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에서 '장보고의 호령소리' 들을까
보성 녹차밭, 그 아름다움에 반해
▲완도 해신 촬영지에는 선박 1척이 외로이 바다를 지키고 있다.
따뜻한 남쪽 도시 ‘완도’의 한자 표기는 빙그레 웃을 완(莞)자에 섬 도(島)자를 쓴다. 이름만으로도 포근한 감정이 도는 고향 같은 도시 완도를 찾았다.
예전에는 ‘완도’하면 ‘김’을 떠올렸으나, 드라마 ‘해신’ 촬영지가 되면서부터 김은 쏙 들어가고 해신이 쑥 표면위로 올라섰다.
완도의 한적한 도로는 깨끗하다 못해 서원한 기운이 돌아 따뜻한 남쪽 바다의 이미지와 대조를 이룬다. 1200여년 전의 청해진을 재현한 ‘청해포구 마을’ 소세포, 이곳에 마련된 16,000여 평의 촬영장엔 부두와 선박 1척이 외지인을 따사롭게 맞이했다. 영화촬영지가 다 그렇듯 이곳 역시 인공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연기와 관련된 곳이라 생각하고 드라마 속 인물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펴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재미있는 것은 객관·저잣거리·군영 막사·망루 등 건물 42동이 완공돼 있는데, 곳곳마다 드라마 한 장면 장면을 연상시키는 문구가 놓여있다.
▲이곳에서는 해신 장보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염장이 최후를 맞이한 장소”, “정화아가씨가 미소를 짓는 장소” 등 드라마는 끝났어도 퍼즐 맞추듯 장면의 특징적 요소를 기가 막히게 배치시켜 놓았다.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 완도에는 두 가지 드라이브 방법이 있다. 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삼거리에서 직진, 완도 해안도로를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신라방~청해진 유적지~완도항~구계등 몽돌해안~어촌민속박물관~소세포 해신 촬영장~완도수목원 순서로 들르면 훌륭한 선택!
한 점 섬 주위에 점점이 늘어선 섬들은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완도항에서 뱃길로 45분이면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인 청산도, 또 1시간 정도면 ‘어부사시사’의 고산 윤선도가 머물렀던 보길도로 갈 수 있다.
해신(海神) 장보고의 섬 완도, 통일신라시대 장보고가 중국·일본과 서남아시아를 잇는 동아시아 해상권을 장악한 본거지였던 청해진이 바로 완도에 있으며, 장보고의 고향이기도 하다. 드라마 ‘해신’ 촬영지 유치로 성공신화를 창조해낸 완도는 ‘해상왕 장보고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해양문화 관광지로 발돋움을 꾀하고 있다.
▲곡선을 이루고 있는 차밭 중간에 쭉쭉 뻗은 삼나무가 인상적이다.
완도에서 보성으로 가는 길이 아름답게 죽 뻗어 있다. 보성 차밭에 다다랐을 때 넓은 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름이 나 있고 특히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도시는 사람들의 행렬로 인해 북적댄다. 보성은 항상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또 떠나보내기를 반복하는 고장이다.
보성 차밭에 도착해 기분 좋은 삼나무 길을 거닐었다. 사람들의 행렬로 걷다가 툭툭 부딪치기도 하지만 삼나무 길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산허리를 휘감는 부드러운 녹색 곡선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삼나무길. 그리고 다시 녹차밭은 한폭 그림으로 비유할 만큼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보성은 국내 최대 차 생산지로 전국 차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차나무 재배가 활발하다. 주로 보성읍에서 회천면(會泉面)에 걸쳐 대규모 단지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보통 이 일대의 재배단지를 가리켜 ‘보성다원’이라 일컫는다.
이곳 차밭은 CF에서나 드라마,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해 낯설지 않은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초록빛 진한 유혹을 뿌리치며 보성을 나서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고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