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9 20040218-1 94P-1.zip
惠庵 門人 淸峯 淸韻 선사 의역 강설
16. 건넌다는 것은 같으나 그 쓰임은 다르다.
조사께서 다시 이르시기를 '옛적에 달마대사께서 처음으로 이 땅에 오셔서 사람들이 믿지 않으므로 이 옷(금란가사)을 전하시어 믿음의 바탕을 삼으심으로써 대대로 서로 이어졌으나, 법인 즉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하여 모두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니, 예로부터 부처와 부처가 오직 본체(마음)를 전하셨고 조사와 조사가 은밀히 본심을 부촉하셨던 것이니라.
옷이 서로 다투는 빌미가 될 터이니 네게서 그치고 더 전하지 말라.
만일 이 옷을 전하게 되면 목숨이 실에 매어 달린 것과(위태로움) 같게 될 것이다.
너는 모름지기 빨리 갈지니 사람들이 너를 해칠까 두려워하노라' 하셨도다.
혜능이 이르기를 '어느 곳으로 가리이까?'
조사께서 이르시기를 '희(懷字든 곳)를 만난 즉 머무르고 회(會字든 곳)를 만난즉 숨으라'
혜능이 三경에 의발을 받아 가지고 이르기를 '능은 본래 남중 사람이라 산길을 잘 알지 못하오니 어떻게 강가 입구(나루터)로 나가야 하겠사옵니까?'하니 五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모름지기 염려하지 말라. 내가 친히 너를 바래주리라'하시고 조사와 서로 헤어지기 위해 곧바로 강 나루터에 이르시니 한척의 배가 있어서 조사께서 혜능을 배에 오르게 하시고 五조께서 친히 노를 잡고 저으려 하시기에 혜능이 말씀드리기를 '청컨대 화상께서는 앉아 계시옵소서. 제자가 마땅히 노를 젓겠나이다' 하니
五조께서 이르시기를 '내가 너를 건네 줌이 합당하니라'
혜능이 이르기를 "미했을 때에는 스승께서 건네주시었사오나 깨닫고 나서는 스스로 건널 것이 옵나이다.
건넌다는 말은 비록 하나이오나 쓰임은 같지 않은가 하나이다.
혜능이 변방에서 태어나 말의 발음은 바르지 않사(사투리)오나 스승께서 법을 부촉 하심으로 이제 이미 깨달았사오니 다만 자성을 스스로 건짐이 합당하옵나이다'하니
조사께서 이르시기를 '그렇다 그렇다. 앞으로 불법이 너로 말미암아 크게 성행할 것이다,
네가 떠난지 3년이되면 내가 바야흐로 세상을 버릴것이니 너는 이제 잘가되 힘써(부지런히) 남쪽으로 향할것이며, 마땅히 속히 법을 설하지 말것이니 불법의 난이 일어날 것이니라' 하셨니라.
강설:
석가세존으로부터 마하가섭에게 전해진 이래 제二八대조 달마대사에 이어 전법(傳法)의 신표로써 금란가사와 의발은 五조 홍인대사의 당부에 의해 六조혜능대사 이후에는 더 전해지지 않았다.
형상있는 전법의 증표인 발우와 금란가사로 인하여 서로 탐해서 뺏고자 하는 쟁탈로 법란이 생길 것을 염려함과 더불어, 六조 이후에는 지금까지 正(直)系와 傍系로 갈라져 정계의 법맥 만을 중시해 왔으나 법이 넓게 유포 될 것이므로 어느 한 계보만을 정통으로 고집하지 않도록 왕성한 법의 유통을 초조 달마대사께서 예언하신 것이다.
전법의 참뜻은 형상이 없는 것을 전하는 것으로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써 전해도 전함이 없는 인가인 것이다.
五조께서 구강에 이르러 노를 저어 六조를 강 건너로 건네 주시려 할 때 六조께서 "아닙니다. 미혹했을 때는 스승께서 건네 주셨으나 깨친 이후에는 제 스스로 건널 것(도피안) 이옵니다.
건넌다는 말은 비록 하나이오나 쓰임은 같지 않은가 하나이다" 하셨는데 그 쓰임이란 무엇인가?
교설로 이르면 "그것은 방편 수단이요, 가풍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선문(禪門)으로 문답하는 도리는 이같이 일러서는 안되는 것이니 참구해야 할 "화두"인 것이다.
"그 쓰임이란 무엇인가?"
내(淸峯)가 이른다면 "건너갔노라"하리라.
달마가 서쪽으로 온 뜻이야 법을 전해 유통하고자 한 뜻이 분명하나,
선문에서는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인가?"함에
"마당 앞에 잣나무니라"한 선문의 도리는 이와같이 교문과의 차이점을 엿볼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그러나 깨달은 분상으로는 미한 이에게는 선문이 말 밖의 소식이라 격외도리가 기상천외한 말같이 생각되겠으나 이 격외도理가 세속事와 한치의 다름이 아닌 진리인 것이라 차이가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으므로 일체종지를 증득했다 하는 것이다.
요즘 스님들도 법상에 올라 "정전백수자" 화두를 들고서 생활 그 자체가 도이기 때문에 마침 그 때 잣나무가 있어 그렇게 조주스님이 말씀했다,
또 "차나 한잔 들게"한 공안도 이런 되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소견으로 함부로 떠드는 말법시대의 현황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실정이 되고 있다.
남쪽으로 가되 일찌기 이 법을 설하지 말고 몸을 숨기라 하신 당부는 어린 행자가 갑자기 법을 전해 받았음을 시기와 의심으로 증표인 의발을 뺏고자 하여 六조를 해치게 되고 부정하게 되는 것으로써 법난이 일어날 것을 염려하신 것이다.
17. 不思善하고 不思惡하라 .
혜능이 조사를 하직하고 발걸음을 남쪽으로 향하여 두달 중순 만에 대유령에 이르렀으나 수백인이 뒤를 쫓아 와서 옷과 발우를 빼앗으려 하였노라.
한 승이 속성은 진이고 이름은 혜명인데 四품장군을 지냈으며 성격과 행동이 거칠고 사나워 적극적인 의욕으로 찾기를 대중의 선두에서 혜능을 쫓아왔느니라.
혜능이 의발을 큰 바위 위에 던져 놓고 이르기를 '이 의발은 믿음을 표한 것인데 힘으로써 다툴 것인가?'하고 혜능은 풀덩굴 속에 숨으니, 혜명이 다가가서 집어들려고 하였으나 움직이지 않는지라. 이에 불러 이르기를 '행자여! 행자여! 나는 법을 위해 온것이요 옷때문에 온것이 아니옵니다'하였니라.
혜능이 나와 반석 위에 앉으니 혜명이 예(절)를 하면서 이르기를 '바라옵건대 행자는 나를 위해 법을 설하여 주소서' 혜능이 이르기를 '네가 이미 법을 위해 왔다면 모든 연을 막아 쉬고 한 생각도 내지말라, 내가 그대를 위하여 설하리라'하고 잠시 있다가(良久) 혜명에게 일러주기를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정히 이러할 때에 어떤 것이 명상좌의 본래면목인가?' 하니
혜명이 말 아래 크게 깨닫고 다시 묻기를
'앞서 하신 그 비밀한 말씀과 비밀한 뜻 밖에 도리어 다시 어떤 비밀한 뜻이 있나이까?'하여
혜능이 이르기를 '그대와 더불어 말한 것은 비밀한 것이 아니니 그대가 만일 돌이켜 비추어 보면 비밀한 것은 그대에게 있느니라'하니
혜명이 이르기를 '혜명이 비록 황매에 있으나 실로 제 본래 면목을 살피지 못하였으나 이제 가르쳐 보이심을 입어 사람이 물을 마셔 보고 차고 더움을 스스로 아는 것과 같나이다. 이제 행자께서는 곧 혜명의 스승이옵니다'하기에 혜능이 이르기를 '그대가 만약 그와 같다면 나와 더불어 그대도 황매(五조 홍인)를 같이 스승으로 할 것이니 스스로 잘 지키도록(보임) 하라'
혜명이 또 묻기를 '혜명은 이후로 어느 곳으로 가야 하겠나이까?'하여
혜능이 이르기를 '원(袁字든 곳)을 만나면 머무르고 몽(蒙字든 곳)을 만나거든 살라' 하니 혜명이 예를(절)하고 하직하였느니라.
강설:장군죽비:
五조께서는 6조에게 법을 전하신 후 며칠 동안 법상에 올라 설법하지 않으셨다.
대중들은 의심이 나서 "병이 나시거나 걱정이 있습니까?" 하고 여쭙자
五조께서 곧 "아니다 의발과 법이 이미 남쪽으로 갔느니라"하니
대중이 깜작 놀라 "누구에게 전해졌나이까?"하고 묻자
"혜능이 가져 갔느니라" 하자 대중들이 경악하였다하오.
그것은 五조께서 六조 혜능이 도망 갈 시간을 벌어 주셨던 것이다.
대중들이 "행자가 의발을 훔쳐갔다"하여 능행자를 쫓아 사방으로 달려갔으나 혜명이 먼저 뒤?아 가 만나 六조를 만나 6조로부터 법을 얻고 그의 제자가 될것을 간청 하였으나 청을 들어 주지 않고 "五조 황매 홍인을 함께 스승으로 모시자" 고했으며,
이때 승명이 혜명이었으나 이후로 도명(道明)이라 고쳤는데 그것은 六조 혜능대사와 같은 자를 감히 쓰지 않고자 한 겸허에서였던 것이다.
혜명스님의 물음에"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않을 때 어떤 것이 그대의 면목인가?" 하였는데,
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고 모든 연(인연으로 생기는 객진번뇌)을 쉬면 心行處滅인 경계이니 이것이 진공의 본래면목(응무소주)의 실상인 것 임을 선근이 있었기에 혜명이 말 아래(이생기심) 확철대오한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을 때 너의 면목이 어떤 것인가?"하는 말에 누구나 "졸탁( 啄)"의 기연이 닿는 것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