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9월24일(토)
산행장소: 북한산(북한산성)
산행 코스:북한산성 매표소~위문~백운대~도선사~우이동
쾌청한 날씨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산행이 시작되었다.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숲속을 벗어나자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인수봉(810.5m)이 눈앞에 나타난다. 암벽을 타는 산악인들이 루트마다 달라붙어 있다. 로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까마득한 바위절벽을 오르는 산악인들을 바라보노라니 그저 부러울 뿐이다. 저들은 암벽을 올라 바위봉우리 정상에 서서 결코 내가 볼 수 없는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저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암벽을 오르는 것일까?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절벽을 올라 마침내 정상에 섰을 때의 그 성취감,희열을 위해서일까? 그건 어쩌면 끝없는 도전이 아닐까? 도전정신이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한동안 암릉길을 오른 끝에 마침내 백운대 정상에 선다. 백운대도 인수봉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통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다. 정상에 게양된 커다란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백운대 정상은 등산객를로 발을 디딜 틈도 없다
백운대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남쪽으로는 바로 앞에 만경대와 노적봉이 손에 잡힐 듯 하고, 그 너머로 보현봉, 문수봉, 나한봉, 나월봉이 나란히 앉아 있다. 산아래 자락으로는 서울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서쪽으로 염초봉과 원효봉 너머로 서해바다가 보인다는데 오늘은 해무탓인지 보이지 않는다. 또 북쪽으로는 개성의 송악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또 백운대 북쪽의 인수봉 뒤로는 다섯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오봉과 그 오른쪽으로 자운봉과 만장봉, 선인봉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북한산(836.5m)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세가 웅장한 산이다.
백운대를 떠나 하산길에 오른다. 암반을 깎아서 만든 돌계단길에는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위문에 서서 깎아지른 듯 한 협곡을 내려다 본다. 험준한 암봉, 암릉, 바위절벽으로 둘러싸인 이 일대의 협곡은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나라에 큰 변란이 있을 때 왕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곳에 산성을 쌓았던 것이다. 북한산성은 한양을 직접 방어하기 위해서 만든 도성이 아니다. 유사시 왕이 도성에 있는 왕궁을 버리고 피난하는 행궁(行宮)을 지키기 위해서 만든 성이 바로 이 북한산성이다.
산을 내려오다가 그 무엇인가 아쉬움이 가슴속에 남아 있어 인수봉과 백운대를 다시 뒤돌아 본다. 그리고는 한참동안 말없이 인수봉을 바라다 본다. 그리고는 하루재를 넘어 산을 내려왔다.
그 아쉬움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