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원 3주년을 맞은 부산 중구 동광동 백년어서원에서 김수우 시인이 성과와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운영자 김수우 시인 "자기 성찰로 이어지려면 독서·글쓰기·사유 결합해야" - 서평 공모전도 열 계획
부산 중구 동광동 인문학 공간 '백년어서원'이 4일로 개원 3주년을 맞았다. 백년어서원은 대학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열며 부산지역 인문학 운동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고전학자 정천구의 '좌충우돌 맹자 읽기' 및 '백운거사 이규보 난세에 붓을 세우다', 김문기 박사의 '널뛰는 기후, 춤추는 역사' 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 김백준 최용석 김지곤 등 7명의 영화감독이 진행하는 '부산 독립 영화, 현재를 말하다' 강좌를 마쳤으며 오는 21일부터 강정화 화가의 '현대미술 위를 걷다' 강좌가 이어진다.
백년어서원을 이끌고 있는 김수우 시인은 "북카페 형태의 이곳에서 강좌를 꾸준히 마련하다 보니 인문학의 결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원도심 문화창작공간인 '또따또가'를 찾는 관광객이나 문화정책 입안자들이 백년어서원을 방문할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운 중구, 동구 원도심보다 해운대나 금정구 같은 잘 사는 지역의 시민들이 강좌를 들으러 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최근 인문학 강좌 붐에 따른 부작용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독서와 사유, 글쓰기를 통합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몇 년 사이 도서관마다 인문학 강좌가 유행처럼 열리고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서 강의만 듣다 보니 마치 다 아는 양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졌죠. 인문학이 지향하는 자기 삶에 대한 성찰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알맹이가 빠진 채 지적 호기심만 채워주고 있어요."
김 시인은 "인문학이 자기 성찰로 이어지려면 독서를 바탕으로 글쓰기와 사유를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시인은 이를 위해 인문학 서적을 선정해 서평을 쓰는 서평 공모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백년어서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다음 달 8일까지 편지 쓰기 공모전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사랑하는 사람, 고마운 이, 용서하고 싶은 이, 잊혀진 이는 물론 옛 선인, 풀꽃과 나무에게 편지를 쓰면 된다.
백년어서원은 지난해 9월 운영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이 소식을 접한 60여 명의 부산 시민이 매달 3만 원씩 후원하는 '가리여울(물고기가 알을 낳는 여울)' 회원으로 나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가리여울 회원은 스스로 自(자), 홀로 獨(독), 서로 相(상) 같은 100개의 나무로 만든 물고기를 분양받아 생활 속에서 그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백년어서원은 개원 3주년을 기념해 오는 7일 오후 3시 부산 중구 대청동 가톨릭센터 대강당에서 강신주 철학박사를 초청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제로 특강을 연다. (051)465-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