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박 3일의 수련회를 마치고 온 날이었습니다.
몇 시간의 낮잠을 자고나서,
비몽사몽간에 저녁도 대충 때우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 몸으로 연극을 보러 간다는건 정말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ㅂ=
전 간신히 늦지는 않았습니다만, 근정이랑 민주는 버스를 잘못 타서 좀 늦었다고 하네요.
저흰 그날 정말 피곤했었거든요 @.@
표는 청암고생들이 팔고 있었습니다.
"어느 학교에서 오셨어요?" 라고 묻길래 무심코 "순천여고 연극부인데요" 라고 저의 정체를 말해버리고 말았어요..ㅠ
쳇, 저는 오천원 냈어요. 근정이는 삼천원 냈다는데..
중학교에서 연극 보는걸 수행평가로 내줬는지 학생들이 바글바글 하더군요.
정말 분위기 안 좋았어요.
ㅡ,.ㅡ
대본도 읽어보고 저번에 근정이랑 연습하는걸 한번 봐서 그런지, 처음 볼때의 떨림 같은건 없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옥희가 그런 패션으로 나올줄은 몰랐죠;;)
풍금소리는 탄광촌을 배경으로, 두 할머니의 기구한 인생사가 알려지고, 그동안 사이가 안 좋았던 두 할머니는 결국 눈물로써 화해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두 할머니의 인생사는 비단, 그 둘 만의 것이 아니겠지요.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민족 전체의 아픔일 것입니다. 누구나 일제의 만행에 의한 피해자인 것입니다.
감꽃 할머니는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풍금할머니만은 비열하게 피했다고 여겨 그를 미워하지만, 풍금 할머니도 역시 그 못지 않은 기구한 인생을 살았음이 밝혀집니다.
우리만한 나이에 끌려가 일본군에게 치욕스럽게 몸을 유린당한 감꽃 할머니도, 비록 위안부가 되는 수모는 피할 수 있었지만, 첫 남편은 징용에 끌려가 잃고, 둘째 남편은 해방후 월북하여 잇따라 잃은 풍금 할머니도 모두 시대의 희생자였습니다.
결국 늘 세상을 비판적으로만 바라보았던 감꽃 할머니도 풍금할머니의 손을 잡고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게 됩니다.
작가는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송연근선생님은 그 둘이 서로의 분신과도 같다고 하셨습니다.
감꽃 할머니는 일제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우리의 민족, 풍금할머니는 일제에 협력해 우리 민족을 배반했던 친일파(-_-?)를 대변하고(<- 요건 아닌것 같지만;;) 결국 그 어느쪽이든 마찬가지로 우리의 불행한 근대사의 희생자였다? 친일파든 독립군이든 결국은 우리 한민족이다.
=ㅂ=?
물론 이 두 할머니의 과거사뿐만 아니라, 탄광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현재 진행형으로 전개됩니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남편을 탄광에 묻은 윤희선생님(;;;;이름이 생각이 안나요!)
애인을 역시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로 잃은 옥희, 갱부로 일하다 한쪽 팔을 잃고 부인에게마저 버림받은 천덕이 이야기..
아 그러고 보면 이 이야기는 결국 시대에 의해 희생당한 우리 민족의 이야기인것 같군요.
그것이 과거이든 현재이든 간에요.
마지막에 그 두 할머니가 서로 화해하는 장면도 정말 감동적이었고,
극 중간중간에 나오는 주제가는 집에 돌아온 뒤에도 한참동안이나 귓가에 머물렀습니다.
1학년도 같이 가서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ㅂ-
다음에 또 이렇게 좋은 연극이 있으면 꼭 1,2학년 다같이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