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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은 여자] 14
1. 공 원 / 밤
준호와 마주 서있는 신영. 말없이 마주보고 서있다.
준호 : 너 나한테 화난다고 말 막하지마. 결혼이 애들 장난이냐?
신영 : 충고 고맙다. 내가 잘 알아서 할게.
준호 : 신영아, 나 정말 아냐. 너, 나 나 믿을 수 있지?
신영 : 믿고 안 믿고가 뭐 중요하니.
준호 : 내가 아무리 술이 취했어두 그런 실수를 할 사람은 아냐.
신영 : 그래서 꽃뱀한테도 걸렸었나.
준호 : 그때랑은 다르지. 그 여자는 니 친구도 아니고 또 그땐 내가 널 사랑하고 있단걸
모르고 있을때였쟎아. 내가 철들기 전!
신영 : 결과는 비슷하쟎아. 아니 그때보다 더 나빠.
준호 :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거야.
신영 : 난 이미 너한테서 마음이 접혔다, 준호야.
준호 : 난 그럼 어떡해?
신영 : 니 인생은 니가 알지. 나한테 물어봄 어떡해.
준호 : 내 인생의 반을 너한테 맡겼었는데....
신영 : 다시 가져가.
준호 : 싫다면?
신영 : . . . . . .
준호 : . . . . . .
신영 : 싫어도 가져 가. (돌아서는데 눈물이 나려한다... 참고 걸어가는)
준호 : . . . . .
2. 신영네 거실 / 밤
모여 앉아있는 금순 원영 희숙 찬영.
금순, 속상하다.
금순 : 준호가 나왔으니 이제 됐다 싶었는데 이게 또 무슨 날벼락인지...
희숙 : 김지훈이 있쟎아요.
금순 : 내가 맘에 안 들어하는거 알면서 그래.
원영 : 며칠봤다고 이런 말 하는건 좀 우습지만요, 김지훈이 사람 괜챦아요.
어머니, 사실 요즘 젊은 사람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여행가고 동거도 하고 그러쟎아요.
찬영 : 맞아요. 그것두 금새 금새 사람 바꿔가면서요.
원영 : 그에 비하면 김지훈은 깨끗하죠. 한 여자랑 잠깐 살다 헤어지고
한 10년째 애인도 없이 지내고 있나봐요. 맑은 사람같아요.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그냥 한 남자로만 놓고봐도 괜챦은 놈 같다니까요.
희숙 : 그러니까 어머니두 이혼 한번 했다구 그냥 무턱대고 반대하진 마세요. 사람을 봐야죠.
금순 : . . . . .신영이가 알아서 하게 놔두자.
희숙 : 어머니 그럼 반쯤 찬성하신거네요?
금순 : . . . . . .
3. 거 리 / 밤
호롱불을 켜고 텐트 쳐놓은 거리 점집에 들어가 있는 신영. 화나서 소리치고 있다.
신영 : 아니 내가 무슨 가게를 차려서 성공을 해요, 장사에 장자도 모르는데.
점쟁이 : 그럼 결혼인가? 올해 아들 쌍둥이가 나오는데?
신영 : 남자도 없는데 무슨 결혼운이고 아들 쌍둥이야... 복채 다시주세요. 아 빨랑 주세요.
어쩜 하나도 못맞추시냐.
신영, 텐트를 확 걷고 나온다.
신영 : 이런데 다시는 기대지 말자! 이신영, 너 스스로를 믿어라! (씩씩하게 걸어가고)
4. 보도국 / 낮
앵커, 명석, 종규 태근 모여있다.
시사주간지 여러권을 탁탁 책상에 던져놓는 태근.
태근 : 주부도박단 잠입취재, 유령 연예기획사 고발, 명문가 자제들 내기당구 열풍....
이신영, 매주 하나씩 뻥뻥 터트리고 있구만.
명석 : 부장님, 이신영이 UBN에 데려와야하는거 아니예요?
종규 : (놀람 의아) 하선배가 웬일이야?
명석 : MBS랑 뉴스 시청률이 10퍼센트나 차이나는데.... 이걸 뭘로 따라잡냐고.
이런 취재들 심어서 기사 좀 키웠어봐. 적어도 3퍼센트는 먹고 가지.
태근 : 부장님, 시청률 때문에 간부회의때마다 은근히 스트레스 받으시죠?
앵커 : (헛기침) 흠. . . .
종규 : 유학이나 다른 일로 나갔다가 복직한 경우 많쟎아요. 신영선배두 좀.....
앵커 : 이신영이는 나갈 때 방송사고도 있었고... 그냥 무턱대고 복직하라고 할 수 만은 없쟎아.
무슨 계기가 있어야지....
태근 : 계기라......
명석 : 조금만 기다려보죠. 제 직감상 우리 영새가 또 뭔가 엄청난 사건을 하나 들고 나타날 것 같거든요.
그때 잡죠.
5. 신영 방 / 낮
여행가방을 챙기고 있는 신영.
희숙, 들어온다.
희숙 : 어디 가?
신영 :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희숙 : 멀리 가는거야? 어디루 가?
신영 : 그냥 아무데나 발닿는대로, 기차표 남아있는 곳으로 갈꺼야.
희숙 : 좋겠다. 속상할 때 휙 떠날 수도 있고. 남편자식이 없으니 얼마나 편해.
신영 : 누가 일찍 시집가래.
(E) : 핸드폰벨
신영 : . . . .누구지?
6. 카 페 / 낮
송유리와 신영, 마주 앉아있다.
집에서 있던 편한 차림 그대로 나온 신영.
허리꼿꼿이 세우고 유리 빤히보는 유리는 다리꼬고 앉아서 건들건들 다리 흔들며.
유리 : 박원장, 언니 가져가요. 나 싫증났어요.
신영 : 박원장이라면 당신 남편 박선우 말인가?
유리 : 혼인신고를 아직 안했으니 법적으로까지 남편은 아니예요.
신영 : 싫증났음 그냥 버리면 돼지, 누구한테 가져가라마라야.
유리 : (열내는) 정말 짜증나 죽겠어. 나보다 열두살이나 늙어가지구 친구들 앞에서도 노땅 티 팍팍내고,
노래방엘 가면 꼭 흘러간 옛노래만 불러요. 춤추러 가는것도 싫어하고 뭘 조금만 해도
피곤하다그러구. 아침밥도 꼭 쳐먹고 나가요, 나 늦잠도 못자게.
신영 : (어이없는) . . .쳐. . . .먹어?
유리 : 그리구 우리 건너편에 3층짜리 대형 치과 들어왔어요. 의사만두 열명이 넘는대나.
그래서 박원장 한달 그로스(총수입)가 5백두 안돼요. 계속 적자. 완전 망했어.
신영 : 쯔쯔.... 니가 그 사람이랑 결혼할 땐 돈을 먼저 봤을텐데.
유리 : 언니가 가져가요. 난 벌써 좋아하는 연하 남친 생겼으니까.
신영 : 내가 무슨 폐품수거 동아리냐? 싫으면 그냥 길바닥에 버려.
유리 : 박원장은 아직도 언니가 자기를 잊지못한다고 생각하던데.
신영 : 시간날 때 주제파악 좀 하라고 전해.
유리 : 전할께요.
신영 : 연하남친이랑 결혼하게되면 또 청첩장 보내주구.
어디 몇 번째 청첩장까지 받아보나 내가 기대해볼게.
유리 : (깔깔) 좋아요! 노땅사귀다 네 살 연하사귀니까 너무 재밌어요. 죽어죽어!
신영 : . . . .(물끄러미 보는)
신영(E) : 박선우.... 결국 이렇게 될려구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었니?
7. 준호 진찰실 / 낮
준호, 책상 앞에 앉아 책보고 있는데 머리에 안들어온다.
휙휙 막 넘기는데 사무실 전화가 울린다.
준호 : (전화받아) 네 신준홉니다.
지훈(F) : 김지훈입니다.
8. 지훈 사무실 / 낮
녹차 잔 앞에 놓고 마주 앉아있는 지훈과 준호.
지훈 : 이제.... 어떡하실겁니까?
준호 : 모르겠습니다.... 심란하네요.
지훈 : 왜 그런 실수를 하셨어요. 그건 책임이 따르는 실수쟎아요.
원영, 서류를 갖고 들어오며 ‘1차 시안이 나왔는데요....’ 하다가 준호를 보고
원영 : 준호 있었구나....
준호 : 어? 원영이 형....
원영 : . . . (준호보며 싸늘). . . 넌 순애 어떡할꺼냐.
준호 : 형까지 왜 그래요.
원영 : 신영이도 신영이지만 순애 걔 지금 부모도 형제도 없는 딱한 애 아니냐.
너 그런 애 가슴에까지 못을 박아서야 쓰겠니.
준호 : . . . . .. .
지훈 : 1차 시안이라고 하셨나요?
원영 : (주며) 예... 이따 다시 들르겠습니다. (가고)
준호 : (한숨) 후. . . .
지훈 : 순애씨랑 결혼하실 겁니까?
준호 : . . .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결혼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랑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훈 : 순애씨를 사랑하면 되쟎습니까.
준호 : 사랑해야지, 사랑하지 말아야지.... 이게 마음대로 되시나부죠?
지훈 : 물론 안돼죠.
준호 : 그런데요?
지훈 : 순애씨가 준호씨 좋아합니다. 두 사람 가슴에 못박는 일은 하지 마시란 소리예요.
이미 신영씨 한사람 아프게 한 걸로 충분합니다.
준호 : ...........
9. 승리 아파트 / 낮
승리, 화장대 앞에 서서 외출준비하고 있다. 귀걸이 달고 브러쉬로 얼굴 고르고.
소라, 영수증 한다발 갖고 들어와서
소라 : 영수증 계산 다 맞춰놨어요.
승리 : 응, 수고.
소라 : (조심스럽게) 저기요.... 준호오빠가 순애언니 책임 안진다고 하면 그땐 어떻게 되는거예요?
승리 : . . . . .
소라 : 그땐 우리 언니 어떻게 돼요?
승리 : 인생에 있어서 꼭 남자가 필요하다는 편견을 버려.
소라 : 그럼 뭐가 필요한데요?
승리 : 건강과 돈! 건강하고 돈있으면 무서울꺼 하나없단다.
소라 : 순애언니는 돈도 없구 딱히 뭐 잘하는게 있는 것두 아니구... 앞날이 캄캄해보이는데....
승리 : 팔자 쎈 내가 먹여살려야지 어떡하겠니.
소라 : 언니 돈 그렇게 많아요?
승리 : 내가 지금 또 돈 만들러 가쟎니.
10. 서울 옥션하우스 / 낮
승리, 귀부인처럼 차리고 앉아있다. 경매가 진행중이다.
경매사, 요란한 색상으로 찍찍 그려진 추상화 한점을 놓고 서서 설명한다.
승리, 아리송한 추상화를 보며 저 그림이 좋은건가.... 갸우뚱... 다른 사람들 표정도 살피면서 앉아있다.
경매사 : 서양화가 김지욱 선생의 작품입니다. 파리 유학시절 추상으로 진로를 바꾼 후 그리기 시작한,
초기 작품 가운데 하나인데요. 선과 색이 아름답게 살아있습니다.
승리 : (옆으로도 보고). . .거꾸로 든건 아니겠지? 사두면 돈 좀 될려나...
경매사 : 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렸던 아시아 작가전에 출품됐던 작품입니다.
외로운 날에 말걸기란 작품제목처럼 ...(화려한 색감과 함께 어우러진 이 여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해외평단에서도 극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승리 : (혼잣말) 저게 외로운 날 말거는거야? 외로운날 그냥 물감통 쏟은 것 같구만.
경매사 : 경매 시작가 천만원입니다. 호가폭은 백만원으로 하겠습니다. 자, 경매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 패들을 들기 시작한다.
경매사 : 네, 42번 천백! 19번 천 이백! 67번 천 삼백!
승리 : (이리저리 사람들 둘러보고 눈치보고) 이 주걱같은건 언제 들어야 좋은거야. . . .
사람들, 패들을 들고 경매사는 번호를 부르고. 네, 1번. 33번. . . .
승리 : 으씨. . .한번은 들어줘야 체면이 설텐데.... 에라 모르겠다. (패들을 든다)
경매사 : (승리를 보며) 네, 28번! 더 이상 안계십니까?
사람들 : (조용). . . .
경매사 : 현재 경매가 2천 7백만원 나왔습니다.
승리 : 헉! 2천 7백?
경매사 : 2천 8백 안계십니까? 2천 8백!
승리 : (사람들에게) 아 왜 안들어요? 나 그냥 한번 들어본건데... 가려워서 긁느라고 팔이 올라간거예요.
빨리 더 드세요!
사람들 : (조용). . . .
(E) : 핸드폰 벨
승리 : (전화열며) 죄송해요, 저 그 작품 못삽니다. 다음에 다시 올께요. (나오면서 전화에) 하이, 신영!
11. 승리 아파트 / 낮
승리,냉장고 열고 쥬스따라 신영에게 준다.
신영 옆엔 커다란 여행가방 놓여있고.
신영 : . . . .순애는 어때?
승리 : 안 좋지 뭐. 오늘두 기운 축쳐져서 일하러 갔어.
신영 : 나 그 두 사람이랑 예전처럼 지낼 자신없어.
승리 : 그럼 어떡할래. 이제 둘 다 안 볼래?
신영 : 안 보는 것도 유치하고, 보는 것두 불편하고.
승리 :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 인생 너무 애쓰면서 살지마.
신영 : 니 말이 맞아. 내가 지금 기분 나빠하는 것도 유치한 일이야.
박선우 결혼 깨지는 것 보니까 인생 정말 허무하더라.
승리 : (놀라) 정말이야? 박선우네 쫑났어?
신영 : 응, 선우마누라 왔다갔어.
승리 : (통쾌한 듯 깔깔) 하하하.... 것봐, 내가 그랬지? 몇 달 못간다고.
아우 꼬소해... 여자 울리고 간 놈치고 내가 잘되는 꼴을 못봤다니까. 너 당장 박선우 만나!
신영 : 내가 걜 왜 만나냐.
승리 : 너한테 돌아오면 받아줄 것처럼 아주 잘해주다가 막판에 차버려. 다신 일어서지 못하게!
(귀신처럼 손톱세워) 복수를 해야지.
신영 :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애정이 좀 남아있을 때 얘기 아냐? 난 지금 다 귀챦아.
승리 : 으... 재미없어. 여자버린 놈들은 콱콱 밟아서 마지막 숨통까지 똑 끓어버려야 되는데.
신영 : 그냥 바람이나 쐬고 올란다. (가방들고 일어서고)
승리 : 넌 어디로 떠나냐. 취재는 안해?
신영 : 내 꼬라지를 좀 심층취재 해봐야겠다.
12. 순애 카페 / 낮
승리, 앉아있다.
유니폼 입은 순애, 다가온다.
순애 : 신영인 어때?
승리 : 짐 쌌어. 여행간대.
순애 : 내 원망 많이하지?
승리 : 아니. 쿨하게 견디고 있더라. 이신영 또 의외루 독하쟎니.
순애 : 준호씨 만나봤단 얘기는 없어?
승리 : 없어. .
순애 : . . . . .
승리 : 너 준호랑 빨리 얘기 마무리해야지.
순애 : . . . .응. . . .
13. 버스 정류장 / 낮
신영, 커다란 가방들고 걸어온다. 행인에게 묻는....
신영 : 여기 서울역가는 버스 서죠?
행인 : 여기말구 저 아래 정류장이요.
신영 : 고맙습니다. (걸어가며) 어느 곳으로 갈까요..... 알아맞춰 보시오 딩동댕...
부산가서 바닷바람이나 쐬고 올까...... 전주가서 비빔밥 먹고 배나 터져버릴까....
신영, 울적한 표정으로 걸어오는데
중국교포로 보이는 남루한 차림의 한 여자 큰 가방을 끼고 손수건으로 눈물닦으며
정류장 앞 의자에 앉아있다. 혼자 소리죽여 서럽게 울고 있다.
신영, 여자에게 다가가다 멈춰서고
신영 : 이신영, 오늘은 그냥 참자. (가던 길로 걸어가며) 지금 니가 남 챙길 때냐....
호기심, 궁금증, 기자본능, 관심 뚝!
신영, 저만치 걸어간다. 그러다 후다닥 달려와 울고 있는 여자에게 말을 건다.
신영 : 저기요. . . . 왜 울고 계세요?
14. 시장통 거리 / 낮
카메라, 신영의 시선이 되어 걸어간다.
이리저리 사람들과 부딪히며
신영(E) : 그러니까 불법체류중이란 약점을 잡아서 엄청난 노동착취에다가 밀린 임금도 떼먹고....
고발할테면 고발해봐라.... 이렇게 나왔단 말이죠?. . . (흥분) 어딥니까? 거기가.
어느 식당앞에 멈춰선다.
가방을 들고 서있는 신영의 뒷모습. 알록달록 꽃무늬 옷에 양말신고 샌달을 신은 촌스런 뒷모습.
15. 식 당 / 낮
주인 앞에 서서 여행가방 든 채 인사하는 신영. 중국동포로 분장.
촌스런 머리핀 꽂고 머리도 양갈래로 땋거나 묶었다. 얼굴엔 촌스런 홍조.
심퉁맞게 생긴 남자주인 신영을 위아래로 훑고 있다.
신영 : (연변사투리) 리춘옥이라고 합네다. 잘 부탁하갔시오.
주인 : 우리집에서 사람 필요한건 어떻게 알구 왔수?
신영 : 요렇게 조렇게 다 듣는데가 있시오.
주인 : 불법체류중이죠?
신영 : . . . .고거이 고러니까. . ..
주인 : 알아 알아. 장사 하루 이틀하나....
신영 : 사정이 어려워서 그런데 일삯은 보름치씩 계산을 해주시면 감사하갔습네다.
주인 : 일만 잘함 누가 뭐래.
신영 : 일삯은 꼭 주시는기지요?
주인 : 홀 서빙, 설거지, 배달.... 두루두루 다 해야하는데...
신영 : 시켜만 주시라요.
16. 식당 앞 / 낮
빈 뚝배기 담긴 쟁반을 머리에 이고 식당으로 오는 신영.
신영 : 야.... 진짜 심하다.... 한 사람한테 몇가지 일을 시키는거야....
이렇게 부려먹고 돈 안주고 내쫓고. . .. 죽었어!
17. 식 당 / 밤
신영, 쟁반을 들고 부산히 왔다갔다하고 있다.
술취한 남자들, 신영을 부른다.
남자1 : 아가씬 어디서 왔어? 산둥성에서 왔나... 요령에서 왔나....
신영 : 제가 저 올데서 오지 어디서 옵네까.
남자2 : 하하하.... 요 깍쟁이 같으니라구. 야, 노래 한번 불러봐. 내가 팁 줄게.
신영 : 일 없습네다.
남자2 : (손잡아 끌며) 어허! 이럼 또 우리가 섭하지....
신영 : 노래 못합네다. 아는 한국노래 하나도 없습네다.
남자2 : 그럼 이리와서 나랑 뽀뽀 한번 하고 가. 그럼 (만원짜리 두장 흔들며) 이거 주지....
신영 : . . . . .
남자1 : 노래할래 뽀뽀할래, 골라아 골라......
신영, 남자얼굴로 뽀뽀해줄 듯이 조심스레 다가간다.
남자는 기대하며 빙긋.
신영 남자의 귀를 쫙 잡아당겨 뭐라고 소곤소곤....
한쪽 손으론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목을 치는 시늉도 했다가......
남자2 : (꼬리 내리고 돈 집어놓는다)
신영 : 그럼 일 보시라요. (가고)
남자1 : 왜? 쟤가 뭐래?
남자2 : 중국에서 연쇄 강도살인으로 수배중이래. 조용히 살고 싶대.
남자들 신영을 본다.
신영, 돌아보며 입모양으로 ‘죽어’ 하며 주먹을 한번 쥐어본다.
남자들 얼른 고개숙이고 냅킨으로 테이블도 닦고. .
18. 준호 오피스텔 / 밤
순애, 들어선다.
준호, 순애를 맞아 식탁에 앉고.
순애 : . . . .준호씨 얼굴이 까칠하네요.
준호 : 순애씨도 좋아보이진 않네요.
순애 : 어떡할까요 준호씨.
준호 : 순애씨는 어떡했으면 좋겠어요?
순애 : . . . .준호씨부터 말하세요.
준호 : 솔직하게 말할께요. ..... 난 다시 그날 밤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다시 그 날로 돌아가서요 우리 신나게 술마시다가 순애씨을 딱 택시 태워서 손 흔들어 보내고,
난 혼자 여기서 자고 싶어요.
순애 : . . . . .이젠 내가 말할까요?
준호 : 얘기하세요.
순애 : 저도 처음엔 신영이랑 준호씨 잘돼길 바랬었어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 . .
준호씨를 혼자 좋아하게됐어요. 준호씨가 있어서 나 혼자 기운나고.... 웃고.....
신나고... 들뜨고.... 그랬어요.
준호 : . . . .어떡하죠 순애씨..... 난 신영이를 잃고 싶지 않은데....
순애 : 나는 준호씨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준호 : .......
순애 : . . . 제가 마음을 접어야겠네요....
19. 거 리 / 밤
순애 걸어간다. 걷다가 서서 밤하늘을 보는데 눈물난다.
눈물닦으며 힘없이 걸어가는 순애.
20. 식 당 / 밤
빈 식당. .... 혼자 앉아 양파를 까고 있는 신영.
양파를 까 칼로 4등분으로 자르고... 매운 듯 눈물을 찍어내고 있다.
옆엔 다듬어 놓은 배추가 놓여있다.
신영 : 근무시간 외의 잔업은 당연시. 손님들의 희롱에도 주인은 모른척.
야참은 커녕 저녁먹을 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았음.....
(옆에 있는 배추를 한입 물어 뜯어먹고) 배고파....
21. 지훈 사무실 / 밤
지훈, 가방챙기고 쟈켓 걸치며 퇴근준비하다가 문득 멈추고 핸드폰 버튼을 누른다.
지훈 : 신영씨, 뭐해요? 밖에 나와있음 와인이나 한잔 합시다.
신영(F) : 나 지금 일하는데요.
지훈 : 지금 이 시간에 무슨 일을 하는데요?
22. 식 당 / 밤
작은 절구에 깐 마늘을 넣고 찧고 있는 지훈. 세게 펑펑찧어 마늘이 밖으로 튀어나가고. . .
신영은 옆에서 양파까고 있다.
신영 : 좀 잘해요. 마늘 다 튀어나오쟎아요.
지훈 : 해볼래요? 이게 그거보다 훨씬 어려워요.
신영 : 남의 떡이 커보이는거지. 바꿔요 그럼.
신영, 마늘을 찧고
지훈 양파를 까고 칼로 자르며 눈물찍어내고 있다.
신영 : 울지마요.
지훈 : (손등에 기대 우는척) 흑흑흑....
신영 : 힘들면 말씀하시라요.
지훈 : 힘 안듭네다.
신영 : 그럼 계속 하시라요. 저기 한 푸대 더 있습네다.
지훈 : 신영씨.... 정말 엉뚱하고 귀엽다. 이런 생각은 또 어떻게 한거예요?
신영 : 이 집 주인 정말 못된거 있죠. 진짜 이 정도인줄 몰랐어.
지훈 : 불법체류중인거 감춰주고 인간적인 사장들도 많대요. 너무 한쪽으로만 치중해서 쓰지마세요.
신영 : 지훈씨 지금 너무 잘어울리는거 알죠? 낼부터 출근하실래요?
우리오빠 리동춘입네다. 양파까기 인간문화재야요.
지훈 : 안녕하십네까. 리동춘입네다. 고저 내가, 만리장성의 혼을 담아 양파를 한번 까보갔시오.
지켜봐 주시라요. (썰렁하면 안하셔도 좋고!)
신영 : 동춘이 오빠 딱입네다! (안할 경우 이 대사도 삭제!)
지훈 : 일 하니까 머리아픈게 좀 덜하죠? 속상할 시간도 없구.
신영 : . . . . 네. . . .
지훈 : (미소) 신영씨! 나는 마늘을 찧을테니까 신영씬 양파를 까세요.
신영 : 지훈씨 지금 꼭 그거 같아요.
지훈 : 한석봉 어머니요?
신영 : 아뇨. 콩쥐 도와주러 나타난 두꺼비. 나는 콩쥐.
지훈 : 내가 그렇게 못생겼어요?
신영 : . . .모르고 계셨어요?
지훈 : . . . . .(배추를 들고 일어서서 열받는 듯 왔다갔다)
신영 : 농담이예요 농담.
신영과 지훈, 웃으며 일 계속하고....
23. 신영네 집 앞 / 밤
지훈의 차 와서 선다.
신영 : 자동차도 태워주시고 감사했습네다.
지훈 : 내일도 도와드릴께요.
신영 : 봐서요.
지훈 : 잘자요.
신영 : 지훈씨도 잘가요. 오늘 정말 감사합네다.
지훈, 손 흔들고 떠나고.
24. 신영 방 / 밤
다리 올리고 누워있는 신영.
6부 준호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던 일,
12부 공원에서 준호랑 뽀뽀하다 도시락 떨어뜨린 일 떠오른다..... 미소....
눈물이 나는데 신영, 벌떡 일어나 앉아 포터블 오디오 버튼을 누른다.
중국어 기초 회화테잎 틀어놓고 따라한다.
신영 : 이얼싼스. . .인생이 언제 내 맘대로 됐냐. . . .어떻게든 되겠지 뭐. . . 니 하오마. 쎄쎄. . .
25. 승리 아파트 / 아침
승리, 토스트와 쥬스 식탁에 차리고 있다.
순애는 걸레로 마루바닥을 박박 열심히 닦으며 돌아다니고.
승리 : 아침 댓바람부터 뭐하니. 빨리 아침먹구 출근해.
순애 : 생각없어. (열심히 걸레질만)
승리 : 참, 준호 언제 만날꺼야?
순애 : 어젯밤에 만나서 얘기했어.
승리 : 뭐래?
순애 : . . . .나 출근준비해야겠다.
승리 : (붙잡고) 야, 준호가 뭐래?
순애 : 요즘 세상에 뭐 그런 일 때문에 결혼까지 가는건 웃긴일이쟎아 솔직히.
승리 : 엄청나게 웃긴 일이지. 니가 신준호를 좋아하지만 않는다면야.
니가 준호를 좋아하지도 않고, 돈도 많고, 직장도 불안하지 않다면야 엄청나게 웃긴 일이지 그게.
순애 : 나 마음 비울꺼야.
승리 : 애는 그럼?
순애 : 나 지각하겠다. (방으로 후다닥)
26. 순애 카페 / 낮
미친 듯 일에 몰두하는 순애.
손님들로 가득한 카페.
순애, 한켠에 서서 직원들에게 지시한다.
‘창가 테이블에 스팀밀크 좀 더 갖다드려요’ ‘물에 레몬조각 좀 더 넣구’
‘화장실 세면대에 비누 새걸로 놓아주세요’
순애, 카페 한켠에 잡지 정리해놓는데
동만 : 식사 안하세요?
매니져 : 난 괜챦아요. 먹고 와요.
동만 : 요즘 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니예요?
27. 준호 진찰실 / 낮
승리, 준호에게 사정조로 얘기한다.
승리 : 준호씨가 우리 순애를 좀 봐주면 안되겠어요?
준호 : . . . . .자꾸 병원까지 찾아와서 이러심 어떡합니까.
승리 : 순애 좋은 애예요. 이쁘고 착하고 속도 깊어요. 그냥 우리 순애 좀 사랑해주면 안돼요?
이왕 이렇게 됐는데?
준호 : 내가 아무리 그런 실수를 했어두 신영이를 마음에서 지우지 못하겠어요.
승리 : 이신영, 지금 열심히 마음 정리하고 있어요, 또 신영이한텐 지훈씨도 있쟎아요.
신영이 걱정은 하지마세요.
준호 : . . . .
28. 시장통 어귀 / 낮
신영, 배추와 무, 열무를 이고 지고 끙끙대며 오는 신영.
오다가 부르르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보고 피하려는데 그만 넘어진다. 배추 와장장 굴러떨어지고....
신영 : . . .(울상) 내 배추. . . . 내 무우. . . .
29. 식 당 / 낮
너덜거리는 배추와 잘려나간 무, 열무를 보고 펄펄뛰는 주인.
주인 : 이거 하나 제대로 못들고 오나.
신영 : 죄송합네다.....
주인 : 춘옥씨 당장 관둬. 이렇게 일 못해서 어디 둘 수 있겠어.
신영 : 죄송합네다 잘하겠습네다.
주인 : 낼부터 나오지마. 빨리 저거 성한 거 골라서 다듬어 놓구.
신영 : . . . . .
주인 : 뭐하구 있어..
신영 : 점심을 아직도 못먹었는데, 밥 좀 먹고 하갔습네다.
주인 : 이 꼴을 해놓고 어디서 밥타령이야. ...
신영 : 배가 고픈걸 어떡합네까 그럼.
주인 : 한끼 굶는다고 굶어죽나?
신영 : 밥 먹기전엔 절대 일 못합네다. 나 밥 주시라요.
주인 : 그럴꺼면 당장 나가.
신영 : .... 그럼 일삯 주십시오.
주인 : 아니 일 못해 짤리면서 무슨 돈을 달래. 당장 나가요.
신영 : 저 배고픕네다. 일삯 주시라요.
주인 : 너 빨리 안나가? (전화들며) 불법체류 단속반에 신고한다.
신영 : . . . . 너 정말 나쁜 놈이구나.
주인 : 뭐? 이게 미쳤나..
신영 : (쟁반을 들며) 아이구 이걸 그냥. . . .너 죽었어! 두고봐.
쟁반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30. 시장통 거리 / 밤
한 손에 빵, 한 손에 빨대꽂은 우유 들고 먹으면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신영.
신영 : . . . . .이신영. . .힘든건 이런거지.... 이렇게 배고프고 눈물나고 이걸 힘든거라고 하는거지....
니가 찜했던 남자가 니 친구랑 뭐 그렇고 그렇게 된거.... 속상하긴하지만
그렇다고 니가 굶어죽진 않쟎아?. . . (우유 빨면서 가고) 이 빵 뭐야.. 디게 맛있다....
31. 순애 카페 / 밤
다 퇴근해 빈 카페. 한쪽에 앉아 순애, 책을 읽는 중. 준호가 준 책.
순애 : 삶이 더 이상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작게 느껴질 때
그땐 유서를 써보자. 당신주변의 소중한 행복을 발견하게 될것입니다.
유서라 쓰인 봉투.
순애, 흰 종이에 곱게 쓴 유서를 쓰고 있다.
순애 : 힘들었지만 따뜻한 추억도 많았던 서른 두 해였습니다. 내 소중했던 친구 신영과 승리....
막상 세상을 등질 생각을 하니까 눈물이 나네요.....
이제 잠시후면 그렇게 보고싶던 엄마도 만나고 우리 아버지... 세식구가 한자리에 모이겠지요....
32. 스시 바 / 밤
예쁘게 놓인 생선초밥 먹고 있는 지훈과 신영.
지훈 : 신영씬 밥도 맛있게 잘먹어서 너무 이뻐요.
신영 : 오늘 하루종일 너무 배고팠어요.
지훈 : 기사마감은 언제예요?
신영 : 월요일까지요.
지훈 : 넉넉하네요, 시간.
신영 : 제 경험만 쓰면 너무 주관적이되니까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도 만나서 인터뷰도 해야되구
그러다보면 빠듯해요.
지훈 : 난 오늘도 양파까러 갈까했는데 벌써 짤리고 그래요.
신영 : 죄송해요.
양복차림의 남자, 지나가다가 지훈을 보고 반갑게 아는척 ‘김지훈씨’.
지훈, 일어서 인사하며 ‘장변호사님 오랜만입니다’
남자 : 반갑네요.... 애인이랑 식사중이신가부죠?
지훈 : . . . .여긴 웬일이십니까?
남자 : 미국에서 같이 지내던 친구가 여기 파트너로 왔어요. 로빈 기억나죠?
지훈 : 그래요? (신영에게) 신영씨 잠깐만요, 인사 좀 하고 올께요.
지훈, 간다.
신영, 혼자 먹고 있는데 신영의 핸드폰 울린다. 신영, 보면 준호라 뜨는 이름.
받을까말까 망설이다가 받는다.
신영 : . . . . .여보세요?
33. 준호 진찰실 / 밤
통화중인 준호.
준호 : 니가 너무 너무 보구 싶어. 나 어떡하지 신영아. . . .
34. 스시 바 / 밤
신영 : . . . (눈물 핑). . . .
준호(F) : 나 좀 여기서 구해주라. 정말 이거 아니거든 신영아....
신영 : 전화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전화끓고 밧데리를 빼놓는다)
지훈, 온다.
신영, 눈물이 글썽한걸 보고
지훈 : 왜 울어요?
신영 : . . .겨자를 뭉텅이로 먹었어요...
지훈 : 어이구 저런.... 물마셔요. (물 주고)
신영 : (눈물 맺힌채 애꿎은 물 꼴깍꼴깍마시고)
35. 승리 아파트 / 밤
불거진 거실.
들어오는 순애.
순애 : 승리야...... 아직 안왔나? (피곤한 듯 소파에 털썩) 아흐.... 머리야...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쑤시고. . . . .
순애, 부엌으로 가 잔에 물을 따르고 약상자를 뒤진다.
순애 : 두통약이......
순애, 물잔과 약병을 가지고 소파로 와
순애 : 가만.... 빈 속에 약 먹어도 괜챦나. . . . .아으. . . 몰라.
(한알 삼키고, 또 한알 다 삼키고...... 물잔과 약병 마루바닥에 던지듯 놓는데
병이 옆으로 쓰러진다. 순애도 소파에 털썩 눕고) 아흐. . . 씻기두 귀챦다..
순애, 죽은 듯이 누워있고 .......
36. 신영 집 앞 / 밤
지훈의 차, 와서 선다.
신영과 지훈 내리는데 대문 앞에 준호가 서있는게 보인다.
준호 : 신영아!
신영 : 너랑 할 얘기없어 준호야.
준호 : 날 좀 어떻게 해줘. 니가 날 좀 잡아주면 안되겠니?
지훈 : 신준호 선생 참 남자답지 못하군요.
준호 : 신영이한테 얘기하는 중입니다. 상관말아주세요.
지훈 : 신영씨 오늘 피곤합니다. 귀챦게 하지마세요.
준호 : 지금 신영이한테 얘기하고 있쟎아요. 내가 이 여자를 포기할 수 없다고.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하는데 어떻게 이 여자의 친구한테 내가 갈 수 있냐구.
내가 그런 실수를 했다쳐두 나를 좀 어떻게 해달라구.
신영 : 준호야.....
준호 : 응, 신영아.
신영 : 넌 순애한테 책임질 일을 했어. 나한테 와서 이러는거 옳지않아. 다신 이러지마.
준호 : . . . . .
신영 : 지훈씨, 오늘 저녁 잘먹었어요. 조심해서 가세요....
37. 신영 방 / 밤
신영, 들어와 침대에 펄썩 엎어진다.
38. 준호 오피스텔 / 밤
불꺼진 준호의 집.
준호, 들어와서 바닥에 털썩 앉는다.
39. 승리 아파트 / 밤
파티용품을 잔뜩 손에 든 승리, 들어온다.
승리 : 야 밥 있냐? 아우 배고파. .. .
순애 : (소파에서 죽은듯이)....
승리 : . . . 순애야. . . . 너 자냐?
승리, 바닥을 보면 약병이 쓰러져 있고.
승리 : (놀라) 순애야!
순애 : . . . .
승리 : 야! 너 약먹었어? (흔들어 깨우며) 야! 일어나봐.
순애 : . . . .
승리 : 너 죽었어? 아니지?
순애 : . . . . . . .
승리, 가방을 본다. 흰 봉투가 하나 나온다. 유서라 쓰여있다. 펼쳐 읽어본다.
승리 : Oh, no!
40. 승리 아파트 앞 / 밤
119 구급대 와서 선다. 대원들 들 것과 함께 내리고.....
41. 승리 아파트 / 밤
119 대원들 들이닥친다. 승리, 눈물을 흘리면서
승리 : 여기예요. 도와주세요.
대원들, 순애를 잡아 일으킨다.
순애 : . . . . (부스스 눈을 뜨고). . . .
승리 : 너 의식은 있어?
순애 : . . . . . .
승리 : 선생님들! 얘가 의식은 있네요.... 빨리 가서 위세척하면 살아날 것 같아요.
승리, 호들갑.
대원들 순애를 들쳐업고 일어선다.
순애 : (정신몽롱.... 혼잣말). . .그냥 두통인데 119까지 부르고 그래. .. .
42. 응급실 / 밤
커튼 쳐져있는 위세척실.
순애 우웩우웩..... 억울한 고함 흘러나온다.
순애 : 으웩. . . 나 이거 안할래요. . .으웩. . .도대체 왜 이러는건데....
으웩.... 빈 속에 두통약 좀 먹었다고 이러는게... 어딨어... 으웩
승리, 앞에서 조바심치고 서있고
신영, 뛰어들어온다.
신영 : 승리야!
승리 : (껴안으며) 신영아! 나 저 가시내땜에 미치겠다.
신영 : 순애는 어때?
승리 : 살아났어.
신영 : (안도의 숨) 다행이다.
준호 : (뛰어들어오며) 순애씨가 자살기도를 했다구요?
승리 : 이게 다 준호씨 때문이예요.
준호 : . . . . .
신영 : . . . . .
43. 병원 일각 밖 / 밤
준호, 굳은 듯 가만히 앉아있다.
플래쉬백----
순애 : 저도 처음엔 신영이랑 준호씨 잘돼길 바랬었어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 . .
준호씨를 너무 좋아하게됐어요. 준호씨가 있어서 나 혼자 기운나고.... 웃고..... 신나고...
들뜨고.... 그랬어요.
준호 : . . . .어떡하죠 순애씨..... 난 신영이를 잃고 싶지 않은데....
순애 : 나는 준호씨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44. 응급실 / 밤
침상에 정신나간 듯 누워있는 순애.
준호, 다가와 옆에 앉는다.
준호 : 순애씨.... 내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순애 : . . . .(정신 몽롱한 채). . .??
45. 응급실 앞 / 밤
승리, 정신없는 듯 부채질하며 앉아있다.
승리 : 아후 이제 좀 정신이 드네....
신영 : . . . .
준호, 나온다.
준호 : 신영아, 가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신영 : 됐어.
준호 : (화를 버럭) 데려다준다니까.
신영 : . . . . .
46. 신영 집 앞 / 밤
와서 서는 준호의 차. 두 사람 말없이 앉아있다.
신영 : 나 갈게.
준호 : (신영의 손을 잡는다)
신영 : . . . (뿌리치며) 너 이러지 마. 순애 저러는 것 보고도 그래?
준호 : 신영아..... 나 순애씨랑 결혼을 해야할까봐.....
신영 : . . . .
47. 신영 방 / 밤
침대에 앉아 눈물 뚝뚝 흘리는 신영. 비이커에 눈물받고 있다.
신영(E) : 몇씨씨의 눈물을 흘려야 내가 괜챦아 질까요. 난 이미 마음을 접었는데 왜 눈물이 나는건지.
나는 날 속이고 있었나.... 내 마음을 나도 모르고 있었나. 알면서도 눈가리고 피하고 있었을까.
사랑이 떠난 후에야 사랑을 깨닫는 이 어리석음. 이제 또 무엇이 떠나고 뒤늦은 후회로
내가 울게 될까요. 떠나기전에 그 소중함을 발견하고, 그래서 다시는 보내고 싶은 않은
(코믹한 흐느낌) 이신영입니다.
49. 신영네 부엌 / 아침
신영 희숙 찬영 금순, 식사중.
신영은 뜨는둥 마는둥.
원영은 출근할 차림으로 앉아서 식사중.
신영 : 준호, 순애랑 결혼할꺼래.
원영 : 순애는 뭐래?
신영 : 어젯밤에 나한테 그랬어. 순애한테도 곧 얘기하겠지.
금순 : 신영아, 속상할꺼 없다. 준호랑은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해.
신영 : 나는 왜 맨날 인연 아닌 애들만 만나는건데.
원영 : 김지훈이가 있쟎아. 너무 상심하지마.
신영 : 내가 뭐 옆에 남자없음 죽냐? 나는 나 이신영이가 있어! 걱정하지마.
희숙 : 그런데 준호 장가간단 소리에 왜 그렇게 죽상일까.
찬영 : 누나, 우리 오늘 신나게 드라이브나 갈까?
신영 : . . . 싫어.
금순 : 그러지말구 오늘 나가서 바람 좀 쐬자.
희숙 : 참, 어머니 그럼 오늘 사오세요. 가게에 놓을 장식용 경대 필요하셨댔쟎아요.
금순 : 얘, 신영아... 골동품 파는 가게 어딨는지 너 알지?
신영 : . . . . .
50. 장안동 골동품 거리 / 낮
찬영과 금순 신영.... 가게를 둘러보며 옛날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다.
갓도 써보고 나막신도 보고.....
신영은 심드렁하다.
신영 : 구경하고 있어. 난 저쪽에 좀 앉아있을게.....
51. 장안동 골동품 거리 일각 / 낮
신영, 한켠에 앉아 생수병 열어 마신다.
물마시며 멍하게 앉아있는데 세명의 남자 주위를 살피며 한 낡은 승합차로 오며 수근거린다.
도굴꾼1 : 그건 여기다 풀 물건이 아니라니까요.
도굴2 : 신안때 빼돌린 것도 우리가 보관하고 있어요.
장물아비 : 충주에 그 창고 아직도 쓰나?
도굴1 : 얼마전에 박물관에서 사라진거, 그것도 거기 있어요 지금.
신영 : !!!
도굴2 : 오늘은 일단 일본으로 보낼 것만 실을꺼예요.
형님 생각있으면 와서 다른 물건들도 한번 보시던지.
52. 장안동 골동품 거리 일각 / 낮
신영, 달려온다.
신영 : 찬영아, 이따 엄마모시고 택시타고 가. 난 볼일이 좀 있다.
금순 : 얘!
찬영 : 누나!
신영, 차로 달려가 출발시킨다.
53-1. 거 리 / 낮
앞서 가는 봉고를 따라가는 신영. 신영, 백미러로 얼굴을 한번 본다.
신영 : 이신영.... 진짜 못말려.... 나중에 애낳다가두 취재갈 애야 너는.
얘야 아직 나오지 말아라. 사건터졌다.
53. 창고 앞 / 낮
봉고차 서 있고 문 열려진 창고.
사람들 몇 명 웅성거리며 창고에서 흰 종이와 천으로 찬 물건들을 꺼내 봉고로 옮긴다.
누군가 저 쪽에서 ‘막걸리 한잔씩 하고 해’ 소리치자 사람들 그리로 우르르간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보고있던 신영, 창고쪽으로 간다.
54. 창 고 / 밤
신영, 조심스레 창고로 들어온다.
청자, 백자, 향로, 금주전자, 놋그릇 등등.... 도굴한 물건들 여러점이 놓여져있다.
신영 : 세상에...... 이게 다 어디서 난거야.... 흡! 이건 지난번에 박물관에서 도둑 맞았다는.....
사람들 소리가 나자 신영, 커다란 나무 상자 뒤로 가 숨는다.
인부들, 돌부처상 하나를 들고 나간다. 밖에서 문 잠그는 소리.
신영, 불안하고. 사람 소리 멀어지면서 차 떠나는 소리난다.
신영, 나온다. 창고 문 밖으로 잠겨있다. 흔들어도 꼼짝 않고.....
신영, 핸드폰을 꺼낸다. 밧데리가 비었다.
신영 : 아흐... 밧데리 충전한거 차에 두고왔는데.... (승리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는 가지만 받지 않는다)
55. 승리네 거실 / 밤
승리, 메모해놓은 수첩보며 강의 연습중이다.
승리 : 우리말이죠 적어도 고무줄 늘어난 팬티는 입지맙시다.
사우나가서 보면 우리 어머니들 바람술술 잘 통할 것 같은 팬티입고 오시는데
차라리 남편 밥상에 생선을 하루 안놓고말지 속옷, 쌩쌩한걸로 입자구요.
남편들도 그걸 더 좋아할껄요.
55-1. 승리네 침실 / 밤
화장대 위에서 진동으로 울리고 있는 승리의 휴대폰.
56. 창 고 / 밤
신영 : 승리야... 나 이상한데 갇혔어. . . .충북 충주야, 무슨 학교가 옆에 보이는 농가의 창고구....
나 전화밧데리 간당간당하거든. 이거 들으면 빨리 전화 좀 해줘.
신영, 밖에다 소리친다.
신영 : 밖에 아무도 없어요? 도와주세요..... 여보세요! 아무도 없어요?
신영, 지친 듯 가마니 깔린 위에 털썩 앉는다.
신영 : 이럴 줄 알았으면 점심이나 먹어두는건데....
57. 승리 아파트 / 밤
승리, 들어와 화장대 앞에 앉다가 전화기를 본다.
승리 : 음성메세지가 있었네? (버튼 눌러 듣는)
58. 지훈 사무실 / 밤
사무실 전화를 받는 지훈.
지훈 : 네 김지훈입니다.
승리(F) : 지훈씨, 나 장승린데요.
지훈 : 승리씨가 웬일루 나한테 전화를 다하셨어요?
승리(F) : 신영이 좀 찾아주세요.
지훈 : (놀라) 네?
59. 승리 아파트/ 밤
승리 지훈 순애 앉아있다.
준호, 뛰어들어온다.
준호 : 신영이가 연락두절이라구요?
승리 : 방금 실종신고 접수했어요. 기다려보자구요.
준호 : 하루에 실종자 신고가 수십껀이예요. 신고했다구 바로 찾아지는게 아니라니까요.
지훈 : 별일 없을겁니다. 좀 기다려보죠.
준호 :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속을 썩이는거야....
순애 :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
승리 : 그런 소리하지마. 이신영 그렇게 유치한 애 아니야.
집 전화벨이 울린다. 모두 긴장 시선집중.
승리, 후다닥 뛰어가 전화를 받는다.
승리 : 네 여보세요! . . . (듣다가 버럭) 이 사람들이 지금 장난하나. (끓고)
준호 : 무슨 전화예요?
승리 : 땅 사래요.
60. 창고 / 아침에서 밤으로
쭈그려 앉아있는 신영. 조그맣게 나있는 창으로 빛이 새들어온다....
신영 : . . . . 내가 여기서 이렇게 죽을지도 모르겠다....
새들어 오던 빛 사라지고 다시 밤이 된다.
신영, 지친 듯 옆으로 풀썩 눕는다.
61. 금순 방 / 밤
이마를 싸매고 누은 금순.
희숙 원영 찬영 옆에 앉아있고.
금순 : 아직도 연락없니?
원영 : 걱정하지마세요, 어머니. 신영이 아무 일 없을꺼예요.
금순 : 이틀째 연락이 없는데 일이 없기는. . . .아이구우....
희숙 : 어머니... 진정하세요.....
62. 창 고 / 낮
입술이 허옇게 마르고 퀭한 신영, 누워있다.
조그만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에 먼지 날리는게 비치고.....
플래쉬백--- 초등학교때 준호가 ‘신영아 결혼해주라....’ ,
13부의 여고시절 씬, 1부 승리 결혼식날 남자패던 씬,
2부 세 여자 호텔에서 껴안고 울던 씬,
5부 세차장에서 물 끼얹던 씬....
12부 준호와 키스하던 씬....
14부 지훈과 마늘까던 씬......
신영 : . . . .필름이 지나가네...... 나 정말 죽나보다..... (힘없이 웃는데 눈물이 흐른다). . .
13부 순애를 때리고 울던 모습 스쳐간다....
신영 : . . .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63. 준호 진찰실 / 낮
수술복 입은 준호 들어와 책상을 짚고 섰다가 사무실 전화를 든다.
준호 : 과장님, 저 오늘은 수술 못하겠습니다. 오늘은 OP 빼주십시오.
63-1. 순애 카페 / 낮
굳은 얼굴로 한켠에 멍하니 서있는 순애.
순애(E) : 신영아, 제발 살아있기만 해. 내가 꼭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
64. 승리 아파트 / 낮
승리, 조바심치며 왔다갔다하는데 벨소리.
나가서 문열면 지훈이다.
승리 : 지훈씨.....
지훈 : 우리도 나가서 같이 찾아봅시다.
승리 : 우리가요?
지훈 : 충북 충주고, 옆에 학교가 보이는 농가라고 메시지에 남겨져 있었다면서요.
승리 : 네!
65. 보도국 / 낮
태근, 부장에게 뛰어온다.
태근 : 부장님! 영새가 사흘째 실종상태라는데요.
앵커 : 뭐야!
종규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선배!
태근 : 갑자기 연락두절이래. 핸드폰도 꺼져있구.
명석 : 친한 형사들 뒀다 뭐합니까. 이럴 때 좀 도와달라고 해요.
66. 창 고 / 낮
신영.... 눈감고 쓰러져있다. 의식 가물가물.....
목소리 웅얼웅얼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신영 : . . . . .....
준호(E) : 신영아.... 너 어딨는거야.... 너 왜 이렇게 내 속을 태워.
지훈(E) : 제가 갈께요. 신영씨 조금만 기다려요.
순애(E) : 신영아.... 미안해.... 제발 살아있기만 해줘....
승리(E) : 이신영 너 강한 애야. 너 살아있어야 돼 기집애야.
67. 창고 근처 도로 / 낮
운전하는 지훈.
승리, 충주가 나온 지도를 펼쳐놓고 군데군데 X표를 치고 있다.
승리 : 벌써 세군데 꽝.
지훈 : 이제 몇군데 남았죠?
승리 : (세어보는) 하나둘 셋넷.... 다섯군데요. 오늘안에 다 못 돌 것 같은데요.
지훈 : 다음 학교는 어디죠?
승리 : 좀 더 가서 우회전이요.
68. 창고 근처 도로 / 낮
지훈, 차를 달리다 선다.
지훈 : 저기... 창고 비슷한게 있네요.
승리 : 학교가 꽤 멀리보이는데.... 저건 아닌 것 같애. 좀 더 가봐요.
지훈 : . . .
지훈, 그냥 스쳐가는데 가다가 차를 세운다.
저 멀리 구석에 신영의 차가 세워져있는게 보인다.
지훈 : 저거 신영씨 차 아닙니까?
승리 : 맞아요!
창고 앞으로 달려오는 지훈과 승리. 문을 밀어보는데 잠겨있다.
승리 : 신영아. . . .신영아! 안에 있음 대답 좀 해봐 신영아!
지훈 : 신영씨!
승리 : 있어두 무사할까 몰라요. 사흘이나 지났는데.....
지훈 : 잠깐 기다려요. (어디론가 달려가고)
승리 : 신영아! 안에 있니?
69. 창고 안 / 낮
밖에서 신영의 부르는 소리 웅얼웅얼하듯 꿈결에 듯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70. 창 고 앞 / 낮
커다란 쇠망치를 들고 오는 지훈. 자물통을 내리치기 시작한다.
열심히... 자물통 깨는 일에 몰입해 있다.
승리, 지훈의 표정을 본다. 신영이를 사랑하고 있구나... 싶은.....
자물통이 덜커덩 깨져 떨어진다.
71. 창 고
쓰러져 있는 신영. 탈진상태.
문 열리고 지훈과 승리 들어온다.
승리 : 신영아!
지훈 : 신영씨!
신영 : . . . . . .
지훈 : (신영을 껴안고) 신영씨.......
승리 : (울며) 야 이 기집애야..... 나는 너 죽은줄 알았단말야. . . .
신영, 눈물이 난다.
지훈 : 신영씨.... 이제 살았어요. (헝클어진 머리 쓰다듬어주고)
신영 : . . . (미소.... 눈물).....
72. 보도국 / 낮
벌떡 일어나 전화받는 앵커.
앵커 : 이신영 너 지금 어디야.
태근 명석 종규 귀가 번쩍 앵커 곁으로 모이고.
73. 창고 앞 / 낮
신영, 전화하는데 말할 기운이 없어 힘들다.
119응급차, 와서 선다.
신영 : 부장님.... 문화재도굴 밀매단... ...보관창고... . . 알아냈어요. 다른 데서 오기전에... 빨리.....
승리 : 얘가 지금 정신이 있는애야 없는애야. (전화뺏어) 여보세요! 당신네들 내 친구 짤랐지?
내가 이거 MBS에만 알려줄꺼예요. (전화끓고)
지훈 : 갑시다 신영씨.
신영, 119 구급차에 타고. 지훈도 따라타며
지훈 : 난 이거 타고 갈테니까 (키 주며) 내 차, 승리씨가 좀 갖다줘요.
승리 : 아까보니까 기름도 없던데.
74. 승리 아파트 / 밤
전화하며 기쁨에 들뜬 순애.
순애 : 정말? 신영이 무사해? (안도의 숨 내쉬며 푹 주저앉고) 감사합니다....
75. 병 실 / 밤
병실 가득한 축하풍선. 신영, 링거꽂고 누워있다.
문 벌컥 열리고 가운입은 준호 들어온다.
준호 : 신영아!
신영 : (일어나 앉으며) 준호야.....
준호 : . . . (다가와서 신영을 껴안는다)
신영 : . . . .
준호 : 너 이 나쁜 놈! 너 나 죽는 꼴 보구 싶어? (꿀밤 꽁!)
신영 : 아퍼! 왜 환자를 때리고 그러냐.
준호 : 너 때문에 며칠동안 아무것도 못했어.
신영 : 준호야....
준호 : 왜?
신영 : 나 니들 결혼 진심으로 축복해 줄 수 있어.
준호 : . . . . .
신영 : 정말이야. 난 이제 다 행복해. 아주 많이 이해해.
준호 : 넌 애가 왜 그렇게 못됐냐. 내 생각은 안해? 너 혼자만 죽다살아서 해탈해오면 다야?
나는 아직도 여기서 이렇게 힘든데.
신영 : 성격 진짜 이상해. 죽었다 살아온 사람한테 화를 내고 그래.
준호, 신영을 껴안는다.
이때 문 열리고 커다란 꽃바구니를 든 종규, 태근, 명석 들어온다.
준호, 얼른 떨어지고.
들어온 세사람도 시선처리 못해 흠흠....
명석 : 진찰을 특이하게 하시는군요.
준호 : 부러우시면 해드릴까요?
명석 : 됐습니다. . .영새야!
신영 : 다들 웬일이야?
태근 : 니 덕분에 특종이 나왔는데 회사에서 가만 있을꺼 같냐.
명석 : 너 다시 복직하랜다. 우리 한번 또 지지고 볶고 지내보자.
신영 : 진짜? 그 말 진짜야?
태근 : 그럼 진짜지. 이신영 특별취재팀으로 복귀!
종규 : 우리 보도국의 덤앤 더머 콤비! 또 한번 쎄게 뛰어봅시다.
신영 : 우와. . .! (만세부르다 링거병 줄 땡겨) 아얏!
준호 : 저저.... 사고뭉치.....
불꺼진 병실. 신영 잠들어 있다.
문이 살짝 열리고 순애 들어온다.
순애 : . . .신영아. . .무사히 돌아와줘서 너무 고마워....
나 그동안 알게됐어. 나한테 정말 중요한게 뭔지.... 니가 깨닫게 해줬어.
신영 : . . . . .(눈감은채)
순애 : 나 이제 누구한테 기댈 생각 안할꺼야. 내가 잘 날 수 있도록 바람이 돼주는 너희들이 있쟎아.
혼자 잘 날아볼꺼야. 그래.... 나 엄마도 없고 아버지도 안계시지만 혼자라고 생각안해....
내일보자 신영아. (나가고)
신영 : . . . (눈 뜨고). . . . .
76. 보도국 / 아침
신영, 들어와 종규 태근과 껴안고 뛴다.
앵커에게 인사하자 앵커 등을 툭툭쳐주고.
명석과도 서로 째려보며 악수하고.
77. 스튜디오
신영, 신나서 스튜디오로 뛰어들어와 한바퀴 빙글 돈다.
혜진, 크로마키 판 앞에 서서 날씨 녹화리허설중. 멘트연습하고 있는데
신영 : (뛰어가) 혜진씨!
혜진 : 어머 신영씨! (반가워서 껴안고) 완전히 복직한거야?
신영 : 응, 나 다시 특별취재팀에서 뛴다!
혜진 : 축하해 진짜 잘됐다아....
신영 : (크로마키판 앞에 서서) 앞으로 이신영의 인생 날씨는 어떠한가요?
혜진 : 네, 강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이렇게 청명한 날씨 이신영에게 계속 쭉쭉쭉. . . .
신영 : 세상 끝까지, 미친 듯이, 거침없이.....
혜진 : 장난아니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두 사람 하이파이브!
78. 여고 일각 / 낮
교복입은 순애 혼자 앉아있다.
저만치서 신영과 승리가 도시락을 들고 뛰어온다.
교내 스피커를 통해 배트미들러의 You're the wind beneath my wings가 흐르고 있다.
승리 : 넌 왜 점심시간에 사라지고 난리야. 한참 찾았쟎아.
신영 : 순애야 우리 같이 먹자.
순애 : 생각없어. . . .(하는데 배에서 쪼르륵)
신영 : 나 도시락 두 개 싸왔어. (반찬 두껑 열며) 우와... 동그랑 땡이다.
순애가 이거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고 우리 엄마가 싸줬냐....
순애 : 안먹어. 나 배 안고파.
승리 : 미친년.... 우리 사이에 자존심 챙기냐. 내놔, 내가 다 먹게.
신영 : 너 안먹음 나도 안먹어. (도시락 두껑 덮는다)
순애 : 나 괜챦아 신영아 이러지 마.
신영 : 빨리 같이 먹자아.... 나 배고파....(스푼 쥐어주며) 자!
순애 : (먹기 시작하고). . . .
신영 : 아. . .저거.... 내가 너무 좋아하는 팝송인데....
순애 : 제목이 뭔데?
승리 : 당신이 내 날개에 펌프질을 해준다.
순애 : 그렇게 웃긴 제목이 어딨냐.
승리 : 진짜야. 당신은 내 날개 밑의 바람.
신영 : 우리도 그러자. 서로 잘 날 수 있도록 바람이 돼주는거야. 쑝!쑝!
세 사람 숟가락 들고 날개펼쳐 날아다닌다.....
물끄러미 앉아있는 서른 두 살의 순애.
순애 : 신영아. . . . (눈물 핑글) 니가 나한테 어떤 친군데.....
79. 준호 진찰실 / 밤
준호, 가운 갈아입고 있는데 지훈 들어온다.
지훈 : 가실꺼죠?
준호 : 그럼요. 이신영 부활축하파틴데.
80. 승리 아파트 / 밤
축하풍선 가득한 거실. 신영, 준호, 순애, 지훈, 승리 앉아있다.
와인과 중국요리, 딤섬 춘권 닭튀김 샐러드.... 놓여있고.
신영, 촛불끄고 모두 박수친다.
와글와글 떠들고 흥겹고 산만하고 정신없는 분위기.
신영 : 우린 어떻게 된게 맨날 축하파티야.
준호 : 니가 살아 돌아왔는데 임마....
순애 : 독수리 오형제가 모이니까 진짜 활기가 넘치네.
지훈 : 우리 그럼 독수리 오형제로 이름 결정된거예요?
신영 : 좀 촌스럽다.
승리 : (와인잔 스푼으로 동동동치며) 자.... 여러분, 이 파티의 호스트로서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이렇게 누추한 분들이, 저희 집을 찾아 주신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준호 : 하나두 안 웃겨. 나름대로 노력한 건 같은데.
지훈 : 나도 같은 생각하고 있었어요.
일동 : (깔깔)
승리 : 메추리 두 분, 조용히 해주세요.
지훈 : 타조 화났네요.
승리 : 아... 정말 안 도와주네..... 확 깬다! 그냥 먹읍시다.
모두 웃으면서 식사를 시작하는데 순애 산뜻하게 말을 꺼낸다.
순애 : 저 고백할게 있어요.
일동 : (순애보며) ???
순애 : 저 임신 거짓말이예요. 그날밤 준호씨 말대로 아무일도 없었어요.
술에 취해서 각자 뻗고 세상모르게 잔게 다예요.
일동 : (놀라 순애를 보고) !!!!!
순애 : 처음부터 속일 생각 전혀, 요만큼도 없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힘든 때랑 맞물려서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네요. 용서해주세요.
신영 : 순애야.....
순애 : 신영아, 준호씨가 너 좋아해.
지훈 : . . . . .
순애 : 나도 준호씨 물론 좋아해. 친구로서. 많이많이.... 준호씨, 나 용서해 줘요. 죽을 죄를 지었어요.
준호 : (가슴치며 물마시고). . . . .
승리 : 뭐야. . .이렇게 큰 폭탄을 갑자기 터트려 버리면.....
순애 : 신영아, 미안해. 준호한테 화났던거 다 풀어줘. 그리구 두 사람 다시 잘되길 바래.
신영 : . . . .(준호를 보는데)
지훈 : 순애씨! 나도 신영씨 좋아합니다.
준호 : . . . . .
지훈 : 나도 신영씨 포기할 수 없어요.
지훈, 준호 쨍하게 마주보는데서!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