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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가 파업 거둔 이유, 건강보험심의위 개편이란 무엇인가 (슬로우뉴스, 임예인, 2014-03-24)
의협과 정부 사이의 합의, 소위 의정 합의는 많은 사람을 실망하게 했다. 특히 진보언론은 결국 의사들에게 국민들이 놀아났다며 분노하기까지 한다. 그럴 만하다. 의협이 지지를 받았던 건 ‘의료영리화 반대, 원격진료 반대’라는 기치 덕분이었다. 그러나 정작 의정 합의는 의료 영리화나 원격진료에 대한 내용은 구색이고, 대부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개편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합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원격진료 문제, 영리 자법인 설립 문제, 수련의 제도 개선 문제, 건정심 개편 문제. 개중 국민들이 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앞의 두 가지 문제인데, 합의 내용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격진료는 6개월 시범사업 후 이를 입법에 반영한다는데, 6개월 이내에 정책의 존폐를 달리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일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영리 자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논의기구를 마련한다는 공허한 합의만이 남았을 뿐이다. 수련의 제도 개선 등은 물론 마땅히 필요한 일이지만 국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럼 남은 것은 건정심 개편 문제뿐이다.
건정심은 요양급여 기준, 비용, 보험료 등을 정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기구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총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구가 중요한 까닭은 ’4대 보험’으로 불리며 소득이 있는 국민 대부분이 납부 의무를 지는 건강보험료가, 그리고 의사들이 받는 의료수가가 바로 이 기구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기구의 구성을 보면, 위원장 1인, 공익대표 8인,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 8인, 의약계 대표 8인으로 되어 있다. 이중 공익대표 8인은, 이름은 공익대표라고 붙어 있지만, 구성을 살피면 사실 정부 측 인사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4명은 아예 정부 사람이고, 전문가 4인도 정부가 추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위원장을 제외하면 정부가 8, 의약계가 8, 그리고 건강보험 가입자들, 즉 보험료를 내고 그 수혜를 받는 국민들이 8의 지분을 갖는 셈이다.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
이 구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가입자는 보험료를 덜 내면서 더 많은 서비스를 받기를 원할 테고, 의약계는 보험료와 수가가 인상되길 바랄 것이다. 양자가 각자의 근거를 들어 수가 인상 폭을 제시하고, 여기에 정부가 양자의 주장과 근거를 비교하여 그 차이를 적절히 조율한다면, 이는 이상적인 구성이다. 문제는 과연 정부가 과연 그 조율 역할을 충실히 해 왔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의사협회는 정부가 이상적인 조율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정부가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와 의료 원가의 상승 추세 등 여러 이유로 인해 보험 재정이 압박받자 포괄수가제 도입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재정을 아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가입자의 목표는 같다. 보험료와 수가를 최대한 아끼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협회는 공익대표 8인을 정부가 추천하는 대신 가입자와 의약계가 동수로 추천할 것을 이번 합의문에 포함했다.
공익대표를 가입자와 의약계가 동수로 추천한다면 12:12의 구조가 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가입자와 의약계가 추천한 공익대표는 오롯이 공익을 추구하는 중립적인 역할을 하는 대신 자신을 추천한 측의 견해를 대변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조율은 안 되고 수가 결정 과정에서의 공방만 더 깊어질 우려가 있다.
정부 몫은 의사에게만 주어진 게 아니다. 같은 몫이 가입자 대표, 그러니까 진보 언론의 논법을 따르자면, 국민대표들에게도 주어졌다. 명목상으로 볼 때 이는 8:8:8의 구조를 12:12로 바꾼 것이며, 어느 한쪽으로 추가 기울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런데 진보언론은 가입자 몫이 늘어난 건 은근슬쩍 묻어버리고 의사 몫이 늘어난 것만 강조하며 상황을 호도한다.
물론, 공익대표가 그간 사실상 가입자 편을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얘기는 다소 달라진다. 16:8 구조에서 12:12로 바뀐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의협의 주장에 힘이 더 실린다. 편파적이었던 구조를 공정하게 바꾼 셈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또 건정심에 참여하는 정부 측의 지분이 줄어들고 의사 측의 지분이 늘어남으로써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를 아끼려는 정부의 목소리가 약해지고,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는 의사의 목소리가 커졌음을 우려한다. 그러나 건강보험을 일종의 복지 정책으로 생각할 때, 무작정 돈을 아끼는 것이 정답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복지에는 돈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돈이 얼마나 적절하게 투입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돈이 투입된다면 재정이 낭비될 것이고, 너무 적은 돈이 투입된다면 서비스가 떨어지거나 급기야는 제도가 붕괴할 것이다.
사실 보험료와 의료수가 문제는 단순히 의사가 돈을 더 벌고 못 벌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의료제도 그 자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지나치게 낮은 보험료와 의료수가는 의료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
현장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려고 해도 지나치게 낮은 수가 때문에 되려 손해가 나기도 하고, 양심적인 진료를 했지만, 과잉 진료를 했다며 진료비를 삭감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의료수가의 원가보전율은 70%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의협, 심평원 보고서 인용). 정부가 정한 진료비가 실제 의료행위에 드는 원가의 7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진료하고 정상적으로 국가로부터 진료비를 받으면, 의료기관은 그 어떤 경영상의 묘를 발휘하더라도 무조건 적자가 난다. 진짜로 망한다. 비정상적인 구조다.
결국, 한정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고 이득을 얻기 위해 1분 진료가 횡행한다. 이렇게 인건비라도 아껴야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는 미용 목적의 성형외과와 피부과만 가득하며, 일반 의원은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치과는 임플란트에 매달리고, 한의원은 한약과 특화 진료에 매달린다. 코디네이터, 상담실장 등의 직함을 단 선남선녀들이 환자 대신 고객에게 달콤한 말로 더 비싼 진료를 받을 것을 권유한다. 그들은 장사를 시작한다. 보험 진료만으로는 의료기관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저수가 구조의 개선은 의협의 제 1과제였고, 의협은 그 목적을 위한 걸음을 내딛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당장 정부와 의협은 합의문 내용의 해석에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여 구성’한다는 문구에 대해 정부는 당연히 정부 소속 위원을 뺀 나머지 위원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협은 정부 소속 위원도 공익위원에 포함되므로 공익위원 8명 전부에 대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폭풍 또한 거세다. 시민사회에서는 보험료 납부 거부 운동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실상 시민사회는 비정상적인 저수가 구조라는 의협의 주장 자체에 동조하지 않으며, 보험료를 더 내는 것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의사 사회 내부에서조차 이 합의문이 의료 영리화와 원격진료를 막을 수 있는 그 어떤 효력도 없다는 점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 오고 있다.
건정심 구성 문제는 비정상적인 저수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분명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의료 영리화와 원격 진료 문제에 대해 의료계가 앞으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심각하게 빛이 바랠 것이다.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cul&arcid=0008169423&cp=du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 복지부가 논란 제공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2014.03.25 14:55)
입법 후 시범사업 명시에 야당·의료계 등 반발 확산
원격의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개정안에 의사협회와 협의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으로 입법 전 시범사업 시행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마찰을 빚은 중점 사안으로 의사총파업을 막고자 정부가 한발 물러선 내용이다. 2차 의정협의에서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의료법 개정안 입법전에 하기로 협의한 바 있는데 이번 국무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입법 후 시행되기까지 1년6개월의 기간동안 시범사업을 한다는 내용이 다시 들어가 있는 것이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개인 SNS를 통해 “입법 후 시범사업이 의정간에 합의한 선시범사업으로 고쳐지지 않은 상태로 통과됐다. 복지부는 고치려면 처음부터 입법과정을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원문 그대로 나간 것이라고 해명하고 의정협의사항은 그대로 준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복지부의 내부사정이야 어떻든 이로 인해 회원들의 염려와 혼란이 증폭돼 있다. 의사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즉시 명확하게 해명할 것을 주문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에 따라 지난 16일의 협의는 무효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이날(25일) 오후 국회에서 ‘원격의료허용법안의 국무회의 통과를 규탄한다’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6일에 있었던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2차 의정협의가 원격의료를 시행하기 위한 속임수였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대상의 의료문제는 방문건강관리사업을 활성화 하고, 병의원이 없는 농어촌지역 보건소 등에 의료인력을 더 많이 배치하는 등 공공의료를 강화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4월 국회에서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을 절대로 다루어서는 안되며, 정부는 국무회의를 다시 열어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의료영리화저지 특별위원회(김용익·김현미·김광진·김기식·김성주·남윤인순·안민석·은수미·이언주·전순옥·진선미)도 정부가 원격의료 ‘선 시범사업 후 입법’에서 ‘선 입법 후 시범사업’으로 변경해 또 다시 국민을 속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위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며,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막겠다고 벌인 정부와 의사협회 사이의 합의는 국무회의에서 휴지조각이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선 시범사업 후 입법’을 하겠다며 의사협회와 합의했던 정부가 오늘 국무회의에서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공포 후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조항을 삽입해 ‘선 입법 후 시범사업’으로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원격의료법이 국회에 제출된다 하더라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진정 국민을 위한 의료제도가 무엇인지 따져보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논란이 확대되자 참고자료 연이어 수정배포 하며 진화 나섰지만 논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최종본에는 국무회의에 상정한 의료법 일부개정안 주요내용 중 시범사업 실시와 관련해 복지부는 의사협회와 국회 입법과정에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에)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협의했다며, 향후 의사협회와의 협의에 따라 실시할 시범사업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전에 이루어짐에 따라 국회 심의과정에서 그 결과를 반영하여 입법 후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근거는 법 개정안의 심의과정에서 수정(시범사업 조항 삭제 등) 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법안에는 포함시켜 놓고 국회에서 ‘수정될 것으로 사료된다’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대충 넘어가려 한다며 분개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내용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복지부는 수정을 하지 않았고, 해명조차 입법발의를 한 복지부가 아닌 법안을 심사하고 통과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떠넘기는 책임회피에 의료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3/26/0200000000AKR20140326139300017.HTML
복지부-의협, 원격의료 법안 처리 놓고 다시 논란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2014/03/26 15:21)
의협 "정부, 원격의료 약속 어겨…총파업 재논의" vs 정부 "개정안 수정 없어도 의협과 약속대로 시범사업 진행"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약속 위반'이라며 다시 '진료거부' 등 집단 행동을 경고하고 나섰다.
의협은 26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정부가 제2차 의-정 협의 내용을 계속 무시·위반함에따라 오는 30일 임시 대의원 총회에 총파업 재진행 여부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5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지난 6일 일찌감치 차관회의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당초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었으나, 10일 의협의 1차 집단휴진과 24~29일 2차 휴진 예고 등으로 상정이 늦춰졌다가 약 보름 뒤에야 성사된 것이다. 국무회의를 최종 통과한 개정안의 내용은 차관회의 통과 당시와 같다.
그러나 의협은 이 같은 정부의 의료법 처리에 대해 "지난 17일 발표된 의-정 중간 협의 내용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협의 결과문에 따르면 양측은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원격진료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정부가 의협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회에서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앞서 반년동안 시범사업을 먼저 진행한 뒤 결과를 보고 문제점 등을 법안에 반영하겠다는 뜻(선 시범사업 후 입법)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25일 처리한 개정안 부칙에 의-정 협의 전 정부 입장을 반영한 '공포 후 시행 전에 1년 동안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선 입법 후 시범사업' 관련 규정을 그대로 남겨둔 것은 의도적으로 약속을 어긴 행위라는 게 의협측의 주장이다.
의협은 25일 의료법 개정안 국무회의 처리 직후에도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이 부분에 대한 뚜렷한 정부측 입장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차관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내 입법절차가 완료돼가는 상황이라는 점,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하려면 국회입법 과정에서 다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개정안을 수정하지 않고 국무회의에 상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개정안을 당장 수정하지 않은 것과 상관없이, 의협과 합의한대로 4월부터 시범사업을 충실히 이행하고 시범사업의 기획·시행·구성·평가 등에도 의협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252153545&code=940601
정부, 원격의료 시범사업 전 입법 강행 (경향, 송윤경·최희진 기자, 2014-03-25 21:53:54)
ㆍ‘선 시범사업’ 의협과 합의 깨고 의료법 개정안 의결
ㆍ“국회서 손볼 것” 해명… “기정사실화 위한 꼼수” 반발
의사가 환자를 통신기기로 ‘원격진료’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의료영리화 입법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이고, ‘법 공포 후 시범사업’ 계획을 담은 정부 법안이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보건복지부가 합의한 ‘시범사업 후 입법 반영’ 방침과 충돌한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국무회의 통과는) 정부가 원격진료를 기정사실화하고 의협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원격진료를 위한 정부 차원의 입법절차는 마무리됐고 법안은 곧 국회로 넘어간다. 당장 정부를 향해서는 ‘터닦기’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개정안에는 국회 통과·공포 후에야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뜻이 담겼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와 의협의 협의 결과에선 다음달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한 뒤 입법에 반영키로 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기존에 정부가 만들어놓은 개정안이 차관회의까지 통과된 상태였다”면서 “시범사업 결과를 입법에 반영한다는 내용을 다시 넣는다면, 부처 간 협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국회에 가서 (공포 후 시범사업이라고 한) 그 부분이 고쳐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은 당혹감을 표출하고 보건의료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향후 시범사업 실시와 반영폭을 놓고 여야, 의료·시민단체 간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원격진료를 기정사실화하고, 협상에서 유리한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의료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 소속 김용익 의원 등은 “정부가 또다시 국민을 속였다. 법을 먼저 만들어놓고 시범사업을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복지부는 산업부와 함께 이미 3년여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했고, 효과도 없고 경제성도 부족하다는 결과를 얻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의협이 협상을 제대로 했다면 애초 ‘시범사업 후 국무회의 상정’으로 합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날 복지부에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이 즉각 표명되지 않을 경우 위중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복지부는 의협에 “(협의한 대로) 4월부터 시범사업을 충실히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격진료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정부는 “노인·장애인 등의 의료 접근성을 제고하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의 상시적 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국민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는 원격의료로 발생할 막대한 시장에 눈먼 IT(정보기술) 업계와 재벌들의 돈벌이 놀음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대면진료를 통하지 않은 게이트웨이 전송장치 등을 통한 진료 방식에 이미 수많은 전문가와 의사들마저 안전성에 우려를 표한 바 있고 몇 차례 시범사업에서도 그 효과성이 입증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동네의원과 의료전달체계도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3639
"원격진료 보편화되면 대면진료 가격은 더 오를 것" (참세상=뉴스민, 천용길 기자 2014.03.26 19:20)
[인터뷰]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5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정부는 원격의료와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정책이 ‘대형병원과 대기업의 돈벌이와는 관계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지만, 보건의료단체들은 원격의료가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라고 비판합니다. 어느 것이 진실일까요? 정부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의 연관성은 전혀 없어 보이지 않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네이버>에서 ‘의료민영화’라고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바로가기 ‘원격의료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정책 바로알기’가 나타납니다.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민영화 관련성을 정부가 추진한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대구시도 이 시범사업에 참여했었죠. 3년간 157억원이 들어간 사업이었죠. 사업을 분석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원격진료의 효과를 강조했지만,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와 의사들은 산자부가 효과를 지나치게 과대포장 했다며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동네의원 중심 원격진료 시스템 도입?
3년 시범사업 기간 동안 동네의원 5곳, 환자 28명에 불과해
스마트케어는 넷북ㆍ스마트폰으로 만성질환자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진단ㆍ처방하는 원격건강관리서비스로 2010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진행됐습니다. 애초 38개 동네의원이 참여한다고 계획했지만, 3년 동안 원격의료에 참여한 동네의원은 5곳에 불과했습니다. 노인정과 경로당, 장기요양시설도 10곳 참여를 목표로 했지만, 4곳만 참여하는 데 그쳤습니다. 동네의원 중심으로 원격진료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취지와 달리 동네의원에서 참여한 환자는 고작 28명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지난 3월 19일 ‘스마트케어’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했고, “의학적 효과와 경제적 타당성, 일자리 창출효과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동네의원 원격진료 결과를 부풀려 발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마트케어 시범사업 분석에 참여한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를 만나 스마트케어 사업에 대한 평가와 원격의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경수 교수는 “대구시가 이 사업을 한 것은 메디시티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추진해오던 선상에 있다고 생각했다. 시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업이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스마트케어) 사업은 목적이 명확하지 않았다. IT기반의 원격상담, 진료 기술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외국에도 팔고, 한국에도 팔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자료=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출처: 뉴스민]
의료가 아닌 비지니스모델 만들기가 목적
사업의 목적이 ‘의료’가 아닌 ‘비즈니스모델’이었음은 이 사업의 시행 주체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능합니다. 주관하고 평가한 기관도 산업통상자원부였고, 이 사업을 함께 진행한 대구시 부서도 보건복지과가 아닌, 의료산업과였습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진행했느냐를 살펴보도록 하죠. 산자부는 지리적으로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진 이들, 노인을 포함한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원격의료를 하겠다고 하지만, 스마트케어 사업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경수 교수는 “분석 결과를 보면 45세~65세를 주 대상으로 잡았다. 65세 이상은 10%, 20%밖에 안 된다. 병을 관리하기 위해 보는 지표들이 있는데, 당뇨는 16개 지표, 고혈압은 8개 지표가 있다. 이 가운데 2개 지표에서 조금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나오는 데 이걸로 의학적 유효성이나 타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시범사업 결과를 선택적으로 뽑아 산자부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정도 결과면 연구하는 사람들은 논문에 싫기도 어렵다. 실제 연구한 사람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왜 이런 무리한 결과를 발표했을까요.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창조경제, 시장창출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IT에 기반한 의료산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의료법은 규제가 많아, 현행대로 두면 원격진료니 하는 새로운 사업들을 추진할 수 없어서 법 개정도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겠지요.
이경수 교수는 “의료법은 보수적이고 규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수술 기법이 도입돼 10번 수술해서 9번 성공해도 1번 사고가 나면 이 기법은 도입되기 어렵다.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전체 만성질환자 대상으로 사업하겠다는 게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SK, LG가 국민건강보호 목표로 사업 추진? 아니다.
효과 검증하고 나서 장비를 팔겠다는 목적"
이경수 교수는 원격진료를 위해 노인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줬는데, 검사결과를 잘못 입력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정보가 전송되는 과정에서 데이터 오류가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하나의 병만 가지고 있는 줄 알고 원격진료를 이용했는데, 다른 병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면 등의 예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IT산업에 있는 이들은 IT가 약하고 달리 안전하다고만 생각한다. 기술적인 측면과 산업의 효과만 고려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이 사업을 추진하는 SK, LG가 국민건강보호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을까? 아니다. 스마트케어를 통해 효과가 있다는 걸 검증하고 나서, 장비를 팔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렇습니다. 노인들이 장비를 어떻게 구입하고, 이용할 것인지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특히, 한 가지 질환만 가진 것이 아닌 노인들은 데이터를 여러 번 입력해야 합니다. 대면진료면 병원에 한 번만 가면 되는 데 말이죠.
이경수 교수는 “건강취약계층들이 보호가 되고 싼 비용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느냐 했을 때 보건복지부 홍보와 다를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건강취약계층은 더 많은 노동을 하니 시간이 더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교육수준도 낮아 컴퓨터, 스마트폰과의 심리적 접근성도 떨어집니다. 이 교수는 “대구고혈압센터에서 제일 힘들었던 점이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하고는 싶은데 돈도 없고, 장비도 없기 때문이다. 설치한다고 해도 이분들이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격오지는 간호사가 일부 진료를 한다. 간호사가 가이드 하는 상황에서 의사가 원격으로 대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본인이 기계를 만져서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가능하다는 가정 자체가 너무 무리하다”고 말합니다.
"원격진료 보편화되면 대면진료 가격은 더 오를 것"
그렇다면 노인을 포함한 건강취약계층을 위함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이 교수는 “젊은 사람들이 상담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건강 취약계층이 혜택을 보는 것처럼 홍보한 것이기 때문에 과대포장 한 것”이라고 꼬집습니다.
대면진료보다는 싼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 원격의료가 일상적으로 도입됐다고 가정해봅시다. 대면진료와 원격진료를 편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잘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스마트폰도 사용할 줄 모르는, 복합적 질병을 가지고 있는 노인이 원격진료 데이터 입력조차 버거워해 대면진료를 선택합니다. 이때 대면진료 수가는 지금과 같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이경수 교수는 “지금 의료수가 체계에서는 1가지 질병을 가지든, 3~4가지 질병을 가지든 진료비에 차이가 안 난다. 원격진료가 보편화되면 대면진료비는 더 비싸질 것이다. 고급화되는 것이다. 이럴 때 의료소외계층인 복합질병을 가진 저소득층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쉬울까”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경수 교수도 원격진료가 진료의 보조적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원격진료가 필요한가요? 동네마다 병원이 다 있는데. 아픈 사람은 심리적으로도 약합니다. 이들이 기계만 쳐다보고 데이터 입력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외국사례들은 어떨까. 이 교수는 “LG, SK, 삼성은 외국에서 10년 전부터 다 보고 왔다. 외국은 원격진료를 제한적으로만 이용한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에 의사, 전문간호사들이 다 배치돼 있다. 환자가 그곳에 와서 코디네이션 받으면서 원격진료도 병행한다”며 “원격만 가지고 되더라는 것은 성립이 안 된다. 유독 우리만 원격의료를 보편화하려고 한다. 산업 형성 때문에. 규제를 무작정 뚫고 지나가다가는 건강과 안전을 다 잃을 수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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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3.sbs.co.kr/news/newsEndPage.do?news_id=N1002306931
[취재파일] 소외 계층이 의료 영리화를 만났을 때 (SBS, 이경원 기자, 2014.03.22)
문전박대 당하는 의료급여 환자들
넉 달 가까이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를 취재하면서 여러 의사를 만났습니다. 대화 말미, 의사들에게 항상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장 불만인 거 한 가지만 꼽아 달라고요. 답은 사람마다 달랐습니다. 어떤 의사는 원격 진료 추진이 가장 문제라고 했고, 다른 의사는 의료 기관의 영리 자회사 허용을 지적했습니다. 이번 집단 휴진 사태는, 정부가 추진했던 이 두가지 사안을 의사들이 반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다른 의사는 이 두 사안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표면적인 것일 뿐, 사태의 핵심은 원가 보다 낮은 의료 수가 문제가 곪아 터진 거라고 말합니다. 전공의들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열악한 처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2000년 집단 휴진 당시에는 ‘의약 분업’이란 공공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의사들의 불만을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불만도 여러 갈래입니다. 달리 말하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번엔 질문을 달리해봤습니다. 그렇다면, 환자 입장만 따져봤을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느냐고요. 이 경우엔 비교적 답이 하나로 모입니다. 의료 기관이 영리 자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른바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입니다. 언론에서 이를 흔히 ‘의료 영리화’로 표현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 병원 가운데 90% 이상은 영리 병원이기 때문에 적확한 표현은 아닙니다만, 병원의 영리화 경향을 가중시킬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저 역시 일단 이렇게 쓰겠습니다.)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은 병원이 영리 자법인을 만드는 것을 허용하고, 그 자법인이 여러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부대사업에는 화장품 사업, 여행업, 목욕탕 사업 등이 포함됩니다. 지금은 장례식장 등을 제외하고 병원의 영리활동을 금지하고 있는데, 병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으니 규제를 완화시켜주고, 적자를 상쇄해 줄 물꼬를 터주겠다는 취지입니다. 겉보기엔 환자랑 무슨 상관인가 싶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적어보겠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
적자에 시달리는 A병원. 지난해 적자액은 100억 원에 달했다. 때 마침 정부가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방안이 확정된다. A병원은 새로운 사업 구상에 들어간다. 화장품도 팔고, 목욕탕도 운영하고, 여행사를 통해 외국인 환자도 유치한다. 사업은 순조롭다.
일 년 뒤. 드디어 100억 원의 흑자를 봤다. A병원은 축제 분위기다. 한껏 신이 난 병원장. 날 잡고 전 직원 앞에서 멋들어진 훈화 말씀을 한다.
“사랑하는 A병원 가족 여러분. 드디어 우리 병원이 흑자를 봤습니다. 이제 여러분, 돈 걱정 마시고 양심대로 소신진료하세요. 환자 분들한테 비급여 진료 강요하지 마시고요. 돈 안 되는 환자, 마음껏 치료해주세요. 환자한테 적자 보면, 부대사업으로 흑자 보면 됩니다. 다 같이 외칩시다! 병원은 환자를 위해! 의사는 소신진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두 번째 시나리오>
B병원도 지난해 100억 원 적자다.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 덕에 화장품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요즘 같은 불경기, 사업 나선다고 흑자가 나는 건 아닌 법. 병원장님이 피부과 과장을 부른다.
“이봐, 아토피 환자는 화장품 중요하잖아? 이게 우리 자법인에서 파는 화장품이야.”
슬쩍 샘플을 건네고, 눈치 빠른 피부과 과장님, 바로 전공의를 집합시킨다.
“앞으로 아토피 환자 오면, 이 화장품 권해. 피부에 좋다고. 1인당 한 달에 100개씩이다.”
눈치 없는 한 전공의.
“이게 아토피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나요?”
피부과 과장님, 순간 얼굴이 일그러진다.
“너 잠깐 남고 다 나가봐.”
일 년 뒤. 환자에게 강매하다시피 한 화장품 덕에 병원은 100억 원 흑자를 봤다. 입이 귀에 걸린 병원 원장님. 하지만 직원들 앞에선 애써 침착한 표정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언제나 회사가 위기라고 말해야 한다고 미국의 유명 CEO가 말한 것 같다. 이제 직원 앞에서 훈화말씀을 시작한다.
“병원 흑자 많이 봤다고 소문이 났는데,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내년은 또 다릅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내년부터는 우리 병원에서 건강식품 판매를 시작합니다. 의사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건강식품 많이 판 실적 좋은 의사 분들께는 인센티브도 부여하겠습니다. 다 같이 외칩시다! 건강식품으로 흑자 200억 달성!”
(과장단을 중심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두 시나리오 모두 출발점은 같습니다. 병원이 부대사업에 적극 나섰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두가지 '경우의 수'입니다. 보셨다시피 정반대입니다.
첫 번째는 정부의 시나리오입니다. 경영난에 직면한 병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을 보장해주면,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강요하거나 돈 안 되는 환자 거부하는 일이 없어질 거란 ‘장밋빛 미래’입니다. 두 번째는 이를 반대해 왔던 의사들과 전공의,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시나리오입니다. 병원이 영리, 부대사업을 하기 시작하면 의사들에게 이른바 영업 할당이 떨어질 게 뻔하고, 환자 등골을 더 빼먹을 수밖에 없을 거란 ‘핏빛 미래’입니다.
정부 생각대로라면 환자들은 혜택을 받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시나리오대로라면 환자의 부담은 훨씬 커집니다. 환자 입장에서 의사가 이 화장품 아토피에 좋다고 권하는 데 안사고 배기겠냐는 거죠.
이제 시청자 분들의 판단입니다. 이 두 시나리오 가운데 뭐가 맞는다고 보시나요. 투표를 한다면, 결과는 싱겁게 끝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첫 번째는 희망사항일 뿐이고, 두 번째 시나리오가 훨씬 현실적입니다. 앞서 설명했지만, 대한민국 병원의 90% 이상은 영리 병원입니다. 치료비를 건강보험공단에서 묶어뒀을 뿐, 어쨌든 지금도 병원의 목표는 이윤 창출입니다. 어쨌든 병원도 자본논리를 따라가는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8조 3천억 원이었습니다. 엄청난 액수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전 분기에 비해 18% 급감했다.”는 데 맞춰졌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기업인 삼성전자마저도 ‘이정도면 됐다.’란 말, 절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회사는 직원들에게 항상 위기라고 말합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병원이라고 다를까요. 투자 활성화로 설령 흑자가 나더라도, 여기에 안주하고 소신 진료에 집중하겠다는 병원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건 CEO 개인의 탐욕 문제가 아니라, 시장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 때문입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자본주의는 그렇습니다.
이제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병원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는 100만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사연 전해드렸습니다. 하루 1000원에서 2000원이면 병원을 갈 수 있지만, 공공연히 진료를 거부당하는 게 현실입니다. 큰 병원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소신 진료를 할 수 없다며 양심을 고백한 한 전공의는 그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습니다. 자리가 없다고 둘러대 쫓아낸 뒤 ‘입원이 필요했지만 환자가 의학적 권유에 반해 퇴원했다’며 서류를 조작하고, 실수로라도 입원을 시키면 병원의 불호령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의료급여 환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눈 뜨고 코 베입니다. 법에도, 정보에도 어두우신 분들이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취재를 하다 만난 한 의료급여 환자는 보증금까지 요구 받았습니다.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지만, 잘 몰라서, 설령 병원이 잘못했어도 누가 내 편 들어줄까 생각해 그냥 나왔다고 합니다. 호흡기 질환으로 피를 토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병원은 빨리 보호자 2명을 데려오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이들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 보루인 공공병원은 최근 8년 사이 급감하다가 지금은 10% 미만까지 떨어졌습니다. 유럽의 선진국은 공공병원 비율이 90%가 넘고, 의료 민영화의 대명사라 불리는 미국도 25%가 넘습니다. 이것만 보면 우리나라가 OECD 꼴찌입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치료비를 대주는 지자체들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병원에 내야 할 의료급여비 지급을 미룹니다. 당연히 병원은 급여비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데 마냥 받아주길 꺼립니다. 원가보다 낮은 의료수가 때문에 비급여로 돈을 버는 구조 속에서, 비급여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의료급여 환자는 탐탁지 않습니다.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입니다. 가난하면 더 아프다는데, 의료급여 환자들 갈 곳이 없습니다. 복지예산 100조 원 시대란 푯말이 무색합니다. 그 돈, 다 어디에 가있는 걸까요.
의료 영리화가 진행되면, 그래서 병원이 다양한 부대사업으로 지금보다 이윤을 볼 수 있게 된다면, 과연 병원들은 어려운 분들 다 받아줄만한 여유가 생기게 될까요? 병원들이 스스로 이 정도면 됐다, 이제 소신진료 하자, 그러면서 손해를 감수하고 이 분들 다 치료해 주자, 그럴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중학교 시절 사회 시간에 배운 바로는, 욕심을 재생산해내는 시장경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복지가 태동했다고 들었습니다. '복지의 꽃'은 사람 생명 문제가 달린 의료라고 배웠습니다. 따라서 의료 문제엔 자본 논리가 가장 적게 적용돼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제 상식은 이렇습니다. 이런 상식선에서, 의료 영리화를 통해 환자들이 덜 손해보고 병원에 다닐 수 있게 된다는 말, 맞는 걸까요. 믿어도 되는 걸까요. 글쎄요. 정책의 전제부터 무언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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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3/17/0200000000AKR20140317081751017.HTML
의·정 원격진료 시범사업 합의…집단휴진 철회될듯(종합)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고미혜 오수진 기자, 2014/03/17 11:57)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연내 추진…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내용도
17∼20일 의협 회원투표로 집단휴진 여부 결정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진료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해, 오는 24일로 예정된 의협 집단휴진의 철회 가능성이 높아졌다. 복지부와 의협은 원격의료 도입에 앞서 6개월간 시범사업을 실시해 입법에 반영하기로 했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는 등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객관성을 제고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독막로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의·정 협의 결과를 공개했다. 의협도 같은 시간 용산구 이촌로의 의협회관에서 별도로 기자들과 만나 결과를 설명했다.
이번 의·정 협의 결과는 17∼20일 진행될 의협의 회원 투표를 통해 확정되며, 투표에서 회원 과반수가 협의 결과를 수용하면 의협은 24∼29일로 예정된 집단휴진을 일단 철회할 예정이다.
협의 결과에 따르면 양측은 우선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원격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키로 했다.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시행·평가는 의협의 의견을 반영해 의협과 정부가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협의안이 최종 확정되는대로, 상정을 일시 보류했던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시범사업을 준비할 방침이다.
또 의료법인의 영리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해서는 진료수익의 편법 유출 등 우려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구조와 관련해서는 건정심의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는 등 건정심의 객관성을 제고하는 내용으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올해 안에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건정심에는 가입자 8명, 공급자 8명 외에 공익위원으로 정부측 4명과 정부 추천 전문가 4명이 들어가 있는데 정부 추천 4명을 가입자, 공급자 동수 추천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또 의협과 건보공단의 수가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의 수가 결정 전에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중립적 '조정소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는 등의 개선방안도 연내에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협의안에는 또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해 마련된 전공의 수련환경 지침에서 명시된 '최대 주당 88시간 수련' 지침이 유럽(48시간)이나 미국(80시간)에 비해 여전히 과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단계적을 하향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 합의된 수련환경 개선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미이행 수련병원에 대해 실효적인 제재를 적용키로 하는 한편 수련환경 개선 대책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의사인력 공백에 대한 보상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기구'(가칭)을 신설해 중립적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오는 5월까지 전공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수련환경 평가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의·정 협의는 지난달 18일 발표한 제1차 의·정 협의체인 '의료발전협의회' 결과를 보완하고 구체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수가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이번 협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의협은 이번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오후 6시부터 20일 낮 12시까지 집단휴진 여부를 묻는 회원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결과 과반수가 협의안을 수용하고 집단휴진 철회를 택하면 양측은 협의안을 최종 합의문으로 공표할 예정이다. 투표에서 협의안이 채택되지 않으면 의협은 협의안을 전면 무효화하고 예정대로 집단휴진에 들어간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협 회원들이 이번 협의결과를 받아들여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휴진을 철회하길 바란다"며 "의료계와 정부가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협력을 통해 의료제도와 건보제도를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의협의 모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의미있는 진전은 있다고 판단한다"며 "회원들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린 후 집행부는 회원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5525
"의료 영리화 내준 의협, 이러려고 파업했나?" (프레시안, 김윤나영 기자, 2014.03.18 15:05:51)
시민사회단체 비난…"의협, 건정심 구조 개편 챙겨"
제2차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간 협의 결과는 의사협회가 원격 진료와 영리 자회사 허용 등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을 사실상 수용하고,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의사 결정 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개편을 얻어간 것이 핵심이다.
사실 의사협회 집행부가 총파업 명분으로 내걸었던 1차 의정 합의 결과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건 의협이 얻게 된 합의의 대가일 뿐. 의협 지도부가 '의료 영리화'를 반대하는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건정심 구조를 의료 공급자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는 밀실 야합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보험가입자포럼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17일과 18일 기자회견 등을 열어 '제2차 의정 협의 결과'를 일제히 비판했다.
"선진국도 10년 걸린 원격 진료 효과, 6개월 만에 검증?"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의 핵심은 의협 지도부가 '의료 영리화'를 사실상 수용하는 협의 결과를 내놨다는 것이다. 우선 의협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의료 입법을 수용했다. 오는 4월부터 6개월간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원격 진료를 허용하는 입법 자체는 반대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는 17일 논평을 통해 "새로운 시범 사업을 통한 국회 입법 추진은 의협과 합의했다는 명분을 정부에 더해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의협은 입법을 하기 전에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하는 시범 사업을 먼저 하자고 주장했고, 정부는 입법 과정에서 시범 사업을 하자고 주장했다. 인의협은 "원격 의료 입법 여부를 결정하는 시범 사업이었다면, '시범 사업 후 그 결과에 따른 원격 의료 추진 여부 재검토'라는 문구가 협의문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6개월간의 시범 사업만으로 원격 진료의 안전성, 효과성, 경제성이 밝혀진다는 의협 지도부의 주장에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산업통상자원부가 355억 원을 들여 3년간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을 벌였으나,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한 탓이다. 이상윤 인의협 기획국장은 18일 "선진국에서는 이미 10여 년에 걸쳐 원격 진료에 대한 시범 사업과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안전성·효과성·경제성이 검증 안 돼 아직도 논란 중이고 정확한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리 자회사도 '문제점 개선'만 하고 사실상 묵인"
의협 집행부는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와 병원 간 인수합병 허용, 신의료기술 허가 간소화, 병원 부대 사업 대폭 확대 등을 뼈대로 하는 '투자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도 사실상 묵인했다.
애초 의협은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의료 부분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최종 의정 협의 결과에는 "영리 자법인 설립 시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내용만 들어갔다. 영리 자회사 허용은 수용하되, 문제점을 일부 개선하는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영리자회사 허용은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한 의료기관 전체를 사실상 영리병원으로 바꾸는 행위"라며 "정부는 (병원을 비영리로 운영한다는) 의료법의 근본 취지를 바꾸는 정책을 법 개정 없이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하겠다고 하고, 의협은 이를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의료 영리화 내주고 공급자 중심의 건정심 개편?"
'의료 영리화'를 수용한 의협은 정부로부터 건정심 구조 개편과 수가 결정 기구인 '조정소위원회' 구성을 얻어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의협이 의료 영리화를 저지한다는 대의로 집단 휴진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국민 이익에 반하는 수가 인상 구조를 법 제도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관철하는 데 장애물이 되는 의협의 반대를 제거하는 대가로 국민의 이익을 팔았다"며 "공공 의료를 강화해야 하는 책임을 방기하고, 의료 공급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거래를 한 반사회적인 합의를 했다"고 비판했다.
건정심 위원은 건강보험 가입자 위원 8명(경총·민주노총·한국노총·지역가입자 등), 의료 공급자 위원 8명(의협·병협·치협·한의사협 등), 정부 대표인 공익위원 8명(복지부·기획재정부·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4명 및 장관 위촉 교수·연구원 4명) 등 24명으로 구성된다.
의정은 공익위원 8명 가운데 정부가 추천하는 4명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같은 수로 추천하도록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기로 한 협의 결과를 내놨다. 또 수가 협상이 깨질 경우 건정심으로 넘어가기 전에 가입자·공급자가 참여하는 '조정소위원회'를 통해 논의하는 장치를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이찬진 위원장은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 가입자 위원 8명 중에 경총 등 사용자 단체 2명과 자영업자 단체 1명이 들어간 탓에 건정심은 지금도 국민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공익위원 2명이 공급자 쪽으로 가면 국민은 건강보험 결정 구조에서 쫓겨난다"고 주장했다.
수가를 결정하는 중립적 조정소위원회에 대해서 이 위원장은 "정부를 배제하고 가입자와 공급자로 구성된 수가 결정 구조를 제도화하겠다는 합의"라며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추천하는 위원 2명 정도 들어가고 나머지는 비전문적 구성원이 들어가면, 공급자가 지배하는 수가 구조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법을 제정할 때 국민적 합의로 만든 거버넌스의 법칙을 의정 합의만으로 무너뜨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건정심 구조 개편을 의사단체와 정부가 합의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628670.html
의사들 ‘수가협상권 강화’ 얻고, 정부는 ‘영리 자회사 허용’ 챙겨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2014.03.17 20:39)
제2차 의협-정부 협의 내용
원격의료·영리 자회사 추진 담은 의료법 개정안 조만간 국회 제출
건보수가 결정 의료계 입김 키워, 전공의 수련시간도 줄이기로
시민단체선 “반대 투쟁 계속”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17일 발표한 ‘제2차 의-정 협의결과’를 두고 그동안 집단휴진까지 내걸고 투쟁해 온 의사협회의 강경한 태도에 비춰볼 때 ‘명분없는 후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리 자회사 허용과 원격의료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의사협회와 시민단체 등이 여러차례에 걸쳐 지적한 점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대신 의사협회는 건강보험 수가 조정 등 의료 관련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입김이 잘 반영되는 구조를 따냈다. 관련 시민단체들이 이번 합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의료 영리화 반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근거다.
■ 원격의료 등 의료 영리화 정책은 허용 이번 합의 내용을 보면, 정부는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시범사업을 다음달부터 6달 동안 의사협회와 공동으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범사업 결과와 관계없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정 대화를 위해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잠시 미룬 것이다. 조만간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돼 입법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시범사업에서 나오는 문제점 등은 입법 과정에서 반영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범사업은 혹시 모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지, 원격의료의 시행 여부와는 상관없다는 설명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시범사업 결과가 나온 뒤 문제점을 살펴보고 허용 법안을 국회에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뀌어 허용 법안은 국회에 올리고 시범사업을 병행하겠다는 것은 원격의료의 허용을 위한 시간벌기용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의료 영리화의 핵심 쟁점인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과 관련한 문제도 몇가지 조건만 달렸을 뿐 그 자체는 계속 추진된다. 양쪽은 병원에서 생긴 진료 수익이 병원의 영리 자회사로 유출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합의문에는) 병원이 영리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에는 어떠한 반대로 없어 결국 이를 찬성한 것이다. 게다가 논의 기구에 그동안 영리 자회사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던 병원협회가 참여한 것으로 봐 진료 수익의 편법 유출 등과 같은 문제점이 개선될지도 미지수”라고 비판했다.
■ 의사 입김 강화한 건강보험제도 따내 이번 협의결과에는 건강보험 구조를 개편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건강보험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위)의 위원 구성에서 의료계가 더 많은 발언권을 갖도록 했다. 현재는 의료 공급자 대표와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 공익 대표 8명씩 모두 24명으로 검정심의위를 꾸리되 공익 대표자는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2명과 건보공단 쪽 2명, 정부 추천인사 4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합의안은 공익 대표자를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 공급자가 반반씩 추천키로 했다.
아울러 의사협회와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수가 협상을 하다 결렬되면 현재는 건정심의위가 수가를 결정하지만, 앞으로는 건강보험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조정소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키로 했다. 이번 합의 내용에 의사들이 요구해 온 수가 인상이 직접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의사협회가 정부와의 수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장치들은 반영된 셈이다. 또 구급차 탑승 의사가 건강보험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내용도 합의됐다.
24일 집단휴진 성사의 관건인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 개선 내용도 대거 포함됐다. 현재 88시간에 이르는 주당 수련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평가가 좋지 않은 수련의를 유급시키는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624779.html
의협, 의료 영리화 수용 움직임 반대 속내는 ‘수가 인상’이었나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2014.02.18 20:31)
정부와 투자활성화 논의 결과
원격의료·자회사 조건부 수용
수가체계 개선키로 합의 밝혀
보건단체들 “밀실 합의” 비판
의협회장은 “반대” 갈등 조짐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등 의료 영리화 정책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내걸고 정부와 대립해온 의사협회가 이들 사안을 대체로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로 돌아섰다. 관련 단체들은 의사협회가 사실상 정부의 영리화 정책을 묵인하는 대신 진료비(수가) 인상을 챙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7일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원격의료, 영리 자회사 허용 등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과 의료제도 개선 등에 대해 6차례에 걸쳐 논의한 결과를 발표했다.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과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등 협상단은 우선 원격의료와 관련해 의사가 환자의 혈압이나 혈당 수치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상담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원격의료가 현재의 대면진료를 대체하지는 않는다는 조건을 뒀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먼저 통과시키고 시범사업을 하자는 정부 안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리화 정책의 다른 쟁점인 영리 자회사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병원의 진료 수익이 영리 자회사로 빠져 나가는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의사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으로 협의됐다. 대신 의료서비스가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의료기관의 외국 진출 및 외국 환자 유치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는 한편, 영리 자회사 도입으로 의료비가 폭등한다는 지적은 ‘왜곡된 의료 민영화 논란’이라며 공동의 우려를 표명키로 했다.
지난달 이들 정책을 반대하며 집단휴업까지 결의한 의사협회의 태도가 협의회를 거치는 동안 상당히 완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양쪽은 또 의사들이 받는 진료비 수입인 수가 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정책관은 “복지부와 의사협회가 이 협의를 통해 상호신뢰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안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등 노동·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어 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 추진을 사실상 묵인하는 대신 수가를 올리는 ‘주고받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의사협회는 협의문에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등에 대해 모호한 표현을 쓰면서 제대로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부 안에 대해 인정을 한 셈이다. 정부와 의사협회의 밀실합의로 규정할 수 있다. 시민단체는 의료비 폭등을 가져올 의료 영리화 정책을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격의료나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 등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해 강력 반대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의사협회는 전회원 투표를 통해 총파업 돌입에 대한 찬반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부와의 협상단과 의협 집행부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임에 따라 의사협회 내부의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190600065&code=940601
의협, 이면합의 숨긴 채 집단휴진했다 (경향, 송윤경·강진구 기자, 2014-03-19 06:00:01)
ㆍ의료수가 협의체, 의사 몫 늘리기로 2월에 정부와 약속
ㆍ건정심 구조 개편 5 대 5 구성… 비대위 2월 회의록 단독 입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영리화 저지 등을 내걸고 집단휴진에 나서기 전부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성을 가입자·공급자 동수로 하기로 정부와 이면합의가 돼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지난 2월17일 작성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시·도의사회장단 회의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1차 협상단의 의협 측 간사를 맡았던 이용진 부회장은 회의 석상에서 “건정심 공익위원 구성을 5 대 5로 하기로 한 부분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합의를 했지만 협상 결과를 공개하지 못함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수가(의료행위 가격) 결정 과정이 의사들에게 유리해지도록 건정심 위원의 구성을 개편하기로 정부로부터 약속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 회의록이 작성된 다음날인 2월18일 발표된 의·정 간 1차 협상 결과에는 ‘건정심 공익위원 의·정 간 동수(5 대 5) 추천’이 명시되지 않은 채 공개됐다. 의협은 이후 회원 총투표를 통해 ‘(원격진료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를 국회에서 논의키로’ 한 협의 결과 등에 반대하면서 3월10일 1차 집단휴진을 감행했다.
집단휴진 당시 의협이 내건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명분에 공감했던 보건의료노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보건의료계열 시민단체들은 ‘대정부 투쟁’에 힘을 보태는 지지 성명을 냈다.
‘하루 집단휴진’ 이후 진행된 의·정 간 2차 협상 결과에서 의협은 건정심의 동수 구성을 합의서에 명시했고 연내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기로 구체화했다. 반면 원격진료는 정부가 입법 추진 절차를 밟되 의협과 함께 6개월 시범사업을 진행해 입법에 반영키로 했고, 영리자회사는 “우려되는 문제점”을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어 정부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수준에서 절충했다. 집단휴진의 이유로 앞세웠던 원격진료와 영리자회사 문제는 추후 논의키로 하거나 일부 수용한 반면 건정심 구조 개편은 ‘확약’을 받아낸 것이다.
건정심은 수가와 건보료 인상률 등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로 위원장(복지부 차관) 외에 의협·병원협회·치의사협회 등 공급자(의료계) 측 8명, 경총과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가입자 측 8명, 정부·교수 등 공익위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익위원 8인 가운데 4인 추천권을 가져가면 의료계는 전체의 절반인 총 12인 몫을 얻게 된다. 1차 협상 당시 정부 측 간사를 맡은 복지부 성창현 일차의료개선팀장은 “협상 과정을 모두 알고 있으며 (구두 이면합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190600045&code=940601
[의·정 이면합의 파장]1차 협의 때 구두합의, 2차 때 서면화… 의협, 실리 챙기려 휴진했나 (경향, 송윤경 기자, 2014-03-19 06:00:01)
ㆍ건보료·수가 결정 기구에 국민 소외시킨 타협
ㆍ보건의료 현안 뒷전… 의협 숙원 사업부터 챙겨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건강보험료와 수가(의료행위의 가격)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를 의료계에 유리하게 바꾸기로 이미 2월에 구두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정 간 ‘밀실협상’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공개된 2차 의·정 협의결과에서는 건정심의 인적 구성을 현재 ‘공급자(의료계)·공익위원·가입자’의 3자 구도에서 ‘공급자·가입자 동수’의 양자 구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합의사항이 실제로는 1차 협상에서 구두합의됐고 2차 협상에서는 ‘서면화’로 진전된 사실이 포착됐다. 의료계가 먼저 ‘실리’를 챙기고 3000만명의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민감해할 건정심 구조개편 문제는 밀봉한 채 1차 집단휴진(3월10일)과 2차 의·정 협의를 진행한 것이다.
의료영리화·원격진료 철회 목소리를 거둬들인 의협에 대한 역풍이 더 커지고, 건정심 논의 없이 의료계에 선뜻 ‘선물’부터 던져준 정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건정심 구조 개편은 의협의 ‘숙원사업’으로까지 지칭된다. 건정심은 건보 수가와 보험료 인상률 등 건보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의료계와 매달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이 이해당사자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변혜진 기획실장은 “오랜 기간 보험료와 수가를 결정하는 구조가 제대로 서 있지 않다가 김대중 정부 당시 건정심의 8:8:8 구조, 즉 근로자·사용자를 의미하는 가입자 8인·의료계 공급자 8인·공익대표 8인의 구조가 만들어졌다”면서 “특히 공익대표 8인은 시민사회에서 ‘가입자 대표 쪽에 이미 경총 등 사용자들이 포함돼 있으니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해서 포함된 몫”이라고 말했다.
건정심의 공익대표 8인은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1명씩을 채웠고 나머지 4인은 학계에서 맡아왔다. 그간 의협은 공익대표의 나머지 4인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사실상 건정심 의결에서 정부 입김이 너무 강하다고 불만을 가져왔다. 그 연장선에서 공익대표를 의협과 정부가 동수로 추천해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번에 이를 관철시켰다. ‘8:8:8’구조에서 의료계(공급자)의 몫은 12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변 실장은 “안 그래도 시민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 게 건정심 논의였다”면서 “의협과 정부가 건정심 구조개편을 위해 국민건강보호법을 연내 개정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시민단체들도 시민 의견이 더 잘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대항적 성격의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의협과 약속한 대로 건정심 개편을 위한 입법절차에 돌입할 경우 시민단체들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영리화·원격진료 문제는 뒤로 유보해놓고 의료계에 유리한 수가·건보제도 문제만 밀실에서 먼저 흥정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판이다. 저수가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했던 복지단체들조차 밀실협상 방식에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건정심 구조개편은 국민과 함께 논의할 문제이지 의·정 간 논의로 해결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190600055&code=940601
[의·정 이면합의 파장]“건보료 인상·의료비 폭등 이어질 야합” (경향, 최희진·송윤경 기자, 2014-03-19 06:00:01)
ㆍ시민사회·노동계 반발
ㆍ“원격진료·영리 자법인도 사실상 입법 허용한 것”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2차 의·정 협의안을 두고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혹평과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의협이 ‘사실상 건강보험 수가(의료행위의 가격) 인상만 문서로 챙긴 것’이라는 역풍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8일 서울 자하문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정부 의료민영화 정책의 법률적·내용적 문제점과 시민이 배제된 2차 의·정협의를 분석·비판’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정책,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편 등 의·정 협의안에 명시된 항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건강보험제도에는 보험자(정부·건보공단)와 가입자(국민), 공급자(의사)라는 세 주체가 있다”며 “(보험자 공익대표 몫 절반을 의료계에 줘 공급자·가입자를 동수로 구성키로 한) 2차 의·정 협의는 정부와 의사가 건보제도 개선 방향을 합의하면서 국민을 소외시킨 밀실 타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밀실 타협의 결과로) 단순히 건보의 재정적 손실을 넘어 국민건강권에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측이 ‘수가 인상’을 협의안에 명시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수가 인상을 위한 정지작업을 해놓았다고 보는 것이다. 수가 인상은 곧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소비자를위한시민모임 등으로 이뤄진 건강보험가입자포럼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 보험료와 의료비 폭등으로 이어질 정부와 의협의 ‘야합’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전문성과 정보에 취약한 가입자의 영향력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의료계의 요구대로 수가 인상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의·정 간 ‘원격진료 시범사업 6개월 시행 합의’도 입법 허용과 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2차 의·정 협의결과 발표 후 “입법 여부에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 입법 타당성을 무산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실장은 “의·정은 시범사업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했다”면서 “입법에 반영한다는 것은 입법 철회나 추진 재논의와 다르며 되레 이 시범사업이 원격진료 허용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6개월간의 시범사업으로는 원격진료의 효과·경제성·안전성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며 협의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병원 영리 자법인 설립 시 문제점 개선을 위한 논의기구 마련’도 영리 자법인 설립을 기정사실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변 실장은 “논의기구에 영리 자법인 허용을 찬성하는 대한병원협회까지 참여하게 됐다”며 “자법인 허용 규제가 더 완화돼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2차 의·정 합의는 원격의료를 허용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의협,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가 참가하는 논의기구를 만들겠다고 합의했지만 사실상 의료공급자단체만 포함했을 뿐 국민을 대표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나 의료소비자단체는 전면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192227175&code=940601
[단독]경향신문, 의협 회의록 입수 “의협 내부 공격·분열로 정부정책 반대하다 후퇴” (경향, 최희진 기자, 2014-03-19 22:27:17)
ㆍ시·도회장 등 협회장 압박… 협의방향 두고 갈등 일으켜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가 ‘의료민영화 반대’를 놓고 냉온탕을 오가며 “정부정책 철회” 목소리를 거둔 데는 의협 내부의 공격과 분열이 크게 작용한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 1차 대정부 협상단에 들어간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은 ‘좌파 프레임에 끌려간다’며 노환규 의협 회장을 비난·압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향신문이 19일 입수한 의협 내 ‘워크숍 의료민영화 관련 정리 서면’ 문건(사진)을 보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15~16일 워크숍을 열고 ‘의료민영화’ 주제로 1시간 가까이 논의했다. 당시 서울 여의도에서는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궐기대회’가 열리면서 의협의 원격의료·의료영리화 반대 집단행동이 점화되던 시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임수흠 비대위 부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은 “의료민영화에 대한 빠른 정리를 하지 않으면 회원들의 이탈이 우려된다”며 “국민들의 지지는 이즈음에서 끝내고 회원들의 결속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회장의 의료민영화 반대 노선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만 의협 회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 부위원장은 지난 1~2월 1차 의·정 협의에서 의협 측 협상단장을 맡았다.
곧이어 신해철 강원도의사회장은 “(임수흠) 부위원장 말씀에 동의한다”며 “이 프레임을 수가 현실화의 프레임으로 바꿔야 한다”고 가세했다. 회의에서 1차 협상단원인 이원표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은 “보건의료노조(와의 연대), 의료민영화가 이슈가 되면서 좌파 프레임에 딸려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고,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우리는 시민사회가 말하는 의료민영화 (반대 운동에) 반대한다”고 의협의 입장 정리를 요구했다. 노 회장은 이에 대해 “회원들에게는 우리 입장을 정확히 알리고 대외적으로는 (의료민영화 반대를) 더 이상 언급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 후 노 회장은 지난달 18일 발표된 1차 의·정 협의결과에 대해 반대 뜻을 밝히며 회원 총투표를 거쳐 지난 10일 의료영리화·원격진료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휴진을 실시했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의협이 진보단체에 편승했다’며 중도보수 성향 의사들이 만든 단체 ‘대한평의사회’가 발족해 의협 지도부를 압박하며 내홍을 겪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192227445&code=940601
[단독]의협 “건정심 동수구성 접근” 구두합의 정황 (경향, 송윤경 기자, 2014-03-19 22:27:44)
ㆍ“이면합의 없었다”는 의협, 1차 집단휴진 전인 2월17일 회의 영상 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0일 1차 집단휴진에 나서기 전에 이른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공익위원 동수 추천’에 대해 구두합의에는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정부와의 협의 결과를 ‘약속어음’으로 지칭한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의협 측 1차 협상단장)의 발언이 상징적이다.
건강보험료 인상률과 수가(의료행위의 가격) 등을 심의·의결하는 건정심 위원 구성을 의사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이미 2월부터 의·정 간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경향신문 보도(3월19일자 1·3면)에 대해 의협은 19일 “허위 보도”라고 밝혔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이날 낮 페이스북에 “그들의 주장과 달리 2월17일 회의록에도 없고 녹취록에도 없다”면서 해당 회의록에서 ‘건정심’이 언급된 대목을 올렸다. 그는 “가능하면 공익위원을 양쪽에서 동등하게 추천하는 방안으로 접근을 보고 있음. 공익위원 8명 중에 정부 추천은 4명인데 이에 대해서 의협과 상의하기로 함” 등이 녹취록에 담긴 건정심 언급 내용이라고 소개하고, “That’s all(이것이 전부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노 회장의 부인 발언 후 의협의 ‘2월17일 비대위 시·도위원장단 회의’ 녹화영상을 직접 확인한 결과, 이원표 협상위원(1차 협상단)은 협의결과를 보고하면서 “건정심 구성 문제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에서 구조개선을 논의키로 합의했고 명수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서 대구광역시의사회장이 “건정심 비율을 질의”하자 협상단장이었던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은 “가능하면 공익위원을 양쪽에서 동등하게 추천하는 방안으로 접근을 보고 있음”이라고 말했다.
회의에서 노 회장은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문서화되지 않은 이면합의는 실효성 없다”고 말했다. 맥락상 ‘건정심의 공익위원 의·정 간 구성’은 경향신문이 지칭한 ‘구두합의’에 해당하고, 합의문서에 담지 않는 과정은 ‘이면합의’ 해석을 낳고 있다.
의협은 “이용진 위원이 ‘공익위원 구성을 5 대 5로 하기로 한 부분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합의를 했지만 협상결과를 공개하지 못함을 이해해달라’는 표현이 잘못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으나 오히려 녹화영상에서는 또 다른 협상위원과 협상단장 발언으로 ‘구두합의’까지 진행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의협 측 관계자는 “공익위원 동수 구성이 1차 때 개런티(보장)됐었다면 여기까지 왔겠느냐”며 집단휴진과 2차 협의를 통해 이 문제가 문서화된 것이라고 했다.
1차 협상단장을 맡았던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은 <“수가 인상 위해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정부 입장 수용” 폭로>라는 기사(경향신문 2월21일자 16면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에서 반론 문제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노 회장은) 1차 협의안이 약속어음이었기 때문에 반대하고 현찰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이면합의도 없었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아무리 협상단이 의사 대중을 일부러 속이려고 하지 않은 다음에야, 정부로부터 어떠한 언질도 없었다면 ‘접근을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이라는 의혹은 여전하다.
노환규 회장은 이날 ‘건강보험 가입자인 시민을 배제한 채 밀실협상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번 협의결과는 (건강보험료, 수가, 보장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건정심에서 정부 등 보험자의 지위를 약화시키고 가입자(근로자와 사용자 등)와 공급자(의료계)의 균형 있는 심의를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받아낸 것”이라면서 “왜 뒷거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629208.html
의협, 집단휴진 미뤘지만…건정심의위 구성 싸고 벌써 갈등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2014.03.20 20:26)
대한의사협회가 회원 투표로 정부와의 협의안을 수용하고 24일부터 나설 예정이던 집단휴진을 접기로 했다. ‘2차 의-정 협의’에서 원격의료와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 등 ‘의료 영리화’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의사한테 유리한 건강보험수가 조정의 발판만 마련했다는 비판을 받은 의사협회의 ‘제 잇속 챙기기’에 대한 비판이 확대되고 있다.
의사협회는 20일 ‘2차 의-정 협의안’을 두고 전체 회원을 상대로 투표를 벌인 결과 협의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사협회 회원 4만1226명이 참가한 이번 투표에서 협의안 수용 찬성이 2만5628표(62.16%), 반대가 1만5598표(37.84%) 나왔다. 의사협회는 2차 집단휴진을 철회하는 요건인 ‘투표 인원 과반수 찬성’을 충족해 24일부터 엿새로 예정한 휴진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이날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휴진으로) 의료 공백 사태를 염려했을 국민들한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려는 의사들의 노력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이번 투표 결과는 (집단휴진 투쟁의) 철회가 아니라 유보다. 국민에게 위해가 되는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고 나간다면 의사협회는 언제든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원 62% “의-정 협의안 수용”
“휴진 철회 아닌 유보” 밝혔지만
“의료 영리화는 막지 못하고 수가인상 카드만 챙겨” 비판 직면
건정심의위 구성 갈등 예고
건보수가 등 결정 최고의결기구
위원 추천권 놓고 입씨름 벌여
보건의료단체 “의협-정부 야합”
하지만 이날 통과한 ‘2차 의-정 협의안’은 그동안 의사협회가 ‘의료 대란’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투쟁의 명분으로 삼아온 의료 영리화는 사실상 막지 못하고 의사의 이익만 챙긴 것이라는 비판이 강해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대목은 건강보험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위)의 위원 구성 방식이다. 건정심의위는 건강보험료 인상률, 병원이 받아 가는 의료서비스 가격(수가), 보험 적용 범위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권한을 갖고 있다.
정부와 의사협회가 건정심의위 구성과 관련해 합의한 내용 가운데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같은 수로 추천해 구성’한다는 부분이 핵심 쟁점이다. 의사협회는 공익위원 전부를 양쪽이 같은 수로 추천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쪽 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국민건강보험공단 쪽 2명, 정부 추천 인사 4명)을 반분하기로 했다고 반박한다.
건정심의위는 의료계 단체와 가입자 단체, 공익위원 8명씩 모두 24명으로 구성되는데, 그동안에는 의료계 단체와 가입자 단체의 의견이 맞부딪칠 때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결정권을 행사해왔다.
양쪽의 갈등이 지속되자 의사협회는 이날 정부 쪽의 해명을 요구하며 투표 결과 발표를 뒤로 미루기도 했다. 이에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건정심의위 구성과 관련해 공익위원 범위와 수, 선정 절차 등에 대해 오해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며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해 정할 것”이라는 방침을 긴급하게 내놨다. 일단 정부가 한발 물러선 셈이다.
보건의료 관련 노동·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의사협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가 모인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정심의위의 구성을 두고 의사협회와 정부가 야합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의사 파업이라는 정치적 공세에 끌려 야합을 주도한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계와 수가 계약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내어 “의사협회 집행부의 편협한 협상을 현장 의사들이 바로잡아야 한다. 인술이 아닌 상술의 길을 선택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