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가짐에서 직심(直心)이 곧 보살정토다. 모든 국민이 직심을 지니고 있으면 그 나라가 바로 극락정토다. 견성(見性)하지 않고서는 직심을 모른다. 견성은 큰 깨달음이 아니다. 처음 불교를 믿기 위해 첫발을 내딛은 것 자체가 견성이다. 왜곡된 생각을 하지 말고 심심(深心)을 가져야 한다. 마음가짐을 양은냄비 물끓듯 하지 말고 뚝배기 같은 깊은 헤아림을 갖고 살자. 그래야 보리심이 나와 적정을 누린다. 불교는 인간적 자기탐구이다. 밖을 향해 구하는 외도(外道)가 아니다. 쉼없이 탐구하여 근원적인 자기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종이를 자르는데 가위가 필요하고 거목을 자르려면 도끼가 필요하다. 거목이 잘 잘린다고 해서 도끼로 종이를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어떤 도구가 필요한가. 그것은 법(法), 다르마이다. 법이란 반야사상이다. 반야의 놀라는 지혜가 아니면 21세기 문명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조주스님은 ‘목불(木佛)은 불을 건너지 못하고, 금불(金佛)은 용광로를 거치면 녹아버릴 것이고, 진흙부처님(泥佛)은 물에 녹아 풀어진다’고 했다.
참된 부처(眞佛)는 마음속에 있다. 자신의 본래 청정한 법신인 진불을 깨닫고 한 생각의 망심(妄心)이 없으면 만법에 허물이 없다. 부처님이라는 거울 속에 비쳐진 나의 인생을 볼 줄 알아야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는 소질이 있는 사람이다. 여러분도 거울을 보면서 거울 속에 비친 너의 진면목이 무엇이냐고 한번 물어봐라.
불교사상은 선하게 살려고 닦는 것이 아니다. 선악을 넘나드는 것이 불교가 아니다. 선한 일도 본래 없는 것만은 못한 법이다. 바람이 불면 먼지가 끼고 먼지가 눈속에 들어오면 눈이 아프다. 악한 먼지가 들어오면 아프고 금가루나 다이아몬드와 같은 선한 먼지가 들어가면 눈병이 안생기는가. 선도 병이고 악도 병이다. 선도 악도 없는 무념의 세계, 본래 아무것도 없는 무념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그곳이 극락이다.”
정리=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무진장스님은
1956년 동산스님을 은사로 득도한 무진장스님은 조계종 포교원장, 동국역경원 후원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지난 2005년 대한불교진흥원이 지정한 제3회 대원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불교신문 2373호/ 11월3일자]
첫댓글 몇해전 마포 석불사에서 무진장스님의 법문을 들었는데 좋은법문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