양상도 매우 복잡하게 진행된다. 셋째, 펀드자본주의의 확산에 따라 영미식 자본주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사모펀드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와 펀드의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증가할 것이다. 넷째, 창의적 지식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또한 창의적 지식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므로 인재 쟁탈전이 심화될 것이다. 다섯째, 조직에서 인력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일하는 방식도 많이 바뀔 것이다. 2012년이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남녀 동등 사회가 전개될 것이고, 일과 삶의 균형이 지금보다 더욱 강조되어 좋은 직장이란 일과 개인의 생활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직장이라는 개념이 확산될 것이며, 조직 내에서 다양성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우리 기업은 다음의 네 가지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첫째, 전략의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지난 10년간 우리 기업은 IMF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 경영이 지나치게 보수화되고 리스크를 회파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에 따라서 투자와 신산업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신산업과 설비투자 실적이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따라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CEO의 역량과 전략적 유연성, 창의적 아이디어, 탁월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둘째, 맞춤형 글로벌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글로벌 전략은 핵심역량, 해외거점, 글로벌 경영의 3단계로 전개되는데, 기업의 규모와 업종에 따라 현지/지역/글로벌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유념할 점은 강력한 핵심역량의 지원이 없는 글로벌 전략은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로컬 기업’의 특징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바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다. 이는 해외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급하며, 생존과 연결된 문제이다. 셋째, 그러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많은 기업이 지식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적 자산을 바탕으로 한 핵심역량을 확보하려면 우수한 인적 자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경영을 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핵심인력을 확보하고 다양성 관리에 성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넷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글로벌화가 진전될수록 양극화 또한 심화되게 마련이다.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근간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이 아니면 크게 성공하게 어렵게 되었다. 게다가 인터넷과 각종 매체의 발달로 한 번의 실수로 기업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윤리경영, 투명경영, 사회공헌을 일상화해야 한다.
이상을 정리하자면 향후 10년 환경 변화의 핵심어는 동아시아, 생명체(바이오), 기후변화, 완전개방 경제, 펀드자본주의 등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하루빨리 IMF의 상흔에서 벗어나 CEO의 전략적 유연성, 맞춤형 글로벌화, 지식조직과 창조경영, 주주와 사회 요구의 동시 충족 등에 집중해 새로운 10년을 한국 기업의 시대로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