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풀이 : <1차> 생굴찜 등에 막걸리 등 /'굴사냥'<수유2동, (02) 999-9433>→ 김진오 산우 협찬
<2차> '콩 노래연습장'(2층)<강북구 수유2동, 010-8867-5973>
새벽에 비가 내렸지만 집이 가까워 어떤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어 관심을 끄고 있었는데 카톡에 의견이 난분분했다. 비가 완전히 그치면 창동하나로마트에서 생굴과 문어 혹은 홍어를 사가려 했으나 목적지인 포대능선까지 가기에는 비가 잠시 그쳤지만 하늘이 몹시 흐려 한과만 챙기고 집을 나섰다.
거의 2년만의 산행이어서 마나님의 걱정이 대단하다. 나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거의 늦지 않게 도착해서 오늘의 기자는 내가 하기로 하고 순조로운 산행을 시작했다. 하늘이 흐릴 뿐 비는 그쳐있다. 단풍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고, 기온은 산행하기에 적합했다.
이 총장에게 도봉산 최대의 단풍군락지인 민초샘으로 가자고 제안했고 이 총장은 덕재샘 삼거리에서 의견을 조정하자고 한다. 망월사 방향은 계단길이고 하산하는 발향이라, 단풍은 올라갈 때 보는 것이 더 멋있다. 물론 하산길에 붙은 망월사 단풍은 오후에 더 멋있다.
도봉산은 내가 아는 몇 곳의 급경사 빼고는 대체로 완만해서 초심자가 오르기에 편하다. 암릉미는 설악산 못지 않다는 게 산악인들의 의견이다. 암벽을 타는 사람들도 북한산의 인수봉보다 도봉산의 선인봉과 만장봉 코스를 더 고급 코스로 쳐준다.
중간에 의정부국민병원장이었던 8회 선배가 설치했던 석간수에는 물이 거의 나오지 않아 덕재샘에서 물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덕재샘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내 경험으로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수질이 나빠져 공단 측에서 막은 것 같다.
국립공원에서 술을 마시면 과태료 40만 원 대상이라는데, 1차 경고를 하고 그래도 무시하고 마실 때 부과한다고 언론에서 보도했다. 그래서 길에서 떨어져 으슥한 곳에서 마시거나 보온병에 넣어가서 마신다고 한다. 오죽 음주사고가 자주 나면 그랬을까.
술 마시면 담배도 피고 싶고, 그것이 산불의 주원인이 되니 공단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봄여름 등산철에 소방서 응급헬기 항로가 우리집의 위라 매주 주말이 되면 시끄럽기가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용하다. 그렇다면 등산 중 사고의 주원인은 음주였음이 증명된 셈이다. 헬기가 한 번 뜨면 비용이 최소 300만 원이 든다니 서로 좋으니 계속 단속할 것 같다.
동준 산우가 색다른 막걸리를 두 병 가져와서 1인 1잔씩 간단히 마시는데 안주는 김밥과 한과로 충분했다.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동반시는 뒤풀이 때 읊기로 했다. 하산하는데 굴찜집이 3시부터 문을 연다고 하며, 새 굴이 그때 도착한다고 시간을 맞춰 오라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버스를 타지 않고 지공도사들이 전철로 창동에서 갈아타는 묘수를 생각해내고는 천천히 도착하니 수유역에서 진오가 어부인과 함께 반갑게 맞는다. 재홍이도 도착하고 굴찜집에 도착하니 아줌마 사장이 반갑게 맞는다. 역시 단골은 언제나 좋다.
이제 술은 마음대로 마셔도 되는 시간. 술잔에 술을 붓고 동반시를 낭송하고 건배. 건강을 기원한다. 단골이라 찜의 양이 많고 생굴도 다섯 번이나 갖다준다. 여수굴이라 통영굴보다 속이 알차고 맛있다는 주장은 쌍문역 굴찜집 여사장에게도 자주 들었다.
그분은 불행하게도 남편이 암으로 서거하셔서 양식장을 운영하기 위해 내려가야 한다면서 우리들을 만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양식장 주소를 알아두었다면, 여수 쪽으로 갈 기회가 있으면 굴은 실컷 먹을 수 있을 텐데 나도 아쉽다. 가벼운 농담이 오고가며 주흥이 한창 오른다.
적당히 배가 차고 이제는 갈 시간. 갑자기 진오의 어부인께서 계산을 하겠다고 하니 고맙고 감사할 뿐. 지면을 빌어 다시 감사를 드린다. 만수무강하소서. 덕분에 나도 다리운동을 많이 했다. 나로서는 재활 2년만의 쾌거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총동문회에서 주최하는 칠갑산에 연거푸 가는 것은 무리고, 마침 월요일부터 천안호두마을위빠사나명상센터 꾸띠에 들어가는 날이다. 참고로 꾸띠는 단독 수행공간을 뜻한다. 토굴이라는 수행자도 있지만 은유적 표현이고 요즘은 지리산 토굴 같은 곳이 아니고 대개 반듯한 장소다.
가서 시집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갈수록 시가 어렵다. 그곳에서의 생활을 간단히 시로 쓴 것이 있으니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아를 찾아서" / 도봉별곡
명상 수행처 꾸띠에서
어둑새벽에 일찍 일어나
해 뜨면 햇살을 맛보고
구름 일면 흐르는 구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비 오면 비 마중가고
바람 불면 무슨 색인가 궁리하고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차 마시고
심심하면 책 읽고
졸리면 자다가
밤이 되면 뜨고 지는 달빛을 마시다가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구별하지 않고
동정일여 오매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 무시선 무처선
때로는 나의 까시나를 바라보며 명상의 바다를 떠돌다
시상이 떠오르면 시를 쓰노라
다만 시를 쓰고 숨 쉬는 이는 누구인고
무상. 고. 무아인데
무자성이라면서
왜 자꾸 자성을 보라 하는가
그 말에 게의치 않고
지는 해를 바라보노라
< ※ 까시나는 집중체를 뜻한다. 나의 까시나는 동그라미다. >
다음 산행에 만나 줄겁게 얘기하며, 곡차도 즐기자. 시산회 친구들의 건강을 빌면서...
※ 동반시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 이외수
서늘한 기운이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 집에 앉아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 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빛만 마주 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
가을 날 맑은 하늘빛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는 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엔 억새처럼 출렁이는
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2018년 11월 1일 김정남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