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
박외도
나는 꽃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국화꽃을 사랑한다. 국화는 매, 란, 국, 죽(梅蘭菊竹)
의 하나로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을 절개와 지조를 지키는 고결함을 상징한다고
사군자(四君子) 라하며 동양에서는 사대부 화가들의 가장 적절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묵화(墨畵)를 즐겨 그렸다. 사군자중에서도 국화는 날씨가 차가워진 가을에 서리를 맞으면서 홀로 꽃피우는 국화의 모습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국화는 삽목(꺾꽂이)하여도 잘 살아나는 생명력이 강하며 꽃은 너무 야하지 않고
고결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그 향기가 짙어 코로 냄새를 잘 못 맡는 나도 코를 벌름거리며
국화꽃 향기에 황홀해진다. 백색, 노란색, 빨간색, 자주색, 주황색, 실 국화, 소국, 등 여러
종류의 국화가 한마당 피어 있으면 첫째는 눈이 행복하고 둘째는 마음이 행복하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이는 서정주의 대표 시 <국화 옆에서>이다. 1947년 11월 9일 “경향신문”에 발표되었다. 미당 서정주 1915년~2000년까지 살았던 시인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그리움 같은 가을 국화 향기로 가득 채워 주었다. 늦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가슴을 파고드는 때에 피어 더 깊은 그리움에 젖게 했나보다 그래서 시인은 국화를 보고 인생의 온갖 풍상을 다 겪은 누님 같은 여인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모든 만물에는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 장미의 향기 아카시아 향기 찔레꽃의 향기 쑥은 쑥의 향기가 있고 짐승이나 곤충은 특유의 냄새가 있고 좋은 글은 작가 특유의 향기가 글 속에서 흘러넘친다. 독이 되는 글보다는 약이 되는 향기로운 글을 쓰자. 사람에게서 좋은 향기만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 짜증 내지 않고 화내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언제나 정다운 사랑의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있다. 속이 시원하도록 화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는 사람도 있다. 공작의 깃털 같은 국화의 아름다움과 그윽한 향기는 나를 황홀하게 한다. 향기로운 사람이 되자. 나 자신도 국화를 닮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원예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귀 동냥을 하고 원예 서적을 보면서 화초를 가꾸었다. 나는 소국보다 대국을 더 좋아한다. 소국보다 대국이 훨씬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3월이 되면 퇴비와 바이오용토 를 준비한다.
4월 중순~5월 초순 이 되면 국화삽목의 적기이므로 전년도의 어미 순 중에 제일 실한 것으로 4마디씩 잎사귀 밑을 비스듬히 자르고 위 두 마디 잎만 남기고
밑쪽 두 마디의 잎은 제거한다.
넓은 화분에 중간까지 흙을 채우고 바이오용토 를 담은 포트에 한 포기식 심고 물을 충분히
주고 신문지로 씌워 차광막을 만들어준다. 이때부터 꽃이 필 때까지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으로 보살펴야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모두가 주인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지극한 정성과 사랑으로 농사짓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벽같이 일어나 밤사이의 상태 즉 안부를 물어보고 시 든 것은 없는지 비리는 붙지 않았는지 살펴본다. 잎이 짙어지고 4~5cm가량 자라면 완전히 활착하였으므로 중간 화분에 분갈이한다. 이때 퇴비를 적당히 넣으면 왕성하게 자라게 되는데 대국은 가지 하나에 한 송이씩이므로 곁가지나 꽃눈들은 다 적심해 주고 꽃대에 마지막 꽃눈 한 개씩만 남긴다.
튼튼한 가지를 골라 세 가지면 세 송이 분, 여섯 가지면 여섯 송이 분, 이 되는 것이다. 15cm 이상 자라게 되면 큰 화분에 심고 물은 언제나 해 질 무렵에 주는 것이 좋고 한낮에는 피한다. 6월부터 여름으로 접어들면 물을 날마다 주며 한더위에는 하루에 두 번도 준다.
이때부터 진딧물이 붙는지 살펴서 약을 3~4차례 뿌려주어야 한다. 이때 꽃대에 지주를 세워주어 쓰러짐을 막는다.
가을이 되면 마디마다 꽃눈들이 생긴다. 생기는 족족 따버리고 마지막 한 개만 남긴다.
이렇게 하므로 마지막 하나가 대국이 되는 것이다. 늦가을이 되어 10월 중순이 되면 꽃눈이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꽃이 밤송이 정도 되면 꽃받침을 끼워주므로 꽃잎이 밑으로 처짐이 없이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의 매력적인 대국으로 피어난다.
사람들은 들에 아무렇게나 자연적으로 자란 국화를 역경을 딛고 어렵게 자라 꽃피웠다고
자생한 꽃을 찬양하는 자들이 있지만, 대국 역시 그냥 꽃피워 진 게 아니라 비바람 맞을 것 다 맞고, 무엇보다 뿌리에서 절단당하여 생사를 넘나드는 고초를 당하고 주인의 뜻대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지기 위하여 여러 송이가 키가 차이 나지 않게 인위적으로 이리 휘고 저리 꾸부리는 고통도 감내해야 하며 진딧물이 붙으면 독한 진딧물 약 세례를 받아야 한다. 또한 팔들(곁가지)을 잘리고 먼저 맺은 꽃눈들은 다 제거당하는 수모와 고초를 당하는 것이다. 남 보기에는 팔자 좋은 여인네 같이만 남이 알지 못하는 역경 속에서
남모르는 아픔이 있으며 우아하고 아름답고 고결한 기품이 넘치는 여왕 같은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하여 인위적인 간섭을 감내하며 참고 견디는 것을 보면 우리네 인생의 한평생을 보는 거와 같다. 뿌리와 절단되는 사선을 넘기고 팔이 잘려 나가고 꽃눈을 희생시킨 결과가 비참해도 절개와 지조를 지키는 고결함의 상징 같은 대국에 살아나려는 끈질긴 생명력을 주신 하나님 앞에 감탄과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10월 말부터 11월 초순이 되면 하나같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나는 밤중에도 마당에 나가서 가로등 불빛을 받아 해맑게 웃고 있는 국화꽃들에 코를 갖다 대어 그 짙고 감미로운 향내를 맡으며 무한한 행복감에 젖는다.
2020년 11월 7일
첫댓글 국화꽃을 처음부터 꽃이 필 때까지의
정성을 그려주어 국화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많은 공이 들어가는군요
여러 과정을 거쳐야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국화꽃에 찬사를 보냅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남은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