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어페어 / Love Affair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94년/감독: Glenn Gordon Caron /주연: Warren Beatty + Annette Bening / 음악: Ennio Morricone / 108분
빠르게 진행이 되는 블록 버스터 작품들을 패스트 푸드에 비유한다면 이런 멜로 드라마들은 아마도 슬로우 푸드에 해당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슬로우 푸드가 점차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즈음 21세기가 되면서 흔히 여성 관객용이라고 불리는 이 멜로 드라마들의 인기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쇠락해 가는 듯 한 느낌이다. 그리스어로 노래를 뜻하는 멜로스(Melos)와 드라마(Drama)가 결합이 되었다는 이 단어를 백과사전에서는 “주로 연애를 주제로 한 통속적이고 감상적인 극“ 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글쎄? 이젠 관객들이 감상적인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또 싫증을 내고 있다는 의미일까?
한 여론 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미국인들이 멜로 드라마 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이 ‘러브 어페어(Love Affair)‘라고 한다. 1939년에 흑백으로 처음으로 영화화가 되면서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02층 관광과 크루즈 여행 그리고 핑크 샴페인의 사회적인 유행을 불러일으킨 이래, 1957년에 ‘An Affair To Remember(러브 어페어)’ 라는 제목의 컬러 영화로 리메이크가 되면서 다시 크나 큰 히트를 하였고 1994년에도 이렇게 또 다시 영화가 나왔으니 어찌 유명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아닌 게 아니라 할머니에서부터 손녀까지 3대에 걸쳐 골고루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된 것이다. 이 작품은 또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1993)'의 기초가 되기도 하였지만 그러나 험프리 보가트 (Humphrey Bogart)가 처음 주연다운 주연을 맡았던 같은 제목의 68분짜리 1932년 작은 완전히 다른 내용의 별개 작품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1939)’하면 데이빗 오 셀즈닉(David O Selznick. 1902-1965, 미국 피츠버그)이, ‘밀회(Brief Encounter. 1945)’하면 노엘 카워드(Sir. Noel Coward. 1899-1973. 영국)가 떠오르듯이 이 ‘러브 어페어(Love Affair)‘라는 작품하면 단연 리오 맥케리(Leo McCarey. 1896-1969. LA)가 떠오른다. 작가 밀드레드 클램(Mildred Cram)과 공동으로 줄거리(Original Story)를 직접 만들었고, 1939년판의 감독과 제작자로서 샤를 보와이에(샬 / Charles Boyer. 1899-1978. 프랑스) 와 아이린 던(Irene Dunne. 1898-1990.미국)을 주연으로 하여 이 작품을 흑백으로 처음 선보인 이래, 1957년도에도 다시 한 번 감독과 제작자로서 직접 리메이크를 하게 된다. 당시 할리우드의 최고의 배우들로 손꼽히던 케리 그랜트(Cary Grant. 1904- 1986. 영국)와 데보라 카(Deborah Kerr. 1921-2007. 영국)가 주연을 맡은 이 두 번째 작품 역시 엄청나게 큰 히트를 하게 되는데, 미국의 황금기(골든 에이지) 라고 불리던 1950년대 말의 사회적인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1921년에 감독으로 데뷔를 한 후, 1925년에는 작가(각본가)로도 겸업을 하고, 이후 제작자로서도 할리우드에 크나 큰 공헌을 한 이 리오 맥케리(Leo McCarey)는 ‘놀라운 진실(The Awful Truth. 1937-캐리 그랜트 주연)’로 1938년도 제10회 미국 아카데미상의 감독상을 받은 이래, ‘나의 길을 가련다(Going My Way. 1944-빙 크로스비 주연)' 로는 1945년도 제17회 미국 아카데미상의 세 개의 상(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 하는 큰 영광을 누렸지만, 정작 이 작품으론 수상 후보만 되었었다. 이런 대선배, 리오 맥케리를 평소에 존경해오던 배우 겸 제작자, 워렌 비티(Warren Beatty. 1937. 미국)는 1990년대에 들어와 ‘딕 트레이시(Dick Tracy. 1990)‘와 ’벅시(Bugsy. 1991)‘를 만들면서 이 ‘러브 어페어’의 리메이크도 함께 기획했었다는데, 자신이 각본도 공동으로 직접 쓰면서 ‘벅시(Bugsy. 1991)‘이후, 1992년부터 자신의 아내가 된 아넷 베닝(애넷, Annette Bening. 1958. 미국)과 함께 직접 출연까지 하였다. [영화 잡지 전직 기자가 2010년1월에 출판한 책에 의해 무려 12,000명이 넘는 여성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고 해서 다시 화제에 오른 할리우드의 대표 바람둥이, 워렌 비티는 큰 딸이 태어나던 해에 21살 연하의 베닝과 결혼식을 올린 후 환갑이 지난 2000년에 태어난 막내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모두 네 자녀를 두고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어쩌다 비행기(원작은 여객선)속에서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이 된 우연의 만남. 더군다나 서로가 다 임자가 있는 형편인데 거기다 왕년에 미식축구의 스타선수로 인기가 대단하던 마이크 갬브릴(Mike Gambril-Warren Beatty. 1937.미국)은 바람둥이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그러나 목적지인 시드니가 아니라 예정에 없던 남태평양의 섬 여행에서 테리 맥케이(Terry Mckay-Annette Bening. 1958. 미국)는 마이크에게 점점 이끌리게 되고, 시간이 지나도 그 감정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아, 3개월 후인 5월7일에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에서 만나자고 서로 약속을 한다. 만일 한 사람이 나오지 않더라도 나중에 쿨하게 그 이유를 묻지 않기로 하면서........... 리오 맥케리(Leo McCarey)의 원작과 1957년판에는 6개월 후에 만나자고 약속을 하지만, 3개월로 그 시기가 줄어든 것이 세태의 반영인지는 몰라도, 여하튼 테리가 당하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엇갈려지는 운명은 여전하다.
워렌 비티 부부가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이태리가 낳은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1928. 로마)에게 오리지널 스코어(OS)를 의뢰한 건 참으로 잘 한 일이다. 여성의 목소리야 말로 지상의 어느 악기보다도 뛰어난 최고의 소리(사운드)라는 소신이 확고한 그는 이번에도 워렌 비티의 숙모, 지니(Ginny)역으로 등장을 한 캐서린 헵번(Katharine Hepburn. 1907-2003. 미국)이 치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여주인공, 테리가 서서 허밍으로 부르는 이 아름다운 곡을 메인 테마(Theme)로 하면서 슬픈 사랑의 분위기를 잘 연출하였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앨범에는 이곡을 ‘피아노 솔로(Piano Solo)‘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아닌 게 아니라 피아노 솔로 연주로 여러 번 배경음악으로서 등장을 한다.
Love Affair (1994) - Katharine Hepburn playing piano : )
Love Affair - piano & vocals ( Ennio Morricone )
한편 이 아름다운 멜로디는 1984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그래미상을 네 번이나 받은바 있는 캐나다 출신의 여성 싱어 송 라이터, 케이 디 랭(K. D. Lang. 1961)이 가사가 있는 노래로 발표를 했었는데, ‘트위스터(Twister. 1996)‘라는 영화의 삽입곡 으로도 다시 사용이 되기도 하였었다.
Twister- Love Affair
1957년 판 ‘러브 어페어(An Affair To Remember)'에서도 남자주인공의 숙모네 집을 방문하는 같은 설정의 장면이 있지만 그 장면에서 여주인공인 데보라 카가 영화의 주제곡을 가사가 있는 노래로 직접 부른다. [한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side Story. 1961)’와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에서 이미 여주인공들의 노래를 더빙한바 있는 가수, 마니 닉슨(Marni Nixon)이 이번에도 데보라 카의 목소리를 더빙을 하였다.]
* 제인 몰건(Jane Morgan) 버전(가사 있음):
An Affair To Remember - Jane Morgan - lyrics
이 주제곡은 제작자이자 감독인 리오 맥케리(Leo McCarey)가 직접 작사를 했다고 해서 더욱 화제였었는데, 작곡은 ‘I Only Have Eyes For You'등을 만든 해리 워렌(Harry Warren)이 하였고, 1957년 판 ‘러브 어페어(An Affair To Remember)’의 오프닝 크레디츠 장면에선 빅 데이몬(데몬/Vic Damone)의 버전이 등장을 하였지만 이후 냇 킹 콜(Nat King Cole)등에 의해 다시 큰 히트를 하게 된다.
Nat King Cole - The Christmas Song (Chestnuts Roasting On An Open Fire)
1932년의 데뷔이래, 60년 이상을 연기해오면서 20세기 할리우드의 한 시대를 풍미 하며 영화 발전의 산증인이 되었던 캐서린 헵번(Katharine Hepburn. 1907-2003. 미국)에게 이 작품은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피부암과 파킨슨병에 시달리면서도 86세의 병든 노구를 이끌고 출연을 하였는데 그녀가 한 대사에도 “86세까지 살 줄 알았으면 가정부를 내 보내지 않았을 걸 (If I Knew I Was Going To Live To 86, I Wouldn't Have Let The Maid Go)" 이란 유머가 있지만 워렌 비티는 이 대사까지 직접 써가면서 투병 중이던 그녀의 출연을 강력히 권유하고 설득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FxxK"이라는 욕을 대사로 한 그녀의 유일한 영화로 기록이 된 점은 그녀의 찬란하였던 과거 경력을 감안했을 때 아쉬움을 준다. 마이크가 테리를 나중에 다시 만나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그림 에서도 보이지만 캐서린 헵번이 그 역을 맡은 지니 숙모네 집 앞의 특이하게 생긴 산들은 로케이션 장소인 프랑스령 폴리네시아(French Polynesia), 타히티(Tahiti)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무레아(Moorea)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한다. 찰리 채플린의 1952년도 명작, '라임라이트(Limelight)'에 나오는 발레리나 여주인공의 이름도 테리(Terry)이지만, 이 영화의 여주인공 테리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부터의 장면들은 언제나 그렇지만 볼 때마다 항상 가슴이 저려오는데 그나마 해피엔딩으로 잘 마무리를 지은 점은 역시 할리우드답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런 멜로드라마를 보고 싶어지는 날이 살아가면서 점점 더 늘어가는 이유는 뭘까?
첫댓글 아름다운 영화죠
다시보니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