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진성이란 무엇인가
핍진성(逼眞性)이란 사실주의 소설을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문학비평용어로 구조주의 이론가인 제라르 주네트의 Verisimilitude를 번역한 단어로, 실물감(lifelikeness), 즉 텍스트가 행위, 인물, 언어 및 그 밖의 요소들을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 용어는 때때로 리얼리즘과 동의어로 쓰인다. 하지만 보다 많은 경우 텍스트 외부의 현실에 대해서가 아니라 텍스트가 스스로 정립하거나 그 텍스트의 장르 안에 존재하는 현실에 대해서 얼마나 진실한가를 가리킨다. 바꿔 말해 초자연적 요소 내지 공상적 요소를 함유하고 있는 설화도 그 나름대로 정립한 현실에 합치되는 한 고도의 핍진성을 가질 수 있다.
개연성이 주로 플롯상의 그럴듯함을 가리킨다면, 핍진성은 서사의 여러측면에서 그 서사가 실제 현실과 흡사한 느낌을 주는 것을 뜻한다. 사실 개연성과 핍진성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개연성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플롯과 관련하여 널리 쓰인 개념이며, 핍진성은 제라르 쥬네트가 서사물에 요구되는 사실적인 신빙성을 지칭하게 위해 고안한 개념이다. 허구적 서사물은 일반적으로 그럴듯하고 또 있음직한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소설과 같은 허구적 서사물에서 리얼리티를 기대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서사습관이다.
핍진성은 실제 현실과의 일체감에서 비롯된다. 사실은 거짓말 같을 때 흥미롭고, 허구는 참말 같을 때 흥미롭다. 우리는 소설과 같은 허구적 서사물에서 리얼리티를 기대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서사습관이다. 핍진성은 실제 현실과의 일체감에서 비롯된다. 핍진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진짜처럼 믿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알렉스와 신애를 보며 사람들은 진짜 사귄다고 믿는다. 그런데 신애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 또한 정형돈 역시 태연과 같이 커플로 나오더니 얼마 뒤에 방송작가와 결혼 발표를 한다. 이게 핍진성이 높다는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역시 핍진성이 높을 뿐이지 시청자가 보는 모든 것은 실제가 아니다.
어쩌면 이 핍진성에 대해서 말장난이나 속임수로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핍진성이라는 개념은 피해갈수 없는 개념이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네오와 모피어스는 '진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때 모피어스는 "What is real? How do you define real?"(진짜가 무엇이냐? 어떻게 진짜를 정의할 수 있지?)라는 말을 한다. 이 부분을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같은 어려운 개념까지 가지고 와서 설명할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된다.
여기에 초콜릿이 있다고 가정하자. 우리가 아는 초콜릿은 달콤하다. 그런데 이 초콜릿은 짜고 거기다 청국장 냄새까지 난다. 그렇다면 이것은 초콜릿일까 아닐까? 감각체계의 혼란이 생기게 된다. 이제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판단하는 오감을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오감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을 규정하는 것이 점점 의미 없는 일이 되고 있다. 여기서 핍진성이 나오는 것이다. 진짜냐 가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관객들이 진짜라고 믿는가가 중요하다.
또 하나 '진실'과 '사실'의 차이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일이 있다. 이 일의 모든 것을 진실이라고 한다면 사실은 진실의 일부일 뿐이다. 왜냐하면 사실은 사람의 노력을 통해서 밝혀낸 것을 사실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간의 노력으로 할 수 없는, 즉 물리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은 절대 진실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사실은 어디까지나 진실에 가까워질 뿐이지 진실이 될 수 없으며, 행위자들 마다 제 나름대로의 사실들이 존재한다.
첫댓글 핍진성과 종교적 맏음은 과연 무엇일까. 김일성의 정치성은 과연 핍진성이론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가짜를 진실이라는 신뢰성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요. 정말로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