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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25
씬 1 바닷가, 낮.
영민, 미옥 같은 모양의 옷을 입고 모래로 집을 지으며 노는,
미 옥 : (크게 집을 지으며, 노래 부르는) 두껍아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반복해 부르다가, 영민을 보면)
영 민 : (웃음 짓고, 노래부르며, 작게 집을 짓는)
미 옥 : 영민씨, 집을 크게크게 지어야지, 왜 그렇게 작게 져?
영 민 : 미옥씨처럼 그렇게 욕심부리면서 크게 지으면 무너져요.
미 옥 : 으이, 진짜. 사람이 왜 저렇게 소심할까. 그러지 말고 크게크게 져요.
영 민 : 안된다니깐요.. 작게 져야 안무너져요. 자 봐봐요,
(하고, 모래에서 손을 빼는) 야 봐요, 안무너졌죠?
미 옥 : 자기 것만 안무너지나, 내 것두 안무너진다, 뭐. 자, 보시라.. (하고, 손을 빼는)
모래집 무너지는.
미 옥 : 어머, 어머, 어머 이게 뭐야?
영 민 : 거봐요, 내가 그렇게 욕심부리다 무너질줄 알았다. 왜 그렇게 몸집은 작은 사람이 욕심은 많은지.
그러게 첨부터 내 말 듣고 작게 만들면 이런 일 없잖아요.
미 옥 : 그만해요, 내가 뭐 이 집 지어서 나만 살라고 그랬나, 자기랑 살라고 그랬지.
생각해봐요, 자기같이 등치 큰 사람이 (턱으로 영민의 모래집을 가리키며)
그런 조그만 집에서 살 수 있나.
영 민 : (웃으며) 그건 그러네.
미 옥 : 에이, 다시 져야지, 근데 이번엔 지붕을 안만들어야겠다.
영 민 : 왜요?
미 옥 : (아무렇지 않게, 집을 지으며) 곰우리에 지붕 있는 거 봤어요.
영 민 : 에이, 또 곰이랜다!
미 옥 : (보며) 어머, 곰이 또 화났네.
영 민 : 끝까지 그러죠, 끝까지.
미 옥 : 으, 무서. 으, 무서. 으, 무서. (하고, 도망가고)
영 민 : 잡히기만 해봐라, 진짜. (하고, 미옥 쪽으로 뛰어가고)
미 옥 : (안잡히려고 도망가고)
시간경과.
미옥, 영민 손을 잡고 손에 신발을 들고 걸어가는.
두 사람 파도를 밟으려하고, 파도가 오면 다시 도망가고, 그렇게 파도와 즐겁게 장난치는.
씬 2 인철의 집 거실, 밤.
소파에 미수, 인철의 무릎에 누워있고,
인철, 앉아있는,
미 수 : 오늘 울언니 신부화장 하니까, 너무 이쁘지 않어?
인 철 : (제 생각에 빠져, 무심히 말하는) 너두 신부화장하고 드레스 입으면 이쁠텐데.
미 수 : (농담하는) 당근이지. 난 그냥도 이쁜데, 신부화장하면 아마 여러 남자 울걸. 내가 왜 저 여잘
놓쳤나 싶어서. (하고, 웃으며, 일어나 앉으며) 근데, 오늘 보니까, 난 진짜 결혼식 같은 건
생략하고 싶드라. 이건 결혼식을 하는 건지,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건지 모르게 정신이 없고.
너무 소모적인 거 같애. 자긴 어떻게 생각해?
인 철 : (안보고) 그렇지 뭐.
미 수 : 자기야, 우린 그냥 식 치르지 말고, 신고만 하고 살래?
인 철 : (보는)
미 수 : 농담 아니고 진짜로. 식구들 반대가 걱정은 되지만, 내가 또 우기면 져줄지도 모르니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 어때? 그냥 사는 거.
인 철 : (가만 보는)
미 수 : (인철을 가만 보다가) 대답해봐?
인 철 : (피하려는 마음에 물 마시는)
미 수 : (이상한) 장인철씨.
인 철 : (안보는) ...
미 수 : (인철을 보다가, 인철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서 자신을 보게 하며, 걱정스런)
자기 대체 요즘 무슨 생각하니?
인 철 : ...
미 수 : 나랑 같이 있어도 웃지도 않고, 얘기도 잘 안하려고 하고.. 이상해.
혹시.. 내가 싫어졌어? 질렸어?
인 철 : (보는)
미 수 : 말해봐봐. 왜 그래?
인 철 : (가라앉은, 어렵게 말 꺼내는) 미수야.
미 수 : 어.
인 철 : 너 나랑, 외국 나갈래?
미 수 : (왜 그런가 싶어, 걱정스레 물끄러미 보는)
인 철 : 싫어?
미 수 : 갑자기, 외국 나갈 생각이 왜 들어?
인 철 : (맘 아픈, 어색하게 웃으며, 미수 안보고) 그냥.... 서울이 갑자기.. 답답하고 싫어져서..
미 수 : (대수롭지 않게) 갑자기?
인 철 : (안보고) 어.
미 수 : (잠시 생각하다가, 달래듯) 갑자기 그런 거면 또 갑자기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더 생각해보자, 어?
인 철 : (미수 보면)
미 수 : (인철의 무릎에 누우며, 편하게) 사실 난 외국 생활 별로거든. 유학할 때 보니까, 난 그쪽 체질이
아니더라구. 음식도 안맞고, 사고방식도 별로안맞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다니는 회사가 좋아.
일두 마음에 들고, 사람들도 좋고... 외국 어딜 가든, 그런 일자리 못찾을 거 같애.
참 나 자기랑 결혼해두 일할 거다. 알지?
인 철 : (생각 많은)
미 수 : (옆에 있는 책보며, 편안하게) 만약 결혼해서 살림만 하라 그럼, 자기 나랑 전쟁날 테니까,
각오해. 이거 협박이다. 새겨들어. (하고, 콧노래 흥얼거리며 부르며, 책보는)
인 철 : (생각 많고)
두 사람 한 화면에 보이고.
씬 3 나이트 클럽 밖.
꽃사슴, 클럽 앞에 서서 생각하는,
인써트 - 회상.
결혼식장에서 재수와 가던 인철.
현실.
꽃사슴 : 이상하다, 내가 분명히 그 사람을 봤는데.. 어디서 봤드라.
그때, 돌돌이 오며,
돌돌이 : (웃으며) 형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해?
꽃사슴 : (어색하게 웃으며) 오거리에 손님 많냐?
돌돌이 : 별로. 근데 형 아까 뭐라고 혼잣말을 궁시렁궁시렁하고 있었어?
꽃사슴 : 그게 돌돌아, 내가 재수, 작은 매형 될 사람을 어디서 꼭 본 거 같다.
돌돌이 : (어이없이 웃으며) 형이 재수형 매형 될 사람을 어디서 봐? 노는 물이 다른데.
그 형은 잘 나가는 사람이라, 겁나게 큰 차 몰고 다니는데,
그런 사람을 형이 뭐 버스 안에서 봤을 거야, 지하철 안에서 봤을 거야, 안그래?
꽃사슴 : 그러게, 내가 그 사람을 볼 데가 없는데, 어디서 봤냐?
그때, 웨이터 한 명 술 취한 손님을 데리고 나오는,
웨이터, 손님 ‘괜찮으세요, 차 어딧어요? 택시 불러 드릴까요?’ 하는,
손님, ‘됐어, 됐어’ 하며 지갑을 꺼내는.
돌돌이 : (그 사람들 보며) 초저녁부터 완전 맛이 갔구만.
꽃사슴 : (술 취해서 웨이터랑 실랑이하는 손님보고, 뭔가 생각나는)
인써트 - 3부에서 인철이 술 먹고, 꽃사슴에게 팁을 주던.
현실.
꽃사슴 : (혼잣말처럼) 맞다, 그 사람이다.
돌돌이 : (꽃사슴 보는) ?
꽃사슴 : (혼잣말처럼) 분명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야.
돌돌이 :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지금...
씬 4 엄마의 방안.
엄마, 재수 누워, 발을 벽에 대고, 과일 먹으며 있는,
한쪽에서 민이는 작은 담요 덮고 자고 있는, 재수의 핸드폰 벨소리 들리는,
엄 마 : 재수야, 전화 받어. 지니 같은데.
재 수 : (전화기보고, 열었다 닫는)
엄 마 : 재수야, 지니한테 갔다와, 그러지 말고, 식장에서도 본둥만둥하는 거 같든데...
재 수 : ...
엄 마 : (포기하고) 니들이 언제 내말 듣냐... 그나저나.. 큰누난 왜 전화도 안할까...
신혼여행은 잘 갔는지, 밥은 먹었는지.. 재수야, 니 누나 지금쯤 뭐할까?
재 수 : (퉁명스레) 뽀뽀하겠지.
엄 마 : (보면)
재 수 : 아니다, 지금쯤 뽀뽀는 할 만큼 했겠고, 자겠네.
아니면, 유치하게 바닷갈 나 잡아봐라 너 잡으면 죽는다 하며 뛰어다니든가.
엄 마 : 왜 말을 그렇게 성의 없이 해.
재 수 : 내 맘이야. (하고, 즐겁지 않은 얼굴로 랩을 부르는)
엄 마 : (재수 맘에 안들게 보는)
그때, 재수의 핸드폰 울리는,
엄 마 : 재수야, 전화 또 온다.
재 수 : (노래부르며, 전화기 열었다 닫고, 노래부르는)
엄 마 : (답답한) 야, 너 지니 진짜 안보고 싶어? 보고 싶으면서 왜 안본대? 대체.
재 수 : 마음 아파서, 싫어.
엄 마 : 보면 맘이 아프고, 뭐, 안보면 안아프냐?
재 수 : (째려보면)
엄 마 : 뭘 째려봐, 엄마가 맞는 말했는데.. (하고, 과일 먹으며, 혼잣말) 꼴통.
재 수 : (그런 엄마 보고, 노래만 부르는)
씬 5 지니의 집밖.
지니, 제인 한쪽에 앉아있는, 지니 핸드폰 만지작거리며 속상한,
지 니 : 제인아, 재수 진짜 나 안보고 보낼 건가봐. 전활 열통도 더 걸었는데, 받아서 자꾸 끊어버리구.
제 인 : 자식 정말. 똥고집이네, 그거.
지 니 : 제인아, 나 어떡하니, 재수 보고싶은데.
제 인 : 지니야, 어쩜 재수 말이 맞을지도 몰라.
어차피 헤어질 건데, 얼굴 보면 더 맘만 아프지 뭐가 좋겠냐?
지 니 : (눈물나는, 눈가 닦고)
제 인 : 들어가자, 니네 오빠 너 짐도 안챙기고 이렇게 나와서 질질 짜는 거보면, 길길이 뛴다.
지니야, 들어가자, 어?
지 니 : (힘들게 일어나 들어가고)
제 인 : (침 탁 뱉으며, 혼잣말) 재수 이 자식... 정말... 그깟 얼굴 보여주면 뭐가 어때서..
에우, 맘에 안들어. (하고, 들어가는)
씬 6 호텔 방안.
미옥, 목욕한 모습으로 침대에 앉아 전화하는,
미 옥 : 엄마 미안, 전화가 늦었지? 기다렸을텐데.
씬 7 엄마의 거실.
엄 마 : 괜찮어, 잘 있나보다 했어, 근데 재밌어?
씬 8 호텔방안.
미 옥 : (욕실 쪽 보고, 전화하는) 재밌긴 커녕 솔직히 힘들어 죽겠어. 영민씨가 애들처럼
얼마나 뛰어다니자고 하는지, 오늘 바닷가를 열댓바퀸 돌았을거야. 아마 우리 두 사람을
누가 계속 지켜봤다면, 부부마라토넌 줄 알았을 걸. 웃기는, 남은 힘들어 죽겠구만.
씬 9 엄마의 거실.
엄 마 : (웃음 띤) 재수 말이 딱 맞았네.
재수가 그랬거든, 니들 유치하게 바닷가 뛰어다니며 나 잡아봐라, 할거라구.
씬 10 호텔방안.
미 옥 : (웃고) 그 자식은 정말 아는 것도 많지. 민이는? (사이) 아니에요, 자면 바꿔주지마.
전화 바꿔줘도 할말도 없어. 미안해서. 그냥 아침에 민이 깨면 내가 보고싶단다고만 전해줘요.
(웃고) 알았어, 잘 잘게. 엄마두 잘 자. 어. (하고, 전화 끊으면)
씬 11 엄마의 거실.
엄마, 전화기 앞에 쪼그려 앉아 흐뭇하게 웃으며 혼잣말하는.
엄 마 : 미옥이가 기분이 아주 좋은가보네.. 목소리에 힘이 넘치네, 넘쳐.
(하고, 궁시렁) 오늘밤 니들은 뭘하고 놀란지 모르지만, 재미나게 놀아라. 나는 잘란다.
(하고, 일어나고)
씬 12 호텔방안.
영민, 잠옷을 입고 목욕한 모습으로 침대에 앉아 머리 말리고,
미옥, 그런 영민을 물끄러미 이쁘게 보고 있는,
영 민 : 집에 전화했음 나두 좀 바꿔주지, 민이랑 전화하고 싶었는데... 암튼 미옥씨 성질두 진짜 급해,
샤워 잠깐 하는데 그걸 못기다리고, 대체 왜 그렇게 성질이 급해요? (하고, 미옥 보는)
미 옥 : (영민 물끄러미 보고, 웃는)
영 민 : 왜.. 웃고 있어요?
미 옥 : 목욕을 하고 나니까, 흑곰이 뽀얀 백곰이 됐네요.
영 민 : 진짜 질기다, 낮에 그렇게 곰이라고 하지 말라고 목이 쉬게 내가 부르짖었는데도,
어쩜 그렇게 사람이 질기냐, 질기길.
미 옥 : (영민의 볼에 입맞춰주고) 화 풀어요.
영 민 : 가만 보면, 여우같아요. 자기가 불리하면 은근슬쩍 아주 잘도 넘어가.
미 옥 : (웃고, 자리에 누워, 눈감고) 난 여기서 잘테니까, 영민씬 옷장 들어가 자요,
난 코고는 사람하고 옆에서 못자니까, 알았죠.
영 민 : 정말요?
미 옥 : 네.
영 민 : (보다가, 일어나며) 알았어요. (하고, 옷장 쪽 가는 척하다가, 숨을 맘으로 바닥에 눕는)
미 옥 : (잠시 후, 슬며시 눈떠서 보면, 영민이 없는) 영민씨..
영 민 : .......
미 옥 : (일어나) 영민씨.
영민, 그때 ‘왁’ 하며 벌떡 일어나, 미옥 쪽으로 넘어지는.
미 옥 : (놀라고) 엄마야!
영 민 : (흉내내는) 엄마야!
미 옥 : (영민을 밀치려하며) 어우, 무거워요, 저리 비켜요.
영 민 : (안고, 흉내내는) 어우, 무거워, 저리 비켜요.
미 옥 : 흉내내지 마요, 사람 흉내내는 버릇이 얼마나 나쁜 건데, 특히 난 그런 거 딱 질색이에요.
영 민 : (안고, 웃으며) 으이그, 어떻게 이렇게 투덜댈까, 그냥 하루종일 투덜투덜투덜투덜..
미 옥 : 그래서, 싫어요?
영 민 : 좋아요. 좋아.. (미옥의 얼굴에 뽀뽀를 마구 하며, 장난스레) 너무 좋아, 죽겠어, 아주.
미 옥 : 침 묻어요, 그만하고 저리가.
그렇게 장난치는 두 사람.
씬 13 엄마의 집 전경, 낮.
핸드폰 메시지 도착음 울리는.
씬 14 엄마의 거실.
엄마, 밥상 차리다가 거실에 놓인 재수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가는,
씬 15 화장실.
재수, 샤워한 모습으로 웃옷을 입는,
그때, 엄마 문 열고 재수에게,
엄 마 : 재수야?
재 수 : (옷 입다 놀라 엄마 보며) 어우, 노크 좀 해!
엄 마 : 알았어. (하고, 문닫고, 노크하고, 다시 문여는)
재 수 : (황당한, 웃으며) 뭐해, 지금?
엄 마 : 니가 노크하라며?
재 수 : 에우, 왜 저래, 정말. (하고, 수건으로 머리 닦는)
엄 마 : (핸드폰 주며) 재수야, 지니가 니 핸드폰에 뭐 보낸 거 같은데, 봐봐.
재 수 : (보면)
엄 마 : (핸드폰 주며) 어서, 봐봐.
재 수 : 안볼래. (하고, 머리 닦는)
엄 마 : (눈치보고, 웃으며) 엄마가 읽어줄까?
재 수 : (머리만 닦는)
엄 마 : 엄마가 읽어줄게. (하고, 핸드폰 보며, 떠듬떠듬 읽는) 재수야, 나 지니야. 결국 이렇게 못보고
헤어지는 구나. 하지만 나 너 이해해. 나 잘 갈게, 너두 나 없는 동안 몸조심하고 잘 있어라.
재 수 : (보며, 맘 아픈) 그게 전부야?
엄 마 : 아니. (하고, 핸드폰 보며) 너 ..사랑해도 있어.
재 수 : ...(맘 짠해지는, 어렵게 말 꺼내는) 또 뭐라고 썼어?
엄 마 : 이제 글은 없고, 하든가 하튼가 뭐 그런 그림을 잔뜩 그려놨네. 볼래. (하고, 핸드폰 주면)
재 수 : (핸드폰 받아보며, 속상한)
엄 마 : 재수야, 지니 만나러 가. 만나서 기다린다고, 그러니까 꼭 오라고 그래, 어?
이렇게 헤어지면 너두, 지니두 더 힘들잖어, 어?
재 수 : (작심하고) 엄마. 아침 민이랑 둘이만 먹을 수 있지?
엄 마 : 그럼. 어서 가. 꾸무적거리다 못 본다.
재 수 : (조금 급한) 알았어, 다녀올게. (엄마 볼에 입맞추고, 한쪽에 놓인 옷들고, 급하게 나가는)
엄 마 : (작게 웃고) 진작 그러지. (나가는)
씬 16 계단.
재수, 계단 뛰어내려가며 핸드폰 누르고, 통화하는,
재 수 : 어, 제인이냐? 나야, 재수, 지니 보고 내가 지금 간다고 좀만 기다리라 그래, 어, 그래,
열라 뛸게, 그래, 그래. (하고, 뛰어가는)
씬 17 엄마의 베란다.
엄마, 민이 밖을 내다보고 있는,
인써트 - 아파트 앞.
재수, 뛰어나가는 모습 보이는,
민 이 : 삼촌 꼭 달리기 선수 같다.
엄 마 : (작게 웃으며) 저렇게 뛰어나가고 싶은걸 어떻게 참았누... 지니 잘보내고 오세요, 재수씨.
민 이 : 잘 보내고 오세요, 재수씨.
엄 마 : (민이 보고, 어이없단 듯 웃으면)
민 이 : (웃고)
엄 마 : 밥 먹으러 가자. (하고, 민이 데리고 거실로 가고)
씬 18 지니의 집 앞.
제인, 지니의 오빠 가방 들고 나오는,
택시 서있는,
제인, 지니오빠 차 뒤 트렁크에 짐을 싣는,
지니오빠 : (짐 실으며) 지닌 어디 가고 안보이니?
제 인 : 껌 사러 가게 갔어.
지니오빠 : 뭐, 껌?
제 인 : (얼버무리며) 내가 아침에 이빨을 안닦아 가지고 껌이라도 좀 씹을라고..
지니오빠 : 야, 비행기수속 밟을려면 시간 없단 말이야. 빨리빨리 출발,
제 인 : (말꼬리 자르며) 아직 세시간이나 남았다, 걔가 뭐 껌을 공장에 사러 간 것도 아니고,
가게에 사러 간 건데 그전에야 오겠지, 걱정마.
지니오빠 : 에우, 맘에 안들어, 진짜. (하고, 다시 집 쪽으로 가고)
제 인 : (가는 오빠 보다가, 혼잣말하는) 나는 뭐 오빠가 맘에 드는 줄 아냐..
근데 이것들이 만나긴 만났나...
씬 19 지니의 동네.
재수, 죽자사자 뛰는,
씬 20 지니의 집 근처, 공원.
지니, 시계 보며 조바심나는,
씬 21 공원, 근처.
재수, 뛰어와 공원 안으로 들어가며 ‘지니야, 지니야!’ 하고 부르는,
씬 22 공원 안.
지니, 소리난 쪽 보면,
그때, 재수 ‘지니야’ 하고 뛰어와 지니 앞에서 허리 굽혀 헉헉대고 작게 웃으며,
재 수 : 기다렸구나.
지 니 : (눈가 붉어져, 작게 웃으며) 못보고 가는 줄 알았어.
재 수 : (허리 펴고, 눈가 그렁해, 애써 웃으며, 짐짓 씩씩하게) 그럴 순 없지, 우리가 어떤 사인데.
지 니 : (눈가 그렁해, 재수의 이마에 난 땀 손으로 닦아주며) 땀이 많이 났다. 어디서부터 뛰어온 거야?
재 수 : 저기 저기 저기 아래부터.... 택시보다, 내 다리가 빠르겠드라구.
지 니 : (눈가 그렁해, 재수 안는)
재 수 : (안고, 짐짓 씩씩하게) 지니야, 나 기다릴게.
지 니 : 재수야, 딴 여자 보지마.
재 수 : 눈이 있으니까 보기야 보겠지, 감고 다닐 순 없으니까. 그런데.. 봐두, 맘은 안줄게.
지 니 : (몸을 떼내고, 눈가 닦고, 애써 웃으며) 약속했다?
재 수 : 3년 후에 보자.
지 니 : (맘 아프지만, 밝게) 그래. 3년 후에 보자.
그때, 제인 뛰어오며,
제 인 : 지니야, 지니야!
지니, 재수 : (제인 쪽 보면)
제 인 : 둘이 찐한 시간 보내는데 미안하다, 야. 근데 시간이 다 됐다, 니네 오빠두 난리구.
지 니 : (재수 보면)
재 수 : (애써 웃으며) 가.
지 니 : 전화할게.
재 수 : (지니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입 맞추는)
제 인 : (고개 돌리고)
재 수 : (입 떼고, 지니 보며, 짐짓 밝게) 전화 기다릴게.
지 니 : (고개 끄덕이고, 울며, 가는)
재 수 : (가는 지니 보는) ...
제 인 : (가는 지니 보고, 재수 보며) 지니 비행기 타는 거 보고 전화할게. (하고, 가고)
재 수 : (맘 아픈, 눈물 닦고, 하늘보고, 크게 심호흡하고, 다시 지니 간 쪽 보는)
씬 23 달리는 택시전경, 택시 안.
지니, 제인 뒷좌석에 앉은, 지니오빠 앞좌석에 앉은,
지니, 눈물 닦고, 제인, 지니 안쓰럽게 보고, 어깨동무해 꼭 안는,
지니, 울지 않으려 창가보고,
씬 24 버스정류장.
재수, 한쪽에 서서 전화하는.
재 수 : (눈가 붉은 채, 짐짓 밝게) 당연히, 잘 보냈지, 내가 누구냐? 이영자씨 막내아들 김재수 아니냐?
그럼 할말 다했지. 사랑한다고도 하고, 3년 후에 멋진 모습으로 보자고도 하고..
뽀뽀? 당근이지. 했지.
씬 25 엄마의 거실.
엄마, 전화하는.
엄 마 : (재수가 안쓰러운) 잘했네. 멋있네, 우리 재수씨가.
씬 26 버스정류장.
재 수 : (전화하는, 눈가 닦으며) 그 누무 재수씨 소린... 간지러, 하지마. 여우같애.
(작게 웃고) 알았어, 혼자 안 있을게. 그래, 미수누나든 인철이형이든 만날게,
알았어, 술도 한잔할게. 알았어, 많이 안할게. 그래, 끊어. (하고, 전화 끊고, 맘 아픈, 서있는)
씬 27 엄마의 거실.
엄마, 전화기 보며 작게 서글프게 웃으며,
엄 마 : 우리 재수가 지니 보내고 많이 힘든가보네. 힘들단 소리도 못하고, 웃는 거 보며는...
(걸레질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씬 28 영민부의 방안.
미옥, 걸레질하는.
씬 29 영민부의 부엌.
미옥, 밥을 짓고, 반찬하는, 열심이다.
미 옥 : 전번엔 그냥 무심히 봐서 몰랐는데, 아버님이 살림을 아주 깨끗이 하시네.. (하며, 일하는)
씬 30 영민부의 밭.
영민, 영민부 일하는.
영 민 : (일하며) 제가 여길 오자고 우긴 게 아니고, 미옥씨가 굳이굳이 오자고 하드라구요.
제가 처가댁 들어가 사는 것도 아버지한테 미안하고 그렇다고,
굳이굳이 신혼여행 관두고 여길 오자고..
영민부 : 그게 뭐 미안해. 내가 분가 시켜줄 형편이 못돼 그런 건데.
영 민 : 그래도 미옥씨 마음은 안그런가봐요. 자꾸 아버지한테 죄송하다고
그 말을 입에 달고 있더라구요.
영민부 : 그러지 말라 그래라.
영 민 : (보면)
영민부 : 이제 한 식군데 죄송한 게 뭐 있어. 그런 맘 가지면 서로 부담스럽고 안좋다,
그러니 그러지 말라 그래. (하고, 일하는)
영 민 : (고마운) 아버지, 저희 자주 내려올게요.
영민부 : 그냥 오던 대로 와, 지금처럼.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 그렇게.
니들도 사는 게 바쁜데, 나 찾아다니다 버스비로 길에 돈 다 뿌린다.
영 민 : (고마운) 그래도 자주 내려올게요.
영민부 : 그러지 말래도. 정 내가 걸리면, 생각날 때마다 전화나 한번씩 해. 난 그거면 된다.
(하고, 일하는)
영 민 : (고마운, 일하는)
미 옥 : (편하게, 크게) 아버님, 진지 드세요!
영민, 영민부 : (보면)
미옥, 한쪽에 서서 크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미 옥 : 빨리 오세요, 제가 두부찌개 끓였는데, 너무 맛있어요.
영민씨 난 찌개끓어서 가봐야 하니까, 아버님 모시고 빨리 빨리 서둘러 오세요. (하고, 뛰어가는)
영민부 : (웃으며) 처음에 몰랐는데 참 사람이 볼수록 편하네.
영 민 : 아버지, 그게 미옥씨 매력이에요. 편한 거.
영민부 : (보면)
영 민 : (뻘쭘한)
씬 31 찜질방 일각, 밤.
재수, 인철 벽에 기대 땀흘리며 음료수 옆에 놓고 앉아있는,
재 수 : (천장만 보며) 진짜 남자한테 여자 형젠 소용없어.
인 철 : (보면)
재 수 : 작은 누나만 해도 그렇잖아. 내 기분 꿀꿀한 줄 알면서 형 집 치운다고 나오지도 않고...
나뻐, 진짜...
인 철 : (보다가, 얼굴 돌리고, 제 생각에만 빠져있는)
재 수 : (보며) 근데 형은 진짜 말없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말을 안하고 살아?
그렇게 입 닫고 있음 입에서 냄새 안나? 아니, 안답답해?
인 철 : (어색하게 웃는, 자꾸 마음이 가라앉는다)
재 수 : (답답한, 천장 보며, 혼잣말처럼) 에우.. 형.. 지금쯤 지니 비행기타고 잘 가고 있겠지?
비행기는 자동차보다 사고가 잘 안나니까 잘 가고 있을 거야, 그지?
우리형 죽고 나서 처음인 거 같애,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거.
아니다, 아버지가 집 나갔을 때도 맘이 아프긴 했었다.
인 철 : ... (재식의 생각이 자꾸만 나는, 재수의 말들이 다 맘에 아프다)
재 수 : (보며) 형은 살면서 언제 젤 마음이 아팠어요?
인 철 : (재식의 생각에 자꾸 맘이 아프다)
재 수 : 말해봐봐. 누나 말 들으니까, 형두 힘든 일 많았다고 하든데, 형은 언제 젤 마음이 아팠어?
인 철 : (천천히 고개 돌려, 재수 보는, 맘 아픈)
재 수 : 말해봐봐, 나 수다 떨고 싶어서 그래, 말해봐? 형네 부모님 이혼했을 때?
아님 형네 엄마가 첨 재혼했을 때? 그것도 아님 첫사랑에 실패했을 때?
그것도 아님 두 번째 사랑에,
인 철 : (맘 아픈, 작심하고, 말꼬리 자르며) 아니.
재 수 : 그럼 언제?
인 철 : (맘 아픈, 재수 안보고, 음료수 마시고, 그것만 보며, 말하기 어려운)
재 수 : 그럼 언제냐구? 어?
인 철 : 내 실수로... 친구가 ..죽었을 때.
재 수 : ?
인 철 : (눈가 그렁해, 재수 안보고, 맘 다잡으려 애쓰며) 많이 좋아했던 친구였는데...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미안하단 말 한마디 할 수가 없었어...
(맘 아픈, 음료수 마시고, 막막하게 음료수병만 보는)
재 수 : (안쓰럽게 인철 보며, 조심스레) 차 사고..났었어? 형이 운전했어?
인 철 : ...
재 수 : (인철 안쓰럽게 보다가, 손잡아주는)
인 철 : (맘 아프게 재수 보면)
재 수 : 힘들겠지만, 잊어, 형. 실은 나두.. 그런 적 있어. 몇 달 전에 나 구치소 갔었거든.
그때 내가 친구랑 실랑이하다가 실수로 친구를 밀었는데...그 친구 머리가 깨졌어.
다행히 많이 다치진 않았지만.
인 철 : (재수 보다가, 고개 돌려 음료수병만 보는)
재 수 : 형, 사람은 누구나 다 실수해. 울엄마가 그러드라. 자신이 실수한 줄 알면, 다신 안하면 되지,
지나간 일 갖고 속상해하면 그건 더 안된다고.
인 철 : (음료수병만 보는) ...
재 수 : 이제 가자, 형. 일어나. (하고, 가는)
인 철 : (눈감고, 막막하고 맘 아픈)
씬 32 달리는 인철의 차 전경, 밤.
재 수 : (전화하는, E) 꽃사슴형은 왜 날 보자고 그런다니, 대체?
씬 33 달리는 인철의 차안.
재수, 조수석에서 전화하고, 인철, 운전해 가는.
재 수 : (웃음띤 채) 아니, 어제두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계속 전화를 하드라고.
근데 내 기분이 그렇잖냐, 지금. 그래서 연락안했지. 임마, 내가 거기 일 관두면,
뭐 아주 너랑 형을 못보냐? (웃고) 아, 알았어, 알았어, 갈게, 갈게. 그래 간다고.
(하고, 전화 끊고) 집에 가 잠이나 잤으면 딱 좋겠구만.
(인철에게) 형 나 압구정 오거리에서 좀 내려줘.
인 철 : (운전만 하는)
미 수 : (E) 재수 때문에 큰 일이야. 오빠 사고낸 범인 잡는다고, 나이트클럽에서 삐끼일을 하는데
어떻게 관두게 해야할지.. 걱정이야.
재 수 : 형, 형 좀 전에 내가 한 말 들어?
인 철 : (앞만 보며, 차분한) 어, 들었어.
재 수 : 데려다 줄 거지?
인 철 : 그래. (하고, 운전하는)
씬 34 나이트클럽 근처.
인철의 차 오는,
재 수 : (E) 형 저기서 내려줘.
인철의 차 서는.
씬 35 인철의 차안.
재수, 안전띠 풀며.
재 수 : 탱큐, 형.
인 철 : (앞쪽에 있는 나이트 클럽 보는)
재 수 : (혼잣말처럼) 이 동네도 이제 마지막이네.
인 철 : (보면)
재 수 : (웃으며) 나 오늘 부로 여기 일 관두게. 지니한테 약속했거든. 번듯한 일자리 찾는다고.
인 철 : ...
재 수 : (조심스레) 근데 형 내가 주제넘은 줄은 아는데, 형한테 충고 하나 해두 돼?
인 철 : ..그래 해.
재 수 : 형, 좀 웃어라, 어? 웃긴 일 없어도 웃어야 복이 와요. 그렇게 찡그리고 있음 복이 올려다가도,
도망가겠다. 나 봐라. 난 사랑하는 여잘 오늘 당장 떠나보내고도 이렇게 씩씩하게 웃고다니는데,
형은 뭐냐, 맘에 안들게. 제발 좀 웃어, 어?
인 철 : (서글픈, 어색하게 작게 웃는)
재 수 : 그게 웃는 거냐? (씩 웃으며) 이게 웃는 거지.
인 철 : 가.
재 수 : 응. (하고, 문 열고, 나가려다가, 인철에게) 형이 있어 좋다. 이렇게 같이 놀 수도 있고...
또 봐, 형. (하고, 나가는)
인 철 : (가는 재수보고, 막막하게 운전해 가는)
씬 36 달리는 인철의 차안.
인철, 막막하게 눈가 붉어져 가는.
씬 37 인철의 집안.
미수, 인철의 컴퓨터가 있는 책상의 책장에서 책을 빼고, 책장을 닦는,
그때, 인철모 들어서며,
인철모 : 인철아, 너 집에 있니?
미 수 : (소리난 쪽 보는)
인철모 : 인철아.. (하다가, 미수 쪽으로 고개 돌려 보고, 조금 놀란) ?
미 수 : (어색하게 웃으며) 어머니 오셨어요?
인철모 : 인철인...
미 수 : 제 동생 만나러 갔어요. 전 회사 갔다가..
인철모 : (책을 보는)
미 수 : (어색한) 아줌마가 청소를 대충대충 하시는 거 같아서, 제가 좀 해볼까하고.. 참, 차 드실래요?
인철모 : (맘 가라앉는) 아니야. 난 일이 있어서, 갈게.
미 수 : (따라 나가며) 조금만 계시면 인철씨 올텐데, 기다렸다 보고 가세요.
인철모 : 아냐, 아냐. 나오지마. 그냥 가면 돼. (하고, 가는)
미 수 : (왜 저러지 싶은, 다시 청소하는)
씬 38 인철의 집 앞 + 차안.
인철모, 나와 서서, 답답한.
인철모 : 얘가 대체 일을 어떻게 할라고, 이러는 거야...
씬 39 나이트 클럽 룸 안(3부에 인철과 민우가 갔던).
꽃사슴, 돌돌이 재수 앉아있는.
재 수 : (굳은 얼굴로 꽃사슴을 보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꽃사슴 : (긴장해서 조심스레 말하는) 돌돌이는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확실히 기억이 나.
돌돌이 : 참내, 끝까지 우기네, 이 형이 진짜.
재 수 : (꽃사슴만 보는)
꽃사슴 : (어렵게 말하는) 그냥 왔다간 손님이면 내가 이렇게 안우겨. 근데 그사람은 민우형이랑 술 먹고
여기 다 부수고, 돈까지 넉넉하게 배상을 하고 가서, 내가 기억이 난다고.
게다가 또 팁은 얼마나 많이 줬게.
재 수 : (가라앉은) ..정말..확실해, 장담할 수 있어?
돌돌이 : 장담은 무슨 장담. 꽃사슴형은 맨날 지가 본 게 다 맞다고 하는 사람인데.
재 수 : (가라앉은) 가만있어. (꽃사슴에게) 말해봐, 장담할 수 있어?
꽃사슴 : (잡으며) 내 말을 정 못믿겠으면, 그럼 민우형한테 물어봐, 그럼 되잖어.
돌돌이 : 정말 그렇게까지 확신이 간다고?
재 수 : (생각하다가, 나가는)
돌돌이 : 형! (하고, 나가고)
꽃사슴 : (답답한)
씬 40 나이트 클럽 앞.
제인, 걸어오는데 재수, 클럽에서 뛰쳐나와 제인 옆을 스쳐가는,
제인, 가다가 재수 뛰어가는 모습 보며,
제 인 : 재수야!
재수, 아랑곳없이 뛰어가고.
그때, 돌돌이 제인 옆에 서며,
돌돌이 : 일났네, 진짜.
제 인 : 재수 쟤 어디 가는 거냐?
씬 41 거리.
재수, 죽어라 뛰어가는,
인써트 - 회상.
1, 13부 스키장 가는 차안에서 노래부르던 재수, 웃던 인철의 모습.
2, 14부, 리프트 타며 손 흔들던 미수와 인철.
그 아래서 손 흔들던, 재수.
현실.
재수, 죽어라 뛰며 택시를 부르는, 택시 서고, 재수 택시에 타는.
재수, 숨을 고르고,
인써트-회상.
1, 14부에서 인철과 재식이 재수에게 미루나무 같다고 했던 부분,
재수가 미루나무 노래를 부르면 가던 것까지.
2, 찜질방에서 인철이 친구를 죽였다고 하던 부분.
현실.
재수, 창가 보며 초조하고 불안한.
꽃사슴 : (E) 분명해, 민우형이랑 같이 온 사람.. 그 사람 맞어.
재 수 : (기사에게) 아저씨 좀 빨리 가요, 빨리 좀 가자구요, 예!
기 사 : 가고 있습니다. 가고 있어요.
재 수 : (불안하게 생각하는) ...
씬 42 인철의 집 앞 + 차안.
인철의 차 와서 서는.
인철, 안전벨트 풀려고 하면, 인철모 조수석에 타는.
인 철 : (보면) ?
인철모 : (화나고, 속상한) 너 뭐하는 짓이야?
인 철 : (담담한, 안보고, 외면하는)
인철모 : 어디까지 갈려고 그래, 너? 미수 저렇게 계속 집에 들락거리게 하고,
걔 동생까지 만나서 히히닥거리고, 너 정신이 있니? 정신 있어?!
인 철 : (눈가 붉어져, 가만있는)
인철모 : 인철아, 너 여기서 이러지 말고 떠나. 엄마가 니 회사 일은 정리하고 있어. 그러니까 떠나.
낼이라도 당장 비행기 표 끊어서, 떠나, 어?
인 철 : (담담하게) 엄마 나 어디도 안가, 여기 있을 거야.
인철모 : (보면) 여기 있다, 미수가 알면, 그땐 어쩌려고?
내가 이번일 보니까 알겠드라, 세상에 비밀은 없어. 이제 미수가 아는 건 시간 문제,
인 철 : (인철모 보며, 눈가 그렁해, 말꼬리 자르며) 미수가 알길 기다리지 않을 거야.
인철모 : ?
인 철 : 내가 말할 거야.
인철모 : (안쓰러운) 인철아.
인 철 : (눈가 그렁해, 맘아픈, 가라앉은) 그래서 미수가..미수네 가족들이, 날원망하면 그원망 들을거야.
그 사람들이 해달라는 대로 해줄 거야. 재식이처럼 내가 죽길 바라면 그렇게 해줄 거고,
아니라고 하면 또 아닌 대로..뭐든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거야.
인철모 : 인철아.
인 철 :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나 미수랑 둘이서, 어디든 도망이라도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근데..미술 속인다는 게 내 자신이 용납을 못하겠드라고. 엄마도 알겠지만,
미수는 내가 유일하게 진실했던 사람이니까. (보며) 엄마 ..나 미수 참 많이 사랑해.
인철모 : (눈물 닦으며, 맘 아픈, 인철 안보고) 걔가 이 사실 알면, 너 용서 못할거야.
인 철 : 각오하고 있어요. 용서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용서 같은 거 바라지도 않아.
다만 난 걔한테 사실대로 말하고 싶을 뿐이야. 그 다음 일은 ..생각...안해.
인철모 : (눈물나는, 고개 돌리고, 수건 꺼내 눈물 닦는) 널 어쩌니..널 어쩌니, 정말..
인 철 : (막막한, 인철모 외면하고) 이상해, 엄마,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까, 차라리 맘이 편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철모 : (인철 보고)
인 철 : ...
씬 43 인철의 집안.
미수, 커피를 끓여와 소파에 앉으며, 힘든지, 크게 숨쉬고,
미 수 : 이제 다 끝났네. 근데 이 사람은 왜 아직 안와. (하고, 소파 아래쪽에 있는 잡지를 꺼내는,
그때 잡지 위에 놓인 앨범이 떨어지는) 지난번 보던 앨범이네.
(하고, 앨범을 들어 보는, 인철의 사진들을 보며, 작게 웃고 인철의 사진에 입맞추고,
앨범을 보며) 희영씨 사진은 아직도 가지고 있네. 그만 버리지.
(하고는, 앨범을 한 장 넘기다가 순간 굳는)
인써트 - 인철과 민우, 재식이 찍은 사진 보이는.
미수, 멍한, 다시 앨범을 한 장 넘기면 재식과 인철 둘만 찍은 사진이 보이는.
미수, 뭐가 뭔지 모르겠는,
그런 미수의 얼굴위로.
인써트 - 회상(플렛쉬).
1, 10부 별장 갔다오는 차안에서 인철이 친구가 죽었을 때 가장 슬펐다고 말한 부분.
2, 14부에서 인철이 친구에 대한 꿈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하던 부분.
3, 15부 민우와 인철이 얘기하던 부분.
4, 15부 인철의 집에서 미수가 민우에 대해 묻고, 인철이 말하고 싶지 않다고 소리치던 부분.
현실.
인써트-사진(재식과 인철, 민우와 재식, 인철이 찍인 사진)
미수, 눈가 붉은 채 멍하니 굳은 듯 그대로 있는.
씬 44 인철모의 차안 + 밖.
인철, 차 밖에 서 있고.
인철모, 뒷좌석에 앉은,
인 철 : (인철모 안쓰러운, 눈가 붉은) 조심해 가세요.
인철모 : (눈가 붉은 채) 그래.
인 철 : 요즘 나 때문에 그 좋아하는 골프도 못가고, 그러지 말아요. 골프가고 싶으면 가고, 쇼핑하고
싶음 쇼핑하고 친구들이랑 놀고 싶음 놀고, 엄만 엄마대로 살어, 그냥.
인철모 : (맘 아픈, 안보고) 내 걱정하지 말고, 니 걱정이나 해, 이놈아.
인 철 : 가요. (하고, 기사에게) 어머니 잘 모셔요. (하고, 가는)
인철모 : (맘 아프게 가는 인철 보고, 기사에게) 가요, 아저씨.
차가고,
인철, 집으로 들어가다가 가는 인철모의 차 눈가 붉어져 보고, 집으로 들어가는.
씬 45 인철의 집안.
인철, 문 열고 들어와 소파에 있는 미수를 보는,
인 철 : (담담하게) 아직 안갔네.
미수, 앨범을 앞에 펴놓고 눈가 붉은 채 앞만 보며 미동 없이 앉아있는,
인철, 미수보고, 탁자 위의 앨범을 보는, 그리고 미수를 보는,
인 철 : (눈가 붉은 채, 차분한, 천천히) 봤..구나...
미 수 : (천천히 고개 돌려 인철 보며, 눈가 그렁해, 원망스런, 맘 아픈)
인 철 : (눈가 붉은 채, 맘 아픈, 소파 한쪽에 앉아, 사진을 보는, 천천히 말하는) 니가 먼저 알기 전에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믿을지 모르겠지만, 첨엔 나도 몰랐어. 너희 집에 ..간 날, 그때 알았어.
재식이 사진이 거실에.. 있는 거 보고..
미 수 : 그만해.
인 철 : (보면)
미 수 : 나, 아직 준비 안됐어.
인 철 : (눈가 그렁해 보면)
미 수 : 내가 준비되면 얘기해. 갈게. (하고, 옷 챙겨, 나가는)
인 철 : (가는 미수보고, 눈물 흐르는, 막막한)
씬 46 인철의 집 앞.
미수, 눈물 흘리며 서둘러 나와 차 문 열고 타고, 가는.
인철, 창가로 가는 미수를 눈가 그렁해 보는,
씬 47 인철의 집안.
인철, 창가에서 소파로 와 미수가 마시고 간 찻잔을 보고 멍하니, 앉아있는.
씬 48 달리는 미수의 차안.
씬 49 도로.
미수의 차 세워지고,
씬 50 차안.
미수, 어이없고 맘 아퍼 우는.
씬 51 통닭집 앞.
재수, 문 닫힌 통닭집 문을 두드리며 ‘민우형, 문열어, 문열어! 민우형!’ 하고 소리치고,
아무도 나오지 않는.
그때, 제인 뛰어오며 재수 부르는,
제 인 : 재수야!
재 수 : (보는) ?!
제 인 : ...(헉헉대는)
재 수 : ..
씬 52 인철의 집안, 침실.
인철, 침대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그때 전화벨소리 울리는, 인철, 가만 전화기 보다가 전화 받는,
인 철 : 여보세요.
씬 53 통닭집 앞.
재수, 제인 앉아있고,
재수, 굳은 얼굴로 전화하는.
제인, 걱정스레 보는,
인 철 : (E) 여보세요. 여보세요?
재 수 : (전화 끊는) ...
씬 54 인철의 집안.
인 철 : (전화 끊긴 부저음 들리는, 전화기를 내려놓는)
씬 55 통닭집 앞.
제 인 : 왜 전화해서 그냥 끊냐, 물어보지.
재 수 : (생각하는) 꽃사슴형이.. 잘못 봤을 거야.
제 인 : 당연히 잘못 봤지, 자식아. 그게 말이 되냐?
재 수 : (보면)
제 인 : 너두 인철이 오빠랑 친하니까 알겠지만, 그 오빠가 어디 주먹질 할 사람으로 보이냐?
재 수 : (답답한) 그지, 아니겠지?
제 인 : 당근 아니지.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집에나 가. 임마.
(일어나, 재수 일으켜 세우며) 인나, 어서.
재 수 : (일어나는, 작게 한숨쉬고)
제 인 : 재수야, 너 제발 니 형 일 좀 잊어라. 니 형이 사고난 게 언젠데.. 임마, 니 형도 니가 자기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하는 거 정말정말 안바랄 거다. 내가 니 형이래도 싫어, 자식아.
재 수 : 가자. (하고 가고)
제 인 : 아이고 정말 저걸 진짜...
재 수 : (생각 많게 걸어가는)
씬 56 엄마의 집 앞, 거리.
엄마, 자는 민이를 업고 가는,
그때, 재수 오며 엄마 보고 말하는.
재 수 : 엄마 어디 가?
엄 마 : (웃으며) 이제와?
재 수 : 어디 가냐구, 이 밤에?
엄 마 : 고모네.. 할머니가 오래. 엄마가 너 없어서 민이 덱고 나왔는데, 민이 덱고 집에 가라.
재 수 : 싫어, 귀찮아. 근데 이 밤에 할머니넬 가서 언제 오게?
엄 마 : 지금 가면 못오지, 자고 와야지.
재 수 : 뭐, 외박을 한다고?
엄 마 : (웃으며) 어.
재 수 : 여자가 되가지고 잠자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면 되냐? 대체 그런 못된 버릇은 어디서 배웠어?
엄 마 : 너한테.
재 수 : (어이없는)
엄 마 : (웃고) 낼 아침 일찍 올게. 잘 자고 있어.
재 수 : 조심해 가. 길 잘 보고 넘어지지 말고.
엄 마 : 어. 엄마 간다. (하고 가는)
재 수 : (엄마 가는 것보고, 집으로 가려다 뒤돌아 엄마 보는)
엄마, 신발을 운동화와 슬리퍼 한 짝씩 신고 가는.
재 수 : 신발은 짝짝이로 신고 왜 저래, 가끔, 진짜.. (하고, 집으로 가는)
카메라, 엄마 쪽으로 가면,
엄 마 : (동요 흥얼거리며, 가고)
씬 57 욕실.
재수, 칫솔에 치약 묻히며 인철 생각나는, 그 생각 털어버리려 고개 젖고, 이빨 닦는,
다시 인철 생각나는, 고개 젖고,
재 수 : (답답한) 인철이 형이...아닐 거야, 아닐 거야 (고개 젖고) 그래, 아냐, 절대 아냐.
(하며, 이빨 닦고)
씬 58 고모의 거실.
고모, 하품하며 문 여는,
엄마, (민이 업고) 들어오는,
고 모 : 미안해, 언니. 내가 웬만하면 전화 안할라 그랬는데,
어머니가 언니 데려오라고 오죽 징징대며 보채야지.
엄 마 : 괜찮아요, 나두 잠도 안오고 심심했는데, 잘됐죠, 뭐. (고모에게) 졸린가 본데, 들어가, 자요.
고 모 : 민이 나줘요. 내가 덱고 잘게.
엄 마 : 그럴래요. (하고, 민이 주고)
고 모 : 어머니랑 적당히 놀고 자, 언니. 괜히 힘든데 놀아달라는 대로 놀아주다 병난다.
엄 마 : 네.
고 모 : 아고, 무겁네, 이놈. (하고, 민이 데리고 들어가고)
엄 마 : (고모 보다가, 할머니 방에 가며) 할머니 나 왔어요.
씬 59 할머니의 방안.
할머니, 옷장에 뭔가를 뒤지는,
엄마, 들어서며,
엄 마 : (웃으며) 할머니 뭐해?
할머니 :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을 입에 대는)
엄 마 : (작게) 뭘 찾아, 할머니?
할머니 : 우리 다림질하고 놀자.
엄 마 : 다림질이요?
시간경과.
엄마, 할머니의 수의를 다리는,
할머니, 그런 엄마 보고 편안히 웃으며,
할머니 : 너 꼼꼼히 다림질을 아주 잘한다?
엄 마 : 그지, 잘하지. 내가 옛날에 옷 공장에 있을 때 다림질을 아주 제대로 배웠거든요,
그래서 정말 이거 하난 내가 자신 있어. (하고, 다림질을 하는)
할머니 : 내 옷 이쁘지?
엄 마 : (웃으며) 이쁘네, 난 이런 고운 수의 정말 첨 봤네. 근데 왜 이걸 이렇게 구겨놨어요,
가끔 꺼내서 잘 다려놓지, 너무 구겨져 갖고 물을 뿌려도 쉽게 구김이 안펴지잖어.
할머니 : 나는 그러고 싶었지. 근데 우식애비두 에미도 이 수의만 보면 아주 싫어라 하드라구.
엄 마 : (편안하게) 하긴 자식 맘은 그렇지, 그게. 부모가 이런 거 준비하면 왠지 간이 철렁하고.
근데 사실 그럴 것도 아닌데. 꽃이 피고 시드는 것처럼 사람도 나면 가는 게 당연한 건데.
(하고, 다림질하며) 진짜 수의 고우네.
할머니 : (엄마 물끄러미 보며) 야,
엄 마 : (보면) ?
할머니 : 너 그거 다 다려놓고, 잠은 집에 가서 자라.
엄 마 : 싫어, 안갈래요, 이 밤에 가기 귀찮어. (하고, 다림질하는)
할머니 : 귀찮아도 가.
엄 마 : (보면)
할머니 : (안보고) 귀찮아도 오늘은 가는 게 좋을 거다, 너두 나이가 있는데 자다 ..놀래면 ..클나.
엄 마 : .. (보는, 눈가 붉어지는, 느낌이 오는)
할머니 : (안보고, 눈만 꿈벅꿈벅하는) ...
엄 마 : (물끄러미 할머니 보며, 천천히) 왜, 나 놀래게 할라고?
할머니 : (덤덤하게 엄마 안보고 있는) .....
엄 마 : (맘 아픈, 할머니 보다가, 애써 덤덤하게) 수의가 진짜 너무 이쁘네..
이렇게 힘 꽉 줘서.. 한두번만 더 다리면 새악시 옷보다 더 이쁘겠다...
할머니 : (그런 엄마 덤덤하게 보는)
그런 두 사람 한 화면에 보이는, F. O.
씬 60 고모의 가게, 전경, 낮.
문 열린, 가게.
고 모 : (E, 울부짖는) 아이고, 어떡해, 아이고, 어떡해,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씬 61 할머니의 방안.
할머니, 누워있는,
고모부, 눈가 그렁해, 이 앙다물고 울지 않으려 하며 흰천을 할머니에게 덮어주는,
엄마, 눈가 붉은 채 담담히 앉아있고,
고모, 바닥을 치며 울부짖는,
재수(평상복차림), 고모를 안고 눈가 붉어, ‘고모, 진정해, 고모’ 하고 말하는.
고 모 : (울부짖는) 어머니 이러면 안되지, 어머니가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이러면 안되지,
이러면 안되지, 어머니, 어우, 나 어떡하라구, 나는, 어떡하라구,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하고, 울고)
고모부 : 그만해라. (하고, 나가는)
엄 마 : ...
씬 62 고모의 가게.
고모부, 눈가 붉어져 짐짓 담담하게 전화하는
고모부 : 울지 마요! 있을 때 잘하지 왜 웁니까? 나 형 탄식 들어줄 시간 없어요,
여기저기 연락할 때도 많고, 할 일도 태산이에요, 그러니 전화 끊고 어서 오쇼.
그래요, 운전하지 말고. 끊습니다. 네, 네. (하고, 전화 끊고)
고모부, 멍하게 앉아있는,
엄마, 들어와 고모부 보고 한쪽에 앉는,
엄 마 : 장의사에 연락했어요?
고모부 : (안보고) 네.
엄 마 : 우식이랑 민이는 놀이터에서 놀라 그랬어요.
고모부 : 잘하셨네요.
엄 마 : 이제 가게 문 닫아야지, 고모부.
고모부 : 그래야죠.
엄 마 : (맘 짠해져, 작게 웃으려 애쓰며, 고모부 보며) 할머니 돌아가심 우리 고모부 많이 울면 어쩌나
싶어, 내가 걱정 많이 했는데, 그럴 필요 없었네. 정말 씩씩하네, 우리 고모부.
고모부 : (못보고, 울지 않으려 애쓰며) 호상 인데 울면 안되죠.
엄 마 : 그건 그렇지. 그런데, 고모부... 너무 안울라고 애쓰지는 말아요. 사람 눈물이란 게 그렇드라.
참으면 참아지는 게 아니고 병 되드라. 그러니까, 고모부 울고 싶음 울어요.
고모부 : ...(눈가 닦는)
엄 마 : 그러다 안울고 싶음, 그땐 또 울지 않음 되니까... 나, 집에 가서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하고, 나가는)
고모부 : (맘 아픈,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우는)
씬 63 엄마의 방안.
엄마, 덤덤한 얼굴로 앉아 블라우스 단추를 잠그는, 그러다 힘없이 혼잣말하는.
엄 마 : (눈가 붉어져, 덤덤하게 말하는) 못된 노친네... 나 혼자 심심하게 어떻게 놀라고...
이렇게 쉽게 가실 줄 알았음 가시는 길 단정하게 머리나 한번 더 잘라드릴 걸. 머리가 길었는데..
(고개 숙이고, 눈가 닦는)
씬 64 몽타쥬.
1, 강가, 낮.
고모, 눈가 그렁해 넋 놓고 앉아있고, 우식 옆에서 눈물 닦는,
고모부, 고모부형제, 뼛가루를 뿌리는,
2, 놀이터, 낮.
엄마(평상복차림), 그네 타고,
미옥, 재수 한쪽에서 엄마를 안쓰러이 보는,
3, 미수의 방안.
미수, 눈가 그렁해, 넋 놓고 있는.
4, 고모의 거실, 밤.
고모, 소파에 눈뜨고 멍하니 누워있는,
재건모, 고모 걱정스레 보며 걸레질하는,
5, 할머니의 방안, 밤.
고모부, 아버지, 영민 맥주를 마시는.
아버지, 영민, 고모부가 걱정스런.
고모부, 한쪽에 놓인 할머니의 영정을 물끄러미 보다가, 옷소매로 닦는,
6. 7부 고모부가 할머니 업고 가던 모습.
7. 2부 엄마와 할머니 그네 타고 놀던 모습, F. O.
씬 65 엄마의 아파트, 전경, 낮.
미옥, 영민, 민이 나오는.
영 민 : 이제 들어가요, 미옥씨, 내가 민이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갈거니까.
미 옥 : 민이 내가 데려다 줘두 되는데,
영민씨 유치원 들렀다 가면 버스정류장까지 많이 걸어야 되잖아요.
영 민 :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걸어서 살 좀 빼죠, 뭐.
미 옥 : 그것도 그렇다, 우리 형편에 살 뺀다고 헬스장 가기도 뭐하고... 좋은 생각이네요.
(하고, 민이 보고) 민이 유치원에서 잘 놀고 와?
민 이 : (웃으며) 네.
미 옥 : (볼에 대며) 엄마 뽀뽀해주고.
민 이 : (뽀뽀해주면)
영 민 : (앉아, 민이와 눈높이 맞추고) 아빠도 해주라, 민이야. (하고, 볼 내밀면)
민 이 : 아빤 안해줄래?
영 민 : ?
미 옥 : (민이 보고) 야, 민이야. 치사하게 그러지 말고 아빠도 해주라 야. 아빠 불쌍하잖아.
민 이 : 뽀뽀하면 여기서 아빠랑 빠이빠이해야 하잖아. 유치원 같이 가고 싶은데.
미 옥 : (어이없이 웃고)
영 민 : (웃고) 아, 그래서?! 그래, 그럼 우리 여기서 뽀뽀하지 말고, 유치원가서 뽀뽀하자.
민 이 : (좋은) 네.
영 민 : (하고, 민이 손잡고, 미옥에게) 다녀올게요.
미 옥 : 네. 조심하구요. 민이도 조심.
민 이 : 네. (하고, 영민과 가고)
미 옥 : (그런 두 사람 흐뭇하게 보는)
그때, 재수 나오는, 가방 큰 것 들고,
재 수 : 아주 입이 찢어지누만. 찢어져.
미 옥 : (보며) 일가냐?
재 수 : 그래, 일 간다.
미 옥 : 야, 너 제법이다. 난 너 한 사나흘 일나가면 안나갈 줄 알았는데, 또 나가네.
다시 봐야겠다, 김재수, 너.
재 수 : (웃으며) 동생이 파출부 나가는 게 그러게 좋으냐?
미 옥 : 좋아 미치겠다, 왜?
재 수 : (손 내밀며) 그럼 용돈 좀 주지.
미 옥 : 얘가 얘가 꼭 사람 기분 좋게 해놓고, 초를 치지, 초를 쳐. (하고, 들어가려 하면)
재 수 : (미옥의 팔 잡는)
미 옥 : 누나 돈 없어.
재 수 : 돈 때문이 아니고, 밤에 둘이 좀 앤간히 히히덕거려라.
미 옥 : ?
재 수 : 엄마랑 나랑 아주 민망해죽겠다, 둘 때문에.
미 옥 : (주변 둘러보고) 드, 들리니?
재 수 : 으이구, 푼수, 푼수. 일하고 올게. (하고, 가는)
미 옥 : (멋쩍은) 조심해야겠네. (하고, 들어가고)
씬 66 거리.
재수, 짜증스레 전화하며 걷는.
재 수 : 형 진짜 왜 그래? 민우형 만나서 물어볼 것도 없이, 아냐, 아니라구.
씬 67 편의점.
꽃사슴 컵라면 먹으며 전화하고 있는.
꽃사슴 : 나두 아니었음 좋겠다. 근데 자꾸 기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사이, 답답한) 그러니까 내 말은 민우형 만나서 물어나보라구.
어차피 너 오늘 민우형 있는 옥수동으로 일 간다며. 임마, 나두 찝찝해서 그런다.
씬 68 거리.
재 수 : 진짜 질기네, 이 형. 알았어, 알았어. 내가 물어볼게, 그래, 지금 당장 전화해서 물어본다고 내가.
그래, 끊어. (하고, 전화 끊고, 가다가 멈춰서서, 핸드폰 누르고,
민우형이라고 쓴 번호를 찾아 전화 거는, 신호음 가는)
재 수 : (N) 그 날 나는 재식이 형을 잊지 못한 나 자신을 처음으로 원망했다.
엄마 말이 맞았다. 떠난 사람은 잊어야 했다. 그게 옳았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